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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5
    이소연씨 이야기
    손을 내밀어 우리

이소연씨 이야기

지난 5월에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발행하는 <시민과 변호사>라는 웹진의 청탁을

받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끄적끄적 쓴 글...

원래 제목은 "한국 첫 우주인 탄생, 그 의미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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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가 지난 4월 8일부터 19일까지 무사히 ‘우주여행’1)을 마치고 돌아왔다. 우주비행사든 우주여행객이든, 이소연 씨는 1961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이후 세계에서 475번째, 여성으로는 49번째로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를 다녀온 우주인이 되었고, 한국의 첫 우주인2)으로 기록되었다. 이소연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에 13가지 기초과학실험3)과 5가지 교육실험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우주에서의 체류 소감을 나누었다.

 

이번 ‘우주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창하게 한국에서 우주시대가 열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주산업과 우주개발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하고, 청소년들이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4)가 마무리되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2004년에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이 계획을 보고하면서, 우주인 선발과정에서 지역예선과 결선을 거치며 국민적 과학‘이벤트’로 할 것이라고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주인 사업이 전시행정이라는 얘기를 들을 우려가 있다’고 유보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 후 과학기술부는 2005년을 ‘우주의 해’로 지정하고 ‘우주개발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주인 배출사업’이라는 이벤트는 겉보기로는 상당한 인기를 모으며 진행되었다. 5)

 

그러나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주 주권을 확보하려면 위성체 제작 능력, 발사체 개발 능력, 발사장 구축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위성 제작과 위성 운용기술은 후발 주자 중에서는 상위권이라고 하고, 2003년부터 전남 고흥에 건설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오는 9월에 준공하게 되면 발사장도 일단 확보된다고 하지만,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은 선진국의 견제 등 상당한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작년 6월에 제2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수립한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2007-2016)’을 보면, 현재 착수중인 위성체 개발을 통하여 기술개발 자립화 능력을 갖추고, 발사체의 경우에는 소형위성발사체(KSLV-I)를 2008년 12월에 예정대로 발사하며, 후속사업은 자력기술을 통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올해 12월 21일에 나로우주센터에서 처음으로 발사될 KSLV-I는 2단으로 이뤄지는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 로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1단 로켓 수준의 발사체 제작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이다. 이 숙제를 해결해야 할 과학기술자들은 지금 당장은 KSLV-I 발사를 성공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이 잘 끝나고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도 커졌지만, 정부의 우주개발에 대한 지원계획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첫 우주인 탄생이라는 눈앞의 결과에 일단 흡족해하며 이명박 대통령도 ‘10년 후에는 7대 우주강국을 목표로 하자’고 독려했지만, 정부연구개발예산에서 우주개발예산은 축소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개발에 관련된 250여명 과학기술자들은 12월의 KSLV-I 발사가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260억원이나 들여서 겨우 한명의 한국인을 우주인으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우주여행에 합류하지 못한 고산씨는 말한다. “어린이들을 위해서이다. 장래 희망이 판사, 검사, 의사 같은 것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ISS에서 돌아온 후에 이소연씨는 말한다.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잖아요. 그게 돈으로 환산이 되나요?” 한국 최초의 ‘우주여행’의 의미는 이것이었다. 적어도 고산씨와 이소연씨는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충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주인 배출사업’은 기획된 이벤트의 하나였다고 해도, 우주시대를 열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제대로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2016년까지 저궤도 실용위성 본체기술 자립화 달성, 2017년에 300톤급 한국형 발사체(KSLV-II) 발사, 2020년에는 달 탐사 궤도선 발사, 2025년에 달 탐사 착륙선 발사,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가 어느 정권에서 왜 수립되었는지 하는 정치적 배경을 살필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과학기술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긴 세월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갈 수 있도록 하는 뚝심을 확보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 남짓 지났다. 자칫 ‘당장 돈 되는 연구’, ‘실용적인 연구’만 지원한다고 해서 정부가 중장기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우주, 바이오, 에너지 등과 같은 연구개발부문은 아예 포기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높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꿈과 희망과 포부를 잃지 않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을 갖추는 것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에 가졌던 관심의 일부라도 모든 과학기술자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줄 때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우주시대를 열고 과학기술입국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주>

1) 서울신문 2006년 12월 26일자 기사, “한국 첫 우주인은 우주에서 ‘조종’이 아닌 ‘여행’을 하게 된다”

2) 조선일보 2008년 4월 1일자 기사, “미국과 러시아의 정식 우주 임무에 참여하지 않는 우주인은 통상 ‘우주 비행 참여 우주인’으로 분류된다”

3) 항공우주연구원은 이소연씨를 특정한 임무를 가지고 우주비행에 참여하는 ‘우주실험 전문가’라고 했지만, 이것은 다소 주관적이다. 전체 예산 중에서 과학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 수준으로 한 실험당 3000만원 정도였고, 대체로 후속 연구 지원 계획이 필요없는 단발성이고 ‘상징적인’ 실험이었다.

4) 프레시안 2006년 4월 14일자, 우주인배출사업추진위원회 김두환 위원장과의 인터뷰 기사.

5) 2006년 4월 21일 과학의 날부터 공개적으로 모집한 지원자 36,206명을 대상으로 4단계 과정을 거쳐 그 해 12월 25일 최종 후보로 고산씨와 이소연씨 2명을 선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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