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민주노총 간부 상경노숙투쟁.
개인적으로 많은 걸 느끼게 한 투쟁이다.
몇몇 연사가 '승리'라 부르는 6일의 투쟁는 나에게 ‘좌절’이었다.
'이제 농민, 학생, 민중들이 붙어야 뭔가 살아있는 힘있는 대오가 되는 구나', '노동자만으로는 안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일 계속되는 집회에서 쌓인 분노는
안면몰수한 정부와 국회만큼
참가대오를 오합지졸로 만드는 듯한 투쟁 기획으로 인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너는 뭐했냐’하면 할말 없으나)
기껏 분노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놓고는, 끌어올려진 분노에 대한 적절한 해소는 없었다.
좀 더 나아가 그 분노는 모두 내부로 수렴되어 결국 지도부를 겨냥하고마는 형상같아 보인다. (뭐든 다 상관관계가 있다니까여.)
그러나 7,8일 투쟁을 보니 노동조합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나름 기운이 넘쳤고, 스스로 판단했고, 그 판단은 거의 일치하는 듯 보였다.
노숙투쟁을 통해 다른 노조 사는 얘기도 엮어보고, 투쟁에 대한 확실히 기운 빠지는 비판도 나누다보면 4,5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린다.
천막동에서 추운 선잠을 자다 일어나 다함께 몸을 푼다.
사람이 얼굴보고 눈 마주치고 함께 몸을 움직여 춤을 나누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사람이란 게 '이게 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새 투쟁 대오는 단사고 직종이고 없다(고 믿고 싶다).
‘국회 진격 모두 연행’ 택이 나와도 대오는 변함이 없다.
‘함께’라는 말은 정말 무섭다.
‘두렵고 고통스러워’야 할 그것이 어느새 ‘이번 기회야말로’로 전환된다.
어떤 이는 차라리 잡혀도 가지 않으면서 맞게 되는 게 더 괴롭다한다.
(연행되는 걸 즐거워하는 조직이라니 정말 변태스럽다.)
깔개를 깔고 앉은 집회대오에게 있어서 오히려 지도부 생각은 블랙홀이다.
8일 오후가 되면서 중집회의 참관하려는 조합원들이 빼곡했댄다.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지도부가 통과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슬슬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동요가 시작된다.
'통과되기 전에 들어가자'며 웅성이고 있고,
미리 (국회에) 들어가있던 몇몇은 돌아와서 퉅툴거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집회대오의 흐름만 보면 4시 반 전후에 국회로 들어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6시가 되자 자리 수호를 위한 문화제가 시작되었는데 그때의 느낌은 딱 이거다.
‘좀 있다가 법안은 법안대로 통과되고, 저 앞의 경찰이 막은 곳까지 가서 잠깐 으쌰으쌰하다가 끝나겠군. 국회엔 들어갈 생각도 없군.’
결국 보육노조 대오는 저녁 6시 반쯤 분노에 차서 이탈했다.
그리고 집에 와보니 7시 반쯤 진격이 시작되었다.
살짝 망연자실하다.
두가지 ‘젠장’맞을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젠장.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25명이 아닌 250명이 연행될 수 있는 시점에 대오는 국회에 들어갔어야 했다.
두 번째 젠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오를 지켰어야 했다. 비록 똑같은 비판의 목소리만이 남았더라도...
물론 결과는 똑같았을 지도, 나만의 오판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여전히 찌꺼기같이 쌓인 분노의 배출만으로 만족해야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끝까지 자리를 못 지킨 책임은 남았다.
‘이제 와서 순진하게 무슨 그런 얘기를’이라고 한다면 책임보다 (살짝 큰) 마음의 짐이 남아서라고나 할까?
그래 그래.
솔직히 그거야.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도 바로 그것인게야.
몇시간 더 남아있을걸.
젠장젠장.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jineeya/trackback/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