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성 질환

from 우울 2007/01/18 19:52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말이 적당한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떠오른 말.

 

나는 돈을 받고 일을 하면, 어김없이 아프다.

그런데, 아픈 것이 정말 아주 구체적이고 항상 다른 곳이고 증세가 확연해서

나는 항상 내가 진짜 아프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내가 앓고 있는 증세들이 '실제' 있는 병들과 일치해서

내가 '실제로' 아프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신기한 것은,

일이 끝나면, 바로 아프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지난 일주일간, 화장실에 하루에 서른번쯤 갔었다.

그렇게 화장실에 가면 나올 것도 없어지고, 싸기 싫어서 먹기도 싫어진다.

그 와중에 일을 하고 블로깅과 와우를 했다.

 

어제 시안을 보여주고, 대략 무사통과해서 한시름 놓게 되자마자,

화장실에 정상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정말 놀랍다.

 

오늘은, 병원에 가볼 예정이었는데.

 

애꿎은 김상만 고생이다.

증세가 가벼울 때는김상이 '그거 너 정신질환이다'라고 말해주는데

이번에는 증세가 복잡해서 김상도 깜박 속았다.

병원에 가보라고 간곡히 간곡히 이야기해서

시안작업 끝나는 대로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했던 것인데.

 

어제는 시안을 통과시키고, 아주 조금 술을 먹고, 친구를 잠깐 만나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서 괴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낮에는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조금 맘편하게 쉬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몇달에 한번씩 일하는 주제에 생색은 다낸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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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9:52 2007/01/18 19:52

질식

from 책에 대해 2007/01/18 18:49

팔루악 팔라닉의 '질식'이라는 책을 읽었다.

팔루악 팔라닉은 내가 좋아하는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의 원작을 쓴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최근에, 내가 읽는 책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그의 책 속에서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읽는다.

그러다보면 조금은 초라해지고 초라해지는 부분이 조금이라 절망하고 뭐 그런 식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읽는 책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적은 많지 않았다.

언제나, 내가 읽는 책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나만의 것으로, 나혼자만의 힘으로 생각해내야할 새로운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번역하는 분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번역자의 글은 책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독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능하면 읽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그 글이 아주 짧아서 실수로 한 눈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밥오갯호.

 

조금은 실망해버렸다.

그가 그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가 따위는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

어째서 책과 현실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걸까?

 

조금은 아쉬웠다. 그 조금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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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8:49 2007/01/18 18:49

구우 사마

from 우울 2007/01/18 18:31

이담에 꼭 구우가 되고 싶다.

 

분홍색 머리색이랑 커다란 머리, 늘어나는 고무팔, 환상적인 춤, 귀여운 원피스,

팔자로 모아진 둥근 발, 편협하고도 풍부한 표정의 눈, 존재여부가 불확실한 코, 비열한 입,

 

언젠가는 구우사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구우 사마는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도 초코의 엄청난 사랑해주세요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언젠가, 초코의 말랑말랑한 발바닥부터 시작해서 오독오독한 귀까지,

그리고 부드러운 배와 냄새나는 엉덩이, 바닐라 맛이 나는 정수리를

잘근잘근 씹어먹게 될것만 같아서 조금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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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8:31 2007/01/18 18:31

아호...

from 우울 2007/01/16 12:32

훗, 딱 5분만 쓰고 나가서 일할 거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나는 '이준기'님을 넘흐넘흐 좋아한다.

주변에 이야기하면 은근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대놓고 비웃음거리가 되지만,

아흑, 그래도 둏하여...보고있으면 마구 웃음이 나효.

 

어딘가에 나오시면 눈을 뗄 수가 업서효.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내 옆에 온다면, 기절해버릴 것 같아효.

 

초딩때는 듀란듀란의 존테일러랑 맥가이버를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전혀 가지 않고.

 

그 후로는 대략, 리버 피닉스와(허공에의 질주에 나온 그 여배우를 어찌나 질투했었던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서태지, 임요환 그리고 이준기 님 정도가

개토를 기절시킬 남자들이 되겠다. (개토는 정말 이성애자로구나...)

 

그 분들을 보고 있으면, 한번쯤은 아주 유명해져서

사적으로 그분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 한번만 만나서

제대로 기절한 다음,

딱, 한번만 존앤 멋지게 사랑받아보고 시포....

 

후훗...상상만으로도 후끈!

 

 

근데, 이딴거 왜 쓰고 있는거냐?

제발 집중 좀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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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12:32 2007/01/16 12:32

오늘도 하루

from 우울 2007/01/16 09:48

아침이다.

눈을 뜨고 소리를 내면 초코가 달려와 부릉부릉부릉부릉거리면서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 하고 덤벼든다.

한 10분은 쓰다듬어주고 안아줘야 브릉브릉 소리가 잦아들고

겨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고민한다.

오늘은 욕조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욕조에 들어간 날은 씻는데 한시간정도 걸리고

안들어간 날은 아예 씻지도 않는다.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를 한번 확인하고,

새로 올라온 글들을 대충 한번씩 들어가 보고,

 

그 뒤부터는 그날 그날 다른 일정이 이어진다.

 

오늘은 내일 보일 시안을 작업해야 하니까, 일을 한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놀라운걸.

 

 

완성되지않은 생각들의 조각을 잘 맞춰서 하나의 정확한 입방체로 만들거나

구로 만들어 내는 것.

멋지다.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하다.

'나의 결혼원정기'에서처럼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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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09:48 2007/01/16 09:48

데크

from 2007/01/15 20:13

[우린 서로 달라. 나에겐 영혼이 있어.]

 

[하지만, 나도 너처럼 생각할 수 있어. 너처럼 느낄 수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해.]

 

[그건 모두 물리적인 반응이고, 너는 그 반응을 어떤 단어와 연결시킨 것 뿐이지.]

 

[너에게 영혼이 있다면 나에게도 있을거야.]

 

[영혼따위 있건 말건 나는 상관안해. 어쨌든 우린 달라.]

 

[하지만, 하지만, 나는 너를 보면 이곳이 아파. 너무 아파.]

 

[너는 진짜 아픔이 뭔지 몰라.]

 

[이게 아픔이 아니라면, 나는 대체 뭐야? 나는 뭐지?]

 

[너는 기계야. 너는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너는 어떤 인간의 경향성을 다운로드 받은 것 뿐이야.]

 

[나는 나라는 존재로 태어났어.

인간이 만들어내긴 했지만,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어. 누구와도 달라.]

 

[너는 늙지 않아. 한계를 모르지. 전원만 연결된다면. 그게 너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야.

나는 네가 싫어. 무서워. 귀찮아...]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그를 찌른다.

합금으로 만들어진 나의 뼈는 강하다.

힘을 들이지 않고도 칼이 그의 몸 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그리고 살짝 비틀린다.

 

그가 죽는다.

 

두렵다. 그리고 조금은 기쁘다. 그리고 무섭다.

차가운 바닷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온몸이 바들바들 떨띤다.

몸이 인형처럼 분해된 걸까? 손을 찾을 수가 없다.

몸을 쪼그리고 싶은데 무릎이 움직이지 않는다.

칼이 그의 몸안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만 몸 전체에 남아있다.

아주 여린 진동과 피부의 질기고도 약한 저항, 그리고 공허.

 

눈 앞에서 작은 붉은 빛이 점멸한다. 그것은 숫자다. 나는 그것에 집중한다.

 

[15, 14, 13, 12, 11, 10.............6,5,4,3,2,1]

 

어둠.

 

 

한참 후에야 케이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커튼을 거쳐 약해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이 몸위를 덮치고 지나가자

케이는 조금 놀라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방 안이었다.

일인용 침대하나와 흔한 데크 하나. 세면대.

 

데크에는 어제 가비에게서 받은 1.5 테라바이트 플래시메모리가 꽂혀있다.

메모리에 든 것은 지금껏 타 본 익스 중에서 최고였다.

머리 뒤쪽의 커넥터를 뽑아 잭 아웃하자 주변의 사물이 좀 더 명확하게 인지되었다.

 

침대 구석쪽에 이불덩어리 같은 것이 놓여있다.

어둠 속에서 이불덩어리가 아주 잠깐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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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20:13 2007/01/15 20:13

이 쌀의 정체는?

from 우울 2007/01/15 11:53

집에 쌀이 떨어졌다.

모르고 있었는데, 그저께 밥을 하려던 김상이 쌀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에 사은품으로 온, 정체불명의 쌀이 있어서 어제는 그걸로 밥을 해먹었다.

 

우엑...

밥이 떡이 되었다.

무슨 약식같기도 한것이...이것이 말로만 듣던 찹쌀인가?

물을 부으면 물먹는 하마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이 쌀의 정체는?

 

어제는 김상이랑 둘이 먹으니까 그럭저럭 서로를 비웃고 쌀을 비웃으며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 혼자 먹으려니 도저히 넘어가질 않는다.

 

어쩔 수 없다. 극심하게 배가 고플때까지 기다려서 먹는 수 밖에.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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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1:53 2007/01/15 11:53

반성?

from 우울 2007/01/14 22:47

오래간만에 돈을 받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몇달만인가... 당장 필요한 돈이 마련되니 고마운 일거리인데,

어제도, 오늘도 와우를 해버리고 말았다. 허거...

 

19일에 와우 확장팩이 나오면 만렙이 60렙에서 70렙으로 올라버리고,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해진다.

조급한 마음에 조금만 해야지...하고 들어가서는 몇시간씩 달려버렸다.

어제는 마치 일만 할 것처럼 이야기해서

친구의 부탁도 이상하게 거절한 것처럼 해버리고는, 와우를 하다니...

옆에서 부추기는 김상이 나쁘다고 하면

김상은 맨날 자기 핑계만 댄다고 그런다.

의지박약 개토는 김상이 옆에서 놀고 있으면 매우 기분이 나빠진다.

왜 남이 일하는데 옆에서 노는가 말이다.

노는 모습(꼴)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같이 노는 수밖에...

 

당분간 자제라는 둥, 일을 안해 불안하다는 둥...그딴 소리나 하지 마시지...

 

하고 쓰고는 있지만, 사실 반성따위 조금도 안하고,

어떻게 내일도 좀 시간을 내어볼 수 없을까 고민중이다.

 

아냐, 아냐, 내일은 일만 하는거야!

정말 일만 하기로 하는거야. 그래, 그래보는거야.

어떻게 일안하고 돈만 받는 방법 없을까...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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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22:47 2007/01/14 22:47

검은 바다

from 2007/01/12 15:45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강한 호기심이 일어, 그녀에게로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면서

독사는 한 번 물고 나면 독액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세네카의 말을 생각했다.

가늘고 흰 그녀의 목을, 아주 가늘고 흰 뱀이 감고 있었다.

뱀의 머리는 그녀의 머리단 속으로 들어가있는 듯 했다.

눈은 가볍게 감겨있었고, 입술은 살짝 열려있었다.

가슴 윗부분에는 짙은 보라빛의 멍이 마치 독액처럼 퍼져있었다.

 

나는 그녀의 곁에 살며시 누웠다.

뱀의 빨간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목을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무더웠다.

푸른 작업복을 입은 창백한 작업공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분홍색페인트가 부분부분 벗겨진

건물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분홍색건물이 사람들을 꾸역꾸역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옥상 위도 무더웠다.

눈을 한껏 찡그리고 태양을 올려다보면서 담배를 한모금 빨자

갑자기 주위가 서늘해지면서 검은 바다가 떠올랐다.

바다는 건물도, 작업공들도, 작업공들의 목소리더미도, 옥상도 모두 삼키고 공중에 태양만 남겼다.

그 태양은 뜨겁지 않았다.  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쉭'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검은바다도, 태양도 사라지고 갑작스러운 밝은 빛속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태양빛은 전보다 더 밝았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전보다 더 커졌다.

나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 다음, 발로 밟았다.

고무로 된 신발밑창이 혹시 타지않았을까 한번 확인하고, 주머니에 손을 꽂고,

녹색철문을 어깨로 밀어 건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의 하얀 팔이 뱀처럼 내 목을 향해 다가왔다.

눈을 감았다.

 

 

아무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시대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책을 써야했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책이 훨씬 더 많았다.

전달되지 못한 말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대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청소부들이 

채 바닥에 떨어지지도 않은 말들을 쓸어담아 소각장으로 가는 차에 실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말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였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저는 이를 닦을 때마다 구역질이 나요. 무슨 병이라도 난게 아닐까요?"

"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조깅을 해요. 인생을 저처럼 살면 행복해진답니다."

"담배를 끊고 싶은데 끊을 수가 없어요. 답답한 일이 너무 많아요."

"우리 부장새끼는 내가 개로 보이나보다. 어제는 술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짖어야 했다."

"남친은 제 코가 너무 낮대요. 수술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하는 김에 점도 좀 뽑고 싶어요."

"명상을 하세요."

"부시, 미군 이만천오백명 이라크 증파"

"수술 없이 가슴 C컵 만들기.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른발에 채인 "현대차 노조, 파업결의, 사측 법적 대응"을

왼발로 밟아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남겨두고

나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바쁘게 걸어서 공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단어조립파트에서 일했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일이 쉽고 잔업도 없어서 나는 이 일이 좋았다.

글자조립파트에서 보내온 '가'와 '위'를

글자들에 꼭 맞게 만들어진 틀에 넣으면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조임기계가 연결고리를 끼운다음

빠지지 않도록 꼭 조여주는데 3초가 걸렸다.

 

문장조립파트에서는 

명사를 줄줄이 배열하거나 명사에 조사를 끼우거나

연결된 명사와 조사에 가는 철사로 다른 명사를 연결하기도 하고 동사나 부사를 연결하기도 했다.

문장조립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들이다. 

공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송할아버지는 하루에 200개씩 문장을 만든다고 한다.

 

만들어진 문장들은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종이상자에 담겨 물류센터를 거쳐 전국으로 배송된다.

 

나는 가끔 불량품들을 주워와서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녀는 찌그러져서 알아볼 수 없게된 단어나 문장들, 혹은 글자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녀의 옷장에는 옷대신 불량품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 사이에 흰 뱀이 수호신처럼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잤다.

내가 없을 때는 그녀도 흰 뱀 옆에 쪼그리고 잠을 잤다.

 

나는 공장에서부터 집까지 매일 두근거리면서 달려왔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버스안에서도 달리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달려 연립주택의 유리문을 열고

5층까지 성큼성큼 한번에 세칸씩 계단을 뛰어올랐다.

문을 열면,

그녀가 내 발소리를 듣고 이미 장농에서 나와 문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어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는 것을 느끼고,

내 뺨에 와 닿는 그녀의 따듯한 귀를 느끼고,

내몸을 향해 둥글게 휘어지는 그녀의 허리를 느낀다.

신발을 벗고 그녀 위로 넘어지면, 검은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 앞에 앉아 함께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글자들을 분해하거나 조립하기도 하고

밥을 지어 김치와 먹기도 했다.

 

처음 그녀가 온 날은 맥주를 마시면서 바다 위의 하늘에 잡지를 찢어 붙였었다.

처음에, 우리는 심각하게 잡지들을 노려보면서 예쁜 것과 예쁘지않은 것을 신중하게 골라냈는데

맥주를 세캔째 따면서부터는 잡지를 붙이는 것보다 웃느라고 바빠졌다.

너덜너덜한 하늘을 보고 웃고, 예쁘지 않은데 붙여진 부분을 보고 웃고,

빨개진 상대의 얼굴을 보고 웃고, 웃는 걸 보면서 또 웃었다.

웃어도 웃어도 끝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꼭 껴안고 계속 웃으면서 잠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누군가가 내 귀에 "그가 죽었다"고 속삭였다.

"몸에 불을 붙이고 골리앗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다른 누군가가 속삭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문틈에 "몸"자가 끼어있어서 나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금새 잊었다.

 

그녀는 불량품들을 연결해서 장신구들을 만들었다.

읽을 수 없는 글자나 문장의 요소들이 귀걸이나 목걸이나

특이하게 디자인된 란제리가 되어서 그녀를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찌그러진 이응을 살짝 치우고 그녀의 젖꼭지를 입술로 물었다.

그 이응은 어쩌면 히읗에서 떨어져나온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불량품들로 꾸며진 그녀의 몸이 너무 좋았다.

 

어깨에 걸쳐진 조각들을 흘러내리게 하자 온 몸의 조각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팔목에 돌돌 감긴 흰뱀만 남아서 빨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불량품들 속에 들어가 앉아 귀를 핥고 목을 쓰다듬고 어깨를 물고 입을 맞췄다.

 

 

그 날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10만개나 만들어야 해서,

공장의 모든 작업공들이 철야를 해야했다.

하루종일 '죽음'이라는 단어를 조립하면서 나는 집에 있는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도 언젠가 죽는다.

라고 생각해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빨리 만들기 위해서 나는 생각을 멈추고 기계아래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새벽 6시에 우리는 철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두근두근 하는 가슴으로 버스에 올랐다.

하얀 입김이 버스안을 가득 채웠다.

 

어둑어둑한 공중에 어둑어둑한 안개가 자욱해서 나는 안개를 젖히면서 힘껏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죽은 것 같았다.

입술은 화장이라도 한것처럼 붉은 물이 들어있었다.

붉은 물이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 머리칼을 적시고 있었다.

가슴에는 검은 멍이 여러개 들어있었다.

목에는 흰 뱀이 감겨있었다.

 

그녀 옆에 살며시 누웠다.

뱀의 빨간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목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러서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찢긴 옷 위에 내 작업복을 걸쳐주었다.

 

흰 뱀은 독사가 아니었다.

물면 구멍이 두개 뚫려서 무척 아픈 이빨이 두개 있었지만, 잘 물지도 않았다.

나는 흰 뱀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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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개토야, 일해.

호흡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나는 글을 끊지 않는데, 일을 안해서, 정말 불안해서, 글을 끊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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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2 15:45 2007/01/12 15:45

자제래매

from 우울 2007/01/10 14:31

어제 살짝 술을 먹고

새벽4신가 까지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쪼끔 자고

아침에 집에 오려고 친구랑 친구집에서 나오는데,

어김없이 넘어졌다.

넘어지는데는 뭐 딱히 이유가 없다.

나는 주로 내 다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한쪽다리가 풀려서(?) 넘어진다.

어디 걸릴데도 없는데, 나는 괜스레 내 발이 있던 자리를 째려보며,

분명 저 자리에 나를 넘어뜨린 논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한다.

 

어쨌든 넘어졌다.

 

친구가 말했다.

'너 갑자기 사라지더라.'

 

주변에서 누군가가 넘어져 본적은 한번도 없어서

넘어진자의 옆에 선 사람의 시각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처음 알았다.

 

나는 갑자기 사라지는구나.

훗.

갑자기 사라지다니, 나름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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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4:31 2007/01/10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