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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3호> 다시 시작된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의, 그 길을 찾는다

 

진보정치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정치를!

정치적 냉소
4.11 총선 이후 통진당 사태가 정국의 핫 이슈로 등장했다. 통진단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보수정당과 다를 바 없는 비민주성과 부정 행태는 보수진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권파의 패권성이 극에 달하고, 통진당 내부 갈등이 수습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민중들 사이에 정치적 냉소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어쩌면 통진당의 사태는 기존 진보정당운동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정치운동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노동자들에게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노동자 정당운동에 대한 회의와 냉소가 그것이다.
그러나 통진당 사태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이었던 노동해방과 96·97 총파업이 제기한 목표였던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이 꺾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통진당과의 분명한 단절로부터  노동자정치의 본 모습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를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통진당의 혁신과 개조는 불가능하다
통진당 사태가 터지자,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통진당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월 11일 발표된 민주노총 중집 입장이 대표적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통진당 지지 철회라는 카드를 내밀면서 통진당에게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쇄신은 불가능하다. 국참당과의 통합, 노동자정치를 없애버린 총선 등 통진당은 이미 태생적으로 혁신과 개조의 한계는 분명하다. 특히 자유주의세력과 동거를 유지한 쇄신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구민노당 당권파의 주도력을 약화시키고 국참당 세력과 비당권파의 당내 주도권 획득이라는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진당 쇄신 주장은 노동자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노동자정치의 실종을 고착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대중투쟁 강화만으로 새로운 길을 열 수 없다
통진당의 혁신이 답이 아니라면, 무엇이 답인가? 많은 활동가들이 지금은 민주노조운동의 복원과 투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신창이가 된 노동자계급정치를 복원하는 것은 당장의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의도와 무관하게 노동자정치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키고, 통진당을 노동자정치의 대안으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노조운동과 정당운동은 별개가 아니며, 선후차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노총의 우경화와 진보정당의 우경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노조운동과 당운동의 위기를 상호 증폭시켜왔음을 지난 몇 년간 똑똑히 보아왔지 않은가.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및 투쟁성 복원과 노동자정치운동의 새로운 모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추진해야 할 노동운동의 주요한 과제다.

노동자정치, 이번엔 제대로 세워보자
노동자정치, 어떻게 세워나가야 하나? 이는 어떤 당을 건설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이제는 의회주의 진보정당이 아니라,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계급의 직접정치와 정치주체화를 목표로 하는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추진세력이 어떠하든 의회주의 진보정당은 제 2의 민노당, 통진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잘못된 과거를 답습할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를 자유주의세력과의 야합으로 내팽개치는 정치, 의회주의 진보정당운동과 단절 없이 노동 중심성을 약간 강조하는 정치, 자본주의 극복이 아닌 반신자유주의로 자본주의 폐해를 약화시키는 수준으로 노동자정치 목표를 낮추는 정치. 이것들은 모두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아니다.
이제 보수의 상대어에 불과한 애매한 개념이자 의회주의 진보정당의 상징물이 되어버린 진보정치가 아니라, 노동자정치의 깃발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정치의 궁극 목표인 노동해방을 이념과 노선으로 구체화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노동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건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권력을 수립해 노동자계급이 계급을 철폐하고 인간해방 사회를 건설해 나갈 때 가능하다. 그 사회가 바로 사회주의이다. 그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정당이고 곧 사회주의 정당이다.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길은 이 속에서 찾아야 한다.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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