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의 2013. 1. 17 오마이뉴스 인터뷰
오늘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 직선제 2년 유예 결정이 났습니다.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늘어갑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터뷰가 떠오르더군요. "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면 싸우는 이들이 극단화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고 철탑 위에 올라가고, 크레인에 올라간다. 그리고 그 날짜들은 점점 길어진다. 이건 지도부의 책임이다."
강연, 연설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생각할 꺼리가 많네요. 아래 길게 발췌했지만, 전문을 읽어보시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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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어리석은 한진중 조남호 회장, 오판 말라" (오마이뉴스, 13.01.17 09:40 l 홍미리(gommiri))
[인터뷰]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 싸움 끝나지 않는다"
이 노조를 탈퇴하고 저 노조로 간다는 것은 양심이나 신뢰의 문제가 아니다. 의리의 문제도 아니다. 조합원들이 굉장히 미안해 한다. 저녁에 퇴근 선전전을 하면 복수노조를 포함해 우리 조합원 거의 100%가 먼저 인사를 한다. 복수노조 간부들만 빼고 거의 인사를 먼저 한다. 남아서 싸우는 민주노조 조합원들보다 복귀한 사람들이 더 불편할 것이다. 더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강서는 유서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라고 했다. 조합원들도 알고 있다. 저렇게 분열되면 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안다. 그렇지만 미래의 일보다 당장 내 목숨과 내 생존이 걸린 일이다.
공장을 떠나면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밥 나오고 옷 나오는 그런 것을 떠나서 여기서 일하며 자신이 인정받고 그런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배척 당하고 버려진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와 영혼이 파괴되는 것과 같다. 자본은 그런 걸 모른다. 안다고 해도 그들에게 사람은 곧 돈이다.
보통은 비선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서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유가족을 회유하고 그러는데 한진은 그것도 안 한다. 오로지 틀어 막기만 한다. 그래서 더 분노하는 것이다. 우리 쪽수가 얼마 안 되니 밀어붙이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우리 남은 사람들은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다. 오판이다.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은 이 싸움 안 끝난다.
크레인에 있을 때 민주노총을 생각하며 정말 고민스러웠다. 민주노총이 솔직히 힘이 되지 못한다는 그런 것 보다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희망버스가 5차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민주노총 간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걸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진정성·역동성·대중 스스로들의 자발성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은 이런 것들을 이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관료들이 남고 지침이 남고 공무원이 남았다고 본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미 다 쫓겨났고, 제가 전화할 사람은 민주노총 위원장밖에 없었다. 위원장은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다. 미치는 것 같았다. 거기서 혼자서 어떻게 버티나. 힘내서 조금만 버텨달라고 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전화를 해도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걸 트위터에 올리면 날라리들은 왔다. 출근해서 일하다가도 조퇴도 안하고 비행기를 타고 KTX를 타고 달려왔다. 와서 울고불고 하고, 크레인 앞 길에서 노숙도 하고 그랬다. 나는 크레인 위에서 그걸 봤다.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본부장이나 금속노조 위원장도 미안한 게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나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느꼈다.
노동운동이, 민주노총이 고민할 게 많다.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있지만 저는 조직의 역동성이 죽은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지도부에게 그런 걸 말하면 현장이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20년 넘게 현장을 다니고 보면서 현장이 죽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해봤다. 그런데 똑같은 현장을 보면서 왜 현장이 죽었다고, 조합원이 안 움직인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면 싸우는 이들이 극단화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고 철탑 위에 올라가고, 크레인에 올라간다. 그리고 그 날짜들은 점점 길어진다. 이건 지도부의 책임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난 생각한다. 말로만 열사정신 계승하지 말고, 말로만 비정규직 철폐하지 말자.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 천막을 쳤으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랐으면, 민주노총이 거기 와서 일하고 회의하고 먹고자고 싸우고 해야 한다.
난 그게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중요한 일이고 사람 생명이 걸린 일이고 운동의 미래가 걸린 일이면 앞뒤 재지 말아야 한다. 재면 이미 끝나는 것이다. 재기 시작하면 못 갈 이유가 더 많아진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사무실 중심으로 되는 것 같다. 그러니 관료화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조직이던지 가장 약자의 편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다수의 판단이 아니라 약자의 판단이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숫자로 판단한다. 민주노총 내에서 비정규직이 설 자리가 없다.
싸움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냐의 문제다. 저는 한진중공업이 중요하지만 현대차 철탑농성과 쌍용차 투쟁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쌍용차 투쟁이 4년이나 됐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짊어져야 할 짐을 저 몇몇 사람들이 짊어지고 4년을 싸워왔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총력을 다해서 싸움을 풀어야 한다. 기업노조 김규환 위원장 성명서는 기도 안 막힐 수준이었다. 금속노조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걸 힘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나는 쌍용차 4년이 정말 안타깝다. 77일을 고립된 채 싸우지 않았는가. 크레인에 고립돼 봐서 안다. 고립된다는 것은 처절한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이토록 절망적일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아무도 없었다. 금속노조도, 민주노총도 없었다. 이제라도 우리 문제로 받아서 싸워야 한다. 4년 간 23명이 죽었다. 그러고도 우리가 아직 노조일 수 있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눈에 띄게 운동이 숨 죽어버렸다.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열사정신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강서가 자기 몸을 던져서라도 돌파구를 열려고 한 그 뜻을 받아 반드시 열어젖혀야 한다. 틈을 최대한 벌려서 문을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어느날 갑자기 주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싸움의 성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신규 조합원들,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끊임없이 조직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학습도 해야 한다. 옛날에는 노동조합을 하려면 학습부터 했다. 요즘은 공부를 도대체 안한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키고 공부하는 그런 풍토를 되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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