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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야당'으로는 지방선거 안심 못 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로 중단되다시피 했던 '뉴민주당플랜' 공론화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3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와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발제자로 내세워 뉴민주당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화두는 '생활정치'였다.
우선 '생활정치'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생활정치(life politics)'란 말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하는 '해방정치(emancipatory politics)'에 대응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쟁점과 관련된 윤리를 탈전통적 질서 속에서 실존적 문제들을 배경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제3의 길'로 통용되기도 하는데, 전통적 해방정치가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면, 생활정치는 현대적 사회민주주의와 여성·평화·환경운동 등을 포괄하는 신사회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생활정치' 역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을 포함한 일본식 신사회운동의 등장에 기반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 일본의 혁신세력인 가나가와네트워크로 발전했고, 이들은 민주당 창당과정에 개입해 생활정치 이념을 수용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생활정치는 유럽적 맥락보다는 일본적 맥락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생활정치의 영역을 △경제영역(성장과 일자리) △사회영역(주거, 노후,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 △문화영역(교육과 능동적 문화생활) △세계화영역(노동력의 국제적 이주와 다문화주의)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생활정치에 대한 한국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예를 들어 '민주적 생활정치' 또는 '생활정치 민주주의'를 추구해 생활정치에만 치중하지 말고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중과제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민생정치와 생활정치의 차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며 "민생정치가 경제적 시민의 생활에 주목한다면, 생활정치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시민의 생활을 포괄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생활정치의 폭을 경제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문화적 욕구의 영역으로도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발제에 나선 박주현 소장은 "패러다임 싸움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며 "대립각만 세우는 패러다임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로 바꿔야 하다"고 강조했다. '토목이냐 교육이냐'가 아니라 '토목에서 교육으로', '과거냐 미래냐'가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로', '소수의 부자냐 다수의 서민중산층이냐'가 아니라 '소수의 행복에서 다수의 행복으로'와 같이 대안을 제시하고 이끄는 긍정적 방향으로 슬로건을 정립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진영은 영남에 토목 예산이 몰리면 호남에도 따오는 식으로, 강남이 개발되면 강북도 개발시키는 식으로와 같이 보수 특권층이 제시하는 패러다임 안에서만 싸워왔다는 진단이다.
결국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로 집약되는데, 박 소장은 "좋은 일자리 컨셉이 '만병통치약'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과 상관없이 몇 개를 만드느냐에 집착하고 있지만, 질도 따지는 일자리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 예산도 개수로 따지지 말고 전체 인건비 예산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곳은 교육과 복지 분야의 사회서비스"라며 "인적자원개발과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다 구체적 주문들이 제기됐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민주당플랜은 한 마디로 일부만 잘 살지 말고 다 같이 성장하자는 것인데, 좌우를 넘어선다든가 좌와 우가 다르다는 것 말고, 좌도 우도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방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실 일본 민주당과 자민당은 매니페스토 내용을 보면 언어만 다를 뿐 정책 체계는 비슷하다"며 "문제는 비전의 분명함과 구체성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민주당은 '중학교 졸업시까지 월 2만6000엔', '출산수당 55만 엔', '고령자 연구수당 7만 엔', '향후 3년간 시간당 최저임금 700엔에서 1000엔으로 인상' 등과 같이 분명한 수치를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당의 정책체계를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치목표들이 제시돼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10년을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액션플랜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움직인다"며 "구체적이지 않으면 감동도 없다"고 역설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기성정치가 싫으니 반대격으로 생활정치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나 선거용 1회성으로 끝나 잊어버리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정 교수는 "보통사람들,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은 '반대야당'으로서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잘 될 가능성은 3년 전보다 커졌지만 실제 부딪히는 민심은 결코 녹록치 않다"며 "현재 우리 지지층 24~25%로는 못 이긴다. 지방선거 간단하게 보지 말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김 의원은 "지금 보수층은 조직화된 정도가 예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 관변단체와는 수준이 다르다"며 "자기 이데올로기와 자기 세계관을 갖고 우리와 맞서고 이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견제야당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근본주의적인 운동권 정당의 티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등 구체적 문제에 대한 민주당표 대안이 뭐냐고 물을 때 아프다"며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같은 실현 되지도 않는 무모할 만큼의 도적적 아젠다를 던져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득의 양극화보다 자산의 양극화에 대한 국민들의 허탈감은 감당이 안 되는데, 원죄는 다 우리에게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문제 등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당 내에서 토론 하다 대통령 고함 소리 한 번에 주저 앉았었다"고 반성했다. 김 의원은 또한 뉴민주당플랜에 대한 '우경화' 비난 등에 대해 "토론도 하기 전에 논쟁조차 못하고 자칫 쓰레기통에 갈 위기에 처했었다"며 "우리 민주당이 미국 민주당처럼 좌파부터 중도까지 모두 포함하는 '빅텐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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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발표, '3불정책-특목고' 등 핫이슈 실종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민주당 플랜 총론에 해당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날은 6개분야 가운데 첫 번째 순서로 교육분야 정책을 발표했고, 6주 동안 매주 한 분야씩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클릭' 논쟁이 일었던 총론의 수정이 거의 없고, 세부 분야 정책도 민감한 이슈는 피해 뉴민주당플랜을 둘러싼 정체성 논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1년 반의 준비 끝에 오늘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들어 현안들이 하도 많아 밀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2008년 하반기 '비전위원회'가 출범한 뒤 2009년 5월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발표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논의 자체가 계속 밀려왔다.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은 비판을 뛰어넘어 나름대로의 방안과 정책을 내놓아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구체적 대안의 실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초안 공개 당시의 정체성 논쟁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진보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국민의 실생활을 잘 챙기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며, 철저하게 생활정치를 잘 펼쳐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3대 가치를 기조로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국가발전모델로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인다 △사회투자형 복지국가의 틀을 구축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등 6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날 첫 번째 순서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교육분야 정책을 발표하고 '떡잎은 국가가 책임진다', '아이들이 즐거운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들자', '교원을 대폭 증원해 학급당 25명 실현', '대학 등록금 인하를 통한 반값 등록금 단계적 실현', '고등학교 의무교육 단계적 실현', '보편적인 무상급식 실현', '한국교육개혁, 이제는 대학이다' 등 7개 브랜드를 내놨다. 구체적 정책을 살펴보면 영유아 교육과 관련해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교육을 위한 국가 지원 확대를, '즐거운 학교'와 관련해 △전국 일제고사 반대, 표집에 의한 학업성취도 평가 △0교시 수업반대, 심야학습 학생 선택 △혁신형 자율학교 모델 확산 등을 내놨다.
또한 수도권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 25명을 실현하기 위해 교원을 증원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등록금 상한제와 더불어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을 확대 및 소득 5분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고교 의무교육과 초중등학교에 이은 고교 무상급식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도록 지원한다"는 목표이고, "상위권 대학 입시열풍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국립대 통폐합 유도, 지방 포함 50개 대학에 연간 500억 원씩 5년간 지원해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세균 대표나 나도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아니 않고 강남에서 용이 나는 사회"라며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독점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없다"며 "SOC에 투입되는 재정계획을 바꿔, 교육에 GDP의 6%만 투자해도 영유아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민주당플랜이 1년 6개월 만에, 초안이 제시된 지 8개월 만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만큼 미뤄져 왔던 당내 논쟁도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시된 비전은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으며 '2000년 이후 대학별 등록금 인상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비교' 표를 제시했는데,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2~4배를 뛰어 넘어 인상된 시기는 정작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였다.
이종걸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정권 시절에 대학등록금이 대폭 올랐는데 모른척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시 등록금 인상을 제어하지 못한 원인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 평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구체적 활동 결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구체적 반성과 성찰 없는 구호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영유아 보육·교육, 무상급식, 의무교육 확대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공교육 특히 '평준화' 등 '3불 정책'에 대한 모호한 입장도 논란거리다. 이날 김효석 원장은 교육분야 '민주정부 10년의 업적과 반성'에 대해 △교육기회의 확대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의 확충 △BK21 △누리사업을 통해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기적인 투자 등을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평준화 집착, 3불 정책, 초중등학교 중심의 정책 등 현실 고착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3불 정책'에 대한 언급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발표문에서도 "출발점 평준화 프로젝트"라는 영유아 교육지원 확대 분야의 부제를 읽다가 "평준화라는 말이 사실과 다르게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온다"며 "'평준화'라는 단어는 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발표와 함께 상영한 교육 현장 현실에 대한 동영상에는 특목고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정작 정책에서는 특목고에 대한 입장이나 해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비주류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 입장을 떠나 학부형으로서 별로 와 닿는 내용이 없다"며 "특목고, 사교육 대책, 대학입시 등 가장 관심있고 논쟁적인 민감한 이슈는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의 정상화 해법으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제시하고서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어가게 지원하는 것은 다소 동떨어진 내용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김 원장은 "이번에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한 부분을 대표 브랜드로 뽑아 내놓은 것으로 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것은 이번에 넣지 않았다"며 "3불과 대학입시 등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교육의 수월성에 대한 개념도 평등화 개념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절대 다수를 위한 수월성 개념을 이번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새로 마련한 정책방향이 지난해 5월 총론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에서 '우클릭'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구체적 정책을 갖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앞으로 6개 분야를 모두 발표한 뒤 시도별 순회를 통해 당원들 의견을 듣고 최종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6개월만에 뉴민주당플랜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됐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당 내 후보군들의 경쟁, 주류-비주류의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논쟁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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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만들자” (한겨레, 송호진 기자, 2010-02-01 오후 09:48:16)
‘뉴민주당플랜’ 정책 발표…“공공근로보다 안정적”
“구체성 결여됐고 청년 일자리 창출 미흡” 지적도
민주당이 1일 이명박 정부의 한시적 ‘공공근로’와 대비되는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 ‘뉴민주당 플랜’의 일자리 주요 정책들을 내놓았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21.3%)에도 못 미치는 13.8%에 불과하다”며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올리려면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100만개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산모·신생아 도우미, 노인·아이 ‘돌보미’, 지역아동센터 보조교사, 학교 상담 도우미, 특수교육지원 인력 등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가 동네 청소나 화단 가꾸기 등의 ‘공공근로’로 일자리 수를 부풀리는 데 반해, ‘사회 서비스 일자리’는 안정적이면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만족도 높은 일자리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민주당은 “근로자 1인당 연간 총근로시간의 300시간만 줄여도 약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4대 보험료 한시적 감면을 통한 중소기업 고용지원 △창업기업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혜택 △연대보증 폐지 △대형건설사가 건설기능직 직접 고용을 통해 ‘공공 공사’ 직접시공 비율 30% 의무화 △기업형 슈퍼마켓 허가제 도입 등 고용의 중심인 중소기업 지원과 근로노동자·소상공인 보호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육·복지·의료·공공안전 등과 관련된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정책을 위한 소요 예산을 제시하지 않는 등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회 서비스 일자리’ 중 ‘청년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학교 청소’나 ‘정책형 숲가꾸기 사업’이 제시되는 등 공공근로와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는 그동안 얘기됐던 일자리들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데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효석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수요조사를 통해서 앞으로 사회 서비스 일자리 정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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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회투자형 복지국가 실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2010-02-25 11:26)
민주당은 25일 복지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사회투자형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복지 제도 및 지출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뉴민주당 플랜의 사회복지.보건분야 정책 발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 및 보육료 지원 확충 ▲저소득층 재산.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및 대상 확대 ▲장애인 예산 1% 이상 확충 ▲건강보험 급여항목 확대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기구 설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주거복지를 위해 매년 전세가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세가 5% 상한제'와 전월세액만큼 세금 혜택을 주는 `전월세 소득 공제제도', 파산.실업 위기에 처한 세입자에는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차등제 등을 내놨다.
민주정책연구원 김효석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사회투자형 복지국가를 추진한 바 있지만 집권 말기에야 비전이 나와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며 "사회복지 지출이 OECD 평균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20%에 도달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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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7일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추구, 10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뉴 민주당 플랜' 노동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에서 민주당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고용과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추진하고, 지원금 지급과 제재를 통해 5년간 모두 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과 실업급 수급율을 높이고 그 기간을 연장할 것도 제안했다.
이밖에 생존임금 보장, 실근로시간의 단축, 특수형태근로자 처우의 법적 보장, 직업훈련·평생교육 강화 등도 노동분야 뉴 민주당 플랜에 담겼다. 정세균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권 2년은 특히 노동 기본권이 완전히 뒷걸음진 한 2년이었다"면서 "노동자들은 현재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감소와 근로조건 악화,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삼중고로 지적한 정 대표는 "민주당은 절실하게 개선이 필요한 노동분야를 비롯해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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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 확정 … ‘뉴 DJ플랜’ 때와는 달리 한 클릭 왼쪽으로
92년 DJ 때와 같은 당명의 민주당이 14일 ‘뉴민주당 플랜’을 완성했다. 이 플랜을 작성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정세균 대표와 함께 환경분야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7개 분야에 걸친 민주당의 정책설계도를 마무리했다. 뉴민주당 플랜이 가리키는 방향은 과거의 ‘뉴DJ플랜’과는 다르다.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중도 진보’다”고 말했다. ‘뉴DJ플랜’과는 달리 당의 정체성을 좀 더 진보진영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뉴민주당 플랜은 교육·일자리에서부터 환경분야까지 총 7개 분야로 구성됐다. <표참조> ‘분배’를 중시한 진보적인 정책이 많다. 이 중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약속은 6·2지방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민주당은 그러나 급진적이라는 느낌을 주진 않으려 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사회복지세 신설 ▶비정규직 철폐 ▶교사·공무원 노동3권 완전 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등을 주장하나 뉴민주당 플랜은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오히려 통일·외교·안보 쪽에선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침묵해 왔다는 지적을 들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전략이 완성되기까진 1년9개월이 걸렸다. 정 대표와 김 원장이 이 작업에 착수한 건 2008년 7월이었다. 이듬해 초순께 나온 뉴민주당 플랜 초안은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와 민주화 세력이 표방한 기본가치는 옳았지만 정책수단이 유효하지 않았다”며 성장정책을 중시하려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2중대”(추미애 의원), “당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위장술”(이종걸 의원)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10%대 초반이었다.
김 원장은 당내의 다양한 견해를 검토하고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일본 민주당의 정책 공약집들과 『새로운 진보의 길』 『성장 친화형 진보』 같은 서적을 두루 연구했다. 그리고 ‘중도진보’ 쪽으로 당의 정체성을 설정했다. 보수쪽으로 외연을 확대하려 하기보다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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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정책들 수용” …선언직후 비판하던 의원들도 호평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을 둘러싼 당 안팎의 ‘우클릭’ 논란이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14일 환경·에너지 분야의 정책 대안 발표를 끝으로 교육·일자리·중소기업 등 뉴민주당 플랜의 7대 분야 정책 대안 발표를 끝마쳤다. 2008년 10월 뉴민주당 비전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여 만이며, 지난해 5월 ‘포용적 성장’을 총론으로 하는 ‘뉴민주당 선언’이 발표된 뒤 10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생활정치’ 이슈에 대해 확실한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선 당 안에 큰 이견이 없다. 당의 ‘우경화’를 비판해온 천정배·이종걸 의원도“주요 민생 현안을 골고루 다루는 등 세부 정책들 대부분이 동의할 만한 것들”이라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김효석 뉴민주당 비전위원장은 15일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는 총론적 선언이 오해를 빚긴 했지만, 구체적 정책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의 진보정당들도 “전향적 변화”라고 환영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자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제한제’를 도입하고, 학벌 철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등을 명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요구해왔던 정책들을 민주당이 적극 수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비판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좋은 얘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천정배 의원은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제시된 좋은 ‘각론’에 비해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큰 틀의 비전 제시가 없었다”며 “재벌과 보수언론, 검찰 등 한국사회의 조직화된 기득권 구조를 청산할 방안이 없다면 이런 정책들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뉴민주당 플랜’ 7개 분야의 정책 발표를 마무리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패배를 딛고, 제1야당으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을 나름대로 수행한 결과다. 애초 지난해 5월 공개된 뉴민주당 플랜의 초안은 기본 인식부터 설득력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총론에서 전임 정부에 대해 “공정한 분배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고 왜곡된 평가를 담았다. 사회적 약자 보호가 미흡했던 정책 궤적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기보다는 “분배가 지나쳤다”는 보수세력 중심의 여론몰이 평가에 무비판적으로 기댔던 것이다.
이번의 분야별 각론에선 총론을 둘러싸고 쏟아졌던 비판을 그런대로 수렴한 흔적이 보인다. 교육 분야에선 보편적 무상급식 실현과 영·유아 교육의 전면 무상화, 반값 등록금, 고등학교 의무교육 등을 채택했다. 노동 분야에선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활용을 막기 위해 상시적인 고용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정규직은 결원 대체와 프로젝트성 사업 등에만 국한하는 ‘사용 사유 제한’ 정책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보건 분야에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들에게 ‘보육료 지원통장’을 만들어주고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며, 기초노령연금 지급 수준도 올렸다. 전체적으로 삶의 질 향상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런 변화 노력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좀더 진보적인 쪽으로 클릭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것에 견줘, 차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몇주째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사회적 반향이 작다는 사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은 우선 대중적 흡인력이 강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6·2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까지 이끌어갈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책개발 과정이 과거 집권 시절의 공과에 대한 성찰과 분리된 점도 문제다. 지금 제시된 정책들을 불과 2~3년 전에는 왜 실천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들 정책이 공허하게 보일 수 있다. 결국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뉴민주당플랜을 언급하나 싶었는데, 최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에 대한 우려를 확장한 것이었다. 임필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은 민주노총의 방어적 현상유지 노선을 강화하고 역으로 민주노총의 퇴행적 지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운동과 민주당의 제휴에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딛고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런 혁신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민주당이 발표한 뉴민주당플랜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서 민주노총으로, 이를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으로 연결하는 건 지나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의 민주노동당에서는 노동자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점철되었던 이들이 잠시 진보정당의 깃발을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이들에게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물론 이것은 뉴민주당플랜을 분석하는 것과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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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의 실패한 길을 좇는 사람들 (참세상, 임필수(사회진보연대) / 2010년05월14일 12시40분)
[기고] 누가 뉴민주당플랜을 지지하는가?
민주노총은 5월 12일 민주노총 후보와 지지후보 33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후보가 모두 출마했거나 반이명박연합 후보와 진보정당이 동시에 출마하는 곳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후보, 지지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후보, 지지후보는 진보정당의 후보이며, 반이명박연합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연대하지만 민주노총의 후보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같은 사례에서 민주노총의 최종방침이 결정되는 과정은 매우 큰 논란을 빚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단지 민주노총 지도부가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의 실질적 함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미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의 성과를 최대화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실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거연합이 승리할 경우 공동 지방정부를 구성한다는 구상도 여러 지역에서 발표되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후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선거연합이 승리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민주노총 주류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공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최소한 암묵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지만 제휴관계를 장기적으로 안정화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 미국이나 일본의 민주당처럼 하나의 정당으로 묶일 수도 있다. (아마도 민주노동당은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원할 것이고 즉각적 통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주류는 민주노동당을 일종의 우회로로 삼아서 민주당과의 제휴관계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고, 만약 통합이 이뤄진다면 자신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은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정책연대와 같은 방식으로 안정적인 지지 지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09년 뉴민주당플랜의 초안을 발표했고 2010년에 본격적으로 평가토론회를 개최하고 당원교육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부 논자는 뉴민주당플랜이야말로 진보개혁세력 연합의 정책적 토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5월 10일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주최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심포지엄: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에서 조국 교수는 뉴민주당플랜에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민주당이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보육, 공동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뉴민주당플랜을 내놓으면서 좌선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에서 진보세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철저하기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진보개혁 연합이 필요하다, 뉴민주당플랜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욕망에 부응하여 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런 입장은 민주당의 뉴민주당플랜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가? 그 내용을 간략히 검토해보자.
2010년 3월 민주당과 민주정책연구원이 펴낸 당원교재 <뉴민주당플랜: 국민과의 약속>은 민주당의 현대화를 주창하며, 그 핵심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이라고 제시한다. 새로운 발전모델의 핵심전략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다. 포용적 성장은 인적 자원과 중소기업을 중시함으로써 지식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회의 복지는 약자에 대한 사후적 소득이전을 지양하고 민간부문의 성장과 교육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이 새로운 복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민주당플랜은 이런 기치에 따라 7대 분야의 정책을 제시한다. 교육, 일자리, 사회복지, 중소기업, 노동 정책에 관한 구호는 다음과 같다. 교육투자를 국가발전모델로 한다,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자,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
그렇다면 뉴민주당플랜은 민주당의 좌선회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민주당플랜이 제시하는 전략과 개념은 거의 대부분 김대중 정부 초기에 제시된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그것은 김대중 정부와 거의 동시에 등장한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블레어주의)을 차용한 것이다. 뉴민주당플랜이 말하는 3대 가치인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는 블레어가 제시한 평등, 사회정의, 공동체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렇다면 블레어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블레어가 제시한 평등은 평생에 걸친 기회의 균등 즉 교육과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인 기회의 균등을 뜻한다. 정의는 경제적 효율성과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통해 달성된다. 공동체는 개인적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에 개인의 노력이라는 책임성이 동반되어야만 성립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직업훈련을 제공하면 개인이 새로운 성장산업의 노동시장에 재편입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는 결국 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논리로 발전된다. 또한 여기서 신노동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신축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신보수주의의 논리를 수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뉴민주당플랜이 제시하는 기본가치나 발전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의 새 노선이 기존 노선으로부터 좌선회라고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단지 과거 10여 년 전에 나온 제3의 길을 되풀이할 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실행된 경제정책, 사회정책이 이와 몹시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전개된 양상을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영미권을 모델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판박이처럼 닮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전전략은 어떤 한계를 지녔고 결국 실패했나?
첫째, 금융팽창을 건설적 장기투자로 전환시킨다는 구상이 거의 현실성이 없었다. 한국의 경우 1997-98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매각을 통해 외국인직접투자 크게 증가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계속 확대되었다. 개별기업에서 외국인 지분 비중이 확대되었고, 특히 금융업 부문에서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해서 2004년에 이르면 거의 모든 은행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초과했다. 그러나 금융팽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을 때 오히려 국부유출 논쟁이 벌어졌다. 외국자본이 취한 엄청난 규모의 주가 시세차익이나 배당, 자본금 회수가 쟁점이 되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해외매각된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의 사례처럼 초민족기업의 인수합병은 자금전용이나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고 장기투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둘째,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이나 지식기반 경제라는 구호는 매우 과장된 것이었다. 정보통신 산업은 금융기법의 고도화, 유통비용의 절감이나 통신상품의 과대소비라는 효과를 낳을 뿐 대안적 산업팽창을 선도하지 못하였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신경제의 붕괴는 대표적 사례다. 셋째, 금융투자 유치는 기본적으로 단기적 비용절감을 위한 노동신축화와 체계적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에 금융팽창이 이루어지더라도 노동자가 직면한 위험은 더욱 커졌다. 넷째, 교육훈련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구성하더라도 노동자를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뉴민주당플랜은 과거에 실패한 전략이 이제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뉴민주당플랜은 경제정책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교육, 노동, 사회복지, 보건 정책을 조합할 뿐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실행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사회정책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전면에 내걸 뿐이다.
뉴민주당플랜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전제를 결코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공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했다. 즉 노동자 기술숙련 향상과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다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교육/의료/주택 비용절감을 위한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신축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노동자운동의 일각에서 주장하는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부분적,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다른 교육, 사회복지, 보건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민주당플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한다거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거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한나라당도 부분적, 단계적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책 아이템이다. (5월 1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와 참여자치연대가 기획한 ‘좋은 공약’ 50개에 대해 서울시 후보 다섯 명이 33개 항목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결국 뉴민주당플랜은 사회정책 전문가가 설계한 정책이나 사회운동의 요구를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생산하고자 시도하는 것일 뿐, 그 의미를 깊이 따질 정도로 좌선회를 뜻하지 않는다.
뉴민주당플랜의 가장 놀라운 점은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마치 세계 경제위기란 게 없었다는 것처럼 고부가가치 산업과 교육투자를 통한 성장이란 전망을 마치 진정 새로운 것이라는 듯이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경제의 위기를 객관적 현실로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왜 그럴까?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현실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중운동의 일부가 뉴민주당플랜과 정책적 공유감을 느끼고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를 중심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민중운동의 시야가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증요법 수준에 막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운동이나 여론이 일부 정책을 선점하면서 민중운동에게 민주당 지지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 모두 민중운동에 독이 든 술잔을 강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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