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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6/26
    호란의 다카포(9)
    금자
  2. 2008/06/08
    On the Road(3)
    금자
  3. 2008/06/01
    결혼식 대신 스윙댄스!(12)
    금자

호란의 다카포

빌려놓고도 한동안 일하는 곳, 책장 위에 오롯이 앉혀놓기만 했는데,

어느날 외부 회의에 가는 길에 뭐 읽을 거리가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집어들었다가

홀라당 호란에 빠져

이제는 무수히 들었던 클래지콰이의 노래들과  그녀가 피처링한 성냥팔이 소녀라든가, will you love me tomorrow?

등의 노래가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주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

호란이 부러웠다. 

부러워서 몸이 베베 꼬이다가 책 말미에 있는 여러 블라블라 인사들의 호란 소개 글은 '눈꼴셔서

못 보겠어,쳇' 쯤이 되셨다. (되둥그라졌기는 -_-)  

 

책에서 본 호란은

두 마리 페르시안 고양이에게 부비부비하고, 책을 읽고, 가사를 쓰고, 술을 마시고, 아날로그를 사랑하고

이해받고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사랑받고, 겉멋부리는 연애에서 호되게 차이고,

혼자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면서 므훗해하고(덩달아 나도 그 기운을 받아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하고) 

얼리 업댑터 아빠이자 어머니란 존재를 딸로서 존경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엄마의 딸이었다.

그리고 책과 음악과 관계, 경험을 엮은 망을 통해

'모든 관점 보텍스'를 겪어 본 듯한 사람으로 보였다.

'모든 관점 보텍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고문기구로,

우주의 광대함과 비밀을 가르쳐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해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기능을 한다.(p63) 

나도 호란처럼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군대 말고 '모든 관점 보텍스'에 내쳐졌으면 좋겠다.

그 고문기구를 거쳐서 사람이 우주의 미물로서 미물만큼만 욕심낼 수 있기를,

여기 저기, 어차피 미물인  서로의 존재를 기꺼이 가여워하고 그래서 감싸주는

뭉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었으면.

 

부러워서 몸이 베베 꼬여도,

김윤아라든가, 이상은이라든가, 그리고 호란 들이 많이 많이 나와서

그런 가수들이 주류에서 뜨고,

'아, 더 이상 뜨면 안 되는데' 하는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호란의 책장에서 밑줄그은 책들, 나도 볼 테다!

 

아르토 파실리나 <기발한 자살여행>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제레드 다이아몬드 <섹스의 진화>

 

-호란의 쥬크박스 중

 

Beth Gibbons

 

Rebecca Pidgeon

 

Jeff Buck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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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여행, 커피, 뜨거운 물로 날마다 샤워하기."

내 생활의 세가지 계륵.

 

뜨거운 물로 날마다 샤워하기,는 작년 겨울 11월부터 고치기 시작해서

요새는 이틀에 한 번 샤워로 완전히 안착! 

올 여름에는 '찬물로만 샤워해야지'로 진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짝짝짝!)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이용하거나 작은 카페에서 직접 볶은 것을 아주 연하게 마시는 '차악'까지는 갔지만

한국에서 나지 않는 커피를 아예 끊는 것은 못 하고 있다.

언젠가 친구 미물이 뉴욕에서 만난 한인 교포 중에 온 몸이 마비된 할머니 이야기를 해 줬다.

"이렇게 살 바에는 자발적으로 죽고 싶다"고 하루에 스무번도 더 생각하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커피 냄새가 방 안에 가득 흐르는 것을 맡고 누워있으면

"살아서 이 커피향을 아침마다 맡고 싶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도 나는 토요일 아침, 조용히 일어나서 전기포트에 물을 데우고

원두커피를 슬슬 갈아서 드리퍼에 올린 후 "코피 루악"하면서 맛난 커피를 내려마시고 있다.

("코피 루악"은 인도네시아에서 나오는 디게디게 맛난 커피라는데

나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 커피를 내리면서 읖조리는 것을 보고

영화도 너무 좋고, 그걸 읖조리는 식당 주인님도 너무 좋아서 따라하고 있다,)

뉴욕 할머니처럼 커피 향 때문에 살고 싶은 바램이 자라날 정도는 아니지만

커피는 토요일 아침, 휴일 아침에도

스스럼없이 일어나 너무나 기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

The corrs나 cardigans 노래를 아침에 크게 켜 놓고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죽을 때 주옥처럼 스쳐가는 하루의 모습에, 이 아침에 떡 하니 떠오를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여행,

쿠바를 갔을 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이에 찍어준다)

갔던 곳의 도장이 여권 곳곳에 찍혀 있다.

그러니까, 나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평생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랑질처럼 내세웠지만

비행기 한 대가 뜨면 자동차 팔만대가 일제히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효과가 난다.

 

작년에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영국의 여성환경연대 WEN에 연락했을 때 들었던 말,

"저희는 저희가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 갈 때만 비행기를 타요.

그 외에는 영상자료를 보내드려요."

그래서 프리젠테이션 자료만 받고 회의비 중 아주 작은 돈을 털어 단체 기부금으로 돌렸다.

히드로 공항 확장 문제로 영국환경단체들이 일제히 해외여행에 들어가는 에너지에 더욱 촉수를 세우고

비행기 탄소세나 뭐 이런 저런 대안(?)등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직후에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행, 특히 낯선 곳을 어슬렁거리는 장기 해외여행은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만 봐도 속이 콩닥콩닥 흔들릴만큼

매력적이다. 여전히.

 

여행이 없어도

오눌 아침 커피를 마시고 블로그글을 읽고 친구와 연락하고 촛불집회에 갈 생각을 하면서도 충분히 좋지만

카오산 로드에서 느꼈던 그 한 여름밤의 열기,

슬러퍼를 찍찍끌고 과일 주스 봉다리를 손에 끼우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혹독하게 덥고 절절하게 한국소설이 읽고 싶고 혹독하게 외로울 만치

온전히 홀로, 인 나로 부유하고 있다는 자각과

그런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느낌.

그런 것들도 나를 못견딜 만큼 행복하게 한다.

 

<온 더 로드>는 장기 어슬렁 해외여행에 대한 그런 느낌을,

너무 내 맘같이 써 놓은 장기 해외여행 여행자에 대한 인터뷰 글이다.

특히 카오산 로드로 가는 길, 거기서 느꼈던 여행자들이 내뿜는 열기들.
(나 역시 카오산 로드가 태국이 아니고 거기서 느꼈던 부정적인 생각이 있지만
다 접고 여행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말이쥐)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를 두 달 여행하고 태국 공항에 처음 접어들었을 때

고가도로를 훤히 밝히며 카오드 로드까지 뻗어있던 그 길에서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여행,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해야 할 일 없이 늘어진 시간들,

그리고 연유가 듬뿍 들어간 달달한 얼음 봉다리 동남아 커피와 찍찍 끌고 다녔던 게다짝이 그리웠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즐기는 건 작고 예쁜 카페를 찾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되었다.
외국까지 가서 가장 좋은 게 고작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이냐고 타박하는 친구도 있지만

커피 한 잔이 주는 한가한 시간은 더할 나위없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p57)

-여행이란 어쩌면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달과 6펜스>를 보니까 이런 대목이 있어요. 자기가 살아야 할 곳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 거라고. (65)
 

-나이 예순이 되어 두 손 맞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부부로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까... (195)

-내가 나인 게 미안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

여행을 하면서 사회가 날 어떻게 볼까 고민하는 대신 좀 더 나를 인정하게 됐다고 할까... (263)

-사람들을 나와 구별하려고 하면, 정작 힘들어지는 건 자기 자신이거든. 나와 다르다는 걸 발견하면 그냥 안아주는 거야.

(268)

-낯선 세계에 온 몸을 던져놓는 일은 늘 흥미진진했다.

대단한 일들이 생겨서가 아니다. 익숙하지 않는 거리를 걷는게 좋았고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좋았다.

쓸쓸함마저도 좋았다. 그것은 자유였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자유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이 주는 기쁨은 언제나 나를 유혹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301)

가끔 일상을 떠나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은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여행은 바로 그런 시간일 뿐이다.(315)

-어떤 사람들은 여행이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행이 중독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중독은 겸손을 배운다는 여행의 의미에 어긋난다.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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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대신 스윙댄스!

31살,

결혼식에 불려나가고 결혼 안하냐고 채근당하고 결혼하는 친구들과 거리가 생기고.

비혼일지라도 결혼, 결혼에 연루되는 나이.

 

중국에서 공부하는 기묘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공무원 결혼이 젤 좋더라, 아주 둘 다 공무원인데 초 간단 식으로 빨랑 끝내더라고, 공무원 그거 하나 좋드라"

공무원과 초간단 결혼과의 상관성은 모르겠지만

친구 결혼식마저 초간단해서 좋을만큼 결혼식은 대개 지루하고 지겹다.

주발이는 웬만하면 돈으로 때우고 정말 축하해주고 싶은 친구의 결혼식만 간다,고도 했다.(난 돈이니, 시간이니?)

나는 무쟈게 사랑해도 결혼식 야외촬영을 고집하는 인간이라면 그 결혼 물리고 말만큼 신혼부부 거실벽에 붙은

결혼식 사진이 싫다. 그리고 결혼식은 그 결혼사진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똥파리 쯤으로 여긴다.

차라리 일본처럼 하객들 모두 엄청 멋내고 드레스 입고가면 조금이라도 룰루랄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드레스 사려고 쇼핑구 다니면서 돈 쓸 생각을 하니 것도 손사래질 쳐진다.

 

또 어쩌고 저쩌고 남의 결혼식에 연루되는 일이 생겨서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 있었더니

"너라면 어떻게 결혼할건데?"라는 질문이 들어왔디.

"흠, 난 비혼으로 살건데" 가 답이지만 이러면 대안도 없이 무능한 꼴통페미 -_-로 오해받을까봐

 만약 파트너와 함께 동거식이라도 한다면, 라고 바꿔 생각해봤다.

 

결혼식 야외촬영 할 에너지와 시간과 돈으로

같이 살 사람이랑 친구들과 스윙댄스를 배워서 야외에서 춤추고 맛난거 먹고 싶다.

(살사, 탱고는 나한테 너무 느끼혀)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스윙 초보 '지터박'을 배우고 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지루박이냐고 물어보는 너에게

아냐, 지터박이야, 라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했더니 현장용어로는 '지루박'이 맞았다.

뭔들, 좋아, 우리는 지루박 차차차.

더 많이 배우거나 바에서 화려하게 춤추거나 간지가 안나도 좋아.

그냥 너랑 손잡고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따라서 스텝만 맞으면 돼.

유럽 여행이라도 같이 가게 되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밥 먹다가 일어나

가볍게 춤추고 다시 앉아서 차 마시는 곳 같은 데서 나도  너랑 가볍게 스윙 저터박 한 번. 

 

 

너랑 같이 살든 못 살든, 고잉 온 하든 깨지든, 동거식을 하든 못 하든,

너와 함께 결혼식보다는 스윙댄스를 배우는 지금이 좋아.

 스텝 스텝 라아~ 스텝,  결혼하는 커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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