당신들이 울어봤던 상황들을. 똑같은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분명 당신이 울었을때는 그만큼 아팠기 때문일거다. 존경하는 선배의 부음 소식을 들었을때도 나는 울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조차 '그 상황과 성폭력 사건을 보고 우는 것은 다르다'며 나를 무시하거나 질책하는 인간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대체 '아프다'는 느낌이 어떻게 다를 수 있나.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는 멍해있고 이성으로 통제하기도 전에 몸이 반응하는 그 느낌의 공통점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나.
감성에 호소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너 피해생존자 만큼 아파봤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똑똑하고 잘난척 하지만, 그건 노력에 의한 것이지 인간의 본성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에 대해 칭찬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노력 이전에 사람 개개인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말도 안되는 천부인권따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건 공산주의건간에 그 기반은 공동체 성원이 될 수 있는 '인간'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인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 애정이 필요한 것이다.
나 역시 피해생존자이다. 나는
이 사건의 생존자만큼의 생존에 대한 의지가 없다. 몇 번 내가 생존자였다는 사실을 밝힌적이 있으나, 그 뿐이었다. 내가 생존했다는 것과 이번의 생존자가 말하는 생존의 개념은 다르다. 나는 풀이나 나무처럼 그냥 죽지 않았을 뿐이며, 그녀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인간이다. 나는 아직 내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누구에게 분노를 느껴야 할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걸 되돌아보는 과정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덤덤해지는 것이 내가 치유되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었다. 내가 지극히 정상인것 처럼 보여지고 '생존자'라는 딱지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아직 죽어있고, 얼마나 더 죽어있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도 삶에 대한 의지를 세울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죽음에 대해 쉽게 슬퍼하고, 슬퍼해줄수 있다. 성폭력피해자(아직 부활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적 살인을 당한 사람이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슬퍼하고, 슬퍼해줘야 한다. 생물학적 죽음만이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슬퍼하는 것은 동물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전적 의미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것이 고상한 행위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무엇에 공감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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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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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정말 나도 울구 싶당.왜그르케 사람들은 분석할라 들고 원리원칙을 따질라 들까.
글 하나하나 분석하고 쪼개서 이건 여기에 맞나 안맞나를 따지지 말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해.
그녀가 말하고 있잖아. 그럼 그녀 얼굴을 보고 그녀의 눈을 볼라구 해야지...
울지마. 레이도 이젠 울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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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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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 울지 않기 보다 살고 싶어요. 근데 내가 들지 못할 돌덩어리가 눌려져 있어. 맨홀에 갇혀 있는데 뚜껑위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져 있고, 나는 하릴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지. 무기력하게도 말이죠.부가 정보
이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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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미안해. 속 뒤집어놔서...진짜..부가 정보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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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 채팅은 메신저에서;; 왜 댁이 미안해하구 그러우? 속 뒤집힐 일이 있는데 무관심한건 월드컵에 미쳐서 평택 얘기는 안중에도 없는거랑 같은거 아닌감? ^^;부가 정보
ac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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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는데 울 수 있는 우리는 더 인간에 가까운 것 같아.... 인간도 아닌 것들이랑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마치 황새울에 주민과 경찰들 사이처럼 갑갑하다.... 존재 자체로 혐오스러운 것들이 되는 그것들이 갑자기 불쌍해지긴한다.부가 정보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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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님 글 보며 마음이 찌리리했어요. 찌리리, 찌리리.부가 정보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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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m // 우린 인간에 가까운게 아니라 인간이야. :)마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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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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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슴 아프고 슬픕니다. 공주 가해자를 조금은 알고 레이 님과는 마주한 적이 있기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살고 있지 못하고 죽음 아래 깔려 있기에 너무너무 마음 아픕니다.공주 생존 피해자가 올린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해서 생존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가해자가 살아있음에 분노하고 용서할 수 없음을 이해하지만 이렇게 해서 상처가 치유될 수 없을 거 같아 걱정이 됩니다.
공주 가해 생존자가 몇 번의 자살 기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죽었고 그의 가족도 죽었습니다. 가해 생존자 가족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가해 생존자 가족이기에 크나큰 고통을 당하고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죽어갔습니다.
가해자가 버젓이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뻔뻔한 사람이 있겠지만 공주 가해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소수지만 광주에서 총을 쏜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처럼요.
전 노힘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고 이 사건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다만 인간이 아닐 거 같은 가해자가 우리처럼 눈물을 흘리는 인간이고 피해자와 비교할 순 없지만 그들도 아파하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입니다. 레이 님의 슬픔을 보고 슬퍼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처를 치유하고 죽지 않고 살아갈 길은 없을까요? 처벌을 선택하든 가해자가 파멸하도록 하는 복수를 선택하든 진심을 확인 할 수 있는 만남을 선택하든 다른 무엇이든 공주 생존피해자는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되든 그것이 부디 피해 생존자의 치유의 길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더불어 아직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가해 생존자도 죽지 않고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가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레이 님의 슬픔도 희미해지길,아픔도 낫길, 온전히 아물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우리 곁에 이런 아픔이 없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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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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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이런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트랙팩에도 올려주세요,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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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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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 슬픔과 아픔에 대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일 말을 쓰려니 덧글로는 길어져서 포스트를 따로 하겠습니다.현현 // 올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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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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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아주고 싶어요. 레이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내글이.. 내 이야기가.. 님의 상처를 후벼팠군요.. 미안해요..
나의 치유가 타인의 상처를 헤집을 수도 있다는 생각, 미쳐 못했어요.
살고싶다는 레이님의 절규가 가슴에 맺혀요..
레이님.. 무기력한 자신도 소중하잖아요. 무기력함은 당연하잖아요.. 저도 무기력/정상(?)을 넘나들며, 앞으로도 남았을지 모르지만.. 그게 제 몫이란 생각을 했어요.. 당연한 내 몫이란 생각..
레이님.. 늘 돌덩어리에 짓눌려 있지는 않을 거예요.. 레이님은 살아날 수 있을 거예요. 우린 그 '힘'을 갖고 있어요. 레이님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그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건지 몰라요.. 그 시간에 함께 하고 싶네요..
힘내세요.. 레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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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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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님.피해생존자의 치유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다양한 피해생존자가 각자의 욕구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님이 제가 선택한 글쓰기방식이 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지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해'생존자'?라니요? '가해자'입니다. 그자가 '자살기도'를 '몇번' 시도했건, '자살'했건!, 그자의 고통이 아무리 극심했다 하더라도 그자는 '가해자'입니다. 가해'생존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반성도 않는 가해자들보다 반성하고 괴로워하는 가해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는 측면에서 공감받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 '괴로움의 맥락'도 들여다 봐야죠. 그자가 사건 당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가해자프로그램'도 이수하지 않고 도망친 태도는 분명 피해생존자에게 칼 꽂는 행위였습니다. 나는 그자의 괴로움을 '강간범으로 추락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이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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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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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공주 // 감사해하고 있어요.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 죽어지내는 것 보다 살아남는게 훨씬 좋은거잖아요. ^^ 많이 감사해하고 있어요. ^^부가 정보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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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부가 정보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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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 왜에~?부가 정보
그리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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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슬퍼요..부가 정보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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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븐 //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