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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2호> 보육을 여성과 가정에 전가말라

보육을 여성과 가정에 전가말라

 

 

 

지난 9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이명박식 무상보육정책’을 폐기하고, 2013년 3월부터 시행예정인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0∼2세 보육지원 대상을 축소하고, 월 10만원의 가정양육보조금 지원을 통해 가정양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예견된 무상보육 정책의 폐기
 

2007년 대선, 이명박의 보육공약은 2012년까지 0∼5세 모든 아동의 무상보육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0∼5살 아이를 둔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작년 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특별지시로 급하게 통과되어 지난 3월 졸속 시행된 0∼2세 무상보육 정책은 7월부터 이미 지방정부의 보육재정 고갈 문제를 드러냈다. 정부와 국회가 고질적인 지방재정 부족문제에 대한 대책없이 급하게 안을 통과시켜서다.
지자체는 정부 탓, 정부는 지자체로 책임을 떠넘기며 국회 탓, 국회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과정에서‘선별지원’을 골자로 하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이 등장한 것이다.

 

 

보육지원체계 개편안,
차별과 성역할 강화

 

개편안은 전계층에게 지급하던 0∼2세 보육료 지원 금액을 양육보조금과 보육료 지원으로 나눠, 보육료 지원 대상자를 소득하위 70%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취학 전 학교과정이나 다름없어 사실상 의무교육 시스템에 준하는 5세 누리과정과, 3∼4세 누리과정에서 가정양육을 선택하는 부모들에게 양육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동은 부모의 소득수준과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질 좋은 보육을 누릴 보편적 보육정책이 필요하지만, 개편안은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배제·차별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은 보육시설보다는 양육보조금을 선택해 보편적인 보육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업주부와 맞벌이 여성을 나눠 보육시설 이용을 차별하고, 가정 양육을 권장하는 방식의 양육수당 방안은 보육의 책임을 개별 가정으로 전가하고 보육과 양육이 여성의 몫이라는 전통적 성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보육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예산이 있으면 시행하고, 없으면 알아서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질높은 공적 보육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이며, 모든 인간의 재생산 권리이다. 보육정책은 자본의 여성노동력의 활용, 국가의 저출산 대책을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모든 여성과 남성의 재생산 권리 및 평등한 양육 분담, 아동의 권리,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 보편적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확보, 국공립 어린이집 대폭 확충 및 전환, 더불어 보육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 무상 공공보육을 최대한 확대하는‘보육의 사회화’로, 아동은 질높은 공적 보육의 권리를 누리고, 여성은 양육·돌봄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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