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티

나의 화분 2010/07/03 05:38

6월 25일에 두리반에서 빨갱이들 다 모이는 음악회를 하자고 해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도 월드컵 응원하려고 빨간 티를 입고 왔냐고 묻는다.

난 월드컵이 뭔지 모른다.

하긴 요즘 거리에 보니 붉은색 티셔츠는 많이들 입고 다니긴 하더라만, 사람들은 넘겨짚기를 잘 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엔 서울시청 앞에 집회가 있어서 거기 다녀왔는데, 아는 사람이 어디 갔다 왔냐고 해서 '서울시청 다녀왔다'고 했더니 '안중근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 다녀온 거 맞죠' 한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나는 누가 100만원을 주면서 안중근 기념 콘서트 따위에 가라고 해도 안간다.

소중한 내 시간을 월드컵이나 안중근 같은 것에 낭비할만큼 나는 여유롭지 않다.

 

헐, 2006년에 포항제철과 싸우다 진압경찰에 맞아서 죽은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하중근은 알아도 안중근은 누군지 모르겠다.

경찰은 하중근의 뒤통수를 소화기 같은 물체로 가격했고, 그것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가 때렸는지 밝히지 못하겠다고 하고, 검찰에서도 가해자를 밝힐 수가 없다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 아무도 처벌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고 하중근 열사를 죽인 경찰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권력은 결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시간이 20년-30년이 지나 더이상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먼 후대 사람들이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권력이, 또는 강자가 가해자일 때는 항상 그렇다.

용산참사가 그랬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중학생이 그랬고, 이태원 버거킹 화장실에서 두 명의 미군에게 살해된 조중필 씨도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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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3 05:38 2010/07/0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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