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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5
    비정규직의 나라, 비상구는 없다(2)
    손을 내밀어 우리

비정규직의 나라, 비상구는 없다

대전참여자치연대에서 펴내는 "참여와 자치"에 기고한 글이다.

그저께 집으로 배달된 책을 보고서야

내가 거기에 글을 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정도로

8월에, 나는 정신이 좀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쪽팔리고 민망한 것도 있고

모든 걸 설명하기엔 주어진 지면이 부족한 사정도 있어서

비정규직 투쟁을 둘러싼 우리 노조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썼다가 다 삭제해 버렸다.

 

그러고보니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복지센터분회의 투쟁이

특구지원본부 이사장실 점거를 거쳐 4일만에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여기엔 올리지 않았구나.

 

8월 31일자로 해고예고되었던 것은 철회시켰지만

10월말까지 교섭을 통해 이른바 경영합리화방안이라는 것을 논의하기로 했으므로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닐 뿐더러

이 투쟁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집행부의 출범으로 인해

갈 갈이 첩첩산중이다.

 

그 첫번째 교섭이 이번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새 집행부가 중집위를 구성해서 새로 교섭위원을 구성할 때까지는

지난 번 교섭위원들이 교섭을 맡기로 했으므로

아직까지 나는 이 교섭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지만,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가령 사용자가,

우리 교섭위원들의 교체를 기대(확신?)하면서 교섭을 연기할 수도 있는 거고...



 

이랜드그룹 산하 홈에버와 뉴코아에서 발생한 집단해고에 저항하는 투쟁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의 이랜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힘으로 밀어부친 비정규법(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제정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개정법률)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보다는 비정규직의 대대적 확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노동계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비정규법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믿습니까?


정부가 비정규‘보호’법이라고 포장한 법의 핵심내용은, 차별금지를 명문화하고 차별시정절차를 도입한 것과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고용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불법파견인 경우에는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노조를 제외하고 비정규 노동자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사실상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차별은 기본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 노동자가 있어야 하는데 사용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군과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면 차별의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하는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고 단지 2년의 기간만을 설정함으로써 2년마다 해고되는 기간제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이랜드그룹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이유가 바로 차별시정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보다 약 15만원 더 받는 정규직 캐셔노동자들은 다른 업무로 배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하고 외주용역화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가 없기 때문에 비정규‘보호’법은 아무도 보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홈에버나 뉴코아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정규직노조와 힘을 합치고 많은 노동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전국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지속적인 투쟁이 가능할 것이기에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무수히 많은 곳에서 비정규법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칼날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사례를 한번 봅시다. 대덕특구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연구단지 종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스포츠센터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수영강사, 골프강사, 헬스강사, 스쿼시강사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강사들은 스포츠센터에서 필수핵심인력에 해당되므로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일하게 해야 하지만, 사용자는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을 어기면서까지 마음대로 부렸습니다. 급여일은 매달 바뀌고, 연차휴가도 쓰지 못하고, 각종 수당도 없이,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채,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하루 12시간 일주일 60시간 가까이 오로지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용자가 나가라고 하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들 강사들에게 노동조합은 꼭 필요했습니다.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우여곡절 끝에 복지센터분회로 출범한 이들에게는 곧바로 시련이 닥쳤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비정규법이 발효된 것입니다. 사용자는 비정규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의 부담이 현실화되기 전에 적자경영을 이유로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자가 문제라면 복지센터 경영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마땅한데, 정작 경영합리화방안은 강사들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아웃소싱(외주용역)만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강사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근거도 참 미흡했습니다. 사용자는 적자의 주된 원인을 고정비와 노무비(강사 인건비)의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들었지만, 2005년에는 강사들의 인건비가 대폭 감소하였고, 2006년에는 겨우 1% 남짓 인상되었을 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사용자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강사들을 집단으로 아웃소싱한다고 하더라도 적자가 감소한다는 전망을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강사들의 아웃소싱만이 복지센터를 정상적인 경영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주장만 막무가내로 할 뿐이었습니다. 급기야 7월말에는 아웃소싱에 동의하지 않는 강사들에게 8월 31일자로 해고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했습니다.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던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사용자의 양보를 촉구했고, 노동위원회도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사태는 악화되었습니다. 마침내 강사들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나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요구는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웃소싱 계획을 철회하고 현재와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주된 요구였습니다. 홈에버 노동자들이 79만원을 받아도 좋으니 지금처럼 일만 하게 해달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파업 나흘만에 극적으로 노사간에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해고예고는 철회되었고 파업은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0월 31일까지 노사가 경영합리화방안에 관한 교섭을 재개하기로 함으로써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닙니다.


현행 비정규법이 폐기되고 비정규권리보장법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비정규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이 모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라는 것을 아는 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홈에버, 뉴코아, 대덕특구복지센터..., 이 땅의 860만 비정규직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길은 비정규법을 폐기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앞서, 비정규 노동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온갖 차별과 멸시와 핍박에 대해, 당신이 함께 맞서고 투쟁한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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