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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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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가 언론을 달군 노동운동 관련 소식이었다. 나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판단하는데, 왜 이걸 위기라고 보는지 모르겠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각종 선거와 주요 대의원대회에서 KT노조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단지 분담금을 잘 낸다는 이유만으로 KT노조가 자행하는 온갖 만행들이 눈감아졌던 것이다.
 
더욱이 내일신문 기사에서 KT노조의 한 조합원이 말한 것처럼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어도, KT노조나 민주노총이나 달라질 것은 없다. “사실 민주노총과 같이 정치투쟁을 하거나 총파업에 참여한 적이 별로 없거든요. 민노총 정파갈등에 관심도 없고요. 이번에 압도적 탈퇴 찬성을 한 것은 구조조정 공포 때문이죠.”
 
그랬던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다는 것은 현 정권이 더이상 민주노총 국민파와 거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민주노총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 공공기관노조의 경우에는 대국민 이데올로기 전선에서 써먹을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귀족노조' 민주노총은 더이상 상대상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위력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KT노조가 탈퇴한 자체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일이다. 여기에 빌붙어서 노동운동을 말아먹은, 부패하고 반민주적인 노동관료들에게는 저주나 다름 없겠지만... 게다가 공무원노조 통합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KT노조의 탈퇴를 상쇄할 민주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도 쉽지 않을 듯하니 국민파로서는 내년 초에 있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는데 악재의 연속일 터이다.
 
이러한 KT노조의 탈퇴와 관련하여 다양한 기사와 글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해관 전KT노조 부위원장의 글이 그나마 읽어볼 만하다. KT노조나 레디앙 논설위원실에서는 “새 운동의 승패는 내부 혁신과 현장 강화에 달려 있다”며 “강력한 내부 혁신을 통해 우리부터 묵은 때를 벗겨내고 현장조직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언급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혁신과 현장 강화를 말하지 않은 이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 KT노조의 입을 빌어 민주노총의 활동가들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초점이 어긋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공포가 만연하고 있다. 꼭 현장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경기불황으로 인안 고용불안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당당했던 젊은 직장인들이 윗층의 말을 잘 듣고 눈치를 슬슬 보는 '순한 양'이 되고 있단다. 개인적인 언행은 사라지는 대신 금요일 회식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회의 때도 비굴한 행태를 보이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이는 아부를 위한 오바액션일 뿐이란다.
 
고용불안에 말 잘듣고 눈치 보고 …‘순한 양’이 된 직장인 (경향, 이용균·김보미기자, 2009-07-17 17:57:17)
 
이러한 고용불안정, 구조조정 공포가 심해질수록 사업장 내의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품에서 벗어난 KT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치열한 내부경쟁을 벌일 수밖에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라고 하여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고용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이는 스스로 주위의 직종, 직급이 다른 동료들과, 아니 사업장을 넘어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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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 민주노총 탈퇴 (레디앙, 2009년 07월 17일 (금) 20:18:38 이은영 기자)
95% 찬성으로 통과…민주노총 "존중하나, 외부 개입 확인시 불매"
 
KT노동조합이 17일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투표자 27,018명 가운데 25,647명 찬성(95%)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KT노조는 조합원 3만명으로 구성된 거대 조직으로,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15년만에 갈라섰다. 이날 동시에 실시된 KT와 KTF 노조 합병 건도 97.3% 찬성으로 가결됐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투표에 대해 “KT노조의 자주적 상급단체 결정이 이뤄진다면 이를 존중할 것이나, 만에 하나 과거와 같은 사측의 노골적인 지배 개입과 부정투표 행위가 적발될 시 이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고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조합원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택을 보장하지 않은 점이 확인되고,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의 개입이 나타날 경우 민주노총은 ‘전조직-전조합원 KT불매운동 돌입’과 ‘부당노동행위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KT노조 내 현장활동가로 구성된 KT민주동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정권과 그 하수인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에 정치적 타격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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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조도 민주노총 탈퇴 (한겨레, 이완 기자, 2009-07-17 오후 10:59:48)
산별 IT연맹 조합원 대부분 빠져나가 붕괴위기
서울메트로 노조는 ‘탈퇴 전제’ 연맹 결성안 부결
 
케이티 노조의 허진 교육선전실장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가장 큰 목표인 고용 안정 등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전체 통신노조로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하자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전국 450여 지부별로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다.
 
지난해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민주동지회’ 쪽 조합원들은 “조합원들이 투표나 선거를 할 때마다 회사 쪽의 다양한 압력을 받아 민주적인 투표가 되지 않는다”며 “케이티는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팀장 등 회사 관리자들이 그동안 투표 전에 회식을 하며 조합원들을 회유하거나, 투표용지에 부서별 표식을 강요하는 식으로 회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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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모욕하는 민주노총의 편향된 인식에 분노한다 (2009년 7월 16일 KT노동조합)
 
KT노동조합은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민주노총의 기자회견 및 입장발표에 대해 심각한 유감과 분노를 표하며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한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KT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을 중단하고 조합원의 민주적 선택을 보장하라”며 “KT노동조합의 자주적 단결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모욕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노총 소속으로 15년을 함께 한 KT노동조합에 대해 민주노총을 탈퇴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이 같은 ‘막장회견’을 할 수 있는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민주노총은 어제의 동지를 오늘에는 자주적 단결권도 없는 ‘허수아비’ 조직으로 만들고, 사회적 역할에는 관심도 없이 제 살 길만 찾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마치 KT노동조합의 선거가 사측의 지배개입으로 얼룩져 있는 것처럼 매도했다. 민주노총은 가슴에 손을 얹고 되돌아보라. 누가 누구더러 ‘선거부정’운운하는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지난 2월의 모 지역본부 부정선거 의혹 등 민주노총이야말로 선거부정의혹의 당사자이자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닌가.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2008년 노조위원장 선거에 대한 법정 소송”은 낙선한 후보 측이 신임지도부를 흠집내기 위해 벌인 ‘소동’에 불과하다. 그들이 소송한 ‘선거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은 4월 6일 기각됐고, 이들은 즉시 항고했으나 소리소문도 없이 지난 7월 7일 항고를 취하해버렸다. 그 이전에 있었던 소송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확실한 증거도 물증도 없이 소송부터 벌여놓고 나중에 가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끝내버리는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 걸기가 재탕 삼탕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KT노동조합의 선거에 무슨 부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KT노동조합의 자주성과 합법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악의적 비방에 불과하다.  
  
우리는 민주노총의 비정규투쟁이나 최저임금투쟁을 매도한 적이 없으며 또한 정치투쟁의 필요성을 부정한 적도 없다. 다만, 위 사안들이 KT 조합원의 여건과는 상이한 측면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은 있다. 한두가지 사례를 갖고 KT노동조합이 사회적 역할을 방기했다거나 정치투쟁을 회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다. 최근 일만 살펴보자. 우리는 통신산업개방을 반대하며 한미FTA 반대투쟁에 떨쳐 나섰고, 작년 광우병 파동 때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 2000년대 들어 남북노동자교류사업을 꾸준히 펼쳐왔고 통일선봉대 활동 등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우리는 “극단적인 대립과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실익을 중시하는 조합활동, 중도개혁노선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공표했고, 나아가 “현재 고통받고 있는 전체 통신노동자들과 함께 단결하고 연대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KT노동조합을 사회적 역할에는 관심도 없이 제 살 길만 찾는 ‘이기주의’ 집단인양 매도해서는 안 된다. 
 
KT노동조합은 수 차례 밝혔듯이 우리의 뜻과 의지에 따라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고 3만 조합원의 투표에 따라 가부가 결정날 것이다. 민주노총은 KT노동조합 3만 조합원의 자주적인 선택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재단하고 음해할 자격이 없다. 민주노총이 KT노동조합을 계속 들쑤시고 분탕질 한다면 오갈 것은 막말이고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민주노총은 KT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을 떠나며 보여준 절제를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KT노동조합 3만 조합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며, 이와 관련해 더 이상의 음해와 왜곡, 명예훼손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KT노동조합은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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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잘못한 게 없나? (레디앙, 2009년 07월 20일 (월) 09:06:25 논설위원실)
[입장] KT노조 탈퇴를 보고…"아무도 믿지 않는 '총파업' 선언"
 
‘결국’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실을 다뤘고, ‘한국노동운동에 새 시대를 열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극찬했다. ‘결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KT노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올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KT노조로서는 그럴듯한 시기를 선택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강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고, 현대중공업, 인천지하철 등에서 마치 무언가 새로운 노동운동이 만들어질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이를 지지하는 일정한 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항상 그런 노조들은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치투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맞는 얘기다. 현재만 하더라도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미디어법과 비정규악법, 4대강 죽이기 사업,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 등 굵직굵직한 ‘정치투쟁’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 사업장의 조합원의 이해와 전혀 무관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내려오는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연맹 차원의 집회 동원을 견디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시 기업별 노조로 돌아가라”는 보수언론의 충고하는 대로 하는 것이 자기 사업장을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한다면, KT노조나 서울도시가스노조처럼 하면 될 일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그 동안 상급단체에 내왔던 의무금으로 이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감사원을 내세워 단체협약을 깨려 하고,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서도 노조 전임자와 사무실을 지적하는 마당에 정부에 잘 보여 직접적인 화살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할 것이다. 문제는 ‘돌아간 기업별 노조’는 당장 내 집과 사업장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집요하게 달려들고 있는 정권과 자본에게 집도 절도 다 빼앗길 것이지만, 이것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철학의 차이니까 접어두자. 정부와 자본에 길들여진 노조가 우리의 지향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에 머물지 않고,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기회로 민주노총이 자신을 돌아볼 지점은 없는지를 성찰해보는 것이 보다 현명한 태도라고 본다. 우리는 정치적 투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언제부턴가 민주노총이 현장투쟁보다 거리투쟁에 더 전념하고 있다고 본다. 당연히 그만큼 현장과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고, 거리가 생기고 있다. 한 명이라도 조합원이 더 참가하도록 조직하기보다는 거리에서의 집회 전술이 더 발달하고 있다. 이건 문제다. 과거에는 집회를 조직하기 위해 그 의미를 교육하고, 토론하고,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은 상황의 어려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민주노총은 긴 공문과 지침으로 대신한다.
 
지금 민주노총이 산별체제로 넘어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확대된 기업별 의식’ 안에 머물러 있다. 자신들의 사안에 대해서는 손쉽게 수천 명을 동원하는 전교조, 공무원, 언론노조 등은 물론 금속노조와 공공노조 역시 민주노총 전체 투쟁에는 그만큼을 동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산업별 노조 차원의 집회에서도 각 지부에서 몇 명이 왔는지를 서로 견주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일정하게 집회 참가 비율을 정해주는 것이다. ‘연대의식’과 ‘정치의식’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조합원과의 거리는 멀어져 있다. 소통보다는 공문이라는 관료적 방법이 우선된다.
 
매번 총파업이라는 ‘전면전’을 말하는 것도 문제다.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 데 계속 높은 투쟁을 얘기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는 총파업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자조적으로 내뱉게 만든다. 총파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할 수 있지만 실력은 그럴 조건이 안 된다면 그와 다른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총연맹 차원에서는 집중할 사안을 선택하고, 해당 조직에서 최선을 다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시기다. 화물연대, 언론노조의 총파업과 그들의 최선을 다한 실천을 보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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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 민노총 탈퇴 95% 찬성 왜 ‘구조조정 공포’ 탓? (내일, 강경흠 기자, 2009-07-20 오후 12:31:50)
조합원 “민노총식 투쟁으로 고용보장 가능한가” 
  
KT노조 허 진 교선실장은 민주노총 탈퇴 배경에 대해 △민주노총의 투쟁 위주의 운동방향 △정파 갈등 △과도한 이념적 정치투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실장은 “이번 투표결과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열망하는 조합원들의 엄중한 선택이었다”며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보다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노동운동을 벌일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내부에선 다른 분석도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나돌면서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선긋기를 희망하는 조합원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노조는 최근 이석채 KT 회장 취임 이후 전 직원 호봉제 폐지와 연봉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고용안정을 다짐받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에 반대했지만, 목소리를 내진 못했다. KT노조 임종대 전남본부 지방위원장은 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나머지 11개 노조지방본부장들이 동의를 구하려 했으나 결국 계획을 접었다. 그는 “중앙집행부가 연봉제 도입의지가 높았다”며 “조합원들이 연봉제를 반대하면서도 구조조정을 더 걱정했다”고 말했다.
 
‘사측이 고용안정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게 KT 조합원들 정서다. 통신네트워크를 특수목적법인(SPC·정부와 통신사업자가 공동출자하는 회사)으로 분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일부 언론에선 이를 통해 인력과잉문제를 해소하면서 정부투자를 끌어내려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KT노조 권 모(본사지방본부 법인마케팅팀) 조합원은 “상급단체 탈퇴 투표에서 사측의 개입이 일부 있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조합원에게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인데, 민주노총 투쟁방식으로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 간부들은 고용안정과 전보발령 등을 피할 수 있지만 일반조합원들은 사실상 (노조에 대해)체념상태”라며 “이미 직종, 직급과 관계없이 치열한 내부경쟁을 벌여야 하고 여기서 밀리면 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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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 탈퇴가 민주노총 위기? 전화위복의 기회다" (프레시안/참세상, 이해관 前 KT노조 부위원장, 2009-07-20 오후 6:13:37)
[기고] 보수화-어용화, 구분 못하는 민주노총의 오류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그것도 95% 압도적 찬성으로. 보수 언론은 환영일색이다. 망언 전문가 김동길은 "민주당은 KT노조를 배우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안다. KT노조가 이미 오래 전에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이는 곧 KT노조의 탈퇴에서 중요한 것은 시점이었을 뿐이며, 그 자체가 민주노총에게 중대 변수가 안 된다는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KT노조의 탈퇴에 대해 우리가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아무리 지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부활하고 있다 하더라도 KT노조의 탈퇴를 민주노총 죽이기를 위한 '정권 차원의 공작'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작 그 주체인 노동자의 시각이 빠진 이런 관점은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특히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보수화됐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 공세는 대기업 노동자로 하여금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치중하게 만들었다. 즉, 구조 조정 반대에 집중하는 노동운동을 만들었다. 또 한편, 세계화로 인한 무한 경쟁은 기업 차원의 노사 협조주의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현장에서는 노골적인 어용노조마저 다시 생겨났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어용화'와 '보수화'를 구분하지 못했다. 이른바 '국민파'라고 불리는 의견 그룹은 KT노조를 그저 보수화된 집단 정도로 파악했다. '총연맹에 내는 조합비를 꼬박꼬박 내면 민주노총의 구성원으로 훌륭한 것 아니냐'는 매우 안이한 인식이 그들에게 있었다. 심지어는 '어용 KT노조'의 엄청난 대의원을 활용해 민주노총의 집행권을 장악하는데 동원하면서도 아무런 부끄럼이 없기도 했다. 투쟁 기금도 없는 처지라 맹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많은 비정규직노조의 의결권은 제한하면서 민주노총의 지침을 단 한 번도 실천하지 않은 KT노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용 KT노조'를 민주노총이 제명할 것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KT노조가 필자를 제명했을 때, 당시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KT노조를 제명해야 한다면 민주노총에 남아있을 노조가 없다"고까지 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문제는 보수화와 어용화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이다. KT노조는 단순히 조합원이 보수화된 게 아니다. 철저히 어용화된 노조였다. 민주노조의 기준이라고 얘기하는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다. 자주성은 전혀 없다. 모든 노조 활동이 회사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심지어 민주노총 선거에조차 회사 노사협력팀 직원이 사찰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민주성? 완전 꽝이다. 자유당 시절에나 횡행했던 공개 투표는 물론 개표 조작까지 다반사로 일어난다. 연대성이야 더 말해서 무엇할까!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었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의 투쟁을 끝까지 외면했던 게 '어용 한국통신노조' 아니던가!
 
노동자가 늘 진보적이라면 노동운동은 불필요할지 모른다. 노동자도 때로는 보수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누구도 지금의 한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보수화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에 기반을 둔 모든 노조가 어용화된 것은 결코 아니다. 보수와 어용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용화를 보수화로 분칠한, 그런 정파적 관점이 민주노총으로 하여금, KT의 민주노총 탈퇴를 '정권의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KT노조에 '탈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옹색한 모양새를 연출하게 만들었다.
 
이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이 겪을 어려움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KT노조의 탈퇴가 장기적으로는 결코 민주노총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조건에서 그리고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보수화된 노동운동의 흐름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와 같은 노동의 대공세로의 전환은 더 많은 시간을 요하겠지만 적어도 KT노조처럼 확실히 어용화된 조직이 아니라면 어떤 수준에서든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 아닌가!
 
그런 면에서 KT노조 탈퇴를 민주노총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보는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되지 않지만 KT에는 여전히 훌륭한 노동자들이 있다. 비록 보수화되었지만, 적절한 계기를 만나면 KT 노동자들도 지난 1995년 세상을 흔들던 그 기세로 자신의 가슴 속에 쌓아둔 분노를 터뜨릴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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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1 12:42 2009/07/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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