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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쟁의 행위는 업무방해죄 처벌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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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님의 ['노조 파업에 업무방해죄 적용' 문제 있다] 에 관련된 글. 
 

노조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물론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 자체가 위헌이라거나 대법원의 판례 자체를 뒤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헌재가 합헌 결정을 했더라도 그 판결내용에서 전향된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합헌이라 하더라도 진전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이 결정 또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서울신문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전경련의 한 관계자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노조의 면책사항은 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한정되는 것이고, 불법적인 행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환영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전경련처럼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의 핵심이 파업 등으로 사측 업무에 피해가 있었더라도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할 때, 최소한 대부분의 쟁의행위에 대해서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정당한 쟁의행위가 모호하다는 점일 텐데... 
 
아마도 내가 아는 강아무개씨가 요청을 한 듯 한데, 그가 헌법소원 등이 의미있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건 그렇고, 헌재가 대법원보다 더 노동, 인권 등에서 진전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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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한 쟁의행위 업무방해죄 안돼” (경향, 박홍두 기자, 2010-04-29 18:21:33)
ㆍ헌재 결정… 검경 수사·법원 판결에 제동
 
헌재 전원재판부는 29일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인권운동가 강모씨가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과 ‘업무’의 뜻이 불명확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그러나 결정문을 통해 정당한 쟁의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전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33조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파업 등으로 사측 업무에 피해가 있었더라도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헌재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문제도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는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돼 이를 처벌할 수 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노조법상 정당성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일반 형법을 과도하게 적용해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범죄로 보게 하는 소지가 있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축소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한계를 넘어 폭력이나 협박 등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만 적용되므로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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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 준법투쟁에도 무차별 적용 (경향, 구교형 기자, 2010-04-29 18:18:10)
ㆍ89년 이후 급증… 쟁의행위 죄목 중 ‘최다’
 
업무방해죄는 그동안 적법한 절차를 거친 파업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의 쟁위행위를 처벌하는 데 광범위하게 적용돼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업무방해죄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라고 비판해왔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말 철도공사 노조 파업이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8일간 민영화 저지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다. 출근 저지나 점거농성을 벌이는 대신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법에 맞춰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검경은 파업 후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구속했다. 철도 운행 중단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인 구본홍 사장의 선임을 반대해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인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도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됐다. 노 위원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2007년 비정규직법 통과로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던 이랜드 노조원들도 서울 상암동 홈에버에서 농성을 벌이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쌍용차나 금속노조 등 일부 과격한 쟁의행위를 벌인 단체에 대해서는 더 강한 처벌이 이뤄졌다. 쌍용차 노조는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했다가 공장 시설관리 및 협력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한상균 노조지부장 등 간부 8명에게 징역 3~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해 5일 동안 단체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간부들에게는 징역형이 내려졌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어 업무방해죄가 이처럼 폭넓게 적용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준법 파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정당방위로 간주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원칙이 무시돼왔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경우 쟁의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하지는 않는다. 다만 쟁의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선별적으로 처벌한다. 파업을 합법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쟁의행위를 형법상 범죄 구성요건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0~80년대만 해도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다 89년부터 일선 검찰청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기 시작했다. 88년에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례가 17건에 불과했지만 89년 248건, 90년에는 3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2~2006년 노동과 관련된 형사사건 1심 공판에서 쟁의행위의 형사처벌에 적용된 죄명 중 업무방해죄의 비율은 30.2%에 달했다. 또 형사사건 가운데 평화적인 파업·태업·준법 투쟁이 57.9%를 차지했지만, 이런 쟁의행위에 적용된 업무방해 사건에서 1.1%만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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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쟁의 행위는 업무방해죄 처벌안돼” (한겨레, 김남일 기자, 2010-04-29 오후 08:42:01)
헌재 ‘합헌’ 불구 진전된 결정
 
파업 등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자의적인 형사처벌의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는 형법의 업무방해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1998년에 이어 두번째다. 하지만 헌재는 ‘쟁의행위에는 본질적으로 업무방해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과거 입장에서,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지장 초래를 당연한 전제로 한다’는 쪽으로 다소 진전된 판단을 내보였다.
 
헌재는 29일 파업 등 쟁의행위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업무방해죄 조항은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1980년대 말부터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은 근로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로 쟁의행위의 핵심”이라며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업무가 방해됐다고 해서 이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쟁위행위에는 본질적·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요소가 포함돼 있어 폭력 등이 수반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온 대법원의 기존 입장과 달리, 헌재는 이번에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며 쟁의행위가 헌법적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헌재는 “업무방해죄는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만 적용되므로 헌법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2007년 인권단체 활동가 강아무개씨는 해고된 이랜드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함께 이랜드가 운영하던 대형마트의 매장을 점거하려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강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쪽은 “이번 결정으로 쟁의행위를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선수 변호사는 “정당한 쟁의행위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법원이 해석하게 돼 있어 이번 결정만으로 정당한 쟁의행위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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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권 폭넓게 인정… ‘마구잡이 처벌’ 제동 (경향, 박홍두 기자, 2010-04-29 18:19:55)
ㆍ‘형법보다 헌법의 기본 가치가 우선’ 대법판례 반박…‘관행’ 바뀔지 주목
 
헌법재판소가 29일 결정문을 통해 밝힌 ‘정당한 쟁의행위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대한 판단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마구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측이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검·경과 법원은 법적용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위력만으로도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경도 이에 따라 사측이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때문에 영업 방해를 받았다”고 고소·고발하면 폭력 등 특별한 불법행위가 없어도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파업 등 쟁의행위 관련 수사에서는 업무방해죄가 단골 메뉴처럼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 처벌대상이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전부가 아니라 노조 간부 등 파업 주동자에게만 집중되는 것도 검·경이 업무방해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헌재의 결정문은 이러한 ‘마구잡이식’ 파업수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헌법 33조의 단체행동권 보장의 취지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단체행동권인 쟁의행위를 처음부터 범죄로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 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동자들이 사측과 대등하게 협상하려면 수단이 필요하다. 이 수단이 파업이나 태업 등 단체행동이다. 이들 행동은 처음부터 ‘위력’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법은 이 같은 파업·태업 등 단체행동을 노동자들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재가 이번에 내린 판단은 이 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형법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좀 더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처럼 파업이라는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고, 검·경이 수사할 수 있게 하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법 자체를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경의 수사 및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무리한 기소 및 판결이 있을 경우 또다른 헌법소원으로 이어지고, 지금의 관례를 근본적으로 바꿀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문은 검·경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속력을 갖지는 못한다. 하지만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봐도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수사를 할 경우 검·경이나 법원으로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사업주들의 업무방해 고소를 막을 수는 없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준의 수사는 계속돼야 하겠지만, 이번 헌재의 판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 해석에서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이 헌재이기 때문에 헌법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파업이나 태업의) 절차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법원에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업무방해죄를 가리는 법원의 판단 기준은 조만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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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쟁의땐 업무지장 줘도 처벌못해” (서울, 김지훈기자, 2010-04-30  12면)
헌재 ‘불법파업 처벌’ 전원일치 합헌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보장 받아야”
 
재판부는 “해당 법률조항은 모든 쟁의행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만 적용된다.”며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고 어떠한 유보 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볼 수 없다.”며 “정당한 쟁의행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 사안에서 쟁의행위가 목적·방법·절차상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는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지만,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합헌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의미한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 등으로 사업주가 고발해 오면 정당한 쟁위행위인지 아닌지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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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1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성명서를 뒤늦게 보았다. 성명서를보고 있노라니 단지 헌재의 결정과 관련된 기사만 대충 보고 대략 발췌하여 옮겨놓기만 했을 뿐 제대로 그 의미를 따져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성명서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 이랜드 투쟁이 불법파업이었던 것도 아니고 이에 대해 일본과 한국에밖에 없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파악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또한 이랜드투쟁의 현장에 있었는데 왜 헌재의 합헌 결정이 가진 진전된 면만 보았는지.. 요즘엔 많이 무뎌졌나 보다. 투쟁의 현장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현장감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과거만큼 치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아마 민주노총이나 진보신당 등에서도 이번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해 한마디 했을 듯한데, 아래 성명서만큼은 지적하지 못할 듯하여 생략한다.

  
[성명서] 형법 업무방해죄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2010년 4월 30일, 인권운동사랑방/(사)천주교인권위원회)
 
어제(29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업무방해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자본의 영업의 자유를 노동기본권보다 우위에 둔 것으로, 기본권의 마지막 보루를 자임하는 헌재가 오히려 헌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다.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르면,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되 노동조합법이 정하고 있는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이라는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관문을 통과할 때만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런 좁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대다수 쟁의행위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참가자들을 형사처벌함은 물론 민사책임까지 지우고 있다. 여기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이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의 업무방해죄이다. 노동조합법 전체를 통털어도 가장 무거운 형벌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업무방해죄를 활용하면 손쉽게 무거운 형벌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례에 대해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점잖게 지적하기는 했다. 하지만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에 적합한 쟁의행위만이 면책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며 “헌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는 행위…에 대하여…(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아무리 평화적인 쟁의행위라 하더라도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손쉽게 ‘불법 파업’으로 규정할 수 있는 법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의 계기가 된 이랜드 투쟁도 교섭 요구와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찬반투표와 파업돌입 선언까지 다 거친 합법 파업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거듭 거절하며 수백명을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해고했다. 게다가 사측은 용역경비를 고용해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폭행했고, 파업 중에도 영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한 매장 점거는 생산의 중단이라는 파업권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사측이 낸 가처분을 받아들여 이를 불법으로 만들었고, 심지어는 매장 주변에서 현수막이나 피켓 게시,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마저 금지했다. 그리고 이를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노동자의 월급보다 많은 돈을 회사에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법이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면서 노동자의 마지막 수단인 파업마저 범죄가 되는 현실이 헌재가 보기에는 “헌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는 말인가?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쟁의행위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용인하면서 일단 정당하고 적법하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권력 관계가 비대칭적인 현실에서 대화나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노동자들이 협상의 상대방이 되려면 자본의 업무를 방해하여 재산상의 손실을 가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하위법률인 형법이 쟁의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정당하다고 보는 것은 집단적인 노무 거절 자체를 범죄로 보던 구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사고이다. 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규정한 지금 시대에는 용인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의 잣대로 형법을 해석하지 않고 역으로 하위 규범인 형법의 시각에서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애초 업무방해죄는 일본 형법에서 들여온 것으로 한국과 일본 외에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처음부터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제정된 일종의 치안입법으로서 국가의 자의적인 탄압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이제는 일본에서도 쟁의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 법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인권기구는 노동쟁의를 비범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2002년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채택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정부에 대해 “파업을 관장하는 법률이 투명하지 않고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관련기관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이 점에 있어서, 파업행위를 범죄시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전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위원회는 판단한다”라면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한 것이다.
 
헌법이 파업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사측의 재산권보다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업은 인사권과 경영권을 가진 사측에 맞서 노동자들이 노동을 중단함으로써 사측에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상황을 전제하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이 어떠하든 기본권 행사를 범죄로 여기는 시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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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면 걸리는' 업무방해죄, 국보법만큼 폐해 크다 (프레시안,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0-05-25 오전 10:16:52)
[법치의 표리(表裏)]단체행동권 무력화하는 업무방해죄
 
2003년 국제노동기구(ILO)와 2009년 11월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각각 한국 정부가 '업무방해죄' 적용으로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약화시키고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단체행동권 행사를 처벌하는 형법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헌법적 기본권이다. 쟁의행위는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헌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위 법률인 형법은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형법 제314조 제1항)로 포섭하여 처벌한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에 선고된 제1심 노동형사사건 중 쟁의행위 사건에 적용된 죄의 개수는 7,624개인데, 그 중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것이 2,304개로 30.2%를 차지하는 바, 이는 적용 죄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렇듯 업무방해죄는 노동쟁의를 처벌하는 핵심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법체계상으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합법 쟁의로 인정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동법상 합법쟁의의 요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중 가장 까다롭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수많은 금지와 처벌 조항으로 꽉 차있다.
 
예컨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은 '순수'하지 못한 '불법 정치파업'으로 낙인찍히고 처벌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공기업 민영화 등은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반대하는 노동쟁의는 그 자체로 불법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와 공동경영은 법적으로 보장되며, 이러한 '산업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는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영권은 배타적으로 사용자에게 속하며, 이와 관련된 쟁의행위는 불법쟁의라고 규정한다.
 
한편,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시출퇴근, 시간외근로 거부, 집단적 휴가 사용, 집단적 조퇴, 규정 운행속도 준수 등 '준법투쟁'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이러한 행위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위반의 문제일 뿐이지만, 형벌권이 동원되는 것이다. '준법투쟁'이 '범죄'가 되니, 노동운동 입장에서는 합법의 틀 안에서 쟁의를 벌일 이유가 없어진다.
 
'집단'이 노무제공 거부하면 업무방해라는 대법원
한편 노사간의 근로계약은 강제근로계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폭력이나 파괴행위 없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대법원은 노무제공거부를 근로자 개인이 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지만 집단으로 하면 '위력'을 행사한 범죄가 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따르자면,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계약체결상의 의사표시 하자를 이유로 집단으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건설업체 앞에서 합법적 시위를 전개하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요컨대, 걸면 걸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쟁의에 참가하는 노동자는―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처벌은 별도로 하고서도―항상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의한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쟁의를 시작하면 사용자는 대화와 교섭에 나서기 보다는 바로 노조 간부를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한다.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면서 간부들의 월급과 재산에 가압류를 건다. 정부는 이들을 체포·구속·수배하여 쟁의행위의 해결에 전면 개입하고, 사용자는 이후의 교섭과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노조측은 사용자에 대하여 고소 취하나 탄원서 제출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제대로 될 리가 있나!
이런 상황에서 노사간의 대화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측에서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하여 이견을 좁히려 하기 보다는, 쟁의행위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고소·고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 사회에서 쟁의행위가 과격·폭력화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범위가 극도로 좁혀져 있는데다가, 정부가 노와 사 간의 공정한 중재자로 역할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불온시'하며 노골적으로 사용자의 편을 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업무방해죄 적용에 비하여,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수사와 공소는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헌법상 단체행동권은 하위법인 형법의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업무방해죄의 집행은 '법치'의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쟁의행위 자체를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프랑스와 일본의 형법에 유사한 조항이 있으나 사문화된 지 오래이다).
 
쟁의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행한 사람이 형법으로 규율될 뿐, 쟁의행위 자체를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국제인권법의 관점에서 볼 때 자유권 영역에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가 국가보안법 개폐라면, 사회권 영역에선 업무방해죄의 개폐이다. 향후 업무방해죄의 문제점에 대하여 노동현장, 노동법학계, 형사법학계, 법조계, 국회 등에서 보다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판례의 변경 또는 법률의 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종종 '노사평화'나 '노사화합'을 말한다.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오·남용을 유지하는 한 그러한 '평화'나 '화합'이 오기는 힘들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경영계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말한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와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며 '선진화'는 이루지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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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12:15 2010/04/30 12:15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2010/05/03 11:57

    잘 지내시죠? 경향신문 때문에 주변에 의견을 묻느라 땀 뺐습니다. 지난번 일반교통방해와 논리가 비슷한 결정이라는 느낌입니다. 위헌적인(사실은 위법적인) 집회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해도 된다. = 위헌적인(사실은 위법적인)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처벌해도 된다. 그런데 이건 법률 해석 영역이라 헌재가 개입해봤자 대법원이 따를 의무도 없어서...어찌 보면 쓸데 없는 일을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평소에 하는 일이 노동운동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더더욱 의미를 못찾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자꾸 규탄성명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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