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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성, 조건없이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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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조건없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29일의 심상정 후보의 유세일정이 갑작스레 취소되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불안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니 시간은 남은 건가.

 

29일 오후에 있었던 진보신당 경기도당 운영위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고, 다수가 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보 본인이 이미 사퇴결심을 하고 왔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고, 일부 운영위원들이 후보사퇴에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후보 본인의 뜻을 꺾지 못했다 한다. 어쩔 수 없었겠지. 선거는 어느 정도 후보 놀음이니...

 

사실 나는 심상정 후보의 사퇴에 원칙적인 말밖에 할 자격이 없다. 진보신당 당적도 없는데다가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그 하나하나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에서 심상정의 사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진보신당 홈페이지와 심상정 홈페이지에 와서까지 후보단일화를 읍소하고 위협했던 몰상식한 넘들을 그냥 곱게 넘길 수는 없을 듯하다. 아마 그 넘들은 이미 당선이나 된듯이 환호할 것이고,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둥의 말을 하리라.

 

하지만 지난 2002년 대선 때나 2004년 총선 때 충분히 배웠던 것처럼 그들은 붕어 아이큐이기 때문에 은혜 같은 거 기억 못하거나 아니면 편의적으로 자신에게 편리한대로 기억한다. 그래서 사퇴운운하면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언급해주었기 때문에 선방할 수 있었다는 식의 망발을 일삼았다. 그런 그들에게 뭘 기대하랴. 정당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물중심적으로 사고하고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MB/한나라당과 함께 한국정치를 후진시키는 양대세력일 뿐이다. 

 

물론 심상정 후보의 사퇴 결심을 이해할 수는 있다. 가장 크게는 진보정치의 미래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김규항이 말한 것처럼 '비판적 지지가 최악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실재하는 진보정치의 씨앗을 보수정치로 흡수하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없애버리는 굿판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눈을 감는 대중들, 이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후보단일화, 사실상의 심상정 사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온 노빠/유시민지지자들,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해놓고서도 그에 대한 정책, 재정 등의 필수적인 사항을 준비하지 않았고, 선거라곤 처음해보는 양 일처리가 엉망이었던 진보신당 경기도당, 당대표가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면서 중앙정치판을 놓치고(물론 역량도 없었겠지만) 서울시장 선거에만 힘을 쏟았던 진보신당 중앙당, 지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경선만큼도 결합하지 않고 먼산 쳐다보듯 심상정의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를 방관한 중앙파들, 민주노총 조합원인 후보 자신을 지지후보로 해놓고서도 정작 유시민과 정책협약식을 체결하면서 후보단일화하라는 성명서까지 쓰는 등 자신의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한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처음부터 심상정의 출마를 뜨악하게 보면서 사사껀껀 단일화를 촉구했던 국민파와 진보신당 당원이 아닌 심상정 후보의 노동운동판 동료들, 차라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노리는 게 낫다고 하면서 처음부터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심상정 주위 사람들, 10%의 지지율도 획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암울한 판세와 그에 따른 완주의 부담 등이 그의 사퇴 결심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가 사퇴하지는 않고 완주하리라 믿었는데, 정작 그는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오늘 오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기자회견에서는 후보사퇴보다는 이상한모자님의 말대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언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좌초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시작', '진보의 새로운 구성'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의 완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후보 사퇴는 진보신당의 미래는 물론 심상정 본인의 미래에도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당연히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염원했던 이들에게도 그러하다.

 

이번에 사퇴하면 앞으로도 저들은 계속해서 요구만 할 것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과연 보수야당을 제껴놓고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은 민중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독자적인 후보를 완주시킬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지방선거가 그 전초전임은 생각을 가진 이라면 다 알 수 있으리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상정이 김문수와 유시민 사이의 표차 이상의 표를 획득해서 심상정 때문에 유시민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올 때라야 현실적인 힘으로서 진보정치세력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정치공학상으로도 완주하는 게 타당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퇴를 한단 말인가. 심상정이 이런 것을 모를 사람이 아닌데...

 

그렇더라도 그가 사퇴를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신당 밖에 있는 나는 차라리 더 편한 입장인건가. 무심한 듯 했지만, 심상정의 사퇴에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게 되는 걸 보면, 여전히 나에게는 진보정당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답답하기만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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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03:44 2010/05/30 03:44

4 Comments (+add yours?)

  1. 구르는돌 2010/05/30 11:00

    저도 심난하네요. 오늘 중에 뭔가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 예상하는 그런 얘기가 안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Reply  Address

  2. 들사람 2010/05/30 17:42

    말씀 읽고 보니, 기이한 사면초가 상황이란 심정이 들 법도 했겠단 생각은 드는군요.. 그래도 그게 다 민주노조 운동을 위시해 반체제 운동 진영이 어차피 넘어야 했을 "업"이라면, 바로 그렇기 때메 미래를 긍정하는 정치에 필요한 본인의 생명력 강화 차원에서도 힘겹더라도 완주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싶네요. 개* 같은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의 정치적 삽질을 부각해야 할 이유도 더 명확해질 터인데, 이렇게 되면 심 후보도 문제의 일부가 되버리는 거 아닌가.. 쯥.

     Reply  Address

    • 새벽길 2010/05/31 01:32

      이젠 심상정 후보도 문제의 일부라고 봐야죠. 판단유보할 필요는 없을 듯... 사면초가의 상황을 버텨낼 것이라 봤기 때문에 심을 후보로 낸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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