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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을 가장 쉽게 풀어 쓴 책,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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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 기관지에 연재되었던 강상구 동지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정치경제학'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왔다. 전진 기관지에 끝까지 연재된 것은 아니어서 이를 보완하여 출판된 것이다. 당시 기관지에 연재될 때에도 다른 글들에 비해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었기에 처음부터 출간하라고 주위에서 권유를 했다. 강상구 동지가 썼던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이라는 책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그는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있다. 이는 자신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일 터이다. 내가 글을 써도 만연체로 길게 늘여서 어려운 말을 중언부언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일 것이고...
 
책에는 단병호, 황광우의 추천사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책의 맨 뒷표지에만 올라와 있는 가수 이상은의 추천사가 더 인상적이다. 2년 전 아버지에게서 공산당선언을 선물로 받았다는 가수 이상은은 추천사 제안을 받고 정말 재미있어서 원고를 끝까지 읽고 추천사를 직접 써주었다고 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아마도 끝까지 다 이해하며 읽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난해하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자본론>의 내용을 조목조목 쉽고 재미있게 풀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성스레 잘 풀어 놓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경제 공황이라는 큰 사건을 맞이하면서, 매일매일 내가 하는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어떻게 가치로 환산되는지를 알고, 신이 되어 버린 돈의 파괴적 위력을 깨닫고, 또 어떻게 우리가 착취당하고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책입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후에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하나의 벽돌이 되어 버린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고, 자기 인생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바르고 투명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깊은 잠을 깨우고 현실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명경지수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모두가 바로 알아야 하는 바로 그 지점을 우리는 지금, 세계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나 또한 이상은처럼 이 책을 강추할 수 있다. 장시복 교수가 서평에서 썼듯이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하여 <자본>에 대해 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 나온 적도 있지만, 자본을 원숭이까지 이해시킬 필요는 없으리라. 
 
시간이 없더라도 이번 여름에는 강상구 동지의 글을 단행본의 형태로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자본>을 읽는 것까지는 짬을 내진 못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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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은 <자본론> 해설서를 추천하다 (오마이뉴스, 09.07.12 15:17  구영식 (ysku))
<하이, 마르크스 바이, 자본주의>에 추천사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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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힘' (레디앙, 2009년 07월 21일 (화) 09:21:55 장시복 / 목포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서평]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하이 마르크스, 바이 자본주의』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 - 『자본』의 대중화
난해한 『자본』을 이해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리고 두꺼운 이 책에서 마르크스(K. Marx)가 제시한 핵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난관에 부딪힌 독자들은 일반적으로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로 이 책의 해설서를 손에 들게 된다. 『자본』이 금서였고 이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 위반 대상이 되는 1980년대에는 주로 일본에서 나온 해설서들이 이 역할을 해왔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자본』이 번역되면서는 아주 다양한 해설서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로써 역할해 왔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온갖 새로운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한국에 수입되어 유행하면서 『자본』 해설서들은 한물간 낡은 책으로 무시되면서 그나마 제 기능 자체마저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00년 들어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로써 해설서들은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자본』해설서들은 기존의 일본이나 소련 혹은 서유럽의 해설서들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학자, 전문 집필가, 활동가 등이 제 나름대로 『자본』을 이해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자본』의 핵심내용을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해설서들은 많은 현실의 예를 들어 최대한 쉽게 풀어 쓰고 그림이나 만화를 넣어 독자들에게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이 점은 2000년대 들어 『자본』해설서에서 나타는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화된 『자본』 해설서 - ‘대중성’과 ‘전문성’의 조화
『자본』해설서의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는 2000년대 들어 출판된 『자본』 해설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이자『자본』에 대한 대중적 글쓰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명시적으로 보면 이 책은 “『자본론』을 최대한 쉽고 재밌게, 핵심 내용만 뽑아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자본』 대중화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해설서들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서평자가 판단한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대중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스포츠 신문」을 경쟁상대로 한다.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집」이나 『마법천자문』 또한 이 책의 경쟁상대이다. 이들과 경쟁해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책은 『자본』의 개념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방식을 채택한다. 이 책의 곳곳에 배치된 대화들은 『자본』에서 사용된 개념이나 핵심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이 책에 손문상 화백이 그린 그림은 시원시원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명쾌하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다른 측면에서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 이 책은 개념이나 내용을 현실 생활에서 경험하는 일(아마도 필자가 현실에서 경험한 일일 것이다!)과 잘 조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자본』 자체를 경쟁상대로 하는 듯하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본』 1~3권의 핵심내용을 순서대로 전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자본』의 개념이나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자본』에서 제시된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이를 최대한 『자본』에서 제시된 방식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경쟁상대인 『자본』이 가진 전문성을 충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평자의 의무 - 좋은 독서를 위한 제안
그런데 『자본』을 가장 쉽게 풀어 쓴 책임에도 독자들은 이 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이 『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우회로’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자본』이 두껍고도 딱딱하며 난해하고 골머리 썩이는 책이기는 하지만, 『자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논리는 반드시 원전 자체를 읽음으로써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만으로 독서를 중단하지 말고 독자들은 『자본』자체를 읽으려 시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명쾌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마르크스가 『자본』 1권을 완성했고 2권과 3권은 그가 죽은 이후 엥겔스(F. Engels)가 남겨진 유고를 바탕으로 편집했다는 점에 크게 기인한다. 따라서 『자본』이 가진 한계는 『자본』해설서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 책의 개념설명은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예를 들어 잉여가치를 설명하는 과정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한다. 등가교환을 통해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하는 비밀에 대한 설명을 보강하고 잉여가치의 전유로써의 ‘착취’를 좀 더 강조하는 서술이 있었으면 한다(책의 87~89쪽의 설명). 또한 잉여가치와 이윤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인가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인가의 문제라기보다는 동일한 실체의 다른 표현임을 앞부분부터 강조할 필요가 있다(105~106쪽의 설명과 239~240쪽의 설명을 비교해 보라).
 
그리고 자본의 변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산자본, 상품자본, 화폐자본의 통일 속에서 산업자본을 설명하는 방식과 자본 분파로서 산업자본으로부터 상업자본, 금융자본의 분리를 서술하는 방식에 대한 보다 명료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156~158쪽과 13장의 설명을 비교해 보라). 그리고, 금융자본을 ‘가짜자본’이라고 표현하며 실물자본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는 방식은 개념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215쪽).
 
넷째,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14장과 15장의 이윤율 저하와 공황의 설명은 혼란스럽다. 서평자가 보기에 이 책의 설명은 이윤율 저하경향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내용과 공황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혼재되어 있다(대표적으로 253쪽의 ‘공황을 늦추는 것들’). 더욱이 공황을 이윤율의 최저점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든지(254쪽의 설명) 공황을 파국으로 인식할 오해가 있는 문장들(238~239쪽의 표현)은 설명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서평자의 생각에는 14장에서는 이윤율 저하 경향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15장에서 공황을 다루는 서술방식이 더 좋을 듯하다.
 
이러한 지적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올바른 이해를 가지기 위해서 서평자가 해야 할 의무임을 밝힌다. 다시 말해 서평자의 의도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비판을 통한 새로운 건설’임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서평자는 이 책이 『자본』을 가장 쉽게 쓴 책이라는 점에 흔쾌히 동의하며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과 교류하며 『자본』을 이해하려는 사람들과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마르크스에게 쓴소리…"<자본> 이렇게 다시 써!" (프레시안, 장석준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2009-08-08 오전 7:38:18)
[화제의 책] 강상구의
 
이제 '자본주의 비판=마르크스'는 아닌 것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 중 하나는 세월이 지나면서 '자본주의 비판'의 목록도 사뭇 풍요로워졌으며 따라서 마르크스는 이제 그 한 부분 정도의 위상만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명불허전. 마르크스는 그래도 역시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는 이제 한 부분이지만, 어쨌든 '필수적인' 한 부분이다. 그게 없으면 전체가 작동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다.
 
왜 그러한가? 그의 이름을 내걸었던 탈자본주의의 국가적 시도들이 너나없이 실패했는데, 왜 아직도 이 두 세기 전 사상가를 불러낼 수밖에 없는가? 마르크스에게는, 다른 자본주의 비판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본주의 비판의 어떤 독특한 각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아니고서는 접할 수 없는 자본주의 비판의 독특한 각도. 그 때문에 아직도 어떠한 자본주의 비판이든 마르크스의 성취를 염두에 두고 이와 대화하며 자신의 성취와 서로 견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그 각도란 곧 노동자의 시각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공공연히 임노동자의 시각을 전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자본>에서는 '착취'니 '잉여가치'니 하는 개념들이 그토록 중요하다. <자본>은 이게 현실에서 '절대적 잉여가치'니 '상대적 잉여가치'니 하는 독특한 과정으로 나타나는 것을 당시 영국 산업 현실을 총동원하여 공들여 상세히 설명한다. 이 모든 게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공장 안에서, 기업 안에서 나날이 벌어지는 그 일들이다.
 
제목에서 이미 확연히 드러나듯이 <자본>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자본'이다. 하지만 <자본>은 이 주인공을 철저히 임노동자의 시각에서 파헤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주인공이 임노동자와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는 예상 외로 상처받기 쉽고 불안정한 무엇임을 밝혀낸다.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임노동계급과 관계 맺는 숱한 계기들이 없으면 자본 축적 운동은 진행될 수 없다. 나날이 전쟁이요, 결코 공짜로 되는 게 없다. 즉, 자본이라는 괴물의 생존의 비밀은 우리 임노동자의 일상 속에 있다. 우리의 종속이 그 기반이며, 따라서 어쩌면 이것이 역으로 우리의 가능성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이자 그가 인류의 지혜에 보태놓은 결정적인 기여다.
 
한데 마르크스의 <자본>이 이렇게 노동자의 시각을 바탕에 둔 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노동자를 위한, 더 정확히 말하면 노동자가 읽기 위한 책인지는 그 독일어 초판 발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의문거리였다. 정말 많은 노동자들에게 읽힐 책을 쓰고 싶었다면, 저자는 절대 책의 초입에 '사용가치', '가치', '교환가치 혹은 가치형태의 전개', '상품물신주의' 등등에 대한 그 악명 높은 장광설을 늘어놓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저자는 그렇게 했다. 그래서 스스로도 좀 미안했던지, 초판 서문에서 제1장 '상품'은 읽기 쉽지 않다고 사전 경고를 달아놓았다. 하지만 이 뒤늦은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독자들이, 저자 자신이 그 책의 마땅한 독자라고 생각했던 노동자들 자신이, 제1장에서 열이면 열 다들 한숨을 쉬고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는 책장을 덮는다. 필자 자신 노동자들과 함께 <자본>을 강독할 때마다 이것을 실감한다. 그래서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150여 년 전의 그 저자를 찾아가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초고를 쓰고 또 다시 고쳐 썼는지 잘 알면서도, 매몰차게 말해주고 싶다. "다시 써!"
 
타임머신이 없으니 남는 방법은 하나다. <자본>을 개작하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조율하지 못한 노동자의 음조, 상식인의 선율로 번안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자본>의 성취를 망각의 세계에서 구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자본> 개작권을 갖는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한 동안, 적어도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는, 이 개작권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 필자가 이에 도전하고 나섰다. 진보신당 기획실장으로 일했고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문화과학사 펴냄) 등의 책을 낸 바 있는 강상구가 그 필자다. 그리고 그가 행한 개작의 산물이 (레디앙 펴냄)라는 책이다.
 
<자본> 개작판 자체가 희귀하다 보니 이 책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것 이상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자본>의 '성공적인' 개작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한 몇 가지 뚜렷한 미덕을 구비했다.
 
우선 <자본>의 체계에 강박되지 않았다. <자본>의 장, 절 구성을 그대로 좇아가면서 설명만 새로 쓰는 식의 해설서와는 다르다. <자본>의 내용을 설명하되 그 체계를 자유로이 재구성했다. <자본>의 기반이 되는 역사유물론의 주요 명제를 맨 앞 장에 미리 소개하고, 악명 높은 '상품' 장은 세 개 장으로 나눠서 상세하고 평이하게 설명한다. 반면 항상 고리타분하게 다가오는 <자본> 제2권 같은 경우는 과감하게 축약해서 정리한다.
 
저자가 염두에 둔 구성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상식을 지닌 독자가 자연스럽게 가질 만한 의문의 연쇄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대화가 빈번이 나온다. 문체도 구어에 가깝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강상구의 통역을 거쳐 마르크스와 대화하듯 자신의 궁금증과 <자본>의 답변을 오갈 수 있다. 말하자면 저자는 이론을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거나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만약 마르크스의 명제들, 법칙들, 그 전반적인 이론 체계에 붙잡힌다면, 대학 강의를 위한 개론서는 쓸 수 있을지언정 생활인과의 거리는 여전히 좁히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 저자는 아주 능숙하게 이론의 언어를 생활의 언어에 접속시킨다.
 
접속의 대상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론은 역사와도 만난다. 이 책의 각 장에는 풍부한 역사적 사례가 부록처럼 뒤따른다. 가령 노동력을 상품으로 다루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설명한 뒤에는 농민들이 농지에서 쫓겨나 도시로 몰려들고 그래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연명할 수 없게 된 역사적 과정(영국의 경우, '인클로저 운동')의 소개가 따라붙는다. <자본>, 우리 시대, 또 다른 자본주의 시대들 사이의 이러한 3중의 대화가 독자들의 이해를 보다 입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사실, 그래도 입문서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지는 않다. <자본> 1, 2, 3권의 내용을 한 권에 압축한 탓에 어떤 대목에서는 너무 소략한 감을 준다. 복잡한 이론들의 장황한 소개를 피하다 보니 두루뭉수리하게 처리된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공황을 다루는 14장과 15장이 그렇다. <자본> 전체에서도 그 해석을 놓고 가장 이견이 분분한 대목 중 하나이니 만큼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공황 문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논란을 최대한 비껴간다. 그러다 보니, 마르크스주의 경제 이론 전공자가 본다면, 상당히 아쉬움을 표할 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입문서의 숙명인 '속류성'의 덫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겉으로는 간명한 듯 보이는 저자의 문장들에는 마르크스주의 역사 속의 복잡하고 치열한 논쟁과 그 결과가 반영돼 있다. 상품에서 화폐가 발생하는 과정을 실제 역사적인 사실로 해석할지, 논리적인 가정으로 해석할지에 대해 후자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서술하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마르크스 '이후'의 이론들을 과감히 동원하여 마르크스 자신의 논지를 보완하기도 한다. 브로델-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 관점을 소개하는 부분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꼭 빠뜨려서는 안 될 이 책의 장점은 손문상이 그린 삽화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본문의 내용을 꿰뚫는 이들 삽화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는 우리가 자본주의에 '바이(Bye)'를 외쳐야 할 이유를, 마르크스가 <자본> 1, 2, 3권에 걸쳐 장황하게 제시한 그 이야기들을 간명하게 풀어낸다. 세계 자본주의가 미증유의 장기 위기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이런 주장이 어느 때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꼭 함께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오늘날 위기에 처한 게 자본주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비판의 준거점으로 삼은 그 임노동계급 역시 지금 위기다.
 
수 세대를 이어온, 그리고 최근 더 극성스러워진 자본주의는 노동계급 내부에 커다란 균열과 분단을 낳았다. 우리의 경우 이것은 무엇보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이들 사이에는 연대는커녕 경쟁과 차별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도대체 이들이 하나의 계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자체가 쟁점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노동계급을 준거점 삼아 비판의 각도를 잡은 <자본>은 21세기 자본주의 비판의 무기로서 과연 어느 정도나 위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혹시 자본주의의 약점에 대한 설명력은 여전하되 그 대안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상실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물음에는 현실의 한 가지 차원이 지워져 있다. 이론과 실천의 상호관계, 역사 속에서 입증된 그 놀라운 역동성 말이다. 도서관에 꽂힌 마르크스의 책들과 지금 그대로의 노동자들만을 염두에 둔다면, 임노동자의 시각에서 비판과 대안을 써나간 그 사람의 시도는 임노동자라는 말에 판돈을 건 도박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그 책을 '읽는' 일이 벌어질 때 상황은 달라진다. 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 드디어 역사가 그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이 때, 애초에 투기로만 보였던 그 기대는 오히려 씨뿌리기였던 것으로 다가온다.
 
가 의도하는 것은 바로 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있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그 책을 읽는 일을 시작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접속이 시작되고 대화가 피어나며 새로운 공동의 실천이 싹트게 하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연대'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저자 자신 이 책의 말미에서 그러한 소망을, 소박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밝힌다. "지금이야말로 개인만의 행복을 위한 처세가 아니라 연대(저자 강조)가 중요합니다. MB 빼고 다 연대합시다. 어차피 MB는 <자본론> 안 읽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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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1 11:59 2009/07/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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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리미디어 2010/04/14 15:18

    [신간소개]-김수행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국부론>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두리미디어입니다.

    청소년 교양 시리즈 출판의 새로운 저변을 확산시키고 있는 두리미디어에서 이번에 마르크스 경제학의 최고 권위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전 서울대 교수) 님이 쓰신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과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출간했습니다!

    김수행 교수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은 국내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한지 20여 년 만에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중화를 위한 초석으로 기획됐습니다.

    <국부론> 역시 완역한 바 있는 김수행 교수는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경제학의 고전’을 올바로 전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습니다.

    <청소년을 위한…>이란 주제를 잡고 있지만, <자본론>과 <국부론> 원전의 정확한 개념과 이해를 얻고자 하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관심 있을 저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새로운 경제학과 미래 사회의 대안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국부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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