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from 우울 2001/10/01 13:54
며칠전 밥을 먹기위해 혼자 T.V를 보면서 기다리는데,
옆 자리에 앉은 아저씨들과 아줌마 한명.

아저씨 1 : 전쟁난다더니 어떻게 된거야?
아줌마 : 미국이 공격을 늦춘다던데.
아저씨 2 : 늦추긴 왜 늦춰. 빨리 해치워버려야지.

허걱..-_-;;;
얼마나 무서웠는지...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남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보란듯이,
강격하게 제시하고 싶어한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금전까지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몰랐을지라도,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늦추긴 왜 늦춰. 빨리 해치워버려야지.

가끔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느껴진다.
자신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분명한 이유도 모르는 채
미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세상이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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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1 13:54 2001/10/01 13:54

Yesterday Oncemore

from 우울 2001/10/01 13:07
국민학교 6학년 때, 누군가를 무척이나 사랑했었다. 그에게 미친듯이 앞뒤로 7장의 편지를 쓰고 두꺼운 노트에, 여기저기서 시를 베끼고 눈물을 흘리면서 유치한 시를 적었다. 밤이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어디선가 받은 일본어 테잎에 스카치 테잎을 붙여서 MC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녹음하려고 숨을 죽이곤 했었다. 깜깜한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라디오의 빨간 불을 보면서 안타깝고 행복했다. 이 음악이, 그 행복을 되살려줘서, 오늘 나는 또다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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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 Oncemore - Capenters의 음악을 Redd Kross가 다시 부른 곡입니다. 어렸을 적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라디오를 듣곤 했었어 그 노래가 나오면 난 따라 불렀고 미소를 지었었지 그 땐 참 행복한 시절이었고 그렇게 오래 전 일도 아닌데 그 행복한 시절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궁금해 하지만 마치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냈던 친구처럼 그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난 그 노래들을 너무도 좋아했어 후렴 그 노래중 샬랄라∼∼ 우우우∼∼ 하는 부분은 아직도 아름다워 노래 시작할 때 싱얼링∼∼이라고 부르는 부분도 좋아 노래 가사에서 남자가 여자를 가슴 아프게 하는 부분에 이르면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 난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다시한번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세월이 지나 과거엔 어땠는지 뒤돌아 보니 오늘날은 내가 누렸던 그 행복한 시절들에 비해 좀 처량해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어 그 때 따라 부르던 노래들은 사랑 노래였는데 난 가사를 전부 기억하고 있어 세월을 녹아 내리듯 흘러가는 그 오래된 멜로디를 아직도 난 좋아해 후렴 반복 내 모든 기억들이 다시 뚜렷이 돌아와 예전처럼 날 울 것만 같게 하고 있어 그 옛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갈 수만 있다면... When I was young I'd listen to the radio, Waiting for my favorite songs When they played I'd sing along It made me smile Those were such happy times and not so long ago How I wondered where they've gone But they're back again just like a long lost friend All the SONGs I loved so well * * * Every sha la~~~ every woo~~~still shines Every sing a ling a ling that they're starting to sing so fine When they get to the part where he's breaking her heart It can really make me cry Just like before It's yesterday once more Looking back on how it was in years gone by And the good times that I had makes today seem rather sad So much has changed; It was songs of love that I would sing to then And I'd memorize each word Those old melodies; still sound so good to me; As they melt the years away * * * Repeat All my best memories come back clearly to me Some can even make me cry just like before It's yesterday onc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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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1 13:07 2001/10/01 13:07

나는

from 우울 2001/10/01 12:41
나 자신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내가 언제나 기만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 내 일, 내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내가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을 의무적으로 행하고 있다.

나는 껍데기이다. 이 껍데기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가.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깊게 사랑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표현된 언어와 몸짓 뒤에, 차갑게 비어있는 나를 언제나 응시하게 된다.

나의 일, 이것만큼 분명하게 기만적인 일은 없으리라.
그러나 기만적이지 않게 돈을 버는 일에 대해서,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벌지 않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기만적인 나일지라도
그 육체를 유지해 나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좀 더 편하게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
좀 더 나은 다른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어차피 돈을 버는 일이야.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잖아.

사실은, 옳은 것에 대해서조차 이제 알 수 없을만큼 멀리 와버려서인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약간의 재능, 잘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늘 어느정도 이상의 것을 해보이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인정받고...

운동에 대해서도, 나는 이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삶의 일정부분을 그곳에 던져두고, 운동하는 양,
동질감 같은 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 같은 것은 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렇지만 그곳을 완전히 떠나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나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 막연히 두려워서, 떠날 생각은 할 수도 없다.

멋지게 보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멋지게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스스로를 견디기 위해서,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 자기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견뎌내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할까?

삶을 갈구하는 이들에겐 내가 너무나 사치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살아가는데, 그렇게 살다보면 나는 껍데기가 되어 간다.
근본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결여된 채로 태어난 것 뿐인가?

내 단단한 껍데기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 자신조차 나에 대해 타자인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내 몸을 벗어난 모든 것은 너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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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1 12:41 2001/10/01 12:41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올 수가 없었다.
한 번 들어오면 도저히 조금만 있다 갈 자신이 없었다.

커뮤니티도 돌아봐야 하고 여기 저기 자기만의 방에 쌓여있을
수많은 이야기들...잠시만 머물다가
삼차원으로 돌아가 해야할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익명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곁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쉬워서인가
사랑을 잘 못하는 나는 언니네를 너무나 사랑한다.
사랑해서, 얼굴을 보고 나면 당장 잠시 헤어지는게 힘들 것 같았다.

아직 일은 덜 끝났건만, 더이상 참기는 힘들어서,
각오를 하고 들어왔다.
잠시만 있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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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7 12:30 2001/09/27 12:30

drug

from 우울 2001/09/26 18:44
Crystal Ship을 타고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건너,
Puff the Magic dragon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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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6 18:44 2001/09/26 18:44

안녕...

from 우울 2001/09/26 18:42
잘 지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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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6 18:42 2001/09/26 18:42

기억해두자.

from 책에 대해 2001/08/14 14:46
나는 고등학교 때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
그 책들 가운데, 몇 권은 내가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대학을 들어간 뒤로는, 일정한 거처 없이 지내는 일이 많아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보면,
아끼는 책이었는데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때때로 그 책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다시 읽고 싶은 마음에 너무 괴로울 때도 있다.
책이 절판되어서, 더 이상 출판되고 있지 않은 경우라던가,
출판이 되고 있어도, 왠지 미심쩍은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을 경우에는
다시 사서 볼 수도 없으니, 더더욱 괴롭다.

어쨌든, 그런 와중에, 늘 생각나는 책들이 몇 권 있다.
무언가 잊을 수 없는 것을 가진 책들.
고등학교 이후에, 다시 보지 못했지만, 꼭 다시 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책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글 쓰기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들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 진정한 유미주의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준 놀라운 작품이었다. 살로메가 이오카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부분에서, 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짧은 희곡이어서, 수 백 번도 더 반복해서 읽었고, 문장으로는 기억할 수 없지만, 완성된 연극처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거대한 흑진주나, 다이아몬드처럼, 그 자체로 완결된, 나무나 꽃과 같은 자연물들처럼, 다른 그 무엇을 상상해 볼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가운데, [살로메]와 [장미와 나이팅게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 [질투] - 이 책은 어린 나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새로운 글 쓰기 방식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존재하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화자의 심리가 나에게 전이되는 것을 느끼면서, '질투'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보기도 했다. 두 손가락 사이의 10cm 거리에 대해서, 혹은, 내 삶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 로브그리예 식으로 바라보는 버릇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상황을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머리 속에서 멈추어 둔 채로 관찰하여 그 안에 든 미묘한 분위기를 읽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프랑소와즈 사강의 단편들 - 사실, 내가 무엇을 읽었었는지, 제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이것이야말로 교과서이다...하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아~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너무나 다시 읽고 싶어진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세로쓰기 방식의 누런 책이 아닌, 깨끗하게 제본되어 큰 글씨로 쓰여진 사강의 책이란, 매력이 반감, 반감 되어버리는 것이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성장 소설은, 성장기에 읽어야 가장 맛이 난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책은, 그래서, 요새 다시 읽어보면 예전 같은 저릿함을 느낄 수가 없다. 나만 그런가? 어쨌든, [자기 앞의 생]은 성장 소설이 아니다. [살로메]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제라는 것이, 흔하디 흔한 사랑과 죽음인데, 아름답게 사랑하고 아름답게 죽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써나간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예 출판사에서 다시 장정하여 출판하고 있던데, 나는 내가 가진 2500원짜리 책이 더 맘에 들어.

비평을 하려고 했던 것은 절대 아니고, 나는 소설의 비평을 절대로 읽지 않는 만큼, 쓰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 그저, 기억해두고 싶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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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4:46 2001/08/14 14:46

혀가 짧은 중국 남자애

from 2001/08/12 15:03
상해의 작은 가게에서 이것 저것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대나무로 만든 손톱 만한 인형에서 눈과 손과 발이 각각 튀어나오는 것을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는데, 곁에 대나무 향이 풍기는 한 남자애가 다가와서는,
[도와줄까요?] 하고 영어로 물었다.
난 점원인 줄 알고 좀 부담스러워서 [아니오. 그냥 혼자 구경하려구요.]하고 대답했다.
[내가 사면 여기서 훨씬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어요.]
혀 짧은 소리로 이야기하는 그 애는,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붉었다.
[이걸 봐요.]
그는 대나무 손톱 인형을 살짝 살짝 흔들어 마치 그 인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팔 다리가 동작하게 했다. 가끔, 놀랐다는 듯 튀어나오는 눈이 너무 우스워서, 나는 한참동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왔나요?]
[응.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
가게를 한참 구경하고, 대나무 손톱 인형과 몇 개의 기념품을 더 고른 다음, 그가 주인과 값을 흥정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싸게 물건을 사 주었다.
우리는 시끄러운 거리를 조용히 걸으면서 각자 무슨 생각인가에 잠겨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 부두가 나타나고, 거대한 건물아래, 햇살이 사라진 곳까지 걸었을 때, 나는 내가 그에게 키스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멈추어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 것만으로는 참을 수 없어서, 내 입술이 그의 입술을 찾아 헤매는데, 그는 얼굴을 돌려 내 입술을 피했다.
[난 혀 끝이 잘려나가고 없어요.]
혀 끝이 잘려나간 그의 혀를 느끼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끝이 잘려나간 그 부분은 조금 매끄럽고, 편편했다. 눈을 감은 채로 그의 혀 구석구석을 느끼고 그의 입술을 잘근 잘근 빨아들였다.
눈을 떴을 때, 우리는 거대한 정원 안에 있었다. 중국식의 높은 돌담이 정원을 감싸고 있었고, 우리 뒤쪽으로는 커다란 기와집이 있었다. 돌담 아래에는, 마치 나무열매처럼, 잘려진 사람의 머리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풍경에 당황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툭'하는 소리가 나면서 잘린 머리가 또 하나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려는데, 그가 내 눈을 가리고 말했다.
[여기서는 하늘을 보면 안 돼요. 내 혀를 잘라서 먹어버린 마법사의 집이에요. 다행히 집에 그가 없는 것 같으니 빨리 빠져나가야겠어요.]
우리는 높은 담장을 기어올라, 돌담 위의 좁은 기와에 올라섰다.
기와 끝에는, 경직된 채로 기와를 꼭 붙잡고 죽어있는 머리가 잘려진 시체들이 매달려 있었다. 하도 많은 시체들이 있어서, 담을 타려고 해도 내려갈 틈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체들 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내려갈 만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발목에 부딪는 잘린 목과 가끔 실수로 밟게 되는 손 때문에 멈칫 멈칫 소름이 끼쳐왔다.
가까스로 시체들 틈에 한 사람이 내려갈 정도의 공간을 찾아, 우리는 담을 타고 내려왔다.

외진 곳이어서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 많은 시체들이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그에게 다시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몸이 떨려왔다.
내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의 팔이 무겁게 몸으로 파고 드는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리면서 흐릿한 땀냄새와 함께 그의 대나무 향이 머릿속으로 파고 들자, 나는 이오카난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살로메가 되었다.
*
그의 향기는 짙은 녹색 풀숲에 진주보다 영롱하고
수정보다 투명한 이슬을 묻힌 갈색 노루의 향처럼
신선하고 건강하고 따스하고 천진하오.
아니, 그의 냄새는 숨막히게 뜨거운 여름 막노동판에서
미적지근한 소주를 마시고 흘린 땀 냄새처럼,
힘든 육체노동 뒤에 찾아간 588 창녀촌의 늙은 사타구니에서
나는 저속하고 피로한 애액처럼 더럽고 세속적이오.
그의 젖빛 피부야말로 오래된 소나무 아래 모인
버섯처럼 풍성하고 폭신하고,
긴 겨울로부터 깨어난 흰토끼의 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오.
아니, 그의 푸른 피부는 담배진으로 가득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데킬라의 뜨거운 공기처럼 음탕하고
흰 대리석 위로 소리 없이 기어가는 노란 뱀의 뱃가죽처럼
탐욕스럽고 의심스러울 따름이오.
그의 단단한 가슴에 비한다면!
가장 매끄럽게 세공한 보석보다도 매끄러우나,
여름의 거대한 바다보다도 따스하게 물결치는 그의 가슴에 비한다면!
아니, 그의 가슴 따위는 물컹거리는 썩은 사과에 불과하오.
갓 피어난 장미 꽃잎보다 더 붉은 그의 입술을 열면
신들의 질투와 시기에 희생당한 가엾은 그의 어린 혀가
어찌나 가볍게 떨리우는지,
아니, 그의 교활한 혀는 거짓이고 교만이고 믿을 수 없는 어떤 것.
깊은 우물처럼 끝을 알 수 없이 어두운 그의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면,
그 심연에 담긴 푸른빛의 에메랄드를 향해 뛰어들 수만 있다면...
**
나는 담장 아래 눕혀지고 그의 몸을 받아들였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마법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순간, 그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는 인적이 없는 부둣가 건물의 그늘 속에 쓰러져 있었다. 파란 하늘이 있었다.

[*~**부분은 개토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오스카 와일드의 증언'에서 부분 발췌 및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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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2 15:03 2001/08/12 15:03

사랑

from 우울 2001/08/10 14:56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예리한 칼로 슥 베어 내, 생피를 뚝뚝 흘리는 나의 삶이 담긴 은쟁반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끝없이 모래로만 된, 거대한 섬에 둘만 난파되어서,
내가 가진 한조각의 빵을 그에게 건네야만 하는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이제 한조각뿐이야. 하지만 그를 사랑해.
내 삶을 잘라내 그에게 건넨다.
그 조각이 작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런 사랑, 너무나 두렵고 괴로운 사랑.

내 하찮은 삶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는 그런 사랑을 못한다.
한조각 한조각이 너무 아까워서,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하찮다고 해도, 그것이 절실해서, 나를 사랑해주는 이를 만난다.
그의 삶을 조각조각 떼어 먹으면서,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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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0 14:56 2001/08/10 14:56

당분간...

from 우울 2001/08/03 16:58
바쁘게 살아야 할 시기인지,
자꾸만 일거리가 들어와서 무언가 생각하고 글로 남길 시간이 거의 없다.
월요일부터, 3일째 하루종일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아마도 원고 마감 일인 9월 10일까지는 매일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다.
매주 토요일마다 포토샵 강의도 해야하고...

해서...당분간, 이곳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번역이 끝나면, 좀 한가해지겠지...

번역은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다.
배우는 것도 많고, 단어를 고른다거나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적성에 딱 맞는 일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인 것이다.
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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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3 16:58 2001/08/03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