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리뷰 (1)

지각생
내 블로그의 글을 다시 보는 중이다. 태그를 달며 이참에 링크깨진 것도 잡고, 읽기 좋게 수정. 시간이 솔찬히 지나간다.
1번부터 77번까지 봤는데 대략 1년 반 전부터 6개월 정도의 글.
그 기간동안 내생각, 말투, 감정들이 변해가는 걸 보는 게 꽤 재밌는걸. 새롭게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다.

그래, 그때 이런 생각들을 했었지. 지금 하고 있는게 원래 그런 생각들로부터 시작한건데.
살짝 방향 감각을 잃었다가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개 스크랩해 본다. 작년 봄 웹2.0이 화두였을때, 한국사회포럼 즈음에 썼던 글들. 사회운동2.0을 고민하던때. 개인이 조직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즐겁게 하는 활동.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구대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게끔 제시하는 운동.

to 진보네 : 태그 구름 기능 너무 좋삼 :) 수고하셨고, 혹시 태그 검색이 지금 가능한가요? 폼 하나 추가해주시면 좋을듯.


다시 "사회운동 2.0"

한 명 한 명, 활동가와 "대중"(사실 이런 구분 자체가 우습죠) 의 솔직한 두려움과 고민은 담겨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다를게 뭡니까? 활동가는 사람이 아닌가요? ㅎㅎ

운동이 쉬워야한다는게 과연 활동가의 마인드 문제이거나 대중 추수적인 발상이겠습니까?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운동이라고 전 말하고 싶네요. 그런 운동을 통해 바꿔질 세상이 어떤 걸까요??

그런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까요? 모든 이가 직접 만들지 않은 세상, 누군가가 "대신"만들어준 세상?


 "사회운동 2.0"

그럼 "이름", "선언"일 뿐인 웹 2.0이 기술이 아니면 뭐냐? "문화"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개인"과 "소통"을 재발견한 것입니다.

집단, 전체, 조직에 개인이 묻히는 사회구조(운동 포함!), 그리고 그것이 반영되어 버린 가상 공간, 그 속에서 사람들은(활동가 포함해서) 소외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집단속에서의 개인, 언제든 밀려날 위험 속에서 "동질감"과 "안정"을 추구하는 심리, 그것을 자본과 권력이 잠깐이나마, 부분적이나마 해소시키고 있지요.

"자본의 포털"이 운동진영의 네트워크를 "차단"했을까요?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집단으로서의 추상적 자본 말고, 개개의 자본이, 만약 운동진영의 네트워크가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연결고리를 갖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결국 문제는 사회운동의 방식이 뭔가 지속적으로 대중의 흐름을 놓치고 자기 폐쇄성을 갖는 것일 겁니다.
....

웹 2.0에서 자본은 "장치"를 발견했습니다.
운동진영은 "욕구"를 발견해야 합니다. 왜 이런게 나왔지? 지금까지의 방식이 뭐가 문제였지? 그리고 자본을 따라잡아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같이 제공해야 합니다.
...


"몰"과 "분자"

지금까지의 역사, 운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장치가 "몰"의 단위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이어져오는 흐름을 계속 타고 가다보니 "분자"의 가능성이 보인다. 근데 자본이 그것을 관심 갖고 있다. 국가권력은 어쩌면 남몰래 "분자"기술을 개발해 사용해 오고 있는지 모른다.(이게 음모론이죠 ㅎㅎ) 운동진영도 "분자"의 수준에서 사고하고, "분자"로 나아가는 기술을 활용하자. 그래서 "활동가"와 "대중"의 분리구도를 다시 극복해 하나가 되는 노력을 하자.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집단지성 - 위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기의 간단한 아이디어는 점점 살이 붙어 하나의 기획이 되고, 정리안된 메모는 얼굴 모르는 인터넷의 누군가들에 의해 정리되고, 내용이 붙어 완성된 텍스트가 되어 간다. 생각은 갖고 있으나 완결된 하나의 글을 쓰는데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자기가 잘 아는 것, 자기가 많이 생각한 것, 불쑥 떠올랐다가 사라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자기가 자신있는 방법으로 적용, 글 작성 과정에 참여한다. 이 작업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행될때, 그 효과는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범위를 넘는 훌륭한 성과물로 도출된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거쳐가면서 그 생각의 양도 풍부해지고, 질적으로도 뛰어나진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주고 받아지며 정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 자체를 넘어 "자정 능력"등 부수 효과도 생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물론 존재하지만, 혹 허위 내용과 광고 등의 쓰레기도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결국 정리되리라는 믿음, 탄력이 생기는 것이다.
....


이 글은 계속 업뎃할거임. 77번 이후의 글 중에서도 뽑아 여기에 추가하겠음.

그나저나 그때는 수줍어하면서도 지금보다는 솔직하게, 거침없이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지금은 겉멋이 조금 들어간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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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8 15:19 2007/06/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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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잡기장
이사갈 집을 보고 왔다. 월세가 싸게 나와서 얼릉 어머니랑 보러 갔는데, 사람이 없어 다시 오기로 하고는 주변만 살짝 둘러보고 설명 좀 듣고는 돌아왔다. 이번에도 반지하인데 지금 사는 곳보다는 햇빛이 잘 들것 같다. 창문 바로 앞에 작은 나무들이 있어 적절히 햇빛은 들어오면서 안은 잘 안보이게 되어 있다. 시장도 가깝고, 전보다는 지하철 역이 더 가깝다. 또 나오면 바로 불광천으로 연결되서 아침 운동, 밤 산책하기에도 좋다. 나는 자전거로 바로 한강까지 갈 수 있고.
저녁에는 내가 시간이 안 되서 엄니와 형이 왔는데 내게 전화로 복비 계산하는 법을 묻는다. 인터넷을 뒤져 알아냈다. 바로 계약할 분위기. 지금 막 집에 돌아왔는데 물어보니 계약했다고 한다. 이삿날은 7월 5일.

안에 들어가서 본 건 아니지만 주변 환경은 일단 맘에 든다. 어머니도 맘에 드시는 듯. 햇볕이 좀 더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큼 지금 사는 집을 답답해 하셨다. 게다가 값까지 싸니. 그래도 월세는 오래 있을 건 못됀다. 얼릉 돈 벌어 월세를 벗어나야지. 그래도 일단 마음은 편해진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결정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엄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내 기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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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왔다. 영등포에 갈때는 이렇게 가고 종로에 갈때는 녹번-홍제-무악재-독립문으로 해서 오는데 오늘은 불광천이 바로 옆에 있으니 한강으로 달리고 싶어져 종로로 가지만 한강쪽으로 들어왔다. 조금 달리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쉰다. 가방에서 SF를 꺼내 읽는다. "0으로 나누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테드 창의 단편.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술은 많이 마셨지만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책을 보는 건 드문 경운데,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책을 보는 것도 의외로 좋다.

왠지 내가 폼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출출해진다. 어제 광화문에서 퍼포먼스하고 자전거로 대학로까지 갔는데, 한딱거리하고 났더니 너무 힘들고 배고팠다. 니콜라가 싸온 도시락을 조금 먹었다. 오늘, 벤치에 앉아 책을 보다 그 생각이 났다. 나도 간단한 도시락을 싸들고 나오면 좋겠군 하고 생각한다.

몇가지 생각할 지점이 떠올라 메모한다. 자전거 안장이 앞으로 쏠려 그것도 바로 잡는다. 언제나 휙휙 지나던 지점이지만 오늘은 제법 오래 이 자리에 머무른다. 이런 것도 생각보다 좋구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자전거를 세워 두고 그냥 갖다 오긴 뭐해서 읽던 페이지만 마저 읽고 정리해서 아예 가려고 했는데, 아 이게 너무 재미있다. 결국 꾹 참고 다 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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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따라 달리다가 마포로 들어간다. 출출해져 가끔 들르는 떡볶이 집을 찾아가려 했으나 역시 너무 이른 때라 열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고 공덕을 지나 종로까지 달린다. 종로에 도착하니 1시. 지금 한창 대청소 중이다. 미디어문화행동이 방을 빌려쓴지 꽤 됐는데 이런걸 같이 한적이 별로 없어 살짝 미안하다. 빌려쓴 도구들 꺼내놓고 방을 치운다. 어제 G8 대항 퍼포먼스때 쓴 물품들이 남아 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그런 걸 할 수 있다니.

밥을 해먹는데 옆에 껴서 같이 먹었다. 사람들은 화요일 일을 얘기한다. 재밌고, 놀라고 화나는 이야기들.. 밥을 다 먹고 가위바위보로 설겆이할 사람을 뽑았는데 계속 지다가 마지막 3명 중 운 좋은 한 사람이 되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저녁때는 한 사람 뽑을 때 걸리고 말았다. -_-

밥 다 먹고 일을 시작한다. G8 관련 영상을 주로 올릴 사이트에 뭔가 해야 한다. 거의 했다 싶었는데 잘 작동이 안된다. 무한 반복 삽질에 들어간다. 그래도 안된다. 빨리 끝내고 책 마저 읽고 싶은데. 다운 받은 영화도 보고 싶고, 구해놓은 음악도 듣고 싶다. 몇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지만 해결이 안되니 슬슬 짜증이 난다. 결국 책 조금 보다가, 영화 조금 보다가, 음악 조금 듣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고 설겆이 하고 나니 IT노조 회의시간이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맛있는거 사가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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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두 방울 내린다. 자전거 타고 갈까 말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달린다. 내 자전거 도로 주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자신 있긴 하지만 조심은 하는게 좋을텐데. 땅이 살짝 젖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오늘은 차가 별로 귀찮게 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사람도 조금 더 조심하고 무리 안하려는 듯. 공덕을 지나 다시 마포로 들어가 다리를 건넌다. 서울교를 건너니 그 근처에 볼일이 있다는게 기억났다. 깜박했군. 내일 가야지. 영등포에 오니 차 한대가 빵빵거린다. 지금까진 조용히 잘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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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을 했으니 뭐던 사오라는 소리를 듣는다. 다들 저녁 먹었을테니 일부러 안사온거라고 했지만 당연히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음료수와 과자 한봉지를 사온다.

원래 연말까지는 이런 저런 걸로 버텨보려했지만 얼릉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게 낫겠다. 활동은 계속 하겠지만 그걸 본업으로 하진 않을 참이다. 한동안은. 불연듯 이력서 쓰고, 일자리 알아보고, 살짝 죽이고 들어가고 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 제대 이후 이런 저런 간단한 알바만 하다가 2년 반동안 상근 활동을 했으니 이러는게 거의 5년 전쯤 되는 것 같다. 건성으로 한건 아니지만 아주 절실히 와닿지는 않는 상태로 그동안 노조에 함께 한건데, 이제 그게 다 내 이야기가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 IT노동자의 현실. 허울만 좋지 뒤틀린 산업 구조 속에서 엄청나게 착취당하는 IT노동자. 그동안 사람들은 단체 상근활동하면서 돈을 조금밖에 안 받으니 이런 저런 때마다 날 배려해주곤 했는데, 사실은 고용 안정에, 보람에,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일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의에 조금 더 열심히 참여한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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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냥 그런 하루가 지난 것 같다. 최근, 지난 주말, 그리고 어제 너무 재밌고 격하게(?) 보낸 뒤라 살짝 맥빠져 보이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도 이것저것 많이 해 놓은 하루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며, 온 종일, 그 사람은 오늘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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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8 02:56 2007/06/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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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깽 2007/06/08 03:06 URL EDIT REPLY
8시가 조금 안 됐었나, 아현 고가차로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는 지각생을 봤죠. 혼자 반가워했더랍니다. ㅎ
리우스 2007/06/08 06:01 URL EDIT REPLY
잔차를 참 맛있게도 타시요...ㅎㅎ 나도 오늘 잔차로 출근해보까...? 하는 생각이...^^
디디 2007/06/08 08:41 URL EDIT REPLY
그 사람은 또 누구야. 사랑에 빠져버렸어? -0- 이야!
지각생 2007/06/08 12:09 URL EDIT REPLY
부깽// 오 그랬어요? 불렀으면 같이 반가워했을건데 :)

리우스// 참 이게 끊을 수 없는 맛인지라 ㅋ 잔차로 출근했삼?

디디// 흠흠, 관심 자제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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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지난 금요일, 네오스크럼을 만났다. 미디액트 5주년 행사에 참가했다가. 자연식 부페를 준비했다는 말에 "오호? 그래?" 하면서 다음날 생각도 안하고 먹을 생각만으로 갔다. 점심을 안먹었는데 그건 절대 계획적이 아니었다. :D

지각생이 여기도 지각은 하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 방명록에 이름 한번 써주고 기념품을 챙겼다. 5층으로 올라가니 아직 준비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준비하느라 바쁜데 좁은 복도에 있기 뭐해 사무실로 들어가보니 거기에서 뭔가 하고 있는 네오스크럼 발견. 같은 처지(?)끼리 반갑게 인사하고는 담배피러, 나는 바람쐬러 밖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잡는다. 어딜 가삼. 도망가는거죠? 행사 곧 시작하니 자리 채우고 있으삼. 아뇨. 도망가긴요. 근데 밥은 언제 먹나? 먼저 먹으면 안되요? ^^;; 밥은 행사 끝나고 먹는다고 한다. 너무 일찍 온것이다.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담배피고/바람쐬면서 네오스크럼이 요즘 SF 많이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어슐러 르귄꺼 읽은 후엔 뭐부터 볼지 몰라 고전부터 하나씩 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몇가지를 추천해 줬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제 5도살장", "앨저맨에게 꽃을", 그리고 그냥(?) 단편집 (이건 못찾았다-_-) 일요일 신나게 논 후 사실 그와 같은 시간대에 행해졌어야 할 노동을 월요일에 하고,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와 쉬려고 하는데 이 생각이 번뜩 나서 서점에 들러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제 5도살장"을 샀다. 그리고는 신나서 돌아오자 마자 네오스크럼 블로그에 가서는, "내일 일정 없으니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으렵니다!"하고 덧글을 남겼다. 그리고는 정말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 책을 다시 펼쳐보니 기껏해야 20페이지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ㅡ,.ㅡ;  과연 나는 정말 20페이지만 읽은 것일까 아니면 비몽사몽간에 조금 더 본것일까. 스펙타클 긴 긴 긴 주말을 보낸 다음날은 역시 쉽지 않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첫번째는, "바빌론의 탑"이다. 바빌론 탑을 쌓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배경만 이해하고 주인공이 탑을 이제 막 올라가려고 하는데까지가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거나 적어도 가수면 상태로 간것 같은데 덕분에 오늘 생생히 기억나는 꿈의 내용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하늘의 천장"을 파러 올라가는 광부 중 한명이 되어 같이 올라갔는데, 올라가보니 왠 개천이 하나 있다. 그 천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천 주변에 사람의 손길이 있다. 강둑이라 하나? 그게 쭉 쳐져 있는거다? 어 이상한데 누가 여기 왔다간거야?하고 묻지만 나랑 같이 가는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대답도 없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누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하늘로 올라갔는데 어찌 나는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가다 보니 강둑은 점점 조악한 것에서 세련된 형태로 바뀐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돌인데 표면은 무슨 그물을 씌워 놓은 듯 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아케이드게임의 한장면이었을까? -_- 여튼 계속 다다보니 점점 현대식(?) 분위기가 되어가고, 어느새 무슨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앞에 다다랐다. 안내문이 있지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누군가 무슨 돌에 손을 얹어 문을 연것도 같은데 정말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건물 안은 초현대식 시설이다. 기계식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나고 무슨 공장 지하나 잠수함 통로를 연상시키는 복도를 지나 더 나아가니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세대가 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만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다른 두개는 파멸로 간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 세대의 엘리베이터가 번갈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문이 열린다. 어디로 들어가지? 첫번째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다시 열린다. 밖을 보니 어느틈엔가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분명히 나랑 같이 올라온 사람들은 아니고 현대식 복장들. 왠지 밖으로 나와야 할 것 같아 얼릉 뛰어나왔다. 사람들이 우루루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두 엘리베이터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기서 무슨 드라마 주인공처럼 차분히 생각해 해답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내 멋대로 세 엘리베이터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어이 뭐냐 이 단순함은 ~-_-~)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하지만 아직 꿈을 깬 건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고 있다. 그 블로그는 파란색 배경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 블로그에 막 덧글을 달며 이리로 연락해, 왜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어 하고 그런다. 그 사람들 아이디도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대답없던 그 사람이 "다들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군" 하며 분노 혹은 절망스런 목소리로 덧글을 단다. 이건 마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러자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으며 이리로 연락하라는 덧글은 끝난다.

그 다음은 상담모드?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의 사람이 "진단"을 내려준다. 그러자 그 블로그 주인은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난다. 간혹 현학적인 표현도 나오는 것 같고 그런데 "진단"하는 사람은 계속 짧게, 그런데 잘 들어보면 별 상관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별로 귀담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네.

그리고는 정말로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8시 반. 내가 몇시에 잤을까? 책을 다시 펼쳐보니 침은 안 흘렸다. 잘 덮고 옆에 두고 잔걸까 아니면 누가 옆으로 빼내준걸까. 이쯤 봤을까 싶어 펴보면 아주 생소하다. 앞으로 넘겨본다. 여전히 생소하다. 계속 넘겨 20페이지에 도착하니 이건 분명히 읽었다는 걸 알겠다. 꿈의 기억이 확 난다. 꿈의 배경은 바로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 역시 여기까지 읽고는 헤롱헤롱 거리다 쓰러져 잤나 보다. 엎드려 책을 본게 결정적이었다.

밖에서는 마더와 파더가 꿈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 엄니가 꾼 꿈은 큰 집을 사는 꿈. 너무 놀라 꿈 속에서도 이건 꿈일거야 꿈일거야 했다는데, 도중에 한번 깨고 다시 잠들었는데 꿈이 그냥 이어지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잠에서 깬 게 아니라 깬 것 자체도 꿈이 아니었을까 하신다. 그런데 그 넓고 좋은 집이, 여전히 반지하다. 꿈속에서 잠깐이나마 행복하셨던지 목소리는 밝았지만 나는 내심 조마조마. 집 얘기만 나오면 나는 살짝 긴장한다. 요즘엔 돈을 집에 통 못 갖다 주니까. 그러다 화제가  "인생역전"으로 간다. 아들이 돈 많은 집 딸과 결혼해 잘 살게 됐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_-; 흠흠 난 결혼 안할까 생각중인데 그 말을 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늦게 결혼하게 된 사촌형의 얘기를 들으며 난 밥만 우걱우걱.

혹시 몰라 그 사람 블로그에 가봤다. 꿈일까 생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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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5 10:07 2007/06/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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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2007/06/05 11:11 URL EDIT REPLY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네오한테 빌려서 다 봤고, 너무 좋아서 샀지요. 네오거 돌려주면 나도 한권 갖고 있어야지 하고..
제5도살장은 안봤음.
2007/06/05 12:13 URL EDIT REPLY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케산/세르쥬 2007/06/05 12:43 URL EDIT REPLY
사랑의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현실로 돌아왔다고?
지각생에겐 현실에서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는 해몽같으이...
히히...근데 나 '그 사람' 누군지 대충 알 것도 같으이ㅋㅋㅋ
그나저나 이마에 책 활자 잉크가 찍히지는 않았는지?
지각생 2007/06/05 19:28 URL EDIT REPLY
달군// 이거 정말 좋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문화연대 후원주점 얼릉 갔다 와서 마저 봐야겠삼 ㅎㅎ

홍// 뭔가 있어 보이남? ㅋㅋ

케산/세르쥬// 그려, 내겐 사랑이 가장 필요해. 책과 이마 모두 무사하다우 :)
2007/06/07 14:35 URL EDIT REPLY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상적인 어떤 가치인데,용기를 내어 탔더니
엘레베이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현실에 내려주었다는 해석인 것이죠.
'우리' 연애 지진아들은...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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