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자제요

from 우울 2007/01/10 13:05

대략 2주정도, 블로깅자체자제기간을 선포하려고 합니다.

등록금을 벌어야 하거든요.

매일 들어와는 보겠지만, 포스팅을 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렇고,

iPhone을 너무 갖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못쓴다니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스티브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CDMA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뭐 그런 생각 중입니다.

개토는 iPhone CDMA가 우리나라에 출시되는 날, iPhone을 사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언젠가 그날이 올때까지, 개토는 절대 핸펀을 바꾸지 않을겁니다.

그때까지 개토의 7살쯤 된 스타택이 버텨줄 수 있을까...배터리라도 하나 새로 사줘야겠다 싶네요.

 

그건 그렇고,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들이 노쇠해가는 것이 느껴져서 서글퍼집니다.

스캐너가 그렇고, TV가 그렇고, 개토의 애지중지 스타택도 그렇고, 컴퓨터들도 그렇고

같이 늙어가는 군요.

 

그럼, 어흥~

 

만렙의 꿈이 멀어져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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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3:05 2007/01/10 13:05

이것은 파이프?

from 2007/01/09 00:13

나는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왜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을까?

파이프의 광택때문이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로 되어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은 나무로 되어있었으며,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르고 두툼한 은에는

용과 알수 없는 식물의 줄기 혹은 얇은 잎사귀들이 화려하게 새겨져있었지만

오랫동안 닦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어두운 회색이 되어버려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세가지 소재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반사하고 또 흡수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둔탁한 흐름이 일관성있게 파이프를 감싸고 있었다.

오후 3시의 햇빛은, 드라마틱하게 강한 음영을 파이프 아래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스케치북, 조금 보충해서 말하자면,

독일의 큰 화방에서 산 A4 크기의 Esquisse 프랑스제 스케치북에는

실제크기와 거의 흡사한 크기의 파이프가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6B 1.5cm짜리 흑연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처럼 그려져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이 나무처럼 그려져있었고,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띠처럼 그려져 있었다.

은띠위에 강한 음영의 대비를 통해 긴 용과, 서로 연결된 긴 줄기들, 잎사귀들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위에 연필선을 더 그어 은띠를 좀 바래보이도록 할 예정이었다.

지우개로 몇몇 부분을 찍어내어 밝은 부분을 더 밝게 보이도록 해서

나는 드라마틱하게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손님이 왔어요.]

그가 들어와 내 그림을 5초간 바라보고는, 혹은 보는 것처럼 눈동자와 어깨를 그림쪽으로 하고는

창가로 가서 파이프를 무심코 들어올렸다.

[예쁜 파이프에요.]

그는 파이프를 원래 있던 자리이거나 혹은 다른 자리에

원래 차지하고 있던 공간의 형태대로, 혹은 전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아주 집중해서 정신이 아찔했다.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가 주세요.]

그녀는 그에게 명령했고, 그는 파이프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8cm정도 높이에

바닥에 닿는 뒷굽이 직경 5mm정도 되는 아슬아슬한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몸에 잘 붙는 반짝이는 보라색 스타킹에 목까지 올라오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그녀와 아주 잘 어울렸지만,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혹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때마다

그녀자신과 그녀의 옷차림이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혹은 너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이 아찔해졌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해주세요.]

그녀는 성급하게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과정은 아주 간단해서,

목부터 엉덩이의 갈라지는 곳까지 연결된 지퍼를 내리자 원피스가 벗겨졌고

보라색 브래지어를 풀자 밋밋한 가슴이 나타났고

스타킹을 벗자 성기를 조이고 있던 작은 보라색 팬티가 나타났고

팬티를 벗자 쪼그라들어있던 둥근 페니스와 음낭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타킹과 팬티를 벗은 후에 다시 하이힐을 신었다.

그리고 창가에 가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녀를 세워둔 채 그녀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기분이 상한 듯 했다.

그러나 옷을 벗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옷을 벗으려 했지만, 입은 것이라고는 티셔츠와 면바지 뿐이어서

오래 걸리는데 실패했다.

방안은 춥지는 않았지만 따듯하지도 않아서 그의 페니스와 음낭도 역시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를 그녀와 내 스케치북의 정중간에 세웠다.

자세는 상관없었다.

공간과 거리가 중요했다.

 

[그리믈 그뤼눈 동안, 브레이두르느그튼 으유기를 흐스여 .]

그녀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내게 명령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던 공간은

그녀로부터 벗어나 어딘가에 공룡의 발자국 화석처럼 텅 빈채로 남겨져버렸다.

나는 그 화석으로부터 정신을 뗄 수가 없었지만 화석은 과거의 어느 곳으로 이미 이동되어있었다.

 

나는 새 8B 연필을 다듬었다.

연필을 다듬으면서 블레이드러너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했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녀의 목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있었어. 그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었지. 인형은 나무와 실과 쇠조각, 유리알, 털실뭉치, 각종 천, 솜뭉치, 종이로 만들어졌어. 그의 인형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나 여자들의 생일, 기념일 등을 무마하기 위해 선물되어 졌지. ]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가 비트는 공간에 의해 그녀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이상한 형태로 맞추어졌다.

나는 그녀의 목 아래에 그녀의 눈을 그리고 눈 옆에는 유방과 성기를 그려넣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그가 여느때처럼 인형을 만들고 있을 때,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한 여자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에 무언가가 꽂인 것 같아요. 이대로는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는 인형의 웃옷을 벗기고 하얀 천 안에 하얀 솜을 가득넣어 만든 가슴을

날카로운 면도날로 갈랐어.

그녀가 몸을 구부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넣어진 철사조각의 끝이 그녀 심장을 찌르고 있었지.

그는 철사를 바로 넣고 목부분의 철사와 단단하게 연결해서

철사가 다시 그녀의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만들었어.

[자, 이제 일어나봐. 아프지 않을거야.]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어. 왜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지.

원래 들어있던 솜들은 조금도 빼놓지 않고 다 넣었고

가슴의 상처도 감쪽같이 하얀실로 잘 꼬맸는데,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유리알로 된 두 눈은 변함없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지.

 

그녀는 이제 파이프가 되어있었다.

파이프는 그녀가 되어 그녀를 입에 물고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는 쉴새없이 움직여대서 나는 그를 그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그는 그려져 있었다.

 

또 다른 어느날, 다른 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눈이 뜯겨져 나가고 없었지.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아요. 그녀가 내 눈을 뜯어버렸어요.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내 눈을 돌려주세요.]

그는 가장 근사한 보라색 유리눈알을 찾아내어

그의 눈에 꼭 맞게 다듬고 그가 원하면 감을 수 있도록 눈꺼풀도 만들어 주었어.

그러나 그역시 수술이 끝난 뒤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그녀는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혹은 파이프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연필을 내려놓고 그녀 혹은 파이프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내일 다시 오겠어요.]

그녀는 혹은 파이프는 그녀가 옷을 벗은 순서를 거꾸로 짚어가며 옷을 입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온 문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너무나 서글퍼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따듯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석탄더미 같았다.

 

나는 그날 그린 그림을 들고 케이를 찾아갔다.

빵을 사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케이는 의외로 선선하게 넉넉한 돈을 주었다.

 

[돈을 줄테니 여기로 가서 사람을 좀 만나.]

 

나는 돈과 함께 [파이프]라는 상호가 박힌 성냥갑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가 거리에 서있는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성냥갑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파이프]는 걸어서도 갈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케이의 집에서 케이의 집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세블럭을 걸은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두블럭을 걷고 다시 오른쪽으로 한블럭을 걸으면

왼쪽에 [파이프]로 들어가는 검은 문이 있다고 했다.

나는 케이의 집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세블럭을 걸은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두블럭을 걷고,

다시 오른쪽으로 한블럭을 걸었는데 검은 문이 없어서 조금 더 걸었더니

[그녀]라는 흰글자가 적힌 검은 문이 나타났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들어왔다.

[파이프] 안에는 그녀와 나, 둘 뿐이었다.

그녀는 파이프를 닮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상아로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원피스는 나무로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스타킹은 은으로 된 것 같았다.

스타킹에는 잘 알 수 없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케이에요.]

[케이는 남자인데.]

[흔한 이름일 뿐이죠.]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거죠? 왜 나를 찾아왔던 거요?]

 

내가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그녀는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죠?]

[나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뿐이에요. 당신은 모델인가요?]

[모델같은 건 해본적이 없어요. 저는 킬러죠.]

 

[당신을 나를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나요?]

나는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케이는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나는 그에게 빚이 있었다.

사실은 빚이 없었지만, 그는 많은 돈을 팔리지 않을 그림과 바꿔 주었다.

그는 나에게 신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돈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면 그냥 주지 않으면 될 것을 왜 죽이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내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대답했다.

[저는 이 시간에 이곳에 오도록 명령받았어요. 총을 가져오기는 했죠.]

 

[케이가 시킨 건가요?]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킬러는 자기스스로에게 명령하지 않아요.]

 

그녀는 케이를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누가 그녀에게 이곳에 오도록 명령한 걸까?

나는 불안해져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야.]

[배가 고파요. 언제 돌아오는 거지?]

[곧 갈거야.]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응.]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떤 건가요?]

[사람은 죽인다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해요. 어느 순간과 공간에 삶을 고정시키는 거죠. 그 후에는 죽음만이 남아요. 죽음은 영원하죠. 부패하고 잊혀지기는 하지만, 죽었다는 사실만은 영원해요.]

그녀는 준비된 대사를 읊듯이 감정없이 내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는 내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그림이 마음에 드나요? 저건 당신이에요.]

[나는 그림에 대해서, 한번도 마음에 든다거나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게 그려진 이상. 그림을 그리는게 힘들다면 그리지 마세요. 의견을 구걸할 거라면 뭣하러 그림을 그리죠? 차라리 이론가나 철학자가 되지 그래요?]

 

그녀는 킬러라기 보다는 술집여자같이 보였다.

 

[나를 죽일건가요?]

[당신을 죽여드릴까요?]

 

나는 보라색 원피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보라색 브래지어도 벗었고, 은처럼 빛나는 스타킹도 벗었다.

팬티를 벗으면서 나는 그를 생각했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 돈을 그에게 주세요.]

 

그녀는 파이프처럼 생긴 총이 되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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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00:13 2007/01/09 00:13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from 2007/01/09 00:05

나는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왜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을까?

파이프의 광택때문이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로 되어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은 나무로 되어있었으며,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르고 두툼한 은에는

용과 알수 없는 식물의 줄기 혹은 얇은 잎사귀들이 화려하게 새겨져있었지만

오랫동안 닦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어두운 회색이 되어버려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세가지 소재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반사하고 또 흡수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둔탁한 흐름이 일관성있게 파이프를 감싸고 있었다.

오후 3시의 햇빛은, 드라마틱하게 강한 음영을 파이프 아래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스케치북, 조금 보충해서 말하자면,

독일의 큰 화방에서 산 A4 크기의 Esquisse 프랑스제 스케치북에는

실제크기와 거의 흡사한 크기의 파이프가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6B 1.5cm짜리 흑연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처럼 그려져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이 나무처럼 그려져있었고,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띠처럼 그려져 있었다.

은띠위에 강한 음영의 대비를 통해 긴 용과, 서로 연결된 긴 줄기들, 잎사귀들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위에 연필선을 더 그어 은띠를 좀 바래보이도록 할 예정이었다.

지우개로 몇몇 부분을 찍어내어 밝은 부분을 더 밝게 보이도록 해서

나는 드라마틱하게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손님이 왔어요.]

그가 들어와 내 그림을 5초간 바라보고는, 혹은 보는 것처럼 눈동자와 어깨를 그림쪽으로 하고는

창가로 가서 파이프를 무심코 들어올렸다.

[예쁜 파이프에요.]

그는 파이프를 원래 있던 자리이거나 혹은 다른 자리에

원래 차지하고 있던 공간의 형태대로, 혹은 전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아주 집중해서 정신이 아찔했다.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가 주세요.]

그녀는 그에게 명령했고, 그는 파이프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8cm정도 높이에

바닥에 닿는 뒷굽이 직경 5mm정도 되는 아슬아슬한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몸에 잘 붙는 반짝이는 보라색 스타킹에 목까지 올라오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그녀와 아주 잘 어울렸지만,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혹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때마다

그녀자신과 그녀의 옷차림이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혹은 너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이 아찔해졌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해주세요.]

그녀는 성급하게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과정은 아주 간단해서,

목부터 엉덩이의 갈라지는 곳까지 연결된 지퍼를 내리자 원피스가 벗겨졌고

보라색 브래지어를 풀자 밋밋한 가슴이 나타났고

스타킹을 벗자 성기를 조이고 있던 작은 보라색 팬티가 나타났고

팬티를 벗자 쪼그라들어있던 둥근 페니스와 음낭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타킹과 팬티를 벗은 후에 다시 하이힐을 신었다.

그리고 창가에 가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녀를 세워둔 채 그녀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기분이 상한 듯 했다.

그러나 옷을 벗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옷을 벗으려 했지만, 입은 것이라고는 티셔츠와 면바지 뿐이어서

오래 걸리는데 실패했다.

방안은 춥지는 않았지만 따듯하지도 않아서 그의 페니스와 음낭도 역시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를 그녀와 내 스케치북의 정중간에 세웠다.

자세는 상관없었다.

공간과 거리가 중요했다.

 

[그리믈 그뤼눈 동안, 브레이두르느그튼 으유기를 흐스여 .]

그녀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내게 명령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던 공간은

그녀로부터 벗어나 어딘가에 공룡의 발자국 화석처럼 텅 빈채로 남겨져버렸다.

나는 그 화석으로부터 정신을 뗄 수가 없었지만 화석은 과거의 어느 곳으로 이미 이동되어있었다.

 

나는 새 8B 연필을 다듬었다.

연필을 다듬으면서 블레이드러너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했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녀의 목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있었어. 그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었지. 인형은 나무와 실과 쇠조각, 유리알, 털실뭉치, 각종 천, 솜뭉치, 종이로 만들어졌어. 그의 인형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나 여자들의 생일, 기념일 등을 무마하기 위해 선물되어 졌지. ]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가 비트는 공간에 의해 그녀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이상한 형태로 맞추어졌다.

나는 그녀의 목 아래에 그녀의 눈을 그리고 눈 옆에는 유방과 성기를 그려넣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그가 여느때처럼 인형을 만들고 있을 때,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한 여자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에 무언가가 꽂인 것 같아요. 이대로는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는 인형의 웃옷을 벗기고 하얀 천 안에 하얀 솜을 가득넣어 만든 가슴을

날카로운 면도날로 갈랐어.

그녀가 몸을 구부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넣어진 철사조각의 끝이 그녀 심장을 찌르고 있었지.

그는 철사를 바로 넣고 목부분의 철사와 단단하게 연결해서

철사가 다시 그녀의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만들었어.

[자, 이제 일어나봐. 아프지 않을거야.]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어. 왜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지.

원래 들어있던 솜들은 조금도 빼놓지 않고 다 넣었고

가슴의 상처도 감쪽같이 하얀실로 잘 꼬맸는데,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유리알로 된 두 눈은 변함없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지.

 

그녀는 이제 파이프가 되어있었다.

파이프는 그녀가 되어 그녀를 입에 물고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는 쉴새없이 움직여대서 나는 그를 그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그는 그려져 있었다.

 

또 다른 어느날, 다른 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눈이 뜯겨져 나가고 없었지.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아요. 그녀가 내 눈을 뜯어버렸어요.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내 눈을 돌려주세요.]

그는 가장 근사한 보라색 유리눈알을 찾아내어

그의 눈에 꼭 맞게 다듬고 그가 원하면 감을 수 있도록 눈꺼풀도 만들어 주었어.

그러나 그역시 수술이 끝난 뒤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그녀는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혹은 파이프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연필을 내려놓고 그녀 혹은 파이프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내일 다시 오겠어요.]

그녀는 혹은 파이프는 그녀가 옷을 벗은 순서를 거꾸로 짚어가며 옷을 입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온 문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너무나 서글퍼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따듯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석탄더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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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00:05 2007/01/09 00:05

아, 싫어...

from 우울 2007/01/08 18:49

어제는 생리를 시작해서 하루종일 잤다.

생리를 시작하면 나는 엄청나게 잠이 와서 정말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생리때문에 잔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무지 아깝다.

평소에도 많이 자지만, 내가 자고 싶어 자는 것과 잘 수 밖에 없어 자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보니 생리를 시작해서, 밥먹고 조금 뒹굴다가 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밥먹고 조금 놀다가 또 잤다.

 

안절부절, 오늘은 하루종일 우울증이다.

배도 무겁고,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고, 질과 자궁이 얇게 부풀어오른게 느껴진다.

뭔가 아주 약한 물건을 뱃속에 넣고 다니는 불안한 기분이 든다.

 

괜스레 냥들에게 화풀이를 해대고 옆에 와서 애교를 떨어도 모른 척하고...

이번달은 유난히 불편하다.

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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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8:49 2007/01/08 18:49

결과와 이유

from 우울 2007/01/08 16:22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결과가 대략 나왔습니다.

31명이 투표에 참여하셔서,

26명이 당연히 될 수 있다고 하셨고 5명이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왜 이런 걸 질문했냐면,

흠...사실 심각한 이유는 없었습니다...설문놀이를 해보고 싶었어요.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최근에 한 (남자인)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남자는 여자를 성적인 존재로만 보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냥 부정해버리기엔 저도 경험상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많아서 씁쓸했습니다.

 

매력있는 여자 = 성적으로 매력있는 여자 = 애인 => 친구가 될 수 없다

 

매력없는 여자 = 성적으로 매력없는 여자 = 관심없는 여자 => 친구가 될 수 없다

 

이런 등식이랄까요.

 

게다가 결혼을 해버린 뒤의 남자친구랑 너무 친하게 지내면

그 파트너와 매우 껄끄러워지니까...잘 지내오던 친구와도 멀어지게 되더군요.

 

이번에도 한 친구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 '이제는 못만나겠구나' 싶었습니다.

몰래 만나는 것도 한두번이고...기분도 안좋고...이렇게까지 해야되나(뭘?) 싶고...

 

결혼한 남자친구와 만났는데 상대가 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게 느껴져서

곤란했던 적도 있구요...여튼 복잡한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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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6:22 2007/01/08 16:22

그림자 이야기

from 2007/01/06 13:31

어제, 옛날 물건들을 들춰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때 쓴 일기장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존앤 비장하면서도 허무한 성격은 그때부터였던건가 봐요.

 

198X년 10월 4일 금요일

 

주제 : 그림자 이야기

 

밥 11시 학교 운동장에 그림자들이 모였읍니다. 이 학교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읍니다.

이 느티나무의 그림자가 그림자 회의를 열었읍니다. 드디어 모두 모였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가 입을 열었읍니다.

"여러분 저는 정말 불행합니다. 내 나이 100살이 넘도록 여행한 번 못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더 불행한 그림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 힘으로는 도와줄 수 없는 그림자입니다. 그 그림자는 주인이 아프기 때문에 누워만 있습니다. 우리 그림자의 신에게 우리가 그 그림자와 교대하면서 살아간다고 해봅시다.

"좋습니다!" "그럽시다" "옳아요!"

모두들 찬성했습니다. 그림자의 신에게 이야기를 했읍니다. 그림자의 신도 승락했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는 제일 먼저 교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잠시동안에 느티나무 그림자는 아이의 그림자로 바뀌었읍니다. 그 순간 아이는 죽었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와 함께.....

 

 

 

 

"~니다" 시설이었네요...일기장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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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6 13:31 2007/01/06 13:31

정말 궁금하여요

from 우울 2007/01/05 22:06
대답해보자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당연하지
불가능하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것인가?

이 글을 보고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은 12시간 내에 화장실에 가게 됩니다.

(한 IP당 한번만 투표가능 - 결과조작하시려면 좀 돌아다니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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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22:06 2007/01/05 22:06

조낸 행복

from 우울 2007/01/05 17:55

조낸 행복한 인생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블로깅이나 와우를 하고

손에서 1m 거리안에 있는 책들을 꺼내 중간중간 읽어주고

키보드에 얹혀있는 손 바로 옆에는 냥들의 귀여운 자태.

 

청소도 안하고 밥도 잘 안하고,

설겆이는 김상이 직접 하시오, 라고 개토가 먹은 밥그릇을 남겨두는

굉장한 인생이다.

 

인생의 황금기랄까.

이런 인생을 꿈꾸어 왔던 거잖아...

 

아마도 1월안에 이 행복은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이 즐겨야지...

만렙 찍어야지...

 

허거....글쓰고 나서 오늘 포스트한 글 수를 확인했는데, 7개다.......................

 

일곱개.

뭐 대단한 내용은 없으나 대략 1시간에 한번꼴로 올리고도 더 한 셈이다.

아주 신이 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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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17:55 2007/01/05 17:55

탈근대군주론

from 책에 대해 2007/01/05 17:37

신기섭 기자님과 인연이 있어,

그분이 번역하신 <탈근대군주론>을 지금으로부터 꼭 1년하고 이틀전에 선물받았다.

워낙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선물, 게다가 역자의 선물이라니,

정말 기쁘기 그지 없었다.

 

책받은 자의 예의로, 감사의 덧글한번 남겼을 법도 한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한번도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꾸벅~ (쉽게 넘어가려는...못보실지도 모르는데...)

 

흠...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까.

탈근대군주론, 이 책은 굉장하다.

 

우선은 어렵다.

거의 두페이지에 한명씩(혹은 더많이) 새로운 이론가와 실천의 예제들이 등장한다.

그 이름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마도 책을 펼치는 순간 압도당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보다도, 번역한 분께 정말 굉장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번역에 있어 인용문이야 말로 난감의 절정이 아닐까?

인용된 책들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채로는 번역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테니

인용된 책이나 사건들에 대해 느꼈을 역자의 부담이 내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재밌다.

나는 이 책을 이론서라기보다는 소설책같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은 소설이랄까.

중간중간 거부감이 생겼던 부분도 있었지만, 꾹참고 읽으면 저자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거대하고 즐거운 연대체' 이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보인다.

그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연대하므로 서로를 지배하거나 서로에게 폭력적이지 않게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 거대한 연대체를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건 그것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가능하다는 확신.

그런 믿음과 확신의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렇게 한 줄로 줄여놓으면 뻔하고 진부해보이는 문장일 뿐이지만

책을 읽으면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을까 아쉽다.

이런 책을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게 된다.

 

고등학교만 나온 내 동생이나(아, 동생, 미안, 지금은 전문대생이다),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개토가 한때 하던 멋진 것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 엄마,

아는척 하고 싶어하시고 나때문에 (말없이)민노당에 투표하시곤

민노당이 제일 낫지? 하시는  우리 아빠가(나름 비밀투표하신다)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사회주의 서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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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17:37 2007/01/05 17:37

 

 

그려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개토는 개토인가 개토가 아닌가

                                                 

현실세계에서 개토를 그리고 있는 개토와

종이/컴퓨터 속에서 개토를 그리고 있는 개토와

종이/컴퓨터 속에 그려지고 있는 개토 중 누가 진짜 개토일까?

 

혹은, 종이에 그려진 개토를 컴퓨터에 복사한 뒤에도 그 개토는 같은 개토인가?

혹은 누가 더 진짜 개토인가?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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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13:45 2007/01/05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