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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 등록일
    2010/10/03 13:22
  • 수정일
    2010/10/03 13:22

오늘 숭실대 논술 시험이 치뤄진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에게는 그 모든 글들이 벅찰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 파악하기 힘든 논지, 헤아리기 힘든 출제자의 의도라니. 그래도 근 한 달여를 나와 달려 왔다. 짠하다. 입시논술에 대한 모든 비난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난 이 아이들의 슬픈 눈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깨알 같이 쓴 원고지를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아 있던 녀석들, 빨간 펜이 그어질 때마다 흠칫거리며 눈에 맺히던 눈물.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 밖에 뭐가 있겠는가?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 모든 허물들은 온전히 내 탓이다. 제발 이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거나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비관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말기를 간절히 빈다.

 

어제, 한철연 일로 선생님들을 뵈었다. 2년 간의 자중이라. 난 받아 들였고, 그것이 S 선생과 한철연 전체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조직적 판단 하에 내가 감당해야할  짐이라면 지고 가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조직에 대한 애정이 바래지 않도록 내가 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슬픈 표정들이 마음 속에 늘었다. 아이들과 나 자신의 얼굴. 그건 하나로 겹쳐지면서 희뿌윰하게 멀어져 간다. 다 끝난 일들과 앞으로 올 결과에 대해 침묵하면서 길 끝에 있을 집을 그려 보면서 말이다. 그 길 끝에 집이 없다면, 또 다른 길을 가면 된다. 집 없는 길 위에서 침묵하며 걷는 것, 그것이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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