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공포의 KTX - 안전 최우선

 

1월 1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기관사 황아무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황 씨는 회사에 가는 대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황 씨는 삶을 마감하기 얼마 전 가족에게는 "회사 가는 것이 힘들다"고, 동료들에게는 "차에 타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가족과 동료들은 '기관사를 천직으로 알고 15년간 성실히 일한 사람'으로 황 씨를 기억한다. 그런 황 씨가 변한 건 지난해 10월 사고를 겪으면서다. 한 승객의 가방이 황 씨가 운행하는 열차의 출입문에 낀 사고였다. 다행히 승객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황 씨는 이 일로 회사에서 심하게 질책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황 씨는 이전과 달리 강박증과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과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은 이번 비극이 황 씨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관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행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기관사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 매도하는 조직 문화"가 비극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기관사가 생전의 황 기관사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황 씨처럼 공황장애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기관사가 2012년 한 해에만 3명이나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하철 기관사의 노동 조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발'을 안전 운행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기관사들의 고충에 눈감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프레시안>은 지하 터널을 누비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현실을 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는 고(故) 황 기관사가 일한 지하철 6호선의 운전실 동승 취재다. 취재에 협조해준 기관사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에 기관사의 실명, 취재 당일 운행 노선 등은 밝히지 않는다. <편집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604205118
어느 기관사의 죽음…진단서 없어 산재 아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6-06 오전 8:34:45)
[추적] 1년 3개월 전 스스로 삶 마감한 고 이재민 기관사 사건 그 후
지난해 3월, 정신질환을 앓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큰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기관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한 얘기들이 공론장에 등장했다. 그 후 1년 3개월이 지났다. 해결된 것은 없었다.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악몽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는 소견을 밝힌 전문가들이 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두 차례나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두 번에 걸친 산재 불승인…왜?
지난해 3월 12일 오전 7시 55분 무렵, 업무 교대를 한 고(故) 이재민 기관사는 선로로 내려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5·6·7·8호선)의 승무일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에 출근해 저녁 운행을 끝내고 오후 9시 이후 기지로 들어가 취침한 이 기관사는, 그다음 날 새벽 5시에 정상적으로 출근해 자살 직전까지 주어진 모든 업무를 마친 것으로 돼 있다. 전날 밤, 52.3Km, 51개 역에 달하는 5호선 긴 지하 터널(전 구간 지하)을 달리며 5시간 정도 홀로(1인 승무제) 운전석에 앉아 있던 그가 운행 중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증빙된 것이 없어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두 차례나 병원을 찾아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병가를 낼 때 "공황증"이 있다고 회사 측(서울도시철도공사)에 밝혔다는 점이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골프 연습을 하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충동적으로 선로에 내려가 맞은편에서 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졌다.
산업재해 여부를 따지는 근로복지공단은 이 기관사의 유가족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를 통지했다. "재해 내용, 의무 기록 등을 볼 때 전형적인 공황 발작을 경험할 경우 당연히 나타나야 할 기술이 없는 등 공황장애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낮고, 사망 사고 전 공황장애의 진단이 없으며, 사후에 공황장애가 추가돼 공황장애로 인한 증상이 불명하여 불인정된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부지급 처분하였다"는 것이다.
"공황장애의 진단 기준에 미흡하고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증상 자체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그런 점이 부족해 공황장애의 진단은 확실치 않음"이라는 전문위원의 소견도 붙였다. 이 기관사의 유족은 재심의를 청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 20일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을 인정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유족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했다. 유족들은 절망감을 느꼈다.
생전에 질환 호소…그런데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이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약 10개월 전인 2011년 5월 24일, 병원 진료를 통해 사실상 공황장애를 확진받았다는 것이 유족과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이 기관사는 회사에 "공황증"이라는 사유를 통보한 후 병원 치료를 받았었다. 그러나 산재불승인 재결서에 따르면 공단 측은 당시 "(이 기관사가 병원 치료를 받은 후 제출한) 진단서의 병명은 '어지러움, 긴장 두통, 기음양허증'으로 확인돼 (공사 측이) 피재자(이 기관사)의 정신질환에 대한 특별한 관리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고 적고 있다. "공황증"이라고 해서 살펴봤으나 "공황증"이 아니었다는 논리다.
이 치료와 관련해 그해 6월 2일 발행된 진단서에는 임상적 추정 병명으로 '어지러움', '긴장 두통', '기음양허증(기와 음이 모두 소진돼 열이 나고 숨이 차며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는 증상을 수반)' 등이 적혀 있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이 기관사가 공황장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설사 이 기관사 진단서에 적시된 병명인 기음양허증과 공황장애가 다른 질병이라고 전제하더라도, 당시 병원 치료를 받고 온 이 기관사에 대해 사측이 "정신질환에 대한 특별한 관리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백 명을 실은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의 '어지러움', '긴장 두통', 심지어 '기음양허증' 관련 사항은 승객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사측은 열차 운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한 셈이며, 공단은 그런 사측을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기관사를 진료한 주치의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은 당시 이 기관사의 상태와 관련해 열거된 증상들이 "공황장애를 앓을 때 나타나는 전형"이라고 지적한다.
이 기관사는 목숨을 끊기 한 달쯤 전인 2012년 2월 15일, 재진을 받았다. 당시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주치의사는 이 기관사 사망 직후 "공황장애가 자살률이 높은 정신질환 중의 하나로 직무 스트레스가 공황장애를 유발했으며 이에 자살의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사망 전 공황장애에 근접한 증상을 보였던 이 기관사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에 대해 전문의가 '직무 스트레스->공황장애->자살'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견은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게 근로복지공단 측의 주장이다. "사망 후 내려진 진단이므로 공황장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관사의 자살은 '예상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한 자살'이지만, 사전에 공황장애 판단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죽음은 개인적인 것이 됐다. 헛된 가정이지만, 그가 자살에 실패했다면 그는 자살 시도를 입증한 뒤 공황장애 판정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이를 통해 향후 있을 자살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까?
현직 기관사의 호소 "열차 운전 중 발작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두 번에 걸친 산재 불승인. 이 기관사의 유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재심사청구 기각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리고 4일, 첫 심리 기일에 출석했다.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만난 이 기관사의 부인 김수현 씨(가명)는 초췌한 표정이었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표정도 역력했다.
"아이들이 5학년, 3학년인데, 학교도 옮겼어요. 언론에 (아이들 아버지 일이) 노출되다보니까, 동네에서는 소문이 나죠. 그게 아이들에게는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주변분들이 다 알아보시니까. 얘들은 이 사실 자체를 몰라요. 아빠가 교통사고가 났다, (그래서 돌아가셨다) 그렇게 알고 있죠. 자세한 내용을 몰라요."
김 씨는 경제적으로도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김 씨는 현재 한 달 수입이 150만 원이라고 밝혔다. 친정어머니가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 도움이 없으면 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백발의 친정어머니도 이날 세상을 떠난 사위의 산재 인정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법원의 첫 심리를 지켜봤다. 간단한 신분 확인과 자료 제출, 다음 심리 기일 확정 등 짧은 절차가 끝났다. "아이들이 걱정"이라는 친정어머니는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고 있는 동료 기관사들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관사들이 열차 운행 도중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년 전, 한 번 그런 사고가 있었어요. 기관사가 운행 도중 숨이 막히고 발작 증세가 일어나 '지금 운행을 멈추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렸습니다. 내리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갔습니다. 차량 직원(정비사)이 대신 투입돼 몇 정거장을 운행했습니다. 그런데 병을 호소한 기관사는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아십니까? 회사에서 '니가 생각이 있는 XX냐'라고 하더랍니다. 아파 죽을 것 같은 사람한테…. 그 기관사는 결국 전직을 했습니다. 만약 터널 공간에서 시속 60Km로 지하철을 운전하다 갑자기 발작이 난다면…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요?"
심리가 끝나고 법원 앞에서 만난 동료 기관사 김영민 씨(가명)는 분통을 터뜨렸다.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산재 불승인 판단의 주요 근거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과거 공황장애에 대한 산재 승인 사례가 있어 이에 준거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산재 여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증명을 해내야 하는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기관사들로서는 "어이없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공황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몇몇 질병만 산재로 인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협소한 해석이 계속되는 것 같다"며 "기관사는 다양한 이유로 장애를 겪을 수 있고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자가 되는"(한 기관사) 열악한 근무 환경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황장애가 산재로 인정받은 후 공단 측에서는 산재 인정 사례를 더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원은 "이재민 기관사의 경우 부인과 재결합을 했고 새 출발을 하려고 골프 연습까지 시작했는데, 주어진 근무를 멀쩡하게 다 소화한 후 스스로 철로로 내려갔다고 하는 것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런 부분들을 당국이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호 노조 사무국장은 "시민 안전이 제일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윤 사무국장은 "러시안룰렛도 아니고, '내가 탄 지하철 기관사가 병이 없는 사람인가 아닌가'가 승객들이 따질 수 있는 문제인가"라고 묻고 "이건 기본적으로 관리자의 책임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민 기관사 사건이 이런 식으로 취급받으면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올 경우 억울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홀로 남은 부인 "전직 신청 때 회사에서 대책 내놨다면…"
"정말 억울한 건 신랑이 (자살하기 한 달여 전인 2012년) 2월에 회사에 공식적으로 전직 신청을 했는데, 그때 회사에서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간 신랑이 공황장애라고 회사에 알렸고 (회사에서) 면담 신청이 없어서 저희는 '아 아프니까 (전직이) 되는구나' 했었죠. 그런데 발표가 났는데 제외가 된 거예요." (이 기관사의 부인 김 씨)
전직 신청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공단 측은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상호 전직 희망 직렬 간 정원 대비 현원을 고려하여 선정했고 1대1 전직을 원칙으로" 했는데 이 기관사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려 전직이 되지 않았다"는 회사 측의 설명을 인용했다. 그러나 윤성호 사무국장은 "이재민 기관사는 아프다며 병가도 쓰고 연차도 썼지만,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숫자 맞추는 일로 생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관사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때문에 전직 신청을 했음에도, 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동료 기관사는 "질병이 있어도 아프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직종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그건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젊은 가장이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
KTX를 '자살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만 매년 수십 명에 이른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도, CCTV도, 경고 표지판도 없다. 그나마 역무 인력은 '경영 효율' 미명 아래 갈수록 줄고 있다. 시민은 불안하다. 기관사도 그 기억에 끔찍하다. CBS노컷뉴스는 자살에 무방비로 노출된 KTX철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04550
철로 위 투신 늘지만…코레일은 '모르쇠' (2013-05-27 07:17 | CBS노컷뉴스 신동진 김민재 기자)
[공포의 KTX ①]자살 사고 나도 무방비 노출…매년 수십명 '방치'
같은 시각 서울 중구 순화동 염천교 위. 이곳도 지난 3월 한 30대 여성이 자살을 시도했던 곳이다. 당시 이 여성은 다리 바깥쪽 철조망을 타넘어 철제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마침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지난 이곳에도 당시와 달라진 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CCTV는 물론 '위험하니 선로에 뛰어들지 말라'는 최소한의 경고 표지판조차 전무했다.
이런 무방비 상황은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살펴본 영등포역도, 청량리 역도 모두 '사고가 언제 있기라도 했냐'는 듯 후속 조치가 눈에 띄질 않았다.
이러다보니 KTX가 다니는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만 매년 수십 건의 투신자살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객과 관련한 철도교통 사상 사고는 지난해 73건. 이 가운데 82%를 넘는 60건이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 일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발생한 23건 가운데 19건이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 측은 오히려 역사 관리 인원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실적 개선' 명목에서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승강장에 직원과 공익요원을 포함해 8명 정도의 인력이 배치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 역에 2명밖에 없다"고 했다. "사장으로 온 사람들마다 '실적 개선'을 한다며 구조조정에만 몰두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런 인력으로 오가는 열차를 모두 안전하게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런 무방비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06335
KTX '스크린도어' 왜 없나…목숨보다 돈? (2013-05-28 10:14 | CBS노컷뉴스 신동진·김민재 기자)
[공포의 KTX②]지하철 설치후 '자살 시도' 몰리는 '풍선효과'
현재 전국엔 설치된 KTX 승강장은 정차 기준 41곳.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는 역까지 따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승강장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투신 자살이 끊이질 않았던 지하철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후 관련 사고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당시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중 120개 역, 서울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 가운데 157개 역, 민자사업체인 서울시메트로 9호선 25개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기 때문.
문제는 지하철이 '자살 청정구역'이 되자, 무방비 상태인 KTX로 몰려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철도교통에서의 승객 사상 사고 가운데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 발생한 건 지난 2011년 56건, 지난해엔 6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만도 19건이나 된다.
철도당국은 '예산 문제' 때문에 설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예산 문제"라며 "관계부처와 협의중이긴 하지만 워낙 막대한 예산이 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다른 나라를 봐도 기차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예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떨어져도 바로 올라올 수 있는 '저상홈'인데 굳이 돈 들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이 '역사 꾸미기'에 매년 쏟아붓는 돈이면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도 남는다는 것.
스크린도어 설치 업체들에 따르면, 저가형으로 개발된 최신 '로프형 스크린도어'의 경우 역 한 곳당 설치 비용이 10억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KTX 정차역에만 모두 설치한다 해도 총 예산이 5백억 원 미만이란 얘기다.
코레일은 지난해 9천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도 6개 계열사를 통해 1조 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 2004년 계열사 설립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영업이익 목표는 300억 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또 KTX의 속도 때문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크린도어 업체 한 관계자는 "시속 300㎞라 해도 스크린도어 설치에는 어떤 기술적 문제가 없다"며 "이미 '로프형'이나 '난간형' 등 다양한 형식의 스크린도어가 개발돼있어 어떤 KTX승강장이든 설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명'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KTX 승강장 스크린도어 설치는 비용이나 기술 모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07643
CCTV 보고 달려도 2분…이미 '상황 종료' (2013-05-29 06:00 | CBS노컷뉴스 신동진 김민재 기자)
[공포의 KTX③]있으나마나 CCTV '사후약방문' 전락
고객지원실과 승강장까지의 거리는 250m 남짓, 36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승객들이 붐비는 시간대라면 시간은 더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모니터 요원이 CCTV로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달려가더라도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 종료'일 가능성이 높다.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
승강장에 승객 안전을 책임질 적정 인원의 역무원이 배치돼있다면 신속한 연락을 통해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역에 8명가량 인력이 배치돼 승강장에도 직원이나 공익요원을 배치했었다"며 "하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한 역에 2명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KTX 승강장 쪽에 CCTV가 설치된 역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 CCTV가 설치돼있다 하더라도 이를 모니터할 인원이 전무한 곳이 더 많은 현실이다. 코레일의 다른 관계자는 "CCTV란 게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조치를 위한 확인용 성격이 짙다"며 "인원도 적고 다른 잡무도 많아 일일이 CCTV 화면을 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승강장에서 투신 시도를 비롯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직접 목격한 승객들이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철도교통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이러한 '사후대응형' 위기관리시스템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책임연구원은 "CCTV가 있다 해도 예방감지 측면에서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사람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국가 정책과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은 목돈이 들어가는 것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 모두에서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에만 몰두하는 코레일식 경영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동원 교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력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큰 경영 개선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외관상 재무가 좋아질 뿐,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역사내 관리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현재의 보안 시스템이라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09066
"뛰어들던 모습 계속 떠올라"…KTX '트라우마' (2013-05-30 06:00 | CBS노컷뉴스 신동진 김민재 기자)
[공포의 KTX④]기장 대부분 인명사고 '유경험자'…직장 잃을까 속으로만 '끙끙'
갑작스레 인명사고를 겪고 고통받는 KTX 기관사는 비단 김씨만이 아니다. KTX에 치여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매년 60여 건 발생하는 걸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관사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김 씨는 "기장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하나 같이 모두 사고 경험자일 것"이라며 "자살 사고 이후 매일 고민하다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부족한 인력은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사고가 나더라도 교대 인력이 대기중인 주요 거점역까지는 운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KTX는 1인 승무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체할 예비 기관사가 없는 경우 교대하지 못한 채 계속 열차를 운행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상행길에서 사고가 났느냐, 하행길에서 났느냐에 따라서도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철도노조 최정식 운전조사국장은 "상행길에 사고가 나면 곧바로 운행을 종료할 수 있지만, 하행길에 나면 도착지에서 교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대체 기관사를 요구했는데 여력이 없을 경우, 방금 겪은 사고의 끔찍한 광경이 생생한 가운데 다시 상행길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지난해 철도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사고를 겪은 KTX 기장이 심리 상담을 신청할 경우 치료비 전액을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철도노조 한 관계자는 "심리 상담을 비롯한 정신적 치료를 받겠다고 신청한 기관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치료 자체가 곧 생계를 잃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철도안전법 11조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철도운전면허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관사들 사이에선 '최고 엘리트'로 꼽히며 치열한 경쟁을 뚫은 KTX 기장들이 '실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신 치료를 신청하기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권동희 노무사는 "일반 기관사들보다 KTX 기장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훨씬 크다"며 "하지만 KTX 운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치료를 신청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신 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고 직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기관사의 스트레스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보고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어 "사고를 경험한 KTX 기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위서 작성이 아니라, 상담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10441
'공포'의 KTX, 신칸센 절반만 닮아라 (2013-05-31 06:00 | CBS노컷뉴스 신동진 김민재 기자)
[공포의 KTX⑤]스크린도어 등 '안전 최우선'…"실적 일변도 경영은 금물"
일본 물류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 하지만 그 최대가치는 '실적'보다는 '안전'에 있다. 매년 철로 위에서 60명가량의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 대책엔 소홀한, 대한민국의 고속철도 KTX와는 근본부터 다른 셈이다.
일단 지난 1964년 최초 개통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차 자체 결함에 의한 인명사고가 전무하다. 승강장 안전대책 역시 '무방비'인 코레일의 KTX와는 확연히 다르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JR규슈가 승강장 시민 보호를 위해 안전 지침과 여러 장치를 마련해놓은 지는 꽤 오래됐다.
먼저 신칸센 고속열차가 지나가는 역에는 허리까지 오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다. 비용 문제로 스크린도어를 전혀 설치하지 않는 KTX의 코레일과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 신칸센 열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는 승객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역무인력이 플랫폼에 항상 배치돼있다. 차문이 안전하게 열렸는지를 확인하는 모니터 요원도 별도로 배치된다.
또 승강장에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누구든지 눌러서 달려오는 열차에 경고 신호를 줄 수 있는 비상정지 버튼이 50미터 간격으로 설치돼있다. 승강장 바닥에는 점선과 함께 '발밑을 조심하라'는 표시까지 돼있다.
50년 가까이 고속철도를 운행하면서 쌓아온 일본의 이러한 '안전 제일 주의' 전통. 과연 우리가 KTX에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단기적인 경영 성과, 즉 '실적' 위주의 코레일식 방식이 안전을 도외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동원 교수는 "사람을 잘라 경영 상황을 호전시키는 방법은 단기적으로 외면상 재무만 좋아질 뿐,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회장 임기가 2~3년이다 보니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본인 성과에 도움이 되는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따라서 합리적 구조조정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신중한 예측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 교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원들로 구성된 기구를 운용해 인력 운용을 감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직무분석이나 외국 사례와의 비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면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두세 명뿐인 역사 관리 인원을 현실적으로 늘리거나, 이마저 힘들다면 현 인원으로도 위험 요소를 인지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절실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자살 시도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던 역들을 '주요 관리 지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KTX 정차역이나 경유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힘들다면, 거점 지역 관리 방식이라도 우선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CCTV 관제 시스템 역시 최소 인력으로도 효과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지능형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책임연구원은 "감시시스템을 자동화, 지능화해야 사후관리가 아닌 예방체제가 가능하다"며 "정책을 세울 때 안전과 사람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배정한다면 분명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CCTV 동영상을 컴퓨터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 관계자들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진적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단 얘기다.
이와 함께 그간 방치돼온 '또다른 피해자'인 KTX 기장들에 대한 처우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생계를 잃을까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기장들의 열악한 상황을 더 이상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피해 기장들이 주로 겪는 우울증, 공황장애는 사고 직후에 잠복해있다 갑자기 정신질환으로 드러난다"며 "초기 치료가 절실한 데도 주변 시선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인 신청이 있어야만 심리 상담이 진행되는 현행 방식 대신, 사고 직후 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게 현실적이란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행 철도안전법 11조에 명시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철도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권동희 노무사는 "현행 법에서 규정하는 정신질환자라는 범위가 너무 넓어 노사간의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도를 운전할 수 없는 정신질환의 구체적 범위와 내용만 특정해도,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514143323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기관사 자살, 산재 아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5-14 오후 4:12:39)
고 황선웅 기관사 유족, 산재 신청…고 이재민 기관사는 산재 불승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127211655
"동료들 연이어 자살…이젠 나도 날 못 믿겠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1-28 오후 4:26:00)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① - 운전실 동승 취재] 사람 잡는 '1인 승무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128213705
사람 잡는 1인 승무제…공황장애 15배, 트라우마 8배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1-29 오후 3:25:46)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②] 벼랑 끝 기관사…노동 환경 개선 시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130182623
192명 사망 '대구 참사', 승무원 1명만 더 있었어도…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2-01 오전 7:57:40)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③] 참사 10년, 1인 승무제 그대로 둘 것인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205191304
자살한 기관사의 마지막 기록, "미친 듯이 지적 확인"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3-02-08 오전 7:37:18)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④] 4분 때문에 인생이 바뀐 어느 기관사 이야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