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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2): 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 <미디어충청>에 기고하고 <공공연구24시>에 싣게 될 것...
‘과학’은 실종되고 ‘사업(비)’ 쟁탈전만
2월 1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법안은 2월 13일 이전에 국회로 넘겨질 전망이다. 마치 아무런 저항도 없는 듯, 아니 있더라도 무시하겠다는 속전속결의 의지를 갖고 정부는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벨트)를 공론화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고 ‘벨트’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2차례의 공청회를 비롯하여 형식적으로 진행한 의견수렴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우려와 반발은 작지 않았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 회의를 앞두고 작년 12월 29일에 있었던 운영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벨트라는 이질적 계획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사업화와 관계없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곳이므로 녹색기술개발 연구를 포함해서는 안되며 기술지주회사도 설립할 필요없다’, ‘과학사업화는 개념상 오해 소지가 있으므로 빼는 것이 좋다’ 등의 지적은 한 마디로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관심있는 일반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들과 서로 통한다. ‘사업화(비즈니스)’를 목표로 하는 연구가 무슨 ‘기초과학’이냐고 하는!
정치권은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경험적으로 보면 ‘과학’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정부의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한 적이 그다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입지 선정이나 예산 배정을 둘러싼 정치 현안으로만 접근할 뿐이다. 따라서 특별법안이 국회에 넘어가면 별다른 공방없이 수십 건의 법안 중의 하나로 처리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벨트’에 2015년까지 투입되는 3조 5487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충청권으로 명기하지 않는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가 내세운 ‘기초과학’이라는 뿌리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비’라는 열매만 갖고 쟁탈전이 벌어질 판이다.
기초과학은 속전속결로 되지 않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심의, 확정된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1/13)에서 통과된 안건 중에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진흥법 제5조에 따라 5년마다 정부가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인데, 2005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한 5년간의 계획(’06-’10)을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반영하여 이번에 전면 수정(’08-’12)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벨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에 관한 내용만 달랑 1쪽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이온가속기 설치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강조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과는 달리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초대형연구시설은 독자 건설보다 국제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의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성능향상을 지원하고 기초과학연구원에 틈새 또는 전략부문 대형연구시설 건설을 검토”한다는 단서는 붙어있다. 얼마나 졸속적으로 ‘벨트’를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부터 지며리(차분하고 꾸준하게) 챙겨라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노벨상 수상’과 ‘기초과학 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완성했다고 풍선을 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불과 1달 전에 정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다시피 하면서 ‘벨트’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들은 특별법안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에도 그저 짤막한 반응들만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물불 가리지 않는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무관심과 이해 당사자들의 다툼,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냉소 속에 ‘벨트’를 단기간에 맘대로 밀어붙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벨트’가 정녕 과학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과학기술계의 합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계속) (2009. 2. 11)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만 갖고 벌써 세번째 글을 쓴다.
그 중에 미디어충청에 3-4번 연재하게 될 내용을 여기에도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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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1): 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정부
정부가 ‘대덕연구단지 조성 이래 35년 만에 과학기술계 최대의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지난 1월 13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확정되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작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보고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이 표류하는 듯하더니, 불과 석 달 남짓한 논의를 거쳐 2015년까지 총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월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과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확정되고 나서 불과 17일만의 일이다.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던지, 1월 23일에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서 2월 2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 공고일과 마감일, 설 연휴와 주말을 제외하고 나면 겨우 3일에 불과한데, 다른 법령의 입법예고기간과 견주어 보면 턱없이 짧다. 2월 초순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서 2월 13일이면 국회로 이송한다고 하니, 아무리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고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이것이 과학기술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서 국민적 관심과 성원 속에 추진되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단기적인 업적 부풀리기에 급급하여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낯선 이름
(거점지구) 기초과학, 녹색지식산업, 교육, 글로벌 정주환경 등을 확충하여 기초과학 거점으로 육성
(기능지구) 대학, 연구소, 산업단지, 응용개발, 생산기지, 물류기능과 연계하여 시너지 제고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
‘벨트’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는데, 과연 무엇일까?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기업, 각종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탈과 컨설팅 등의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정보·지식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자 조성하는 것이라면 ‘클러스터(cluster)’라는 개념이 이미 있는데, 아마도 ‘클러스터’를 더 선정적으로 확장하고픈 욕구가 반영된 것이 ‘벨트’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란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연계한 구역으로 ‘세계적인 기초연구시설과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과학기능·비즈니스기능이 복합된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점지구는 기초연구분야의 거점을 구축하고자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기능지구는 거점지구와 연계하여 기초연구, 응용개발연구, 산업화 등 일련의 시너지효과를 제고하고자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결국 과학과 비즈니스(사업)를 융합하기 위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지역(신도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벨트’는 특정한 지역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거점지구에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의 이른바 Site-Lab을 통해서 전국 각지와 연결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15년부터 50개 연구단(Site-Lab)을 둘 계획으로, 그 중에서 25개 연구단은 교육·연구·산업기능을 갖춘 지역에 설치하여 국내의 다른 연구기관 또는 대학과 공동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입지 선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Site-Lab 운영에 투입되는 연간 6,500억원의 예산을 둘러싸고 각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를 놓고 벌였던 다툼보다 더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2009. 2. 3.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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