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토의 상상, 개토가 쓴 글, 그리고 찍은 그림들.'에 해당되는 글 262건

  1. 2007/08/16
  2. 신념 (2) 2007/07/27
  3. 체온 (4) 2007/07/24
  4. 휘파람을 불면 기분이 좋아 (1) 2007/07/22
  5. (6) 2007/07/17
  6. 탄생설화 (16) 2007/07/12
  7. 조니뎁과 9.11 (4) 2007/07/10
  8. 푸른 수염의 개토 (11) 2007/07/10
  9. 토요일 아침 2007/07/07
  10. 누드 (5) 2007/07/05

from 2007/08/16 00:27

날씨 탓일까?

지겹게 떨어져내리는 우울하고 지치고 닳을때로 닳아빠진 물방울들 때문일까?

아니면, 무지막지한 더위 탓인가?

어떻게든 버텨볼만은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된다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더위 탓인가?

 

어떤 호칭으로도 부르고 싶지않은 그 자의 탓인가?

뇌속에 엉성하게 꾸역꾸역 넣어진 건조한 솜같은 기억들, 생각들, 이어지는 기분나쁨들.

그 때문인가?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는 전화에 대고 무섭게 소리를 질러댄다.

차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들이마시면서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더위와 빗줄기와 21세기 도시적 고통의 상징이 된다.

 

빨간 원피스의 허리띠는 고정끈을 하나 빠뜨린 상태였다.

살짝 비틀린 고정끈이 하얀 실밥을 드러내고 뒤집혀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터질 것 같은 루이뷔통 가방과 아예 닫히지 못해 열린 또 하나의 가방,

분홍색의 무거운 악세사리들이 중력처럼 작용할 것만 같은 분홍색 핸드폰,

핸드폰에 연결된 검은 이어폰, 역시 루이뷔통의 손지갑,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의해 결박당한 손에 애처롭게 매달린 캔커피.

그녀는 높은 힐 뒤축의 끈을 대충 밟아 신고 있었다.

커다란 머리띠로 고정시킨 머리카락들 아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었고

위태롭게 지워질 것만 같은 짙은 화장이

더위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화가난 그녀를 무섭게 보이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30대 중후반임에 틀림없다.

 

그럭저럭 그녀는 특별하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보다는 재미있기라도 하다.

주렁주렁 백을 끌고 캔커피를 따서 마시며 8차선 강남의 도로를 무단횡단해버리는 그녀.

 

생각해보면 그녀는 정말 흥미롭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8차선을 횡단하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잦아드는 비평과 더위와 기다림과 뜨겁고 무거운 공기의 이동,

피곤함, 무관심한 짜증 등이다.

 

아마도 날씨탓이다.

이런 날들에는 어떤 열정도 대기중에 눅눅하게 번져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대단하다.

그녀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미친듯이 화내는 자신을 연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의없고 번잡스러운 여자,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여자.

신발을 꺾어신고 8자로 무단횡단을 서슴지 않는 여자.

 

그녀의 연기는 잠시 강남의 공기를 단단하게 만들정도는 되었다.

 

홍상수 영화에 나올 법한 그자의 연기도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것이었는지 모른다.

 

묘사불가능. 구토 유발.

 

어떻게도 안써지는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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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00:27 2007/08/16 00:27

신념

from 2007/07/27 14:14

[저 소리는 뭐지? 아가, 저 소리가 나를 두렵게 하는 구나.]

[용역들이 들어오는 소리에요. 엄마, 이제는 나가셔야 해요.]

[저 사람들이 널 잡아가면 어쩌니? 잡아가서 어두운 곳에 가두고, 모진 매를 때리면 어쩌니?]

[엄마, 괜찮아요. 저는 예술가가 될거에요.]

[그렇구나. 엄마는 언제나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그런데, 예술가는 뭘하는 사람이니, 얘야?]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엄마, 세상에는 저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게 많이 있어요

 어떤 아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굶어서 죽는대요.

 무서운 병에 걸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채로 길거리에서 개들에게 먹히는 사람들도 있대요.

 집채만한 미사일이 날아와서 수백명을 한꺼번에 죽이기도 한대요.

 그렇게 끔찍하고 추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예술가에요.

 예술가는 쓰러지지 않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해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신념.

 아름다움이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으니까.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굴러다니는 거에요. 먼지 덩어리처럼.]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되면 좋겠구나! 다함께 싸우면 좋지 않니!]

[엄마, 이제 나가셔야 해요.]

[몸조심해라. 얘야. 죽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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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14:14 2007/07/27 14:14

체온

from 2007/07/24 01:37

목이 마르다.

 

목이 말라서,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났다.

어둠속에서 그의 체온만이 느껴진다.

 

성급하게 달려서 작업실의 컴퓨터를 켜고, 아주 잠깐 생각한 뒤 전등을 켰다.

목이 말라.

컴퓨터가 부팅되려면 조금 시간이 있다.

 

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용서를 구한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싼다.

가슴 한 가운데의 오목한 부분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다.

그의 생명이 태고의 깊이로부터 현재의 나에게 전달된다.

그의 생명은 언제나 나의 현실보다 조금 앞선 과거다.

확실한 것은 체온 뿐, 그의 체온은 그의 것이기보다 나의 현실에 속한다.

 

목이 마르다.

이 목마름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영영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아시스를 찾는 일은 힘이 들기도 하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기도 한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는 일에 완전히 매몰되어있어서, 너무나 집착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런 상태로 아주 오래 지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힘이 들 것도 없다.

나는 느긋하게 리모콘을 들고, 마우스를 쥐고 앉아 나무늘보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아시스는 결국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쉬지 않고 보는 것 뿐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지치지도 않아.

지칠만큼 품이 드는 일도 아닌걸.

 

나는 이제 너무 무심해졌어.

물 맛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10년 전에는 너무 많은 오아시스를 발견해서,

한 오아시스에서 겨우 한모금씩의 물을 마시거나,

발이나 담그고, 기껏해야 가벼운 목욕정도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오아시스들은 그 뒤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둔감해졌어.

신선하고 차가운 물 맛을 잊어버렸어.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 눈과 코를 당기는 강렬한 자극.

한방울 만으로도 뿌옇던 세상이 맑아지게 만드는.

뇌주름 구석구석까지 쌓인 모래먼지를 들어내고 척수를 듬뿍 적셔

미세한 삶의 진동을 느끼게 해주는 물,

나는 목이 너무 말라.

 

나는 정말로 목이 말라.

 

누군가 독을 풀어 놓은 걸까?

죽은 오아시스들.

검은 시체들이 굳은 진흙더미처럼 놓였다.

거대한 물소의 뱃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뜨거운 사막의 태양아래에서 물소의 뱃속은 따스하다.

끈적끈적하고 부드럽다.

 

나는 물소의 뱃속에서 흐느껴 운다.

잠시 쉬어야 겠어.

나는 너무 지쳤어.

파리들, 파리들이 싫어.

잠이 든다.

 

 

'녹차랑 먹을래, 된장국이랑 먹을래?'

'키스해줘.'

우리는 키스를 하고 잔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착취의 먹이사슬에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되었다.

대형마트에서 사온 초밥을 녹차와 먹으면서.

 

키스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세상의 잔인한 걸 하나만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턴 끝이 없어. 난 이제 더이상 못 견디겠어.'

내가 칭얼대면 그는 내 머리를 그의 어깨에 갖다댄다.

 

하지만 나는 정말 더이상 못견디겠다.

우리는 왜 눈앞의 행복을 가질 권리가 없는걸까?

 

생리가 끝나서 가슴이 작아졌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가슴이 풍선처럼 바람이 빠진거야.

가슴가득 터질 듯이 몰려들었던 피가 덕지덕지 딱지처럼 굳어서 떨어져 나가버렸어.

 

나는 이제 무심하고 둔감하고 타인의 감정에 부주의해.

차라리 표현하지 마.

만나지마.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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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4 01:37 2007/07/24 01:37

휘파람을 불면 기분이 좋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휘파람을 불어 보자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면 더 좋아

 

밝고 신나면서 조금은 슬픈 음악이라면 더 좋아

곡조에 맞춰 힘차게 휘파람을 불어 보자

 

휘파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휘파람은 기적처럼 흘러나온다네

 

마음에서 나오는 대로 휘파람을 불어보자

악보는 필요없어

내 몸에 흐르는 음악을 모아 입술사이로

세계와 공명해보자

 

휘파람을 불면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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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12:41 2007/07/22 12:41

from 그림 2007/07/17 02:03

피곤하기는 한데, 잠이 안온다.

툭하면 그러니까 뭐...그러려니 하면서도...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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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02:03 2007/07/17 02:03

탄생설화

from 그림일기 2007/07/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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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2 20:14 2007/07/12 20:14

조니뎁과 9.11

from 책에 대해 2007/07/10 21:31

헌터 S. 톰슨의 'September 11, 2001' 중에서

 

...

조니 뎁이 일요일 밤, 프랑스에서 전화를 해서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없어.' 나는 말했다. '전혀 없어. 내가 아는 한, 그는 유령이야. 왜 묻는 거지?'

'나는 그가 너무 무서워.' 그가 말했다. '프랑스 전체가 겁에 질려있어...나는 완전히 맛이 가서 공항으로 달려갔었는데,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 비행기가 취소되어있었어. 미국으로 가는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었어.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제정신이 아니야.'

'여기도 마찬가지야.' 내가 말했다. ' 여긴 거의 모든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야.'

'신경쓰지 마.' 그가 말했다. 'Jet-Colts 경기에서는 누가 이겼어?'

'경기가 없었어.' 내가 말했다. '이 나라의 모든 운동경기가 취소되었어 - 심지어 <월요일 밤의 풋볼>까지.'

'그럴수가!' 그가 말했다. '그건 말도 안돼! TV에 경기가 안 나오는 월요일 밤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주식 시장은 어때?'

'아직 아무 일도 없어.' 내가 말했다. ' 6일째 폐장상태야.'

' 오 놀랍군.' 그가 중얼거렸다. ' 주식시장도 없고, 풋볼도 없다 - 이건 심각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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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뎁과 친구라니.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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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21:31 2007/07/10 21:31

푸른 수염의 개토

from 그림일기 2007/07/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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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10:53 2007/07/10 10:53

토요일 아침

from 그림 2007/07/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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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7 12:07 2007/07/07 12:07

누드

from 그림 2007/07/0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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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21:13 2007/07/05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