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6호> 지역총궐기를 조직하고 있는 충북지역 노동자들

지역총궐기를 조직하고 있는 충북지역 노동자들 
총파업‘선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선언만 해놓고


총선을 앞두고 ‘청원 정치’에 기대어 제출됐던 8월 총파업. 그러나 그 기대가 허망한 일이었음을 깨달았음에도 반성과 궤도 수정에 대한 고민 대신 ‘선언’했으니 실천하라고만 이야기하는 지도부의 무책임함에 현장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게 8월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이 처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8월 말 총파업 선언에 대해 ‘사수’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조합원들의 무기력함을 꾸짖거나, 현실의 벽이 높음을 탄식하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노동자의 정치를 포기하고 표류했던 ‘정치의 봄’이 잉태한 비극이다.
하지만 이 비극을 넘어서기 위해 다시 자기 정치를 시작하자는 흐름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선언’에만 머물러 있는 총파업을, ‘행동’하는 총파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 투쟁의 가교를 만들고, 이것을 통해 스스로의 정치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는 시도다.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총궐기가 바로 그것이다.

 

 

두 달의 공백


제대로 된 총파업은, 그 불길이 단 한 번에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불씨들이 만들어지고, 그 불씨를 보전하고, 또 다른 불씨를 만들어내면서 끊임없이 타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마침내 거대한 불길로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6.28 경고파업, 8월 말 총파업이라는 민주노총의 일정은 투쟁불씨를 이어내는 것이 아니라 두 달여간의 긴 공백을 두고 있다. 이 두 달여간의 ‘총파업 대기기간’에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의를 다지고, 움츠린 어깨를 펼 수 있는 계획은 부재하다. 이 공백기는 노동자들에게 ‘총파업에 나서라’는 선동을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기에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8월말 총파업 투쟁의 성사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이런 생각이 퍼져갈수록 실제 8월 말 총파업은 나와, 우리와 무관한 일이 될 것이다. 설령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더라도 말이다.
이 두 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이번 총파업 투쟁의 성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유력한 가늠자라는 생각이 공감대를 키워가면서 활동가들 사이에서 지역총궐기 투쟁이 제안됐다. 그리고 지역 투본대표자회의를 통해 지역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할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 보자는 결의가 이뤄졌다. 이로써 6.28경고파업 이후 다시 현안투쟁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그래서 총파업은 다시 먼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총파업’의 불씨를 지펴내고 더 키워낼 수 있는 계기점을 형성해낸 것이다.

 

 

지침이행이 아니라 능동적 실천이 필요


충북지역에서 결의된 지역총궐기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침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 현장활동가들의 자발적인 고민과 실천으로 결의된 것이다. 그렇기에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침에 의해 수행되는 투쟁보다 더 활력 있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결의가 충북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서 ‘수동적 지침 이행’을 넘어서 ‘능동적 결의와 실천’이 만들어진다면 8월 말 투쟁이 ‘선언’이 아닌 ‘실체’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총파업은 지침 수행보다 훨씬 더 강고한 투쟁을 만들 것이다.
 

김기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