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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파시즘이 오는가 / 손호철

손호철이 옛날에 정운영 선생 등과 함께 <이론> 동인으로 활동할 때에는 상당한(좀 무조건적인) 존경으로 그의 글을 읽곤 했었는데, 10여년이 훨씬 지난 최근에 그의 글들은 학자의 글도 아니고 좌파 밀리땅의 글도 아닌 것이 그냥 고집스럽다는 인상으로 거부감이 많았다. 그래도 세파를 나보다 한참 많이 겪은 사람이고 명색이 진보지식인으로 통하니 가끔씩은 그의 글을 읽어주기는 한다. 때로 만나는 아래와 같은 글은 좋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하기에 유익할 적도 있긴 있다.

 

 

[시론] 한국에도 파시즘이 오는가 / 손호철

 

[...] 사실 현재의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에도 그 핵심에 존재하는 것은 MB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는 박정희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승리를 가져왔다. 주목할 것은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하류층의 52%가 김대중 후보를, 36%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등 가난한 계층일수록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완전히 바뀌어 2007년 대선의 경우 하류층의 72%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을 정도로 가난한 계층일수록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진짜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다. 우리는 흔히 중산층이 튼튼해야 민주주의가 안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에서 하층민의 비중은 34.6%에서 45.2%로 늘어난 반면 중산층은 61.1%에서 53.4%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53.4%는 우리가 속해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무려 20% 낮은 수치다. 그만큼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민주주의의 뿌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세계적인 탈 신자유주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해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할 경우, 한 진보 이론지가 ‘파시즘 X’라는 이름을 통해 경고한 바 있듯이 약 1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들, 600만명에 달하는 영세자영업자들, 그리고 잠재적 실업층인 청년세대와 같은 시장의 낙오자들을 중심으로 파시즘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친북 매국노’들을 제거하는 데 목숨을 바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애국기동대라는 극우 민간단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만든 분향소를 습격해 철거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도 독일과 같은 ‘진성 파시즘’이 오는가?

 

손호철|서강대 교수·정치학, 경향 입력 : 2009-11-06 18:05:29ㅣ수정 : 2009-11-06 18:05:3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106180529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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