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4/10/23 18:35

요즘 공공노동자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번주 강의 주제는 대략 '경제사-자본주의의 특징과 역사'.

 

경청시간과 수면시간이 50:50인지라 제대로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으나,
이번 기회에 '임금인상투쟁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자본가의 잉여가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자본가 소유의 생산수단이 아닌 노동력.
바로 이 노동력의 댓가이자 재생산의 비용인 임금.

임금인상투쟁은
자본주의에 있어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획득해야할 정당한 댓가라는 점에서 노조의 근본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고,
생산수단을 내세운 자본가가 추구하는 가치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전략적 운동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사업장이든, 어떠한 상황이든 임금인상투쟁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노동귀족'이라는 말도, 노동자별 구획 - 이를테면 정규/비정규, 대형사업장/영세사업장 - 도 인정치 않기로 했다.
적어도 현재, 내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공간도 자신의 정당한 노동력의 댓가를 지불받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clear~!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라는 말때문에 자꾸 진도가 안나간다.
혹시라도 자본가들의 잉여가치가 남김없이 임금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될까?
그럼 자본가가, 자본주의가 사라지나? 그리고나서 맞닥뜨리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

 

자본주의를 잘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자본주의밖에 모르는 건 여러모로 곤란스럽다.
자본주의의 실체를 고민하지 않은 소시적 어느때에도 아침에 눈을 떠 저녁 잠자리에 들때까지 일상을 자본으로 환산하며 살았다.
머리속의 모든 가치는 자본의 경중에 따라 갈라졌다.
A라는 가방이 후줄근해보이는 이유는 B라는 가방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었고,
판검사가 보육교사보다 존경받고 똑똑하다고 인정받고 심지어 멋져보이는 이유도 돈을 잘 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하루도 자본주의 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 다른 삶이 체화되어본 적이없다. 그러다보니 삶에 대한 설계가, 견적이 안나온다!
(이럴때보면 나는 얄짤없는 경험주의자다. )

 

내가 아는 S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그다지 공동체 생활이나 자급자족 생활을 꿈꾸는 것 같지는 않다.
보육비도 받고, 아이들 간식도 사와야하고, 교구도 사고, 월급도 받고, 이렇게 그들은 끊임없이 외부 자본주의사회에 노출되어있다.
그런데 자본가인 원장이 없다. 그리하여 교사들이 모두 주인이 되었다.
당신들이 인식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들끼리 자본가없는 삶과 보육의 현장을 마련해놓았다.

 

누군가가 알려주었다. 미국인가 프랑스에서는 이런 실험했는데 실패했다고...
S 어린이집 역시 언제 두손 들고 문닫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설사 그 어린이집이 문을 닫더라도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그들은 무자비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게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해 경험하였고, 그 경험은 영원히 남는거 아닐까?
그리고 그들이 아이들에게 가졌던 '이런 사회에서 다르게 살기 바란 바램' 역시 덤으로 주어진 거 아닌지...(물론 교사들은 이게 주 목적이었겠지만...^^)

 

난 역시 미래만큼 현재가 중요하다.
다음 사회를 꿈꾸며 준비하는 건 현재의 불안감을 일소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현재부터 어떻게 살아나아갈지, 어떠한 문화를 창조하며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열망하게 된다.

노동자의 삶과 문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창조되어가는지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넘어서의 사회를 그릴 수 있는 사고의 확장에 도움도 주고...^^


나의 하루는 자본가의 하루보다 훨씬 중요하고, 아이들이라는 미래의 하루만큼 중요하다.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에...

 

언제나 집착하게 되는 질문, '당신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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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3 18:35 2004/10/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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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자본주의

    Tracked from 2004/10/26 01:37  삭제

    적을 아는데 나를 모르면 어떻게 되나요?에 트랙백'자본주의'란 무엇일까?자본주의라는 말을수도 없이 사용해왔고앞으로도죽어라고 이 말을 사용하겠지만사실 이놈을 정의하는 건허상이다.이

  1. 감비 2004/10/24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라는 가방이 후줄근해보이는 이유는 B라는 가방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면 A라는 가방에 턱없이 높은 가격을 매겨 놓으면 난데없이 근사해보일까요? 적은 언제나 자본주의와 유행에 익숙한 나 자신에게 있는듯해요.^^

  2. jineeya 2004/10/24 0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겠죠? 원래의 가치 내지는 차라리 각자가 서로 다른 가치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성과 엉뚱함 역시 자본의 옥죄임을 벗어나는 길중 하나였으면 하는 바램...^^

  3. mina 2004/10/26 0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잉여가치가 남김없이 임금으로 전환된다?... 그리되면 인간 노동력이 필요없는..그런 상품을 만드려고 혈안이 되지 않을까나.. 이미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조짐이 많이 보이잖어.
    암튼... 물물교환 사회와 자본 사회는 좀 다른거 같어.
    원시 공동체가 아닌 이상.. 화폐단위(요즘은 온라인 단위가 많지만..)의 물물교환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다만 화폐로 물물교환 되지 않아야 할것까지 상품이 되어 문제지만..
    대개 '교환품의 가치=노동의 가치'가 진실인데.. 이놈의 사회는 도무지 "교환품의 가치=노동의 가치+이미지나 그외 관념"이 진실인양 꾸며대고 있으니.. 참 교묘하게 노동의 가치를 최대한 쩍게 책정하고.. 실체가 없는 관념으로 나머지를 메꿔 묘한 이윤을 남긴단말이여..쯧!

  4. mina 2004/10/26 0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어린이집을 보면 꼭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가 떠올러. 교사들의 노동력을 유일한 생산수단으로 하여 그만큼의 돌봄을 생산해내지. 전적으로 교사 노동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력을 높이기위해선 때론 엄청난 노동부담과 강제가 필요하지.. 헌신과 강제를 위해선 적절한 의식화가 필요하고..^ ^
    다른 관념은 개입하지 않고 교사들이 노동한만큼 가치를 생산해내는 건 분명 자본주의 구조와 다르지만..

  5. mina 2004/10/26 06: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는 사회주의 국가처럼 다른 자본구조와 경쟁하기 위하야.. 어린이집 차원에서의 이윤을 남겨야하거든.. 그렇기에 좀 더 강도높은 노동이 필요하고.. 그 노동의 가치는 인정하되.. 댓가에 있어선 결과적으로 다른 시설 임금보다도 더 평가절하되어 보상받는게 사실이지..
    그렇게 평가절하된 양만큼.. 조직적으로 축적되어가지..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가 실제론 국가자본주의였다고 평가받는 것 처럼.

  6. mina 2004/10/26 0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론 그 안에서의 민주성이나 인간으로써 존엄받는 부분은 다른 자본구조가 감히 넘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다만.. 자본주의 경쟁구조안에 있다보니.. 교묘한 모순이 있다는것이여..
    경쟁구조에서 독립적일 수 있는 어떤 구조를 다시 창조해내거나..
    아님.. 보장할 수 있는 노동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다른 생산구조로 메꾸던지...
    이런 모순 해결이 없으면.. 어찌될지 나도 몰러..
    이런 너무 누워서 침뱉었나..^^
    블러그가 없어서리 여기다..주절 주절 말이 많았쓰리.. 죄송..

  7. jineeya 2004/10/26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ina/아니 '주절주절'하는거 좋아. 외피만 본 입장에서 정곡을 찌르기 어렵거든....^^
    근데 사람들이 계속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바라고 '타도 자본주의'만 외치다가 목소리 잠겨서 이제 후줄근하게 널부러져있는 모습이 보기 힘들어졌거든.
    왠지 자본주의 경쟁구조안에서 계속 있다보니 다른 경험이 없다는 공포감과 정체성의 위기감이 심해지는데, 다른 생산구조나 삶의 구조를 만드는 게 눈앞에 안보이고 손에 안잡히는 건 이런 위기감도 한몫하는 거 아닐까?

  8. jineeya 2004/10/26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ina/그래서 나는 뭐로 보나 '자본주의사회에서' 라는 단어가 무섭고, 경험의 깊이에 가치를 주는게 아닐까 싶어.
    다른 세상을 못봤기 때문에, 설계가 될까 싶은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