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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이 움직여서라기보다는
갑작스런 청탁에 주제넘게도 허겁지겁 써서
미디어충청(http://cmedia.or.kr)에 넘긴 글....
제목이 너무 선정적인가....-.-;
이 글 읽는 분들 중에서
대전, 충남, 충북 지역에서 사는 분들은
미디어충청 사이트로 가서 후원 좀 해주시고요,
자주 들러서 기사비평이나 독자의견 좀 올려 주시면
엄청나게 감사하겠습니다~.~
18대 총선은 무효
제18대 총선의 유권자는 모두 37,796,035명이다. 그 중에서 17,415,666명이 투표에 참가하여, 46.1%라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제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강원(51.5%), 경북(53.1%), 제주(53.5%)만이 간신히 50%를 넘겼을 뿐이다. 구 단위로 보면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에서 투표율 50%를 넘긴 지역은 종로구(52.2%), 노원구(50.9%), 동작구(52.8%) 등 불과 세 곳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은 대표성이다. 턱없이 낮은 투표율은 민의를 왜곡하게 된다. 예컨대 이번에 충남 논산(논산․계룡․금산선거구)에서 유효투표의 27.7%를 얻은 이인제의 경우 산술적으로 보면 유권자의 13.6%의 지지만으로 당선되었다. 거꾸로 말하면 전체 유권자의 86.4%는 이인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누가 자신 있게 이인제를 그 지역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전국적으로 보면 투표율 30%인 선거구가 20곳에 이른다고 하니, 겨우 10%대의 대표성을 갖는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제18대 총선은 한나라당 153명을 포함하여 자유선진당 18명, 친박연대 14명, 친여무소속 당선자 18명 등 무려 203명이나 되는 거대한 수구보수 자본가 모리배들을 국회로 진입하게 했다. 전체 299명 중에서 2/3 이상을 차지하는 이 기득권 집단은 전체 국민의 삶의 질 추락과 사회양극화는 아랑곳없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친기업적 법률과 정책들을 무한정 쏟아내게 될 것이다. 개인재산 3조6천억원이라는 정몽준을 빼고도 국회의원 평균재산 26억원이나 되는 18대 국회에서 노동자 민중,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먹혀들기나 하겠는가.
낮은 투표율은 또한 정치적 무관심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끊임없이 그것을 조장해온 지배집단의 전략이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항하는 정치운동의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도 거기에 일조했다. 이전까지는 서울의 강남, 서초구가 공고한 자본의 계급정치를 실천했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서울 전 지역이 사실상 자본의 정치판으로 확장되었다. 부동산, 교육, 교통, 세금, 의료비 등등의 문제로 일상적으로 고통받고 신음하는 노동자 민중의 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국회는 자본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은 노동정치의 실종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답답한 정치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또 길게 보고 차근차근 가자고 의연하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겠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원용하면, 대의민주주의 아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반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임원과 대의원 선출을 비롯하여 모든 의사결정은 재적인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것이다. 즉, 과반수가 참여하지 않는 의사결정은 무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46.1%의 투표율을 기록한 제18대 총선은 무효이며, 재선거를 해야 한다. 앞으로 이 나라의 모든 선거도 유권자의 과반수가 참가하는 선거라야 유효하다고 법으로 명확하게 해야 한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있다. 우리나라 제헌국회를 구성하던 1948년 당시의 선거법은 투표자수가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남한 단독으로 치렀던 1948년 5․10 총선거에서 북제주군 갑구와 을구에 대해서 국회선거관리위원회는 당시 선거법 제44조에 따라 투표자수가 과반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선거구의 최고득표자의 당선을 무효로 인정하였고, 그에 따라 당시 미 군정장관은 그해 6월 23일에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포고문을 발표한 사례가 있다. 교통수단이 미약했던 60년 전에도 했던 것을 이 시대에 왜 못하겠는가.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가 비판적 지지가 어떻다느니 후보 단일화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단판 승부로 민의를 크게 왜곡시키곤 했는데, 이것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 투표율의 측면에서도 결선투표제는 의미가 있다. 12명의 후보가 출마해서 결선까지 갔던 프랑스 대선의 투표율은 1차 73.9%, 2차 83.8%를 기록하였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억측이다. 아직도 참정권이 없는 국민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가 그러하듯이 우리나라의 투표율 저하현상은 국민의 80%가 ‘고소영’, ‘강부자’로 지칭되는 권력층에 굴종하고 있는 현실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재선거이든 결선투표제든 선거법 개정이든, 그것이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국민의 과반수가 지지하는 대통령과 국회를 만들고, 유권자 모두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경향을 비례적으로 담을 수 있는 대의정치를 가능하게 하려면, 진보와 변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현실의 정치제도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것은 반드시 고치겠다고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작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의 대상을 국회의원까지 확대하고 그 요건도 완화해서 유권자의 뜻에 반하는 국회의원들은 언제라도 갈아치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한 방안의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을 살리고 보완하되 민주주의의 핵심은 직접 참여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치제도를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장애보험개혁안, FTA, 어린이성폭행범에 대한 종신형 선고 등 중요한 사회․정치적 쟁점들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던 스위스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무조건 국회에 맡겨둘 일은 아니다. 한반도대운하, 한미FTA, 행정수도 설치 등 우리에게도 국민투표에 넘길만한 큰 쟁점들은 많다. 번번이 국민투표에 맡기자는 얘기가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길을 넓혀가자는 것이다.
앞에서 제도와 현실을 탓했지만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정치세력은 다시 한번 준엄하게 자기비판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지만,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다. 진보정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입으로 말하지 말고, 지역과 현장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진보의 색깔로 바꾸기 위해 지금껏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몸에 밴 상처와 흉터로 말해달라고, 투표소행을 포기한 수많은 유권자들이 외치고 있지 아니한가. (2008.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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