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from 우울 2006/11/10 15:02

7년이나 함께 지냈는데도

아직도

아직도

가슴속의 벨이 울린다고,

그래서 곁에 있는 거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그 벨은 절대로 억지로 울리게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나는

그 자연스럽고 아슬아슬한 속성에 감동한다.

 

7년이나 함께 있었는데도

늘 겁이 난다.

혹시 그 벨이 다른 사람을 향해 울리면 어떻게 하나

 

 

자기연민에 빠져 유치한 감상을 적는 사람노릇은 어제까지만.

수면으로 올라가려 허우적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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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0 15:02 2006/11/10 15:02

이것저것

from 우울 2006/11/08 15:39

핸드폰이 고장났다.

대략 7살쯤 된 내 핸드폰.

중간 중간 잔고장이 있었지만 치료비로 7년간 10만원도 안들었다.

근데 이번엔 좀 많이 아파보인다.

내일은 병원에 데려가야지.

 

목에 항상 이물감이 있고 자주 잠겨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신경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목이 잠기는데, 그게 신경성이라니...분명 뭔가 걸리적 거리는데.

생각해보면, 신경쓸 때만 그런 것도 같다.

바쁘게 뭔가를 할때면 느끼지 못하는 건지...

누군가와 열심히 말하는 중에는 괜찮은데,

혼자 있다가 전화를 하려거나 어쨌든 맘먹고 말하려하면 목이 잠기니까...

신경성일지도 모르지.

 

나는 병원을 잘 못믿는다. 모든 것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라는 느낌.

전제의 참, 거짓 여부를 아무도 모른다는 느낌.

병원에 가면 괜히 병원비만 날리고 별 소득없이 돌아올 것 같아서

한방을 찾아볼까 생각했다.

 

한방도 사실 못미덥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집에 있기로 한다.

 

혼자 집에 오래 있다보니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느끼고 또 너무 많이 무뎌진다.

또, 확실히 약해졌다.

 

삶과 내가 동떨어져 존재하는 듯이 살아온 기간이 너무 길다.

삶을 관찰하며 피학적인 쾌감을 느끼는 것...나름 고통스러웠다.

 

사실은, 또다시 극기훈련을 시작해야 할까 두렵다.

언제나 훈련일뿐, 나는 극기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극기.

극기!

 

지속가능한 극기를 위하여...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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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5:39 2006/11/08 15:39

가위

from 우울 2006/10/30 18:13

한 일년만인가.

가위에 눌렸다.

어렸을 때는 참 자주 가위에 눌려서

가끔은 현실과 가위에 눌린 상태가 구분이 안되기도 했었다.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집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다른 누군가가 뛰어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일어나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현관문이 살며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대체 누구지?

방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

힘껏 상체를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발을 들어 올리자 건조하고 미지근한 손이 내 발을 잡았다.

누굴까? 누구지? 무서워.

무서워.

 

가위에 눌린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면 어떻게 해야할까?

진짜라면 난 어떻게 되는걸까?

 

굉장히 무서웠다.

가위에 눌렸을 때는 혼자서는 잘 깨어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혼자있으니까...아주 오래 그런 상태로 있어야 할지 몰라.

내 상막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공포에 질린 채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전화가 와 주었다.

고마운 전화.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고양이들은 마루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옆에 좀 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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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18:13 2006/10/30 18:13

햇볕에 불타는 저 분

from 사진 2006/09/29 15:15

저 분의 이름을 모르겠다.

하늘에 사는 신이거나 왕이거나...뭐 그런 분일텐데...

지지난주에 수원에 있는 절에 갔었는데

저녁 볕에 불타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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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5:15 2006/09/29 15:15

베르세르크

from 우울 2006/09/29 11:41

베르세르크는 무서운 만화다.

지난 주 내내 베르세르크를 읽은 영향으로 굉장한 우울증에 빠졌었다.

그래도, 베르세르크 정도는 읽어줄 만 하다.

사실은 재미도 있다. 우울한 재미지만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고 작가가 대단하기로는 이토 준지 만화가 정말 최고다.

3년 전에 열권쯤 되는 그의 만화를 한번에 읽은 다음날부터 

열흘넘게 앓고 난 뒤로는 그의 만화를 읽지 못하지만

여전히 대단하겠지...

 

무섭고 끔찍해서 도저히 못읽을 만화로는 카이지.

진짜 극단적으로 악한 기운이 넘지는 만화다.

도저히 못보겠다...

 

만화라면 역시 신일숙이다.

볼 게 없어지면 신일숙으로 돌아가 마음을 정돈하면 된다.

정말 대단한 작가다.

흠...생각할 수록 대단하다.

 

신일숙의 만화에서는

동시대에 활동하던 많은 다른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미묘한 촌스러움을 발견할 수 없어서 더욱 좋다.

 

흠...아르미안 빌려다 봐야지.

 

우리동네 만화가게는 너무 협소한 장르만 취급한다...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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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1:41 2006/09/29 11:41

욕조

from 우울 2006/09/29 11:12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차. 운전석과 조수석 뿐. 흠...운전을 할때 조수가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운전석 옆에 조수석이 있는 것은 이상하다. 

차는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흠...진부한 표현이지만.

포장되지 않은 덜컹덜컹한 길을 굉장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다.

뒤에서는 무언가가 차만큼 빠른 속도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흠...그게 뭐였더라...

달리다보니 앞에 절벽이 나타났다.

 

갑자기 조수석에 초코가 나타나서는 내게 더 빠른 속도로 절벽을 향해 달리라고 명령했다.

 

내 뒤를 쫓고 있던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지팡이를 세번째 발로 사용하면서 긴 수염을 펄럭거리며 달려온다.

나는 늙은 남자가 싫다. 무섭다.

 

절벽은 무척 높았다.

나는 절벽끝까지 엑셀레이터를 밟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차는 부드럽게 바람을 탄다.

 

꿈속에선 모든 것이 적당하다.

바람의 온도도, 세기도 촉감도 꼭 적당하다.

 

그런 꿈을 꾸었다.

 

 

욕조중독이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욕조에 들어가는 날을 이틀에 한번만으로 정해보았다.

원래는 하루에 한번 들어가야 했으니까 이틀에 한번이면 굉장히 줄인 건데도

나는 매일 들어갈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 날이면 하루종일 욕조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깔끔한 사람은 아니다. 깨끗해지려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욕조에 들어가지 않는 날은 세수도 하지 않는다.

따듯한 물때문에 들어간다.

내 몸은 어찌나 차가운지, 온도계가 39도를 가리켜도 물이 곧 차갑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도, 공기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따듯하다.

내 몸에 진득하게 고여있던 피가 서서히 녹으면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욕조에서 한시간을 놀다보면 어지러워진다.

게다가 해야할 일들도 있다. 밥도 먹어야 하고 설겆이도 해야하고 기타 등등.

 

욕조에서 빠져나가는 물은 깨끗해 보인다.

이 물은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내게로 왔다가는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내게서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욕조를 사용하는 내가 미워진다.

중독.

중독되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다.

누군가 내게서 욕조를 빼앗아 가려한다면 나는,

그것이 아무리 나 자신과 인류를 위한 선일지라도

그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

 

그것이 중독의 무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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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1:12 2006/09/29 11:12

우아하게

from 우울 2006/09/28 16:37

우아한 몸가짐으로

단정하게 옷을 입고 화장도 단정하게 하고

머리카락도 차분하고

휘적거리지 않으면서 정제되고 가벼운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먹을 것을 먹는다거나

흘리지도 않고 떨어뜨리지도 않고

 

그런 멋진 사람이 되면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니어도 부주의하지 않은 사람은 많다.

그딴 핑계로 부주의함을 자연스러운 것인양 속이려 하다니...

 

개토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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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8 16:37 2006/09/28 16:37

나는 부주의하다.

타고난 것으로 대체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도록 부주의하다.

전형적인 부주의함이다.

부주의함의 스테레오타입.

버스를 타면 내려야할 정류소를 지나치고,

손에는 항상 물건을 가득 들고 있어서 번갈아가며 떨어뜨린다.

칼을 들면 꼭 손을 베고 먹을 때는 잘 흘리고

'저러다 꼭 ~하게 되지~'하고 남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나는 현실로 행한다.

 

부주의한 만큼 거짓말은 못한다.

부지불식간에 진실을 말해버리니까.

 

어쨌든 부주의하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내게 칼을 주지 않는다.

 

예스24에 5만원이나 되는 쿠폰이 있어서 이번달 초에 그걸로 책을 샀다,

9월 말까지만 쓸 수 있는 쿠폰이어서 생기자 마자 신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부주의하게도 쿠폰 쓰는 것을 잊었었다.

 

쿠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친구를 통해 알게되었다.

 

나는 없는 살림에 5만원이나 카드를 긁어 책을 샀던 것이다.

쿠폰은 친구가 아니었으면 그냥 날릴 뻔 했다.

 

덕분에 이번에 그 쿠폰으로 책을 5만원어치 더 샀다.

안타까운 것은, 그 와중에 또 받을 수 있었던 천원쿠폰을 받고도 또 쓰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에 산 5만원어치의 책들은 모두 반짝반짝 건강한 비늘이 눈부신 월척들이었다.

두 손 가득 살아 펄떡이는 책들의 둔중한 무게는 가슴을 오래도록 설레게 한다.

 

이번에 산 책들은,

1. 임신캘린더 /오가와 요코/김난주 옮김/이레출판사

2. 초콜릿칩쿠키살인사건 /조앤플루크/박영민 옮김/해문출판사

3.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르시아 마르케스 /송병선 옮김/민음사

 

그리고 그외 3권(한권은 아직 읽지 못했고 두권에 대해서는 흠....), DVD 한개.

 

감동먹은 책은 임신캘린더와 초콜릿칩쿠키살인사건.

 

여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두권의 책.

행복한 내 속에 있는 깊은 절망을 차갑게 녹이면 이렇게 되는 구나...

따듯하게 녹이면 이렇게 되는 구나...

 

어린시절 우리집에 있던 100권짜리 한질의 세계문학선집에서 여성작가가 쓴 책은 단 두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언덕',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그 전에도 이후로도 내가 읽은 수천권의 책들은 대개 남성작가의 것들이었다.

 

책을 읽으면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다른지, 그들이 보는 세계가 어떻게 다른지

참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같은 책은, 여성은 죽었다 깨나도 쓸 수 없다.

 

두 권의 책을 내 아끼는 책 분류 책꽂이에 꽂고 보니

여성작가가 처음 들어왔다.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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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8 16:27 2006/09/28 16:27

리리이슈슈

from 우울 2006/09/21 15:38

누군가, 나에게 리리이슈슈의 모든 것을 보내주었다.

 

내마음이 살짝 감동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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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1 15:38 2006/09/21 15:38

불면 혹은

from 우울 2006/09/21 15:30

폭주하는 기관차...

혹은

마찰없는 레일 위를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브레이크를 걸려는 누군가...

 

나를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과 육체와 마음과 그 모든 것을 관찰하는 나.

 

내 정신이 가진 문제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깨어있는것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언제나 그렇듯 누구보다 관찰하는 내가 가장 고통스럽다.

 

나는 특별한 목적도 이유도 없이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는 내 정신의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그가 그러한 과정에서 슬쩍슬쩍 건드려 울고 있는 내 마음의 절망,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쉬지 못하고 완전히 지쳐있는 육체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몸의 구석구석, 특히 슬쩍 들어간 부분들이 모두 아프다.

목, 팔목, 허리, 발목, 무릎, 등줄기...

 

나는 내 정신을 비웃는다.

그렇게 내달려봤자 네 세계는 너를 더 높은 곳으로 보내줄 생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미친듯이 헤매고 돌아다니는 거야?

 

그가 우리를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

몸도 마음도 어둠의 바닥까지 가라앉아서는 마지막 신음으로 호소한다.

 

훗...

 

자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절망할 자유. 죽을 자유.

 

어떤 체계를 이용해서 생각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사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삶을 전제로 하는 체계를 이용해서 생각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에게 피리가 있다면 모든 작은 사람들을 바다로 이끌어가 즐겁게 뛰어들게 할거야.

남은 큰 사람들은 어차피 죽을 텐데도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겠지.

 

혹은

 

눈에 세로로 칼집을 내어 빨간 눈물을 흘리게 할래.

입가에는 억지 웃음을 그려주지.

 

죽을때까지 웃으면서 우는거야.

 

그렇게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조금씩 작아지고...냄새가 나기 시작해...이미 이렇게 되어버리고 난 다음엔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걸까?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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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1 15:30 2006/09/21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