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까 민중의회가 만들어지다

경계를 넘어 2006/11/07 17:24

6월 14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다음날 파업 중이던 와하까의 교사들은 와하까 시내 중앙광장을 다시 장악하게 된다.
애초 교사들의 열악한 교육 현실 개선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시작된 와하까 민중투쟁은 이제 부패하고 무능한 주지사인 율리세스 루이스 오르티스(URO)를 하야시키는 것으로 발전되어 있었다.
부안군민들이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강제로 부안 위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 한 김종규 군수를 몰아내기 위해 그렇게 줄기차게 싸웠던 바로 그 모습이 6월 이후 멕시코 와하까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부안군민들의 요구를 단 하나의 구호로 압축하면 '김종규 퇴진'일텐데, 와하까 민중들 역시 같은 구호를 내걸었다.

 

“Ulises ya cayó, Ulises ya cayó(율리세스는 끝났네. 그는 추락했네)”

 

이 구호는 마치 평택 농민들이 내걸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구호 '올해도 농사짓자'처럼 지금도 멕시코 전역을 달구고 있는 구호다.
혹시 조만간 멕시코를 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구호를 외우기 바란다.
이 한 마디로 그곳 민중들과 금새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들의 80%가 제도혁명당(PRI) 소속의 주지사 오르티스를 반대한다는 통계결과도 나왔다.
교사들은 밤이 되면 와하까 시 중앙광장 근처 학교 등지로 흩어져 잠을 자고 날이 밝으면 다시 광장으로 나와 시내 점거를 계속하며 파업 투쟁을 이어나가게 된다.
시민들은 교사들에게 음료수와 빵을 제공하며 전날의 폭력적인 기억을 떨쳐내고 6월 16일 예정된 3차 와하까 대행진(mega-march)을 준비하게 된다.

 

6월 16일의 와하까 대행진에 참석한 시위대의 숫자는 어림잡아 40만명이라고 한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오르티스의 퇴진과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고, 와하까 민주화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멕시코 전역에서 모여든 것이다.

 

생각해보라.
멕시코 전역에서 구호를 외치며, 깃발을 흔들며, 걸게천을 휘날리며 와하까 시 중앙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40만명을.
이들의 평화행진을.
이같은 대중적인 평화대행진에 모든 분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이런 광범위한 연대가 가능했기에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가진 와하까 민중의회가 곧 만들어 질 수 있게 된다.

 


사진: María Meléndrez Parada, La Jornada

 

라디오 방송국이 경찰에 의해 파괴된 뒤에도 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활동가들은 다른 라디오 방송국(Radio Universidad, 1400 AM)을 점거해 생방송으로 정보와 내용들을 알려나가게 된다.
어떤 내용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와하까 주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을까??
각 단체들의 모임과 회의 장소 공지, 경찰측의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라디오에서 정치연설을 하기도 한다.
시를 지은 사람은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노래하는 사람은 라디오를 통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경찰의 탄압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을 위해 복수를 합시다"고 절규하며 울먹이던 동료 교사의 생생한 목소리 역시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주지사 오르티스는 6월 14일의 폭력진압에서 사망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교사들은 라디오를 통해 20명의 교사가 연행되고, 8명이 실종되었으며, 교사 2명과 아이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수백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르티스는 '와하까 사태(이런 단어는 정부측에서 사용하는 단어다)'로 기업인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와하까 주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자본가들에게 호소했다.
기업활동이 마비되면 경제가 마비되고 자본가들은 이윤을 긁어모을 수 없다면서 경찰력의 투입을 종용한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땅의 수구언론이 벌이는 짓거리와 너무도 유사한 방법이다.

 

와하까 민중들은 지배세력의 이런 공격에 맞서 주정부를 쫓아내고 와하까를 자치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6월 17일 와하까 민중의회의 첫번째 모임이 만들어진다.
첫번째로 열린 와하까 민중의회에는 85개 와하까 정치사회운동단체 대표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대표 170명이 참여한다.
170명의 대표자들 가운데는 교사노조, 노동조합, 사회정치조직, 인권단체, 비정부기구를 비롯해서 시민, 소작농, 군민 등 와하까 주 전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소집되고 개최된 와하까 민중의회에서는 첫번째 요구사항으로 주지사 오르티스의 퇴진을 내걸게 된다.

 

민중들의 이런 움직임을 보고서 오르티스 주지사도 가만 있지 않았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1인당 1천페소(한국돈 약 십만원 가량)씩 몰래 지급하면서 '오르티스 지지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의 수구냉전세력들이 노인들을 모아서 몇 만원씩 쥐어주면서 안보 위기를 억지로 이어가려고 하는 짓거리와 너무도 닮아 있어서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와하까 민중의회는 선언문을 발표하는데, 입법권과 행정권 그리고 사법권 모두를 민중의 이름으로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주정부를 밀어내자는 구호만을 외치지 않고 실제로 민중들이 대안정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차근차근 해나가게 된다.
한편 와하까 주에서 10개 군이 와하까 민중의회에 속하게 된다.
한 달 전 멕시코 정부에 의해 참혹한 탄압을 당했던 아텐꼬의 주민들도 와하까를 향한 평화행진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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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17:24 2006/11/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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