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잡기장
감기로군요. 기침하느라 지칠 지경. 이젠 허리까지 아픕니다. 자전거타고 종로로 오며 넘어야 하는 두개의 고개.. 마스크를 써서 숨쉬는 건 더 답답한데, 갈색 하늘이 마음까지 답답하게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매연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다니는 거와 같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마스크 안쓰고 다녔는데 (숨차니까 -_-) 이런 지독한 감기 와중에도 그럴 수는 없지요. 지금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정말 안습입니다. 숨 내쉬면 안경이 뿌얘져요.

어제 늦게 통신비밀보호법 얘기를 듣고 몇군데에 글을 올리고 나니, 그리고 메일 몇통 보내고 나니 새벽 4시가 넘었습니다. 오늘 1시반에 있는 일정(아직 준비도 못했는데)이 10시였던가 헷갈려 빨리 자고 싶었는데, 자리에 누울 때와 일어날때 몰아치는 폭풍기침 때문에 잠까지 설쳤습니다. 아.. 정말 하늘이 노랗군요. 계속 일이 생겨 돌아다니고 하다보니 블질도 못하는데 컨디션까지 이러니 더 뭔말을 해얄지 모르겠네요. 에구 좀 누워야겠다. 밖에 나가실때 마스크 하고 가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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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1 12:54 2007/04/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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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2007/04/01 14:08 URL EDIT REPLY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그래서 결국은 내 문자도 "씹은" 거로군요...아.... 얼릉 쾌차하기를 바라오!
디디 2007/04/01 15:05 URL EDIT REPLY
내 문자도 씹었어. -_ㅜ 그러나 황사니까 봐주지. 마스크 꼭 쓰고 다니시오. ㅋ
지각생 2007/04/02 14:04 URL EDIT REPLY
스머프// 쏘리요. 제가 씹은 문자와 전화가 한둘이 아님. 우쩌나.. 글고 물어본건 저도 잘 몰라요. 안그래도 나도 알아보려던 참이긴 한데, 한두달 쯤 후에나? 혹시 찾아보고 좋은 거 있으면 알려주삼 :)

디디// 마스크가 시커멓게 됐다는.. -_- 냄새가 장난아님. 황사만 걷혀봐라, 원없이 자전거로 돌아다녀 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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튕기다

잡기장
부끄러워 비밀로 했던 글을 다시 공개로 바꿨다. 술먹고 글은 자제효..-_-

그래도 좋은 점을 역시나 발견했다. 내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그리고 태연한 척 하지만 사실 잘 못견딘다는 걸 확인한거고, 나를 불안하게 하는 내 "한계"를 공개해버렸다는 것. 이 두가지는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면 외롭다, 공허하다 이런 생각도 못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한번 올라간 회전 속도를 떨어뜨릴 생각도 못하고 계속 그렇게 돌아가기 마련인데, 내가 뭐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분명히 알게 된 셈이다.

외로움에 대한 내 대처법은 사람들에게 뭔가 주려는것, 그러면 자연히 사랑을 받을 수 있겠지. 뭔가 주려면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줄 만해야 하고. 그러니 난 계속 노력하고 뭔가를 계속 쌓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다른 방법이 있었다.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것. 지금 내 자신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그냥 그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원래 그래서 하려고 했던 것인데 하지 못한것, 그걸 계속 방치해둔 탓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라는 것. 이걸 하기 위해서 뭔가 내 영역이 확실히 있어야 하고, 내가 가진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역시 같은 실수를 지금껏 범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나는 계속 피곤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건데.

부끄럽지만 내 속내를 드러내는 건, 더 비꼰 말이긴 했지만 탄력이랄까,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게 하려는 반발력.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열망, 그런게 생기는 효과가 분명 있다. 그 덕에 내가 잊고 있던, 계속 미뤄두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고 그걸 더 미룰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적기다, 외로움을 느끼고, 내 한계를 인식하고, 그걸 몇사람이나 봤을지 모르지만 여튼 남들이 다 볼 수 있도록 꺼내놨으니 이제 내가 할 건 어차피 그대로, 하려던대로 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 깨우쳤으니 잘 된게 아닌가.

내가 배고프지 않으면 굶주린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이성적 판단으로, 필요와 당위로 인해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내가 간절히 그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는 외로움을 절절히 느끼는것, 만나려 하는 것, 열고자 하는 맘이 생기는 것이었다. 불을 당긴다고 할까?

오늘 천막농성장에 가 있었다. 지재권대책위에 평소에 하는게 없는지라 역시 "이거라도 해야지" 하며 지난주에 약속한거라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 있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다들 바빠 제 일을 하러 어디론가 사라져 금방 혼자가 됐다. 거기에 많은 사람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내가 모르는 사람이고, 또 이 바닥에 있으며 생긴 안 좋은 습관이 자동적으로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하려 하는 거라, 옛날 아무것도 모를때는 잘 했던 그 짓을 이젠 못하겠어서 혼자 구석에 조용히 있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하늘은 온통 흐리다. 비오는 도시의 낮 회색 풍경은 오랫만에 넋놓고 봤던 것 같다. 그런데 혼자 되고 나서 얼마 안돼 갑자기 비바람이 거세졌다. 비닐이 엄청 풀럭 거리더니 갑자기 천막들을 받치고 있던 기둥들이 쓰러지고, 부러지기 시작했다. 천막은 주저 앉고 비닐은 바람에 날려 비가 안으로 들어오고, 전기를 얼릉 끊어 난로도 꺼졌다. 얼릉 사람들이 천막 보수에 들어갔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늘이 노한거다, 협상이 쇼로 마무리 될 것 같으니 노한거다 누가 그런다. 그런데 그 진노가 왜 우리한테 떨어지나? -_- 알 수 없다.

천막을 다 보수한후, 전기까지 나가 책도 읽을 수 없고, 깜박하고 작성할 서류들을 안 가져와 할게 없어졌다. 연습장을 꺼내 낙서를 좀 하다가 그것도 심심해 다시 밖으로 나와 비만 겨우 그으며 천막 바깥쪽에 쭈그리고 앉았다. 30분 정도 남았는데 뭐하나.. 전화기를 꺼냈다. 난리통에 못받은 전화가 있다. 그 중엔 스팸도 있다. 날 굉장히 좋아하는 듯한 메시지다. 그대로 믿는다면. 난 201개의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는데, 실수로 버튼을 잘못눌러 전체 목록 보기로 들어갔다. 간만에 느긋해 진터라 한사람 한사람씩 아래로 내려가며 본다. 이사람이 누구지? 아 그사람이군. 그때 그일로 만난. 이 사람은? 아... 군대... 201명을 다 보며 새삼 느껴지는 것. 아무때나, 정말 아무 일 없이 전화해서 그냥 얘기 털어놀 친구는 거의 없구나.. 다들 일로 만났거나 학교 군대등 내가 싫어하는 사회의 끈들로 아는 사람.. 내 인생이 참 팍팍하구나. 몇 사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훗. 내가 외로우니까 전화를 하게 되는구나. 그동안 통화했을땐 항상 "나? 잘지내. 응 응 ㅎㅎ 그래. 야 미안한데 나 지금 뭐 하는 중이라, 회의하는 중이라... 나중에 전화할게. 그래 그래 언제 밥이나 먹자고. 조만간 놀러갈께. 이게 얼마만이냐.." 이랬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외롭다고들 하지. 보통 그런말은 폼 잡으면서 하는데. 어쨌든 그런 외로움을 부정할 생각 말고 그냥 그러면 자연스럽게 맘가는대로 행동하면 되는거 아니겠어. 오랫만에 먼저 전화하고, 일 없을때 만나고. 이럴땐 오히려 뭔가 만날 꺼리가 있으면 더 좋지. 그 핑계로 만나면 내가 덜 어색할테니. 내가 외롭다 외롭다 하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미안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것이, 내가 외로움을 유달리 느끼는 이유가 어차피 그 사람들이 줄 수 없는 두가지 이유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중 한가지는 오히려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집에 오는 길 내내 의욕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어렵게 느껴졌던 일들이 쉽게 느껴졌다. 집에 오자마자 연습장을 꺼내 순식간에 한장을 다 채워 메모를 하고는, 이것또한 바로 여기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면 내가 계속 이런 글을 제 3자의 관점에서 볼 수 있고, 돌이킬 수도 없게 되고, 혹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얻을지도 모르고 여러가지로 좋으니까. 그리고 어제의 우울하고 심약한 부끄러움을 긍정적으로 극복한 것처럼 생각되고, 보여질 수도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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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9 01:12 2007/03/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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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2007/03/29 02:17 URL EDIT REPLY
오늘 촛불집회 끝나고, 남대문쪽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맨을 봤음(밤 11시 넘어서) 근데 지각생이 아닐까 혼자 걱정...아니었겠죠?!
아규 2007/03/29 02:26 URL EDIT REPLY
ㅋㅋ 오늘 정신 없었구마....^^ 우리가 전화 여러번 했는데 안 받길래...뭔일인가 했네 그려...
ScanPlease 2007/03/29 16:33 URL EDIT REPLY
혹시 안 바쁘시면, 내일 밤에 우리집에 오세요.ㅋㅋ 보드게임하러~ 술도 있어요.
지각생 2007/03/29 16:54 URL EDIT REPLY
샤♡// 아니었삼 :) 내 자전거에 비를 맞힐 순 없죠. ㅎㅎ 아침 일찍 멀리 갈 일이 있어 자전거를 두고 나왔어요

아규// 그르게. 안그래도 두 사람 생각나더만 ㅎㅎ 다시 만날날을 목빼고 기다리는중 :)

ScanPlease// 간만의 채팅으로 얘기했듯, 토요일은 찔러도 뭐 안나올만큼 꽉꽉 일정이 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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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잡기장
왜 글이 날라간 걸까 간만에 솔직한 심정이 좀 나왔는데... 아무래도 난 메모장에 쓰고 옮기는건 안되고 바로 이렇게 폼에 써야 글이 써진단 말이지..

뭔 얘기를 썼냐면.. 내가 계속 경쟁하고 산다고 했었다. 대등과 호혜는 아직 내 머리속에만 자리잡은, 존중 아니면 무시하는 게 지금의 나라고. 요즘 보는 책이 있어서 그렇다.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그게 일상화되는데 기여하는, 존비어를 비롯한 문화적 장치들. 생각해보니 역시 그렇다.

그리고 또 뭔 얘기를 한고하니,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 최대한 초보때 심정으로 떨리는 가슴으로 했던 그때 기억을 되살려 자세하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어리숙하고, 실수도 하며, 내 얘기도 하며, 아마추어적으로 하려는 것들.. 근데 그게 사실은 내 우위를 확인하는 맛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거지. 내가 가정한 대상은 아마 나를 보고 신비감, 경외감을 가질지 몰라, 혹은 전적인 신뢰를 갖고 의지할지도 모르지. 이런게 비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그런면이 없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거라고만 할 수 없는게, 늘상 주위 사람들을 보고 경쟁하거던, 누군가 나와 같은 영역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혹은 나만큼 실력이 있는 것 같으면 금방 움츠려들고 방어적으로 되고,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려하고 그러거던. 그래서 그런 걸 찾으면 다시 자신감을 얻고 그것이 마치 지금 가장 중요한 무언가인마냥 생각하고 그거에 몰두하거든. 아... 아까 썼을땐 좀 더 솔직하게, 내 마음에 가깝게 나왔는데.. 좀 아닌거 같다.

다시 그냥써볼까?

난 허접일 수 있다. 깊이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만큼만, 아는 부분만 떠들고 다닐뿐이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아니 사실은 떠맡은 역할은 날 너무 숨가쁘게 한다. 버겁다. 아마 이바닥, 운동판에 나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정보통신활동가, 기술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나느 금방 내 실체가 드러날지 모른다, 그게 불안하다. 발가벗겨진 느낌. 그럴듯하게 말하고 다녔는데 사실은 별게 아니구나 하고 사람들이 나를 보며 생각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만큼 내 자아는 허약해 빠졌다. 그럼 결국 난 뭐하고 있는걸까? 이 바닥에 사람 없다고, 정보통신활동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정보통신 이슈에 관심갖고, 그 세계의 가치관, 철학에 대해 좀 더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운동의 미래 혹은 저변 어쩌구 하면서 이게 중요한 거라고 늘상 얘기하고 다녔지만 역시 그렇게 하고 다닌건 결국 내 가치를 더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상당했던 거란 말인가? 지금 여기 내 희소성을 더 부각시키고 내게 관심이 쏠리길 기대하기라도 한 것인가?

사실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내일 아침 선전전을 나가지 않는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방식이지만 당장 무언가를 해야하기에, 어떤 식이던간에 뭔가 함께 하겠다고 마음 먹은 상황에서 의무감에 밀려 같이 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 줄줄이 있는 다른 일정들. 그 중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맘에 드는 것은 별로 없다. 오직 내가 원하는 건, 이제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부터 던져버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잔 후, 내일 아침에 느긋하게 자리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해야하는 일이 없이, 오늘은 뭘 할까 자유롭게 상상을 해보고, 그러다가 한가지를 선택하게 되면, 다른 어떤 것도 날 방해함 없이, 내가 눈돌림 없이 그것으로 하루 종일 보내고, 하루가 부족하면 몇날 며칠이던 그걸 하다가, 마치고 나면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꼭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면, 천천히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 다시 돌아오고 싶을때까지 편하게 몇날 며칠이고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런 삶을 위해 지금 집중해서 그런 일을 하는 거라고, 모색하는 거라고, 실험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 외로움이라는게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건 아니잖아 넌 이런게 익숙하잖아, 힘들다 하지만 사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걸 알잖아. 이러면서.


역시 한번, 빗장풀고 주루룩 나왔던 말을 다시금 주워담는건 불편한 일이다. 글이 날라간게 다시 아쉽구나. 더는 말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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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8 01:54 2007/03/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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