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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서설 §42


(§42) [수학적 진리에서는 이와 같은 근거제시가 더욱 중요하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리를 달달 외어 겉으로만[1] 알뿐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을, 거꾸로 표현하자면 [그 정리가 왜 성립되는지] 속속들이[2] 알지 못하는 사람을 기하학자라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단지] 여러 직삼각형의 변을 측정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세변이 갖는 관계를 제시하는 것에 만족스러워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수학적 인식에서는 증명이 이렇게 중요하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인식 역시 아직 [역사적인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이런저런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는 사실이 사상된 역사적인 진리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수학적 인식에서도 증명의 [노력과 과정이] 본질적이라고 하면서도, 그런 것들이 [지양되어] 결론 자체에 스며있는 계기를[4] 이룬다는 의미와 속성으로서의 본질이 되지는 않는다. 대려 결론에 이르면 증명의 노력과 과정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지나간 일이 된다. [증명의 노력과 과정을 통한] 결론이어야 비로서 참된 것으로 통찰된 정리가 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인식]주체와 정리와의 관계에서 뭔가가 달라진 것이지 [정리 자체에] 내용적으로 뭔가가 더해진 것은 아니다. 수학에서 증명이란 이름아래 행해지는 운동은 [대상에 파고 들어가 대상이 스스로 하는 운동을 따라 잡는] 대상에 속하는 운동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태의 외부에 머무르면서 사태에 가해지는] 외면적인 행위일 뿐이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증명을 살펴보면] 직삼각형이 스스로 자기 속성에 따라 자신을 해체하고 조각 내어 [a2 + b2 = c2 이라는] 변의 관계를 정립하는 명제를 증명하는데 필요한 작도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식이 그렇게 하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인식이 사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럼 철학적 인식에서의 생성은 어떠한가?[5] 철학적인 인식에도 역시 [자의적이고 우발적인 대타적인] 현존재로서의 현존재의 생성이 있고 또 이런 생성은 사태의 본질, 혹은 내적 속성의 생성과 구별되어 있다. 그러나 철학적인 인식은 수학적인 인식과 다르다. 철학적인 인식은 첫째 앞의 두 가지 생성을 다 포함하는 반면, 수학적 인식은 이와 대조적으로 현존재의 생성만을 기술할 뿐이다. 달리 표현하면 수학적 인식행위는 사태의 속성이 사태 외부에, 즉 인식 내부에 [인식의 목적으로] 있는 것으로 하여 [이런 목적에] 짜맞춰 현존재를 생성하고 기술할 뿐이다.[6] 다음으로 철학적 인식과 수학적 인식이 다른 점은 철학적 인식은 특별한 양상으로 나타나는[7] 이 두 갈래 운동을 통일시킨다는 점이다. 이 두 갈래 운동은 떼어 놀래야 떼어 놀 수 없는 운동이다. 실체의 내적 발생 혹은 생성은 동시에 자기 외화를 이루는, 달리 표현하면 대타적인 현존재가 되는 운동이며, 현존재의 생성은 거꾸로 동시에 [과거의] 외화된 자신이 본질로 접어드는[8]운동이다. 이 운동은 이렇게 이중적인 프로세스로서 총체를 생성하는 운동이다. 이런 이중적인 프로세스 안에서는 [한 쪽이 다른 쪽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다른 쪽을 정립하는 동시에 그 다른 쪽을 통해서 정립되는 것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양쪽이 지니는 이런 이중적인 운동이 두 개의 관점으로 [구별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양자가 어울려 총체를 이루는데, 이때 양자는 자진 해체하여 총체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1] 원문

[2] 원문

[3] 원문

[4] 원문

[5] 원문 <>.

[6] 스피노자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유의 목적론을 신랄하게 비판한 대목이, 즉 신이 할 일이 없어서 무슨 기업의 매니저나 되는 모양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세상/현존재를 관리한다는 생각을 비판한 대목이 떠 오른다.

[7] 원문

[8]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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