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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5호>희망, 2012년 투쟁으로 현실로 만들자!

절망 속에서 희망을 얘기했던 2011년

 

주위를 둘러봐도 살기 더 좋아졌다는 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생활고와 자살에 관한 소식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잘됐다는 이야기보다 망했다는 이야기가 더 흔하다. 물가를 따라 가지 못하는 수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오히려 빚은 늘어만 간다. “언젠가는 나아질 거야”라는 위로는 냉소를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그러나 대자본은 세계경제위기를 운운하는 지금도 여전히 몸집을 불리고 이윤을 확대가고 있어 한국경제를 더욱 더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짜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 모두 대자본에 대한 비판이나, 한국경제 구조에 대한 비판의 칼날은 어느 때 보다 무디다. 마치 이명박 정권만 손보면 될 것 같은 ‘주술과 미신’을 조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신만을 골몰한다. 청년은 청년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전 세대가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숨 막히는 안개를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 절망에 몸서리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 보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노동자민중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희망버스’에서 보여주듯 절망 속에서 찾고자 했던 희망은 누군가에 의탁하여 찾으려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단결과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며 지표다. 때문에 2011년 절망의 시공간에서 찾아낸 희망이라는 단어는 그 어느 때 보다 소중하다. 이러한 양상은 대중적 분노와 열망을 분출하는 한미 FTA 폐기 투쟁, 한진 중공업에 이어 정리해고 철폐를 기치로 다시금 투쟁에 나서는 쌍용자동차 투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2011년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을 2012년 어떻게 발화하는 시킬 것인가?  

 

2012년, 투쟁과 연대는 더욱 더 절실하다

 

2012년, 어느 때 보다도 대중은 총/대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총/대선은 지배 권력 간의 권력재편의 기점일 뿐이다. 총/대선을 통해 지배 권력자의 얼굴은 바뀐다 해도 지배 권력은 바뀔 가능성은 없다. 즉 자본가계급의 대리인은 언제나 바뀔 수 있으나 자본가계급의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금과 같이 민주주의를 억압하였다 하여도, 대중이 먹고 살만했다면 정권교체의 열망이 이다지도 클 수 있었을까?
 

애초에 세계공황 속에서 자본의 이윤만을 보장하는 이 경제체제는 대중을 먹고 살만하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이명박 정권의 탄생이 민생을 망친 노무현정권의 덕이었던 것처럼, 정권이 교체된다면 똑같이 민생을 악화시킨 이명박의 덕이다.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억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수구의 부패와 몰상식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세계자본주의 경제의 침체 속에서 단 1%의 대자본의 이익을 방어, 확장하려 하니 민주주의를 억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양산, 해고의 일상화, 청년실업, 종합편성방송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악법과 언론의 장악, 공공영역의 훼손, 이를 대체하는 민간시장의 확대, 교육비의 증가, 빚더미 생활, 한미 FTA 강행,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전자주민증의 도입, 공권력을 동원한 민의의 제압 등은 이명박 정권의 특유의 패악에서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 정권 역시 위에 열거한 정책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전 보다 세계자본주의가 수렁에 깊이 빠지면서 통치의 방식이 더 독해진 것일 뿐이다.
 

자본가계급을 대리하는 지배 권력자의 얼굴이 바뀐다 하더라도 노동자 민중은 도탄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세계 공황에 시기에 모순되게도 정부 재정확대가 전제인 복지를 여야 모두 열렬히 부르짖지만(물론 세계적으로 일천한 복지구조에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정치경제구조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건들고자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장밋빛 미래는 달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핏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정권교체의 희망만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확장될 시기다. 선거를 통해 무엇이 이루어질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는 것이 막고, 선거를 통해 대중 투쟁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태를 막아내야 한다.
 

지독히도 추웠던 지난 12월 23일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서 800여 명이 넘는 ‘희망텐트’의 참가자들이 1박2일 함께했다. 24일 역시 여전히 한미 FTA폐기 열망안고 50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물론 집회와 투쟁에 함께하는 자들의 정치적 생각과 이념 그리고 기대는 저마다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의 정치가 거리에서 나오는 것만은 분명하고 이러한 흐름을 유지 확대하는 것이 당면의 과제다.
 

2012년 총대선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모든 정치세력들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진보를 참칭하건, 서민을 운운하건, 민주를 사칭하건, 그 세력은 노동자민중의 열망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 확장하는 도구로 삼을 것이다. 깊어져가는 세계자본주의 위기의 미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 여하에 따라 달라질 뿐 기득자의 교체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잊지 말자.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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