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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넋두리

대전으로 오는 마지막 기차를 놓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월요일답게, 하루 종일 회의만 했다.

아침 8시 30분 임원회의,

주로 사업계획 간담회 일정을 조정했고,

그 결과 오후 2시 현재 나를 제외한 임원 모두가

서울로 지방으로 모두 달려가고

아침 10시부터 토론을 시작했던 상집, 사무처 회의는

급기야 나 혼자  진행해야 했다.

 

3시부터 공공, 운수 4조직 통합과 산별 추진을 위한 회의가 있었는데

상집, 사무처 회의를 가까스로 끝낸 시간이 이미 3시 40분이었다.

 

교육위원장이 불쌍하게 여겼는지

서둘러 차를 몰아 민주노총까지 태워다 주셨다.^.~

 

간밤에는 어찌 하다 보니 1시간 반을 겨우 잤고,

4조직 회의의 초반은 졸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회의의 내용도 겉도는 것 같고

우리 연맹의 입장도 좀 답답한 점이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설 지나서 다시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신경 좀 바짝 써야겠다.

 

7시쯤 회의가 끝나려는데

조강본부장이 전화를 걸어서는, 또다른 회의가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선거와 관련된 회의였다.

기꺼이 갔다.

난로 위로 저마다 옳은 얘기들이 넘나들고

내가 할 일만 메모해서는 10시가 지나 회의장을 벗어났다.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서울역에서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대전행 KTX는

광명역으로 서둘러 가면 어쩌면 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까지 가서 차를 놓치면 허허벌판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에라, 찬 바람 부는 거리를 그냥 걸었다.

걷다가 보니 문래역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것을 따라서 긴 골목을 하나 지나고 나니 역이었다.

서울의 지하철은 밤 11시를 전후해서 다시 러시아워가 된다.

꾸벅꾸벅 졸다가 교대역에서 내려 3호선을 갈아타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니 11시 30분 대전행 버스표가 있다.

 

대전행 기차나 버스를 타면 하루의 고단함이 마구 밀려온다.

엠피3를 켜고 이어폰을 연결하여

그 날의 중요한 회의나 토론을 녹음한 것을 듣는다.

그렇게, 짧으면 10분 길면 30분 정도 내 하루의 일부를 반추하면

나는 슬그머니 잠들어 있다.

 

대전고속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가는데 5분,

대전역에 세워둔 내 차를 타고 우리 집으로 오는데 20분 남짓,

짧지만 깊은 잠으로 피곤함을 씻은 내 행보는 이제 가쁜하다.

 

가족들은 모두 잠들고

(자주 그렇지만, 오늘도 가문비 혼자 침대에 누운 채 나를 맞았다,

 아침에는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출근하기 때문에,

 퇴근해서 잠깐이라도 깨어있는 가족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주중에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깨어있는 시간을 맞는다.

 

기차를 놓치지 않았으면 더 좋으련만...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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