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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드는 노동절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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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절이 월요일에 올 때부터 별로 맘에 안들었다.

  

얼마나 의미있는 노동절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웬만한 직장과는 달리 월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까닭에 집회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서울시청으로 향했는데, 결론적으로 괜히 갔다는 생각만 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노동절 분위기가 맛이 가게 되었는지...

생각나는대로 하나하나씩 짚어보자. 

  

2. 두리번두리번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평당원, 아니 평당우이기에 부담없이 지역위원회 깃발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시청 잔디밭 주변을 쏘다닐 수 있었다. 사실 시장잔디를 돌아다닐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게 다니는 맛이 쏠쏠했다. 

전직 운동권 동창회라도 하는 듯이 이리저리 알고 지냈던 이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뒤에서 보니 집회 연단과 그 오른쪽에 있는 서울시청의 하이서울 구호가 부조화인 것 같기도 하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3. 민중가수들의 합창

  

우선 집회 중간에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민중가수라고 나온 이들은 다들 민주노총 지도부와 뜻을 함께하는 비슷한 경향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제 수도권 문화패 동지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우리나라, 가극단 미래, 희망새, 박성환 등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이들만 불렀다. 노동절 날 노동을 노래해왔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거부를 한 걸까. 연영석 님도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 있던 것이 보이던데, 그의 노래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집회 중간중간에 꽃다지, 박준, 천지인 등의 노래가 나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그렇게 민중가수들이 나와서 사람들도 잘 모르는 노래를 합창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려면 그냥 노래패를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오랫만에 듣는 <선언2>는 언제 들어도 힘차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3 - 선언2 ♪

 

노동절 날 인터내셔널가를 본집회에서 부르지 않은 것도 불만이다. 사전행사에서 문화패들이 불렀다지만, 본집회에서 함께 제대로 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4. 꼬마 아이들의 율동과 노래  

 

짜증의 하이라이트는 희망의 집 아이들이었던가 하는 어린이들이 나와 하는 율동을 본 것이었다. 이런 집회에 아이들을 동원한 자체부터 맘에 들지 않았는데, 하고 나온 복장(흰색 상의에 빨간색 바지) 꼬라지에,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또한 가관이다.

첫번째 노래에서 애들이 계속 '아빠'만을 부른다. 갑자기 노동절 포스터에 관한 논란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래, 이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나 했다. 뭘 바래 하면서... 

   

그런데 이 아이들이 그냥 들어가지 않고 남아서 두번째로 부르는 노래는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처음에 발랄하고 경쾌한 리듬의 악기 소리가 나오길래 혹시나 했더니, NK풍의,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의 문화를 소개할 때 나오는 그런 노래가 깔리면서 아이들이 율동을 하는 것이다. 흘러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의 주체창법 노래에 나는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노동절이 이렇게 되었나 하면서...

  

저 노래를 듣는 노동자들이, 주위의 시민들이, 아니 율동을 하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했다.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쪽팔려할 때 저 아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무대에 섰다고 스스로 대견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동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대에 섰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할 때, 나에게 아이들의 율동은 아이들을 행사의 도구로서만 여기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분노가 치밀었다.

  

노동절 집회에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겨움만 줄 뿐이다. 하긴 그 촌스런 마인드가 어디 갈 것인가. 

  

5. 조준호 위원장의 중대발표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전선 구축과 복수노조시대 공동대응을 위해 양대노총의 강력한 공동투쟁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사실 그 제대로 된 내용은 듣지 못했고, 기사로서만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애초에 공언했던 양대 노총의 관계복원과 관련된 '중대발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말을 말든지...  

 

6. 발에 채이는 민주노동당원들

  

과거 여느 노동절 집회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황색이 들어간 민주노동당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꽤 되었고, 양복과 같은 깔끔한 정장에 민주노동당 배지를 단 사람들을 상당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후보는 사진만 찍고 선거운동을 위해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 본집회가 시작하려는 와중에 자리를 뜬다. 지방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으니 당원으로서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와있던 장애인 동지들에게,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집회에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생각하면 아쉬운 점들이 많다.

 

7. 천영세 의원단 대표의 노동자 정치선언문 낭독

  

집회의 마지막 즈음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수도권 후보들이 단상에 섰다. 그리고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가 ‘노동자 정치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광풍, 세계화 격랑이 밀려오는 2006년 5월.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서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80만이 결심하고 진보정치를 갈망하는 대다수 민중의 힘을 모아 진보정치운동의 새장을 활짝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레디앙 기사에서 인용).

  

좋은 말이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선언문'을 왜 천영세 의원이 낭독해야 했을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동지가 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얼마전 KBS심야토론에서 박용진 대변인이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와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를 신3김이라고 언급하던데, 이 세사람이 함께 낭독하는 것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쉽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이수정 서울시 비례대표 의원 후보는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함께 사회를 보았는데,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단지 의원단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보수언론에서도 강금실과 오세훈만을 취급할 뿐 김종철 후보는 소외되어 있는데, 노동절 집회와 같은 자리에서마저 찬밥대우이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덧붙여 집회장에서는 2006년 4월 16일 재창당을 통해 바뀐 희망사회당의 유인물도 보였다. "희망사회당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소수였을지언정 희망사회당 당원들에게는 전혀 자리를 허용하지 않는 노동절 집회가 씁쓸했다. 희망사회당 대표도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8. 팔리지 않는 유인물들

  

이전 노동절 집회와 같이 이번 서울시청 앞 집회에서도 갖가지 유인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유인물들을 보면 현 시기 운동진영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쟁점화하려는지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언급해보면,

- 블로그, 거리로 뛰쳐나가다 - 5월 1일 노동절, 블로거들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다 모였다 (진보불로그)

- 희망사회당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희망사회당)

- 군, 평택 대추리에 '곤봉 든 특공대' 투입계획, 주민과 충돌 예상... 5.18 이후 최초 민-군충돌 우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 살아있는 실천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고 로드맵 분쇄하자! (수도권율동패(준))

- 116주년 노동절에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께 드리는 글 (노동자정치신문 메이데이 특별호)

- 제116주년 세계 노동자 대회를 맞이하는 노동자 동지들!!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대회를 위해" (전해투)

- "정부와 공무원노동자의 팽팽한 승부겨루기는 시작되었다!!" 정부의 공직사회 구조조정 정책은 공무원과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탄압, 노조와해 공작 분쇄!! 총액인건비제 저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을 엄호하라 (다함께 79호)

- 함께 만들어요! 교육복지공화국, 함께 지켜요 교육기본권. 전교조와 함께 무상교육을!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해소를 위한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해라! (전교조 서울지부)

- 함께 만들어요! 무상의료. 2008년 병원비 걱정이 확~ 줄어듭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사회보험노조)

- 공공의 적 FTA 한미자유무역협정 (한미FTA 저지 공공서비스 공동대책위원회)

- 비정규법안 폐기!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전국적인 학생운동 말살시도 고려대에서부터 막아내자! (116주년 메이데이 노동해방학생연대 참가단)

-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입니다! (산재사망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 노동자 건강권 짓밟는 산재보험제도 개악과 근로복지공단에 맞서 저항하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노동자 학생의 계급적 단결로! 가자! 투쟁하는 메이데이로!! (116주년 노동절 맞이 성공회대-서강대 참가단)

- 6월 13일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지피는 주간 <맞불>이 창간됩니다 (다함께)

- 2006 제10회 인권영화제 (인권운동사랑방)

  

이외에도 개별 단위사업장에서 자신들의 투쟁을 알려내기 위해 뿌린 유인물들도 꽤 된다. 하지만 이는 생략하고...

이렇게 많은 유인물들이 나왔지만,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집회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절 집회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다들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유인물들을 만들었을 텐데... 채 배포되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유인물들을 보면서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9. 행진은 없다

  

단위노조별로 사전행사가 있었기에 별도의 행진이 마련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행진이 없는 노동절 집회는 팥 없는 붕어빵 같다. 투쟁하는 메이데이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은 많지만, 어떻게, 무슨 계기로?

  

그깟 행진을 하지 않아도 좋다. 좀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참여하고 싶은, 그런 노동절 집회가 되는 날은 언제일까. Soul Flower Mononoke Summit의 인터내셔널가처럼 흥겹고 발칙하게...



♪ Soul Flower Mononoke Summit - Internation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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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2 03:10 2006/05/02 03:10

11 Comments (+add yours?)

  1. 산오리 2006/05/02 09:02

    글게 왜 행진도 안하는 거래요?
    왔다리 갔다리 돌아 다녀도 지겨워 죽는줄 알았어요..

     Reply  Address

  2. 행인 2006/05/02 12:56

    아이들 공연, 그거 보면서 표떨어지는 소리 우수수 들리는 것 같더군요. 천영세 대표가 발표한 것은 공직선거법을 피해나가고자 하는 골육책인 거 같은데, 기왕에 그렇게 할 거 기냥 후보 시켜버리지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다 끝난 다음에 드는 느낌은 첫째, 메이데이 행사가 아니라 통일축전행사를 본 것같다는 느낌, 둘째, 메이데이 행사라기 보다는 민주노동당 지방선거 결의대회를 본 듯한 느낌, 셋째, 이런 느낌들로 인해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가 굉장히 공허하게 들렸다는 느낌... 이런 기분이더만요... 쩝...

     Reply  Address

  3. 지각생 2006/05/02 14:08

    30일 비정규노동자대회가 훨씬 낫더군여. ㅡㅡ;

     Reply  Address

  4. 정양 2006/05/02 16:37

    수많은 군중들 앞에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 무대의 의미가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가가 중요할 것인데, 그 친구들이 불렀던 노래의 내용으로 보아 그 부분은 거의 절망적이었습니다. BC카드의 "아빠 힘내세요"류의 딱 그내용이더군요. 제가 무대에서 너무 멀리떨어져 있어 "엄마(도) 힘내세요" 부분은 듣지 못한걸까요..?
    그리고, 저는 민주노동당 지방선거 후보 '활용'보다, 오히려 제 바로 옆에 앉아있던 희망사회당 동지들께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역시, 우리 당은, 민주노총의 늠름한 '장남'이더군요.
    끝으로, 어제 행사진행을 우습게 만든 가장 압권은, 그 수많은 집회참가자들을 두고 고작 일이백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을뿐인 대동놀이를 배치했다는점과 대동놀이로 인해 거의 파장분위기가 형성된 시점에서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겠습니다"하며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 아마, 대동놀이의 파장분위기로 인해 일찍 자리 뜨신 분들께서는 마지막 결의문 낭독 못들으신 분 꽤 될듯.
    결론은, 참으로 안타까운 메이데이였다는 소립니다..

     Reply  Address

  5. 정양 2006/05/02 16:47

    아참, 그리고 하나 더.
    조준호위원장께 김한길 과자 '뻥이요'를 부치려다 참았어요.

     Reply  Address

  6. 깨비 2006/05/02 21:49

    그 실망들에 몇가지 더 추가하죠. 장애인 투쟁의 승리를 보고함으로써 함께 기뻐하고 다른 문제들로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힘을 주고자 그 노동자대회(?)에서 발언권을 얻어보려고 기를 썼던 장애인 동지들은 이미 프로그램이 모두 결정되어 발언권을 줄 수 없다는 간단한 말로 배제되었고, 마지막 그 대동놀이인가 뭔가에 군중 속에 섞여있던 휠체어를 탄 장애인 동지들은 그야말로 장애물처럼 다시 시청 정문 앞으로 밀려나야했지요.

    게다가 노동자의 힘으로 진보정치를 실현하자면서 버젓이 깃발을 들고 나와있는 '희망사회당'의 후보들을 그 단상에 함께 세우지 못한 것은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두고두고 부끄러울 일이었습니다. 역시나 배제에 익숙한 소수자의 감수성으로 시청 정문 앞에서는 희망사회당 후보들도 올려라 목이터져라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민주노동당의 주인임을 늘 확인시켜주던 민주노총이나 당에서 올라간 그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더군요.(들을 생각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겠지요.)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가 어이없는 "아빠, 힘내세요!"였다면 아이들이 춤을 추는데 틀어졌던 음악은 짝도 잘 맞추어 "희생하는 엄마가 꽃처럼 아름다워요"였답니다. 그런 노래와 음악에 맞추어 생명이나 평화에 대해 아직 배워보지 못한 아이들은 '조국 통일'의 한 길로 먼저 달려가고 있다더군요. 신종 국기에 대한 맹세라 느껴졌지만 그래도 국기에 대한 맹세는 반여성을 선동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차라리 나았다고 해야할지.....쩝.

     Reply  Address

  7. 새벽길 2006/05/02 23:54

    산오리/ 저는 돌아다녔기에 망정이지 아마 그냥 앉아있었으면 좀이 쑤셔서 참지 못했을 거예요.
    행인/ 아직은 예비후보이기 때문에 상관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비슷하게 노동절 행사가 아니라 통일한마당, 민주노동당 당원결의대회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원들이 힘을 받았냐 하면 그것도 아닌 듯 하고요.

    지각생/ 일반적으로 전야제 행사가 더 재미있습니다.
    정양/ 관악구위원회는 대동놀이가 시작하자 그냥 자리를 떠서 저녁식사를 하려 갔지요. 대동놀이가 하나되는 장이 되기는 커녕 참여자와 비참여자를 갈라놓는 시간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투쟁결의문도 낭독했군요. 무슨 투쟁을 결의했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깨비/ 장애인투쟁이 승리를 했기에 그에 발언권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님과 함께 있던 장애인 동지들이 시청 정문 쪽에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님쪽으로 가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가 약간 있었어요.
    그리고 희망사회당은 장애인 후보를 냈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에게도 자리를 줄 수 있었는데, 그들이 배제된 진보정치가 도대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어요. 저희 지역위의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도 아마 단상에 가지 못했을 듯한데...
    "희생하는 엄마가 꽃처럼 아름다워요"라, 거참 어떻게 그런 노래를 선곡할 수 있을지... 이런 행사를 한번씩 지나칠 때마다 자민통 계열의 사람들과 함께 뭘 할 수 있을지 답답해져요.

     Reply  Address

  8. 깨비 2006/05/03 18:31

    글쎄요, 물론 세계노동절에 굳이 수십번씩 '조국'을 찾아대는 멘트에 '제기랄~ PT한테 조국이 어딨냐?'고 중얼거리기도 했고, 아무 관점없이 북한 노래만 틀어대면 통일에 기여하는 건 줄 아는 무식한 국가주의, 통일주의에 질리기도 하지만, 제 생각엔 장애인에 대한 배제나 희망사회당에 대한 배제 등은 이른바 자민통 계열이 아닌 좌파들이 이 행사 진행의 주체였다고 해도 별로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군요. 그래서겠죠? 새벽길님이 이런 행사를 지나치면서 '자민통 계열의 사람들과 함께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저는 "저놈의 주류 운동권들과 대체 뭘 함께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답니다. ㅠㅠ

     Reply  Address

  9. 새벽길 2006/05/03 19:21

    주류 운동권이라...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다만 정당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이 희망사회당을 배제한 것이 문제일 수 있겠지만,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희망사회당이 다른 좌파 정치조직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지 의문입니다.
    소수자에 대한 배제 문제는 항상 제기될 수 밖에 없고, 제기해야 하는 문제이겠지요. 그런데 참여와 배제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까 또한 문제 아닐까요?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성소수자 등은 어떻게 할지....
    덧붙여 주류 운동권은 무엇이고, 비주류 운동권은 무엇일까요? 상대적이지 않나 싶은데요.

     Reply  Address

  10. 깨비 2006/05/06 21:21

    주류와 비주류, 다수와 소수가 상대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참여와 배제를 얘기할 때, 경우에 따라서 언급해야할 문제의 지점은 전혀 다릅니다. 이 경우에서는 성소수자의 예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지요. 그 집회에도 제가 아는 성소수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그들은 그 자리에서 그들의 존재는 비가시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행사 하나에 비가시적인 존재를 가시화시켜내는 건 주체의 의지가 아닌 다음에야 쉽지 않은 일이구요. (경우가 다르다는 건 가령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비정규직 철폐 포스터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경우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노동절 집회에서 장애인들의 경우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장애인들은 대오를 이루어 자신들의 존재를 가시화시켜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열에서 노골적인 배제를 당한 것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적어도 눈뜨고 있는 자였다면 그 자리에 있는 그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대동놀이를 준비했더라도 그 대동놀이를 펼치면 그 장애인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조차 멀쩡하게 눈뜨고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진행했다는 건, 정말이지 용서되지 않는 일이예요. 희망사회당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적어도 대중적으로(?) 이름까지 바꾸어 진보정당임을 표방하고 깃발을 든 그들이 배제된 것은 소수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을 만들어보겠다고 기를 쓴 적이 있는 이들에게 소수자의 문제를 떠나 올챙이 시절 몽땅 기억못하는 개구리 꼴에 다름 아닙니다. 이제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모든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전유하러 드는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른지, 아직도 제도 정치권에서는 소수 중의 소수밖에 안되는 주제에 민주노동당이든 민주노총이든 너무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Reply  Address

  11. 새벽길 2006/05/13 01:09

    성소수자의 예는 적절하지 않은 듯 합니다.
    대동놀이 또한 문제가 많았지요. 문제제기에 동의합니다.
    다만 소수정당과 관련된 부분은 논의의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도 정리가 잘 안되어 있지만, 깨비님이 말씀하신 시각으로만 파악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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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차라리 하루 쯤 '해방'을 즐기자 Tracked from 2006/05/03 02:48

    차라리 하루 쯤 '해방'을 즐기자. 평소에 못해본 거 해보고 못해본 말 해보고. 주관자가 할 말 다 정해놓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훈시하듯 지껄이고 노래하고 춤 추는 건 아주 오래 전에 '해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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