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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9호> [영화산책] "WELCOME" 환영합니다

[영화산책]

"WELCOME”,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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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프랑스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파괴가 난무하는 허리우드식의 영화보다 뭔가 생각하게 하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까지 생각해야하는 그런 영화는 싫다고 하지만.... 내 취향은 그렇다. 영화 웰컴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4000km를 걸어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기위해 도보해협을 건너려는 이라크 쿠르드족의 17살 먹은 소년과 어쩌다가 이 소년의 순수한 사랑에 감명받아 도움을 주게되는 프랑스인의 이야기다.
 

줄거리로는 정말 단순하고 신파적인 사랑 영화다. 웰컴을 보는 내내 난 제목이 주는 희망을 생각했고 행복한 결말을 순진하게 기대했다. 그러나 웰컴은 각자가 쳐놓은 보이지 않은 울타리를 넘어 오는 이방인에게 환영은 한낱 인사일 뿐임을 말해준다. 형식과 마음이 다른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드는 단어로 등장한다.
 

영화는 똘레랑스(관용)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와 대한민국이 얼마나 같은지, POLICE(경찰)라고 쓰인 작업복을 입은 자들의 행동은 얼마나 잔인한지, 결국 자본주의사회는 한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똑똑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이방인들이 영국으로 밀항하기 위해 대기하는 곳, 프랑스 칼레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불법체류자들은 돈을 가지고 대형마트에 물건을 사러가는 것도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몸을 씻기 위해 수영장(샤워시설)을 이용하려 하지만 거부당한다. 이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옆집 사람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불법체류자와 어울린다며 위험인물로 감시하고 협박한다. 바닷가에서 불법체류자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상황에서 무자비하게 연행되는 모습에서는 쌍용자동차 공장 안팎에서 벌어졌던 무자비한 폭력이 느껴지고, 이주노동자 단속반의 폭력을 기억하면서 자본주의의 동일성에 치를 떨게 된다.

 

이 영화는 어린 청년의 사랑 이야기로 가장(?)하면서 전쟁, 이슬람이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 아메리칸드림같은 환상, 불법체류자의 삶, 개인화되고 자기중심적인 일상으로 가득찬 프랑스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가면이 벗겨진 프랑스 사회, 유럽의 자본주의가 영화 한편으로 바뀔리 없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오를 때 영화와 현실이 겹쳐지면서 다시 싸워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한다.
 

박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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