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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통의동 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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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일기: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3년의 공직 실록 1999-2002』
김광웅 지음. 2009. 생각의나무.
 
내가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일기 형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인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여만에 읽은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는지도 모르겠고...
 
글 중에서 내가 관심이 있는 부분만 발췌하였다. 아래에서는 발췌하지 않았지만, 김광웅 교수의 글에서는 지역인사 편중 논란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도대체 지연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동향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일까. 지역인사 편중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걸 보면 한국의 관료제나 보수정당의 경우보다 진보세력이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개혁적이라고 해도 진보세력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내가 아는 한 진보진영에서 지연이 논란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 1999-06-22: 일단 정부가 출범하고 장들이 임명되면 당초의 개혁의지는 꺾기고 새 사람이 욕심내 기관을 운영하게 마련이다. 예산처가 그 막강한 권한을 어찌 각 부의 장관에게 일부라도 위양하겠는가?
기획예산위의 정부개혁실장을 맡은 이계식 박사는 늘 행자부의 김범일 실장이 개혁과정의 끝 무렵에 위원회의 직제를 너무 작게 만들어주어 개혁을 지속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불평을 한다. 행자부나 과거의 총무처가 갖고 있는 ‘직제권’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실감한 예였다. 아무리 조직 개편을 근사하게 했어도 신설 기구에 넉넉한 직제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그 다음부터는 행자부에 굽실대며 청을 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한국 정부 관료의 상하관계를 형성하는 한 단면이다. (31쪽) 
→ 행자부, 행안부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년에 MB정부는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직제개편 과정에서였고, 여기에서 행안부가 휘둘렀던 권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기획재정부가 계속 저항을 했지만, 역부족으로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대는 합리화 논리는 다른 부처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나마 기재부는 나름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버틴 것으로 봐야 한다.
 
○ 공무원 보수
- 1999-07-11: 우리나라 공무원 중 장ㆍ차관은 최하위직에 비해 봉급이 6.2배에 이르고,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그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즉 일본은 그 비율이 7.7배, 미국은 7.4배, 영국은 12.6배, 그리고 싱가포르는 47.0~59.2배에 이른다. 책임과 권한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느냐가 선진국의 기준이라면 우리의 경우는 한참 더 올려주어야 마땅한데 어려울 때일수록 하후상박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41쪽)
  
- 1999-08-02(월): 공무원의 보수부터 증액해야 한다. 정부수립 이후 오늘까지 공무원의 보수 비율은 계속 줄었다. 1978년에 정부총지출 중 공무원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27.9%로 최고조에 달했었다. 그 후 계속 하강세를 보이다가 1999년에는 11.8%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OECD국가들 중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평균해서 약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평균 21.9%).
공무원의 생활이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실제로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힘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51쪽) 
→ 현재의 상하공무원 간 보수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이건 인사행정의 문제인데...
 
○ 1999-09-08(수): 대학이 그렇고 출발이 하위직이라는 점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게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한데 교육부의 간부들 중에는 대학을 유린한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교육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9급에서 1~3급으로 승진한 사람의 비율이 40%대로 너무 높다. 수준이 청와대와 맞먹는다. … 물론 능력이 있으면 하위직에서도 얼마든지 계급이 상승할 수 있으나 고위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사람의 자질은 정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식으로 하다간 인사 감사를 통해 이룩해보려던 인사개혁은 물 건너가겠다. (67쪽) 
→ 이 대목은 우선 행정고시 등을 통한 고급공무원의 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인데, 기존의 사고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롭게 볼 부분도 있지만, 이게 타당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9급에서부터 올라온 공무원들이 보수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제대로 된 인사개혁안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참고로 공무원노조는 행정고시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 2000-01-07(금): 왜 정부에는 힘 있는 기관과 힘이 없는 기관이 있다고 할까? 정부면 다 정부고 힘이 있으면 다 있고 없으면 다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면서 봉사하는 것으로 역할을 인지하기 마련인데, 대부분 국민을 압도하고 있다. 인ㆍ허가권을 갖는다든가, 자금을 지원한다든가, 법규를 만들어 규제한다든가 시장을 통제할 수단이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 각 부처는 국민인 고객을 상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힘 있는 부처 어쩌고 하는 것은 정부부처 중에 통제수단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감사권, 조사권, 인사심사권, 예산권, 직제(조직)권을 갖는다든가 하는 것을 이른다. (97쪽)
 
○ 2000-02-11(금): 삼성의 인사시스템은 1992년부터 매우 유용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됐는데 위원회 설립 이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취임 후 과장들에게 기업의 예를 배워오라고 그렇게 주문을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다시 리뷰하고 가능한 우리도 빨리 기업의 인사운영 방식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111쪽) 
→ 정부와 기업의 인사운영 방식이 같아야 하나. 이럴 때 보면 김광웅 교수가 주장하는 논리가 일관되기보다는 즉자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 감사원 감사
- 2000-02-11(금): 감사의 기본취지가 잘못된 것을 밝혀내는 데 치중하지 그것을 고쳐 앞으로 잘하게 한다는 태도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못된 것은 공무원들이 나쁜 일을 한다는 전제를 밑에 깔고 업무의 잘못을 밝혀내려고 한다. 동시에 회계감사만 해도 벅찰 터인데, 직무, 정책감사를 하려고 든다. 그들은 결코 정책 분야의 전문인일 수는 없다. 믿지 않고 의심하면서 감사를 하는 예로, 용역보고서가 연말에 들어왔는지를 출판사와 인쇄소에 가서 확인하려고 든다. 보고서의 내용과 질이 어떠한지는 따질 줄 모른다. 감사는 정책에 관한 것을 따지는데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강변한다고 직원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사는 심지어 실로 엉뚱한 내용까지 들춘다. 감사원이야말로 개방직으로 유능한 외부 인력을 흡수하여 제발 아날로그 시대의 감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111-112쪽)
 
○ 2000-09-18(월): 2년 반 내내 개혁을 주도해왔던 기획예산처는 결국 오늘 아침 신문에 의하면 공기업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말았다. 신문의 표제는 석탄공사가 연 800억 원의 적자를 내고도 건재하다는 것이 141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적발한 감사원의 발표이다. … 이러고도 개혁을 해왔다니 참담할 뿐이다. 이유는 노조의 반발이 큰데다가 공기업의 임원들이 대개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간 사람들이어서 정부의 개혁이 항상 벽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관료개혁의 한계를 또 다시 느끼게 된다. 정부개혁은 관료에게 맡겨놓으면 안 된다.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해야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 위원회의 직제 개정 건도 그 희생물인데, 구조조정이 뭔지도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맡겨지니 성사될 리 만무하다. 앞으로 장관은 관료만 하던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된다. 관료출신이더라도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 (227쪽) 
→ 공기업 개혁을 비판하다가 슬그머니 관료 주도의 개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결과는 지금과 같다. 방만경영. 이 때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 때인 모양이다.
 
○ 개방형 임용제
- 2000-11-03(금): 정부혁신추진위원회에 보낼 안건으로 개방형 임용제에 관한 것을 정했다고 한다. 정부의 개혁이 이런 식으로 가니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개방형 임용제에 관한 것은 아직 시행한 지가 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추진위원회의 민간인 10인과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모여 이 문제를 새로 논의하겠다니 참으로 딱하다. 제발 사각에 묻혀있는 개혁 안건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그런 것은 하지 않고 다 해놓은 것을 재론하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개혁을 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의제를 설정하면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추진위원회는 각 부처별로 이견이 있어 쉽게 합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 (205쪽)
 
- 2001-01-06(토): 개방형 임용제는 현재까지 78개의 자리를 개방했는데, 공무원이 67명으로 과반수가 훨씬 넘고 민간인은 그 중 11명에 불과하다. 67명 중에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앉아 자리를 차지한 공무원이 26명이나 된다. 개방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보수며 근무여건 등에 회의를 느끼는 민간부문의 전문인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인데다가 정부의 각 부처도 자기 식구들에게 자리를 주려고 하지 남에게 양보할 생각을 갖지 않는다. 더욱이 그 중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자리는 38개 직위에 불과하다. 자체 전보면 굳이 우리에게까지 와서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은 폐쇄형 그 자체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간부들이 용역을 주자고 한다. 지난 공무원 여론조사에서 이화여대팀이 충분히 파헤쳐놓은 자료는 보지 않고 또 용역을 주겠단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형 제도가 왜 잘 안 되는지, 또는 그나마의 효과는 어떠한 것인지를 공무원들에 다 물어 잘 분서해놓았다. 관료들의 단점은 해놓은 것을 활용할 생각을 아니하고 중복되는데도 또 새롭답시고 다른 것을 하려고 하는 데 있다. (275쪽)
 
○ 광주일고
- 2001-02-14(수): 대통령 집무실에 가서 인사운영의 쇄신책에 관해 특별보고를 했다. 두 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통계자료를 가지고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를 했고, 정무직은 정치적인 임명이라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나 정부산하기관의 인사문제는 편중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특정고(광주일고)의 고위직 승진이 과거 정부에 비해 두드러졌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292쪽)
 
- 2001-06-16(토): 아침 간부회의에서 또 나를 비방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공통점은 광주일고 출신들이다. 예산총괄심의관(임상규)이 “위원회가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이냐, 인사정책지원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각 부처에 주어야 할 서버의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했단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10대 과제에 들어가 있는 것을 새삼 안해주겠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 한국의 관료들은 말을 멋대로 한다. 자신의 기관더러 뭐 한 것이 있느냐고 하면 그들은 억울하지 않을까? 
→ 역시 광주일고는 빠지지 않는다. 하긴 호남에서 명문고하면 일고를 빼놓을 순 없을 테니, 호남정권에서 호남명문고가 약진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티를 내야 할까.
하지만 김광웅 교수가 광주일고를 유독 지적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예산총괄심의관이 맘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면, 그 개인에 대해 비판할 일이지 왜 이를 학연과 결부지어 판단하는 걸까. 그 사람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만큼 김광웅 교수가 가르쳤을 텐데, 그렇다면 행정대학원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나. 임상규 씨는 노무현 정부의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지금은 순천대 생명산업과학대 웰빙자원학과 교수로 있단다. 역시 전직 관료들은 굶어죽고 살지는 않는구나.
 
○ 고위공무원단 제도
- 2001-03-27(화): 작년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고위공무원단에 관한 것은 그 현실성이 없는데도 하겠다고 덤볐다가 최근에 총리실에서 사정을 문의해오는 통에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제도이다. 그런 것을 용역도 하고 제도도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되지도 않을 제도를 연구하며 낭비만 하는 골이 된다. (307쪽) 
→ 개방형 임용제와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그리 멀지 않은데, 개방형 임용제는 되고,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안되는 이유는 뭘까. 게다가 지금 시행되고 있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보면 김광웅 교수가 무슨 생각을 할런지...
 
○ 계급 통합
- 2001-06-21(목):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계급을 부분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것은 앞으로 조직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조직은 어차피 피라미드에서 마름모꼴로 바뀌어야 한다. 중간층이 두터워지고 상위직도 하위직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위직의 태반은 민영화되어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계급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즉 9급과 8급, 그리고 7급과 6급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맡은 직무가 중요하고 그 성과와 책임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계급관에 사로잡혀 있으니 큰일이다. 언젠가는 계급에 대한 애착이 무너지고 일 중심으로 마음이 모아질 것이다. (351쪽)
 
○ 공무원노조
- 2001-11-20(화): 새로 부임한 한덕수 정책기획수석은 그동안 생각을 나눌 기회가 없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의견에 내가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노동 수석의 얘기처럼 공무원 노조는 일반과 같이 직장 단체로 인정을 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생각이다. 노조활동의 미성숙이나 노동생산성 문제, 그리고 경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주 5일 근무제도 그렇고, 공무원 노조도 그렇고 더 분위기가 성숙되어야 한다. 노동부 장관과 산자부와 행자부 장관의 입장이 판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원회는 민간 기업부터 40시간 일하도록 하고 공무원은 교사나 민원이 아닌 정책부서부터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리고 24시간 근무하는 경찰이며 병원은 맨 나중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도 기능직과 현업 부서에서 노조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까 우선 직장 단체의 이름으로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OECD 가입조건으로 내세웠던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노조문제의 실질적 내용정리는 위원회가 하면서, 이 일과 근무시간 단축을 노사정이 해오던 대로 빨리 마무리 짓기로 했다.
장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노사정, 노동부, 복지수석 등의 의견이 다 다른 것이 이채로웠다. 정책수석과 위원회는 의견이 다른 듯하지만 방향은 같고 신중히 해나가자는 데는 이의가 없어 다행이었다. (418-419쪽)
 
- 2002-02-07(목): 공무원노조 설립에 관한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아침에 프라자 호텔에 모였다. 노사정위원회, 교육부, 행자부, 노동부, 인사위, 정무, 노동복지 등. 각 부처의 입장을 먼저 개진했다. 의견은 2월 안으로 정부 단일안을 내는 것이다. 위원회의 입장은 지난 가을의 회의 때처럼 공무원 노조는 노사의 틀이 아닌 특별권력 관계로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복무규정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그 명칭도 공무원 단체로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행자부와 정무 쪽이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1996년 10월 OECD 가입 때 약속도 노사관계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릴 것과, 1998년 2월 6일의 사회협약도 정부 출범 전의 일로 공무원 노조를 인정키로 한 것은 직장협의회에서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할 적의 경우인데, 실제로 협의회를 통해 공무원 보수를 포함해서 근로조건이 많이 향상되고 있는 실정을 결코 외면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무원 노조를 만들 경우 공무원이 신분보장을 포기해도 좋은가에 관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 (455-456쪽)
 
- 2002-04-23(화): 행자부 장관, 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정무수석, 그리고 노동복지 수석과 모모야마에서 조찬회의를 했다. 공무원 노조와 주5일 근무제에 관한 의논인데, 주로 노조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는 회의였다. 노사정 위원장 빼고는 거의 모두가 공무원 노조의 명칭을 직장단체를 쓰지 않고 노조라는 명칭을 써도 되는 것으로 양보하자는 의견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에 규정을 해도 좋다는 의견이었는데, 이는 헌법이나 국가공무원법, 공무원 복무에 관한 규정 등이 공무원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것과 너무나 거리가 먼 주장들이다. 행자부 장관조차 특별법이 아닌 것도 좋다고 하는데, 공무원의 노조활동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신분보장 등에 관해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단체협상권을 인정해도 교원노조처럼 법령, 조례, 예산 등은 근로기준 법정주의에 따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인데, 그런 생각들은 미처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장영철 노사정 위원장은 자신이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는 문서에 사인을 할 수 없다고 버틴다. 결국 입법절차를 밟기로 했다. 노사정에서 합의가 안되면 안 되는대로, 그리고 노동부나 행자부 둘 중에서 제안을 하는 형식으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자세한 논의를 하는 단계로 가기로 했다. 다만 정부쪽 협의의 당사자가 중앙인사위원회라는 것이 걸린다. 상당한 준비와 훈련, 그리고 각오가 있어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486쪽) 
→ 공무원 노조를 직장 단체로 인정한다는 것은 공무원노조가 아닌 공무원단체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고, 결국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의 시기상조론을 펼치는 것도 참 우습다. 노조활동의 미성숙? 경제 사정? 도대체 그렇다면 언제 허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게다가 근로조건이 많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불필요하다는 논리는 또 무엇인가. 공무원노조가 단지 근로조건 향상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무원노조와 신분보장을 대립시키는 것도 검토할 부분이다.
노동부 장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무직 관료들이 공무원노조에 부정적이다가 바뀌고 있는 것을 김광웅 교수의 일기는 보여준다. 김대중 정권의 성격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게 인정하고서도 여러 가지 제약점을 들어 공무원 노조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음이 글의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 2001-11-22(목): 의회 운영의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왜 같은 질문에 녹음을 틀어놓은 듯 같은 답변을 되풀이하는지 모르겠다. KOC의 판단에 대해 정치적 복선 어쩌고 하면서 계속 문화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는데 답변은 항상 똑같다. 의원끼리라도 교통통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인봉 의원이 검찰총장과 국정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데 이에는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니 중앙인사위원장도 책임을 느끼고 사직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답변할 기회가 없어 답하지 못하고 끝난 후 시스템에 관해 설명을 해주었다. 의원들은 질의에서는 그렇게 날카로워도 영외에서는 항상 친절하다. 왜 그럴까? 여야 의원끼리도 마찬가지다. (420쪽) 
→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예결특위 단상
- 2001-11-28(목): 예결특위에 앉아서 느끼는 단상 몇 가지를 적는다.
첫째, 의원들이 나라 예산을 다루면서 자신이 속한 지역 문제 내지는 다른 지역 문제를 지나치게 다룬다. 국회는 나라의 문제를 모두 용해해 해결해야 할 장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의원 서로가 호칭할 때 그렇고 국무위원이 의원을 호칭할 때도 그러는데, 정작 서로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실제로 마음속에서도 존경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호칭 관행부터 없앴으면 한다. 셋째, 질의 시간을 지키는 의원이 하나도 없다. 이런 기초훈련이 안 돼 있는 것이 의원들이다. 넷째, 의원들만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말분 정부쪽의 의견은 말할 기회를 거의 박탈당한다. 답변의 기회가 뒤로 미루어지는데 산회 때까지 발언할 수 있는 국무위원은 댓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0명 이상이 늦은 밤까지 관련도 없는 문제를 들으며 앉아 있어야 한다. 되도록 일문일답으로 그때그때 문제가 석명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의원들은 같은 내용을 수없이 반복한다. 동료 의원들이 여러 번 한 이야기를 보좌관이 써주었기에 그대로 읽고 있다. 여섯째, 국무위원도 그렇지만 의원들의 이석이 너무 잦다. 국회는 아직도 너무 비능률적이다. (423-424쪽)
 
○ 2002-01-07(월): 관료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문장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고 남을 설득시킬 줄 모른다. 자료를 적절히 구사해 얼마든지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데도 고식적이고 판에 박힌 말만 되풀이할 뿐 논리도 자료도 없이 매일매일 똑같은 일만 한다. 지난 예산 국회에서도 답변 자료를 써주는 것을 보면 도움은커녕 하나도 참고가 되질 않는다. 처음에 시도했던 어학 공부하기도 언젠가 슬쩍 없어졌고, 적어도 한 지역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권고도 듣는 둥 마는 둥 전혀 반응이 없다. 언어 표현 등을 고치라고 한없이 주문해도 나아지질 않는다. (440쪽)
 
○ 정책토론
- 2002-01-19(토): 정부정책평가위원회의 행사가 오전 청와대에서 열렸다. 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이 정부가 새롭게 한 획기적 운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여 행사를 하는 일종의 쇼라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대단히 돈을 들인 듯한 보고대회 간판부터 해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다 아는 것을 왜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문에 이미 비판이 다 나와 있다.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한 것, 잘못된 것 등을 중심으로 그 원인은 무엇이며 배경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되었는지를 대통령 앞에서 ‘토론’하는 것이 옳다. 시간을 쪼개 보고하고 대통령은 한 말씀하시고 또 짜놓은 각본대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정책을 평가하려면 사건중심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천착했어야 옳았다. 예산을 5억 원씩이나 들여 61회의 전체회의, 240회의 조별회의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부처별, 지자체별 평가순위를 매긴 것도 어찌 보면 학생을 다루는 것 같아 평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깊이가 없어 보인다. 좀 더 내실을 기하는 운영방식이 아쉽다. (449쪽)
 
○ 인사기구의 문제
- 2002-05-23(목): 신임 위원장 임명에도 이견이 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인사위원장 자리를 호남 출신, 그것도 지방자치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다. 민정쪽 사람은 한마디로 인사 전문가들이 아니다. 그저 소문 등이 포함된 네거티브 리스트나 갖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행자부 출신들이 공직기강비서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개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사람들이다. 인사, 예산, 조직을 관리하는 관료들의 공통된 성향이다. 문제는 민정수석실은 철저한 ‘엽관주의 논리’를, 행자부의 인사 파트는 ‘계급제적 연공서열주의 논리’를, 그리고 중앙인사위원회는 ‘실적주의의 논리’를 펴니 조화가 이뤄질 수가 없다. ‘정치관료’의 인사를 망쳐놓은 공직기강비서실 때문에 직업관료 인사를 개혁해간 인사위원회가 덤터기로 책임을 함께 지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관 간의 연계가 잘못되어 있다. 즉, 중앙인사위원회는 정책기획비서실이 아니라 공직기강 쪽과 연계돼 역할을 분담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양 비서실이 힘이 대등하면 갈등을 빚고 우리는 그 등쌀에 새우등이 터진다. 그러나 인사제도의 개혁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카운터 파트는 정책기획수석실일 수밖에 없다. (504쪽)
 
- 2002-05-24(금): 인사기구 간에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근본원인은 서로의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정의 공직기강은 선거 때 고생했거나 내지는 친인척들을 위해 자리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인사의 기본원리가 엽관주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국회에 가서도 그랬고, 또한 일반론으로 민주주의가 선거를 거치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고 선진 어느 나라도 선거 팀이 정부를 맡을 수밖에 없다. 정무직의 인적배경은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전문성 등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소위 ‘정치관료’가 판을 치면 ‘일반 직업관료’가 주눅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사의 집행을 주로 맡는 행정자치부는 계급제적 연공서열주의의 논리에 집착해 있다. 반면 중앙인사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실적주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 이러니 인사기구 서로가 불협화음을 연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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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관료사회와 인사개혁 현장 (세계, 민기범 생각의나무 비소설팀장, 기사입력 2009.05.15 (금) 17:12)
통의동 일기-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3년의 공직 실록/김광웅 지음/생각의나무/2만2000원
 
“지금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사 보겠어? 그래도 100년쯤 지나고 나면 찾는 이가 제법 많아질 거야.”
“그야 그렇죠, 선생님.”
 
반백의 노교수가 최종 교정지를 넘겨주며 한마디를 보탠다. 편집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원고더미만큼이나 묵직한 ‘100년’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노교수는 행정학자 김광웅이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한국공공정책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서울대 공공리더십센터 상임고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산하 ‘좋은 책 선정위원회’ 위원장, 희망제작소 상임고문 겸 ‘좋은 시장학교’ 교장, ‘미래대학 콜로키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통의동 일기’는 김광웅 교수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내며 매일 썼던 공직 일기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좋은 정부’ ‘바람직한 정부’를 위한 바탕 자료를 삼고자 썼던 원고가 200자 원고지로 모두 7000여장. 저자의 성실함과 열정이 존경스럽다.
 
이것을, 민감하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을 덜어냈다 해도, 저자가 3분의 1로 줄이고 편집자가 다시 10%를 줄여 독자 앞에 내놓았으니 좀 더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두 사람 모두 같다. 분량뿐 아니라 편집자로서 책을 연출하는 데 있어 대중성과 사료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고민이 많았다.
 
‘통의동 일기’는 학자적 균형감각과 혜안으로 관료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인사위는 인사행정의 기본정책을 수립하고 개혁 사무를 관장하며, 3급 이상 공무원의 채용과 승진 심사, 각 행정기관의 인사 감사, 인사·보수 등 인사관계법령의 제정 및 개정안을 심의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사기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던 관료의 언어와 행태, 청와대와 각 부처의 관계, 정부부처 간의 갈등, 정책과 관리 혁신, 정부와 의회·언론·지식인 집단·NGO와의 관계를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로 교과서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부 관료사회와 인사개혁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통의동 일기’를 읽다 보면 사막처럼 지루할 것 같은 공직사회에서도 인간 냄새가 폴폴 난다. 수많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인사개혁의 중심에 선 저자의 열정과 감동, 고뇌와 탄식이 이어진다. 공무원들에게 ‘글 좀 제대로 쓰라’고 주문하는 그답게 문장들도 천의무봉은 아니지만 매끈하기 그지없다.
 
책이 나오면 연락드리겠다고 하자 반백의 노교수 왈, “이번에 책으로 나온 건 해가 떴을 때 얘기고, 해가 진 뒤가 더 재밌어. 사실은 그게 진짠데 …… 그건 책으로 못 내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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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17:47 2009/07/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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