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해..오해?

이런 말 하면 무식하다/무례하다 욕 먹을지 어떨지..암튼 내 블로그니까 솔직하게 털어놔보자. 동성애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알게 됐어요?'라고 질문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질문이 때로 중요한 의미를 담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동성애자임을 확인'하는 것은 내가 (이성애자인)남들과 다른 상태를 확인했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똑같지 않고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꼭 다른 점을 언제 확인했냐..고 묻는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래도 현실이라는게,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차별이라는게 있어서 사실 동성애자들 스스로는 무척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돌 날아올것을 뻔히 알면서 몸을 드러내는 사람은 용기있는 자가 아니라 무모한 자다.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용기를 내보여야 하는 법. 또 삼천포로 빠졌지만 어쨌든. 하고 싶었던 얘기는, 나는 아직 내 성적 취향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는 거다. (이쯤에서 돌 던질 사람들 몇몇 있겠지만.. 뭐 솔직히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까..)


"혹시.. 레즈비언이세요?" 혹은 "애인이 여자분이세요?" 혹은 "이성애자라고 확신하세요?" 까지.. 근 한 달 사이가 아니었어도 꽤 여러번 들었던 얘기라 별로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아니 사실, 그 전에 그런 얘기들을 들었을 때도 맨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당황했던 것 같지 않다. (물론,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질문했다고 느꼈을 때는 예외.. ^^;) 글쎄, 성적 취향이라는 것은 내게는 상당히 묘한 부분이라서, 당장 어느 한쪽으로 꼭 정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사실, 스스로는 거의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는 쪽이긴 하지만(이성과 노는 행태를 보아하니..) 매력적인 동성들에게 정신팔려본적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어떤 동성때문에 건강까지 해칠만큼 미쳐있었던 적도 있었고... 사실, 나한테는 내가 이성애자이건 동성애자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면, 그래서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내가 예민해지는 것은, 내가 동성애자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이성애자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반응을 고민해본적은 당연히 없었는데, 동성애자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솔직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사실인걸 어쩌나. 고민되는걸. '저 레즈비언 아니에요'라고 딱 잘라서 말해야 할지 어떨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날 아는 사람들은 '에이..애인있잖아~'하는 반응을 보이고, 모르는 사람들은 '한 번 잘 고민해보세요'라고 충고하지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나는 못 느껴봤고... 지금의 애인이 이성이 아니었다면 지금만큼 잘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닐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에 어떤 사람이 말해준 '같이 자고 싶은 성(性)이 나의 성적 취향을 말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특히 연애관계라는 것이 상대방을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동류의식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면 사실 생물학적 성이 상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기도 한다. 내가 이성애자건 양성애자건 뭐 그건 별로 상관없겠지만, 나는 그냥 가끔 내게 던져지는 질문에 대해 좀 더 담담하게 반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