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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5호> [표지기사] 복수노조시대 승리하는 현장투쟁의 전형을 만들어 민주노조운동의 부활을 꿈꾸자!

 

복수노조시대

승리하는 현장투쟁의 전형을 만들어

민주노조운동의 부활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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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심한 노동조합”

 
얼마 전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박종길 열사가 타임오프제를 빙자한 자본의 현장통제에 저항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종길 열사는 유서에서 ‘한심한 노조집행부’를 원망하면서도 희망의 노조, 희망의 노동현장을 염원했다. 그러나 노조집행부는 열사의 염원인 노조탄압분쇄를 눈감은 채 부랴부랴 장례를 치룸으로써 다시 한 번 ‘한심한 노조’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조합원대중의 고용파탄에 맞선 한진중공업투쟁이 노조지도부의 배신행위로 인해 절망의 나락으로 밀려날 판이다. 1차 희망의 버스가 한진중공업으로 가고, 7월 9일 2차 희망의 버스가 준비되는 즈음에 한진중공업지회 집행부가 직권조인으로 공권력투입을 사실상 ‘동의’했다. 금속노조 중집에서 한 대기업노조 지부장은 한진중공업 채길용 지회장의 직권조인을 승인해야 한다고 버젓이 주장했다. 또 다시 ‘한심한 노조집행부’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노동자의 한이 맺힌 85호 크레인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동지가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은 ‘희망의 버스에 편승’ 하는 이상의 투쟁계획을 내지 못하고 있다.
 

복수노조시대

 
이런 조건에서 7월 1일부터 하나의 사업장에서도 복수노조설립이 가능한 이른바 ‘복수노조시대’가 시작되었다. 첫날 76개 노조를 시작으로 7월 6일까지 144개의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 이중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는 54개의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 그런데 버스 택시 등 운수업종에서 민주노조쟁취를 위해 노조설립신고를 한 조직들은 대부분 상급단체를 두지 않았다. 조직결성 초기에 상급단체 문제에 걸리는 하중을 피해 나가려는 전술적 고려도 있겠지만, 대중적 신뢰가 실추된 민주노총의 견인력이 약화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조운동의 구심력 약화 때문에 복수노조의 애초 목적인 조직확대와 노조민주화 진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서울지하철노조 등이 제3노총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 5만 명 정도가 참여하는 ‘새노총 준비위’를 만들었다. 그동안 양노총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20여만 명과 복수노조 상황에서 추가로 만들어지는 노조들 그리고 삼성, 포스코 등 무노조 사업장에서 만들어지는 노조들을 모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투쟁일변도’를 비판하면서 노사가 상생하는 실리적 노조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복수노조 상황이 어용노조의 확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144개 신규노조 중 58개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만들어졌다. 한국발전산업 3개 본부, 서울도시철도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 등 그동안 민주노조의 조직력이 와해된 사업장에서 이탈이 가시화된 것이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떤 양상이 나타날 것인가?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와 과반수노조 배타적 교섭대표제에 대해 어용이든 민주든 조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기존 노조들은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자본은 그들이 필요할 때면 소수파 노조에 교섭권을 줄 수 있는 무기까지 거머쥐었다. 즉 필요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와 별도교섭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노조들은 자본과 어용세력의 공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과 제조업 대사업장에서 어용노조를 앞세운 자본의 공세가 예상되고 있고, 민주노조운동의 존립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연대로 승리하는 현장투쟁의 전형을 창출해야

 
복수노조는 노조결성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물론 자주적 단결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는 철폐되어야 한다.)그렇다고 복수노조가 곧바로 노조의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민주노조가 대중적 신뢰를 상실하면 복수노조는 어용노조의 확대를 초래할 뿐이다.
 
복수노조 시작 국면에서 자본은 그들의 언론을 앞세워 “노동대중이 민주노조의 투쟁일변도에 식상했기 때문에 노사상생의 국민노총이 성공할 것”이 라고 선동하고 있다. 노동대중이 진정으로 식상해 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투쟁을 포기하여 결국은 노동대중의 생존권을 사수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패배주의를 걷어내지 않는 한 민주노조운동의 약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는가? 

 
노조가 포기하다시피 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김진숙 동지가 85호 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고, 그 투쟁은 ‘희망의 버스’ 행렬을 만들어 내고 있다. ‘희망의 버스’가 ‘희망’인 것은 연대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연대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 질서를 넘어서서 만들어지고 있는 노동자민중 연대인 것이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유성기업지회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맞서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두 달 가까이 투쟁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연대투쟁이 소강상태지만 노동조합 지침을 넘어선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용산참사 투쟁에 연대했던 각계각층이 유성으로 발길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역시 희망을 만들어가는 노동자민중 연대인 것이다.
 
문제는 이제 패배의 행진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투쟁에서 노동자요구의 정당성이 폭넓게 확인되었고, 자본과 정권의 부당성이 충분히 폭로되었다. 그들은 오직 폭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연대의 힘으로 이 투쟁의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이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기아자동차지부가 유성기업 투쟁에 연대하고 금속노조 총파업과 민주노총 1만 결의대회를 유성기업 공장 앞에 배치하여 승리를 쟁취하자!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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