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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보컬·김선수의 <멈춰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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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연재되는 기사들 중에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게 있는데, 바로 서정민갑의 [RevoluSong]이다. 코너 이름 자체는 조금 맘에 들지 않지만, 일반 사람이라면 접하기 힘든 가수들과 음악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긴 했는데, 며칠 전 엄보컬과 김선수의 <멈춰버린 시간>을 소개했다. 엄보컬과 김선수라는 코믹한 이름을 지었길래 누군고 했더니 바로 그룹 천지인에서 보컬과 건반을 담당했던 엄광현과 김정은이란다. 사실 천지인에서 합법음반을 냈을 때 거기에 김정은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의아했다. (김정은씨와는 네이버 블로그상으로도 알게 되어서 더 친근감이 있었고, 오프에서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건반을 맡아왔는데, 왜 안보이나 했었던 것이다. 소식을 아는 이도 없었고... 그랬는데, 엄광현과 김정은이 부부가 되어 용산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일이...

  

용산 집회에 참여했을 때 가끔씩 천지인에서 활동했던 이가 나와서 노래부른다고 하면 주의깊게 봤는데, 자칭 천지인 팬을 자처했던 나도 이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튼 이제는 활동을 접었나 했지만,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알게 되어 기쁘다.

 

용산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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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멈췄다. 그 날 바로 여기에서"[RevoluSong] (프레시안,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2009-12-15 오후 4:02:13)
엄보컬·김선수의 <멈춰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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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아내와 악기를 들고 광화문에서 보신각으로, 다시 기륭전자에서 홍대 앞으로 공연을 하고 다니던 중 용산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아내와 '용산참사가 해결될 때까지만 용산에서 연주하자'고 시작한 월요일의 용산 공연이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네요.
 
곡 제목을 '멈춰버린 시간-남일당 건물 앞에서'라고 붙여 보았습니다. 용산에서의 시간은 2009년 1월 20일 새벽 참사가 일어나던 그 시각에 멈추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유가족의 시간도, 철거민들의 시간도, 수녀님들도 신부님들도, 그리고 연대하러 가는 우리들도 용산에만 가면 참사가 일어나던 그 시간으로 되돌려져 버리고 맙니다. 중앙정부의 과잉진압으로 철거민 다섯 분과 경찰 한 명이 희생되었음에도 여지껏 아무도 또 무엇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규현 신부님의 말씀대로 용산에서의 멈춰버린 시간은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용산은 멈춰버린 시간과 또 다른 것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시간. 그 두가지가 함께 교차하는 공간인 것이지요. 노래는 지난 겨울 눈 내리고 꽃피고, 문정현 신부님의 제안으로 검은색의 남일당 건물이 신자와 연대하러 온 사람들이 가져온 화분으로 꽃밭이 되고, 다시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장맛비가 퍼붓던 그 시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낙엽이 지고 또 겨울이 왔지만 수개월간 일주일에 한번씩 공연을 가면서 유가족분들과 철거민분들에게 그리고 이 싸움을 함께 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면 바람에서 만들었습니다.
 
그 멈춰버린 시간동안 "남에게 안주고 안받는 게 인생의 원칙이었다"라고 말씀하시던 유가족 한분은 "'나눔'과 '연대'에 대해서 뼈저리게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시고 "나눔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신부님들은 "신부들이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용산이 보다 낮은 곳을 향했던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사제들의 일상'을 지켜주고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몇년만에 공연을 하면서 노래와 연주로 위안을 드릴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넘어선 짜릿한 그 무엇을 느끼는 우리 부부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우리 또한 '딴따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을 그곳에서 느낍니다. 미사를 봉헌하러 오시는 신자분들이나 연대하러 오시는 분들 모두들 이곳에서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멈춰버린 시간 - 용산 남일당에서
글/곡 엄보컬 김선수
일렉기타 신희준
편곡 믹싱 이정석
 
1.
시간은 멈췄다 그 날 바로 여기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휘감아 오르던
시간은 멈췄다 그 날 바로 여기에서
아무도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이곳에
 
2.
시간은 멈췄다 그 날 바로 여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사람을 삼키던 그 날에
시간은 멈췄다 그 날 바로 여기에서
아무도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이곳에
 
눈은 또 내리고 꽃은 또 피고 지고
뜨거운 태양 속 소나기 퍼붓도록
 
<후렴>
그 날의 불꽃은 가슴에 옮겨와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어 솟아오르네
시간이 멈춘 이 곳은 꽃으로 물들고
다시는 멈추지 않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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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싸워도 충분히 이긴다" (레디앙, 2010년 01월 28일 (목) 10:02:41 고세진 기자)
[당원들] 명랑 딴따라 엄보컬-김선수…"유족도 일년 내내 울 수는 없다"  
 
엄 - 천지인 때는 그 틀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대중가요 시스템과 실력으로 맞짱을 뜨고 싶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난하지만 지금이 더 즐겁고 자유롭다.
 
김 - 당시에는 ‘천지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환영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자유롭지는 못했다. 지금은 남편과 기타 하나, 아코디언 하나만 메고 나서면 그걸로 끝이다. 천지인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지금은 둘이서 결정하고 공연하면 되니깐 늘 내일 공연은 뭐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설레고 즐겁다.
 
엄 - 당대의 사회 약자들과 연대하지 않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연대는 하되 근엄하게 팔뚝질하지 않고, 구호 외치지 않고, 판에 박힌 운동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신당에 발 담그고 있을 뿐 우리가 진보신당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생각 따윈 안한다. 우린 딴따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살 뿐이다. 당이나 당원들에게 뭘 기대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이런 건 우리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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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2:20 2009/12/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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