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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주도하는 경찰노조, 파업을 협박하는 판사노조...

 

파업을 주도하는 경찰노조, 파업을 협박하는 판사노조, 파업에 앞장서는 대학총장


내일 LG생활건강노동조합 간부 수련회에 강의가 있어서 그것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주제는 “우리 사회와 나를 들여다보는 노동인권이야기”로 잡았다.  목차를 죽 잡아가는데 그 중에 한 꼭지가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해온 것들이 정말 상식이라 부를만한 것인지 한 번 뒤집어서 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사와 버스기사의 월급이 5배가 차이 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월급이 비슷하면 안 되는 것인지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러다가 경찰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안 되는지, 판사가 노동조합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취합하느라고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웬걸... 프랑스에서는 경찰노조가 파업을 주도하고, 판사노조는 정부에 대고 파업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대학 총장은 아예 파업대열의 제일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래 글은 한겨레21의 2001년 12월05일자(제387호) 기사 내용이다.

「지난 11월22일 파리의 레퓌블릭광장에서 오페라광장까지, 프랑스 전국에서 몰려든 경찰들이 까맣게 거리를 메웠다. “이제 샐러드는 지긋지긋하다. 닭(프랑스어로 경찰을 칭하는 은어)들에게 곡식을 달라”, “못으로도 목숨 잃는 경찰”, “시간당 5.25프랑 버는 세일경찰” 등의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그날 모인 경찰들은 3만 여명을 헤아렸는데, 바로 전날의 2만 여명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지난 한 달 간 파리에서만 6번째며, 지방 곳곳에서 경찰들이 거리로 나선 참이었다. 한 달 동안 총 경찰의 1/3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치이다. ...... 프랑스 경찰들의 시위가 이렇듯 우렁차게 연이어 메아리치는 주요 요인들을 짚어보면 첫째, 경찰들의 노조가입률이 총 70%로, 타공무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노조활동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둘째, 사회안전과 관련해 경찰의 업무가 나날이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 세 번째 요인으로 업무조건의 개선을 위해 내년 정부예산안과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고려한 전략을 들 수 있다. ......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의 90% 이상이 경찰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까지 호응하는 경찰들의 분노를 그냥 방치할 수 없게 된 내무부는 11월26일부터 총 13개로 대표되는 경찰노조들과 새로운 합의에 들어갔으며, 11월29일 밤 합의를 보는 데 성공했다.」


또 아래 글은 2007년 11월 13일자 연합뉴스 기사 내용이다.


「佛 정부-노조 대립 부문별 현안, 프랑스 노동단체가 13일 저녁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일대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노동단체는 그러나 '개혁강행', '파업강행'을 외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세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 현재 노동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정부의 개혁안을 부문별로 정리해 본다. ◆공기업 특별연금 제도 ......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런 공기업의 특별연금 시스템은 민간 부문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있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정부의 특별연금개혁 시도를 1995년과 2003년에 파업을 통해 무산시킨 바 있다. ◆공무원 감축=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무원 사회의 일대 쇄신을 위해 공무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직사회 개혁방안을 발표해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 ◆법원 감축=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법원 정비계획을 마련, 지방법원의 통폐합과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판사와 사법공무원, 변호인 등은 이런 정부의 법원 축소방침에 반발해 29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기타현안= 경찰들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0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지난달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5일간 한시파업을 벌인 에어프랑스 노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나라는 허구한 날 파업을 하느냐는 생각을 하며 또 검색을 하는데 프랑스 대학교는 2009년 4월 현재 두 달 이상을 파업을 하고 있단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학개혁법안이라고 해서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는데 대학교수, 연구원들 특히 인문학과 사회학 계열의 학자들이 대학 고유의 학문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적극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파업 시위 대열 맨 앞에서  ‘소르본’으로 알려져 있는 파리 4대학 총장과 8대학(이 나라는 대학교 이름이 없고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다) 총장이 시위 맨 앞에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이 파업에 국민들의 지지가 커서 정부에서도 양보안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자, 여기까지 내용을 되짚어보자.  파업을 하고 있거나 하겠다는 이들은 경찰, 판사, 공무원, 대학교수(심지어 총장까지)들이다.  그들 사이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다.  파업을 하겠다는 목적도 법안 반대,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반대 이런 내용이다.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는 이쯤에서 무엇이 생각나시는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신성한 사법부의 권위를 받들어야 할 판사와 학문의 전당을 수호해야할 교수들이 불법노조를 만들어서 가당찮게도 국민의 생명과 사법부의 권위와 학문의 전당을 담보로 불법파업을 일으켜 나라를 대혼란에 빠뜨렸으니 국민 앞에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다.  죄목만 해도 불법노조 조직과 관련한 죄, 불법파업과 관련한 죄, 공무원들의 집단행동 금지와 관련한 죄, 공무집행방해죄,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들 중 주동자는 국가변란죄도 적용되어야 할 듯싶다.  저 나라의 감옥과 거리는 범죄자들과 해직자들로 차고 넘쳐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저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감옥과 거리가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는 아직껏 통 무소식이다.  OECD 국가 프랑스에서 통용되는 상식이 같은 OECD 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전면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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