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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우뚱 갸우뚱

진보평론 가을호를 대충 읽었다.

<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읽어가는데,

어렵다,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글이 어렵다,

생물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나 개념들을 아주 잊었거나

아예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의대 교수인 필자로서는 참 쉽게 쓴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쓰고 싶은 얘기는 다 쓴 듯한데,

글의 결론도 미적지근하고 명쾌하지 못해서 또 불만이다.

 

어쨋거나, 그 중에서 특히 맘에 안들었던 표현-

 

우리가 그것을 '복제'라고 부르고 그렇게 생산된 세포를 조직거부반응없이 난치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모든 미래가 유전자에 들어있다는 환원적이고 기계적인 결정론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방식을 버리고 대안적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만큼 체세포핵이식 기술에 대한 기대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정부와 언론, 그리고 관련 과학기술자들의 태도는 부당한 것이 된다."(92쪽)

 

따옴표 한 부분을 읽어보시라.

우리가 ...하다고 믿는 만큼 ...하는 정부 등등의 태도는 부당한 것이 된다?

 

트집잡으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진보평론을 읽은 독자들 중에서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할 계기를 주려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

 

이 연구는 한국적 맥락에서 특별히 중요한 특징을 가지는데, 그것은 정치권력과 언론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이 기술의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나 복제를 허용하면서도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영국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정치권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폭적인 지원만을 약속한다.(98쪽)

 

앞 문장도 좀 걸리지만,

뒷 문장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한

부시가 마치 진보진영과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듯이 고무찬양했다.

천만의 말씀, 내가 알기로는,

부시는 자신을 지지한 보수적 교단의 생명복제에 대한 반대주장을 받아들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것도 황우석처럼 여성의 난자들을 마구 모아서

무분별하게 배아복제연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아니라

인공수정과정에서 남은 배아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다.

영국도 마찬가지,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배아복제문제에 우리나라 못지 않게 너그럽고

감시카메라가 런던 곳곳을 샅샅이 비추고 있지만

그런 걸로는 범죄발생율을 줄이지 못하고 풍선효과만 가져온다는 것을

일찌감치 우리에게 알려준 나라가 영국 아니던가.

 

일부 내용만 갖고 비판하는 것은 참 쉬운 것이지.

그래도 영 찜찜한 기분을 참을 수 없어서 잠들지 못하는 밤에 끄적거려 본다.

(필자께서 혹시라도 이걸 읽게 되시면, 에유, 글은 제쳐두고 배아복제 문제 갖고 술마시며 얘기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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