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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정세와 전망 6호 : 동북아정세 동향> ARF(아세안 지역안보포럼), 계속 반복되는 미-중 대결의 장

ARF(아세안 지역안보포럼), 계속 반복되는 미-중 대결의 장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확산되는 영유권 갈등이 지난 5월 ASEAN(동남아국가연합) 확대국방장관회의(ADMM+)에 이어 지난 7월 12~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ARF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났다. 그 결과 ARF 설립 45년만에 처음으로 의장성명이 부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동안 비교적 관심 밖이던 ASEAN지역의 안보, 정치 문제가 국제관계의 주된 활동영역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ADMM+에서는 미국을 등에 업은 ASEAN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중국의 우방국들의 결속이 강고했다. 중국과 분쟁 중인 베트남과 필리핀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함께 ASEAN 차원의 대중 비난 성명을 추진했지만, 캄보디아·라오스·태국 등 친중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 결과 ARF가 남중국해에 관한 내용을 성명서 안에 포함하는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으로 공동 성명을 내지 못한 채 폐막했다. 이는 출범 45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이번 프놈펜 ARF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두 가지 조치를 준비했다.(자세한 내용은 지난번 ‘정세와 전망’의 초점글인 ‘ASEAN을 중심으로 한 G2 패권 경쟁 가속화’에서 확인바람) 그 중 하나는 2002년 중국과 ASEAN 10개국이 합의한 ‘남중국해 행동선언’을 바탕으로 분쟁 지역 내 무력 사용 금지 등을 국제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남중국해 행동 준칙’ 초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실무회의가 9일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ARF 순회의장국인 캄보디아 등이 반대했으며, 중국도 '남중국해 행동준칙'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필리핀도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분쟁을 ARF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의장성명은 의장성명은 “당사국들이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상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로 절충되었다. 이렇게 ADMM+와는 다른 결과에 이른 원인에는 중국의 자본외교가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남중국해 자원 개발과 수색·구조 활동을 위한 중국과 아세안 간 해양협력기금 창설을 제안하면서 여기에 30억위안(약 540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친중의 대표적인 국가들인 태국과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을 상대로 원조와 차관 제공, 군사 지원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은 지난 16일 새뮤얼 라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을 통해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위 지원 공약을 재확인했다. 라몬 카란당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오늘 라클리어 사령관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을 예방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협의하면서 미국이 필리핀군 현대화 작업을 지원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의장성명에는 북핵 문제에 관한 내용도 추가되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관련국들이 어떤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되고 유엔 안보리 결의(1718, 1874호)와 2005년 6자회담(9‧19 공동성명) 상의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관련국들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모색해 한반도에 신뢰구축 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의장성명에는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라는 것을 규탄하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이 밖에도 올해 의장성명에는 핵무기 비확산과 군축,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 수여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낮 12시 ‘중대보도’를 통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와 당 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명의로 나온 것으로, 이로 인해 김정은은 여기에 군 최고 직급인 원수로 진급하기까지 하면서 군과 국가에 대한 장악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도 먼저 지난 16일 발표된 리영호 군 참모총장의 해임이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 이유는 아버지 김정일의 큰 신임을 받았으며,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리영호는 북한 선군정치의 상징이기도 했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자기통제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중 경쟁 가열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내부 자기권력 구축으로는 적기일 수 있다. 리영호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로 젊은 현병철을 차수로 승진시킨 점, 젊은 경제 관료들을 당의 핵심 요직에 포진시킨 것으로 보아, 북한 경제 정책과 국가에 대한 통제를 ‘김정은식’ 정책이 본격화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관리들이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으로 연이어 파견되고 있는 점은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호로무즈 해협 긴장 고조, 이란 핵위협에 미국은 MD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양국 공조를 재확인하며, 이란 핵무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다음 주에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도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동의 긴장이 한 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클린턴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핵 협상 실패를 비난하며 “이란 지도자들은 아직 올바른 결정을 내릴 기회가 있으며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은 모든 힘을 동원해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같은 입장에 있다”며 강하게 이란을 압박했다.

특히, 주목해볼만한 점은 이란과의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과 의견차를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동안 이스라엘은 당장 이란에 대한 공격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먼저 제재나 협상을 시도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 변화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냉정하게 바라보면, 미국은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미-중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가운데, 중동에서 어떠한 실력행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가운데 나온 강경기조라는 점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그 동안 이란문제에 대해서 이란과의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왔으며, 협상은 오히려 EU, 러시아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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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중동에서의 미국 주도의 MD체제 구축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카타르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고 페르시아만에서의 대규모 기뢰제거 해상훈련을 계획하는 등의 계획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주둔 중이며 중동 최대의 미 공군기지가 운영되고 있는 카타르에 탄도미사일 추적 레이더 기지가 7월중에 완공 예정이다. 이 레이더 기지는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과 고고도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미 해군 함정과 연계돼 있어 만일의 경우 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 나아가 미국은 자체 요격미사일을 갖춘 전구고고도지역방어시스템(THAAD)을 몇 개월 안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배치할 것도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9월16~27일 페르시아만에서 20개국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뢰제거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에 설치될 레이더 기지는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국익과 이스라엘·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을 이란의 로켓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핵심적 방어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9월 기뢰제거 훈련은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최초의 다국적 훈련으로 그 규모와 정치적 의미의 측면에서 큰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나아가 UAE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이 건설되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도 탄력을 받고 있다. UAE가 서부 유전 지대인 하브샨에서 수도 아부다비를 거쳐 오만만에 접한 푸자이라항을 연결하는 길이 370㎞짜리 새 송유관의 가동은 UAE 원유 생산량의 70%인 150만배럴의 원유를 나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페르시아만에 접한 동부의 유전 지대로부터 홍해에 면한 얌부항을 잇는 길이 1200㎞짜리 천연가스 수송관을 원유 송유관으로 전환했다. 이 관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0년대 원유용 수송관으로 만들어진 뒤, 한동안 천연가스 수송관으로 쓰이다가 이번에 다시 원유용으로 바뀐 것이다. 이 관은 하루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의 20%인 200만배럴을 나를 수 있다.

한편, 지난 17일 지난 16일 오후 2시50분께 두바이 제벨알리 항구 앞 16㎞ 해상에서 미 해군 급유선 래퍼해녹호가 접근하는 어선에 발포해 인도인 선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향후 이 문제가 이란과의 문제에 있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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