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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철학] 2008년 여름호

  • 등록일
    2008/10/05 12:14
  • 수정일
    2008/10/05 12:14

 

[시대와 철학](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 실리는 논문들은 대개가 (이런 표현이 맞을 건데) 맛있다. 이번 호(통권 19-2호)에도 논문들이 튼실한 맛을 풍긴다.

 

특히 첫번째 논문인 김재희 선생의 글은 '표현적 유물론'이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통해 베르그송의 시간론과 물질론을 해부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개념을 도구 삼아 들뢰즈와 일련의 철학자들을 살펴볼 예정이라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로 눈에 띄는 건 김동기, 김갑수 선생이 쓴 논문이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서양철학의 수용을 문헌적 엄밀함을 가지고 분석했다.

 

이외에 이재유 선생의 '여성되기와 계급투쟁'도 사유의 확장에 일조한다.

 

다 정리해 놓고 보니, 발췌해 놓은 여기 저기서 [시대와 철학] 특유의 젊고 반골적인 냄새가 그득하다. 아카데미즘에 완전히 속하지 않으면서, 시대와 더불어 철학하기를 그치지 않는 젊은 학자들이 많다는 건 분명 희망일 것이다. 

 


 


김재희, [베르그손에서 잠재성과 물질의 관계]

 

베르그손의 물질 개념은 3차원에서 논의된다. (1) 인간 지성의 도식에 따라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인간적 경험 세계를 이루는 물체들의 집합 (2) 생명과 대립하는, 반복과 해체 경향을 지닌, 불가분한 흐름으로서의 물질 (3) 살아 있는 자연의 현실적 표면에 해당하는, 생명과 연속적인 물질.

첫 번째가 상식적 믿음의 차원이라면, 두 번째는 과학적 지식의 차원이고 세 번째는 형이상학적 직관의 차원이다. 베르그손은 과학적 물질 개념이 상식을 넘어서 실재의 본질에 도달하는 측면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형이상학ㅈ거 통찰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본다. 전체는 부분들의 집합으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이 물체들의 집합으로 환원되지 않듯이, 살아 있는 자연은 물질의 차원으로 환원되(33)지 않는다. ... ‘비가역적인 방향을 가진 불가분한 흐름’ ...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물질은 ‘거의’ 지속하지 않는다. 지속하는 것은 의식, 생명체, 우주(자연)이다. 물질은 우주의 현실적 표면으로서 우주의 잠재적 이면인 생명과 연속적이기 때문에, 지속하는 우주 안에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지속으로서의 공간과 일치할 수 없을 뿐이다. 지속한다는 것은 과거를 붙들어 현재 속으로 연장하는 기억의 수축력이 있다는 것인데, 물질은 이러한 수축력이 없다. 그래서 물질은 흩어짐이고 등질화하는 공간의 방향으로 퍼져가는 흐름인 것이다.

베르그손의 물질 개념은 (1) 가역적인 운동과 기하학적 공간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시간성’을 물질에 부여하고 (2) 생명과 연속적이면서도 본성상 다른 물질의 고유한 경향성을 해명하면서 (3) 기계론적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살아있는 자연의 창조적인 생성을 설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베르그손의 물질 개념이 갖는 한계 역시 분명하다. 베르그손은 물질을 ‘흐름’으로 정의하면서, 생성에 관한 물질의 자기 조직화 역량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다. ... (34)(1) 베르그손은 행위의 필연성에 몰두하고 있는 지성은 “물질의 생성”에 대해 주목하지 못하고 물질이 부동적인 외관만을 취하는 데 그친다고 지적한다. ... 이때 ‘생성’이란 물질이 원자적인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인 흐름이고 불가분한 연속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어떤 형태를 (35)창조햔다는 것이 아니다. 물질은 자발적으로 형태를 창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명의 수축력에 의해 어떤 형태로 창조될 뿐이다. ... 따라서 베르그손은 생명체의 창조만을 개체생성의 예로 간주한다. ... 그렇다면 물질의 ‘결정화(cristallisation)’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질의 원리가 ‘이완’에 있다면, 생명체가 아닌 결정체를 조직하는(또는 수축하는) 역량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 (36)생성된 형태를 생명체에만 국한시킨다면, 생명체라고 할 수 없는 이 ‘세계들’과 ‘성운들’의 생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질이 흐름이기 때문에 형태 창조의 역량을 생명의 수축으로부터 가져와야 한다면, 이 체계들의 생성 또한 생명의 힘으로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물활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물질을 가로지르면서 생명체들을 절단해내는 생명”의 역량과 구분되는, “:세계를 형성하는 물질”의 역량은 무엇인가?

미시적인 차원에서 결정체의 형성, 거시적인 차원에서 성운의 응축과 계의 형성은, 분명 생명체의 차원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형태 창조이다. 그러나 베르그손은 우주 안에서의 생성을 생명체의 차원에서만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생성 원리를 존재론적 차원 전체로 보편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베르그손의 물질 개념은 우주 전체의 차원에서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베르그손은 기계적인 자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을 주장한다. 물질은 이 자(37)연의 표면적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의 살아있음은 ‘물질의 이면에 생명의 잠재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기계론적 환원주의에 반대하는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s theory)이나 창발주의(emergentism)는 유기적이든 무기적이든 모든 물질은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물질에 내재하는 자기 조직화 역량’으로부터 생명체의 창발적인 생성까지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복잡계 이론은 전체와 부분 사이의 관계를 비환원적으로 이해하며, 복잡한 체계들의 창발적인 자기 조직화 역량을 인정한다. 체계(system)란 부분들 사이의 관계에서 창발적인 특성이 발생하는 통합된 전체를 의미한다. 생명체 역시 다층구조를 지닌 하나의 체계이다. ... 각 단계에서 전체는 그 부분들로 환원되지 않는 창발적 속성과 복잡성(complexity)의 증가를 얻는다. 이 복잡계 이론은 물리적 우주에서 발견되지 않는 어떤 힘이나 원리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생명체의 비환원적인 독특성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베르그손이 우주에서 물질의 엔트로피 흐름에 저항하는 역-엔트로피 흐름을 생명의 수축력에서 찾았다면, 프리고진은 물질의 엔트로피 자체가 질서와 조직화로 변환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요컨대 베르그손은 수축력을 물질의 과정과는 반대로 작동하는 “비물질적인 것(immatériel)”으로 보기 때문에, 비유기적인 물질 자체의 조직화 역량으로 해석하는 데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프리고진의 물질계를 베르그손의 지속하는 우주 자체와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 양자 모두 예측불가능한 열린 계로서 자기 조직화 역량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미시계의 결정체와 거시계의 성운 모두가 우주의 자기 조직화 역량에 따른 수축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실 개체 생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베르그손은 존재론적 개체화에서는 유기체의 수준에 대해서만 논의했을 뿐이고, 무기체는 인식론적 개체화의 차원에서만 논의하고 존재론적 차원에서는 검토하지 않았다. 거시계의 태양계에서부터 일상세계의 사물들과 미시계의 미립자들에 (40)이르기까지 닫힌 체계로서의 물체들은 공간화하는 물질에 대한 인간지성의 인식작용에서 비롯된 것이지 자연발생적인 존재론적 생성물로 고찰되진 않았다. ... 다시 말해서 자기 조직화 역량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수축력은 어디까지나 물질이 아니라 우주적 생명의 것이다. 베르그손에게 지속은 기억이고 생명이지 물질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이야말로 베르그손 보다 한발 더 나아가 물질 자체의 지속을 얘기하며 미시적인 차원으로 존재론적 층위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해 본다면, 베르그손의 물질 개념으로 창(41)발적인 생성을 오늘날 시도되고 있는 표현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베르그손의 물질은 거대한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생성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생명의 잠재성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더 근본적으로는 물질 자체의 자기 조직화 역량에 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기 땜문이다. 그러나 베르그손의 지속하는 우주, 즉 살아 있는 자연의 형이상학은 현대 과학의 물질론을 흡수하여 정교화 한다면, 정신주의나 생기론 보다는 표현적 유물론에 훨씬 더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이재유, [여성되기와 계급투쟁]

 

계급투쟁은 소수자 되기로서의 여성되기와 궤를 같이 한다. 계급투쟁이 소수자 되기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지 않는 한 노동자 계급은 자본의 동일성, 보편성이라는 철가면을 벗지 못하고 음침한 고(65)통의 감옥 속에 평생 갇혀 지내야만 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계급은 끊임없이 자신을 소수자, 여성으로서 새롭게 생산해 내야만 자본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역사적 운동 계급 주체가 될 수 있다. ... 왜냐하면 이 여성 되기는 노동해방의 물질적 토대인 노동자 계급의 자기 생산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 (66)그렇기 때문에 이 여성 되기는 진지 없이 치고 빠지는 단순한 게릴라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정규군대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한 진지전도 아니다. 싸움의 헤게모니 장악을 통한 계급투쟁 진지를 구(67)축, 확보함으로써 진지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의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끊임없이 옮길 수 있는, 다시 말하자면 개별(상대적 가치형태의 자리)과 보편(등가형태의 자리)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기동전을 펼치는 게릴라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여성 되기라는 게릴라전이말로 노동해방의 핵심 열쇠이다.

 

김범춘,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에 관한 비판적 접근]

 

오늘날의 이러한 냉소주의는 탈이데올로기 시대를 증명하는 것인가? 냉소적인 이성은 이데올로기와 실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이 사회현실을 그 자체에 맞게 구조화하는 것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냉소주의는 우리 시대가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보증할 수 없고, 따라서 오히려 냉소주의 자체가 이데올로기라고 말할 수 있다. ... 결국 냉소주의가 냉소주의일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데올로기의 지평 내에 있다는 것이다. 마치 냉소적인 부르주아적 주체가 화폐의 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화폐는 단지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생활에서 화폐가 마술이라고 믿는 것처럼 행동하듯이, 이런 냉소주의가 바로 이데올로기라는 게 지젝의 주장이다(82).

 

따라서 개인들이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망상들이 배치되는가가 이데올로기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한다(85).

 

떠도는 기표들을 어떤 주인기표로써 꿰매고 누비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창출된다. 우리가 현실적인 자유를 부르주아적인 형식적 자유와 대립되는 것처럼 보거나 국가를 계급지배의 도구로 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누빔 작용이 성공적이어야 하고, 누빔은 누빔 작용으로 의미를 고정시킨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울수록 성공적인 것으로 된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의 속성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문제의 핵심은 어떤 누빔점이 부유하는 요소들을 총체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87).

 

지젝이 보기에 이데올로기적 열정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탈정치화된 객관적인 경제논리를 강조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적 형식이다. 탈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것은 ‘탈정치화된 경제’라는 환상으로 자신의 공백을 감추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이다. 지젝은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정치적인 행위를 통해서 환상을 횡단하여 경제의 재정치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98).

 

이데올로기는 역사 자체가 완성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절멸시킬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발리바르는 이데올로기 이론 또는 이데올로기 개념은 우리가 살아가는 역사적 과정의 총체화시킬 수 없는 복잡성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지배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표상체계가 다른 표상체계를 억압적인 방법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결과로서 다른 표상체계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 점이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이 강조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의 이데올로기론이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고정점에서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벗겨낼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누빔점을 무엇으로 삼을지는 전적으로 이데올로기 투쟁이라는 정치적 실천의 문제이자 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01).

 

심혜련, [이미지로 사유하기 또는 이미지에 대해 사유하기]

 

이미지로 사유하기와 더불어 이미지에 대해 사유하기가 바로 이미지 리터러시의 출발점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 리터러시를 벗어나 종국에는 이미지에 대한 온전한 지각하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로 사유하기에서 채택하고 있는 ‘읽기’의 방식은 아직도 문자시대와 이미지 시대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가능한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읽기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언어적, 또는 텍스트적 방식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이미지 고유의 논리를 가진 것으로 봐야 하며, 또 이미지의 논리 또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미지에 대해 사유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지 본질에 대한 규정, 그리고 이미지(136)를 수용하는 방식으로서의 지각하기와 이미지를 가능하게 하는 매체레 대한 연구는 이미지 이론을 성립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이러한 출발점을 기본으로 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미지 리터러시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문성원, [반복의 시간과 용서의 시간]

 

들뢰즈의 ‘수동적 종합’에서는 종합과 결부된 능동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런 들뢰즈에서 늙음은 아마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서는 주체의 겪음보다는 전개체적인 생성과 그 생성의 역량을 이어받은 잠재성이 가득한 주체(애버레-주체)의 ‘되기’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 레비나스의 시간성은 주체성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그의 주체란 워낙 타자를 받아들임과 더불어 성립하는 수동적 주체이고 게다가 타자는 무한하므로, 그 시간성은 이미 주체가 재현할 수 없는 통시의 깊이를, 고갈될 수 없는 시간을 받아들인다는 역설적인 사태가 생겨난다. ... (163)이렇듯 주체와 타자의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 유한함의 극복이란 ... 역시 주체 자체에서 오지 않고 타자로부터 온다. 이것은 물론 인과적 질서에 따르는 사태의 새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과적인 시간에서라면 우리가 비가역성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은 없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새로움은 존재 너머에서 오는 것이며, 타자의 용서로부터 오는 것이다. ... (164)이렇게 생각하면 레비나스가 용서를 다산성(fécondité)과 연결 짓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식은 나의 범위를 넘어선 타인이지만, 그래서 역시 타자로서 다가오지만, 그 비롯함이 나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래서 나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나는 나의 자식이라는 타자를 통해 새로워지는 셈이다.

 

이병수, [문화적 민족주의의 맥락에서 본 안호상과 박종홍의 철학]

 

(189)이들의 문화적 민족주의는 국가가 민족의 집단적 생존과 번영이라는 정치적 목표와 그 실현을 주도하는 민족이익의 보편적 담지자, 나아가 진리의 담지자라고 생각한 점에 그 특징이 있다. ... 안호상은 민족의 얼을 단군사상으로, 박종홍은 천명사상 혹은 성실의 사상으로 해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민족의 얼은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간단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불변하는 특성을 지닌다. 역사학자 홉스봄(E. Hobsbawm)은 만들어진 전통(invented tradition)의 특징을 과거와의 연속성을 인위적으로 내세운다는 점,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관습(custom)과는 달리 불변성을 주장하는 점에서 찾는다. 민족의 얼에 대한 이들의 해석은 바로 홉스봄이 지적한 ‘만들어진 전통’에 해당한다. 민족의 얼은 국가 권력에 의해 선택적으로 구성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이다. 민족의 얼에 대한 이들의 해석이 오로지 국가 권력의 정치적 필요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특히 강력한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부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문화를 강조하더라도 체제 유지에 적합한 요소만 인위적으로 선택되었고, ‘조국 근대화’나 ‘반공’과 연관되지 않으면 그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김동기, 김갑수, [동아시아의 서양 철학사상 및 윤리관 수용 양상 비교 -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 논문은 목차에 따른 정리위주로 하고 발췌는 따옴표를 써서 처리함.

 

1. 들어가는 말

- 한국의 서구 문명과의 최초 접촉: 1631년 정두원의 책 수입. [천학초함]([직방외기], [천주실의], [영언려작]이 수록됨)

 

2. 일본에서의 서양철학의 수용양상과 그 특징

- 명치정부 수립 - 정한론(征韓論) - 구화주의(歐化主義): 1894년 경~민족주의와 파시즘: 1945

- 제1기: 1894-1910: 국가주의와 제국주의가 발흥한 시기 - 제2기: 1911-1930: 민주주의 사상의 유행과 좌절의 시기 - 제3기: 1931-1945: 민족주의와 파시즘이 준동한 시기

 

1) 제1기(1894-1910): 근대국가와 정체성 수립기

진화론과 독일관념론의 도입 - 민중봉기와 사회변혁 사상 - 계몽사상가들: 봉건이데올로기 비판 - 철학: 실학과 실증론적 경향 - 윤리학: 독립자존설(후쿠자와), 쾌락설(츠다), 공리주의(니시) - 정치: 자유주의와 입헌주의, 천부인권론 - 자유주의의 번벌관료와의 타협 - 유물론과 사회주의 - 교육칙어와 천황절대주의: 유교주의에 바탕한 입헌주의, 군국주의 - 청일전쟁과 위기의식, 국가주의의 강화 - 자본주의의 발달과 계급갈등 - 1877년 동경대학 설립(법, 리, 문, 의): 관학 아카데미즘 - 1898년 ‘사회주의 연구회’ 창설 - 러일전쟁 - ‘평민사’(코토쿠와 사카이): 사회주의 보급 - 1890년대 수입 단계에서 본격 저술 단계로 - [사회주의의 연구] 창간(사카이 토시히코, 1905, 3): 최초의 사회주의 잡지

 

2) 제2기(1911-1930): 일본 민주주의 형성기

다이쇼 데모크라시(요시노 사쿠조오)과 전간기의 자유주의(대정 리버럴리즘) - 맑시즘([빈곤이야기], 카와카미 하지메) - 러일전쟁 이후의 산업화 - 지식관료의 타협과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변질: 천황중심의 법치주의적 민본주의 - 1910년 전후: 니체, 파울젠, 오이켄, 쇼펜하우어, 베르그송 소개, 제임스 등의 프라크머티즘 소개 - 신칸트주의 인식론과 아카데미즘 - 한일합방: 벌족(군벌, 관료, 원로)과 부르주아 정당의 대립 - 제1차 호헌운동(‘벌족타파’, ‘헌정옹호 정당주의 발휘’) - [사회주의 연구](카와카미 하지메, 1919) 창간: 본격 사회주의, 맑시즘 연구 - 크로포트킨 연구, 번역(오오스키 사카에) - [노동](야마카와, 사카이, 1927. 7) 창간: ‘노동파’ - [일본자본주의 발달사 강좌](1932, 5) 출간: ‘강좌파’ - 미키 키요시와 맑시즘의 철학화 - ‘유물론 연구회’와 토사카 준

 

3) 제3기(1931-1945): 파시즘과 전쟁의 시기

만주사변을 전후로 한 파시즘의 대두 - 맑시즘의 지하화 - 니시다 키타로와 경도학파: 칸트와 헤겔의 전통철학과의 접목, 맑시즘 수용 - 타나베 하지메의 절대 변증법 - 미키 기요시 ‘불안의 사상과 그 초극’ - 하타노 세이치의 종교철학 - 쿄토학파의 등장(니시다와 타나베의 제자들): 국가주의 변호와 대동아 전쟁의 변론

 

3. 중국에서 서양 윤리관의 수용과 근대성

- 제1기: 1898-1915: 무술변법과 신해혁명을 전후한 시기 - 제2기: 1916-1927: 정치적으로 북벌 전쟁, 문화적으로 신문화 운동 시기 - 제3기: 1928-1948: 국내 혁명전쟁 시기부터 신중국 성립 직전 시기

 

1) 제1기(1898-1915): 구망과 계몽기

아편전쟁과 청일전쟁 - 유신변법 주장 - 일본을 통한 서학 수입 - 여러 번역기관 특히 상무인서관(1897,상해) - 수많은 정기 간행물들 - 진화론, 민주 자유와 근대 인식론, 의지주의, 아나키즘과 맑시즘의 특히 성행 - 엄복, 양계초, 손문, 왕국유, 장태염 등의 활약 - 프랑스 유학생과 일본 유학생들에 의한 아나키즘 소개: 사회진화론의 제국주의화에 대한 반발 - 손문과 주집신에 의한 맑시즘 소개 - “(224)서양 윤리관의 중국적 수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시기의 특징은 첫째, 구망, 즉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동기와 계몽 즉 무지한 인민에 대한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 비록 서양에 뿌리를 둔 사상이지만 일본을 통해, 때로는 일본에 (225)의해 한 번 걸러진 사상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2) 제2기(1916-19270: 신문화운동기

신해혁명(1911): 공화제 실험과 혁명의 실패 - “타도공가점(打倒孔家店)” - 이대조, 호적 논쟁(문제와 주 논쟁, 1919), 진독수, 장동손 논쟁(사회주의 논쟁, 1920), 진독수, 구성백 논쟁(무정부주의 논쟁, 1920-21), 장군매, 정문간 논쟁(과학과 민주 논쟁, 1923-4) - 진독수의 활약과 공자 비판([청년], 후에 [신청년]-편집위원으로 진독수, 전현동, 이대조, 심윤묵, 고일함, 호적 참여) - 1919년 듀이의 중국방문과 강연, 실용주의의 전파 - 1920년 럿셀 방중 - 러시아 10월혁명과 맑스주의 본격 수용 - 1919년 이대조, [나의 맑스주의관] 발표 - 모택동, [상강평론] 창간

 

3) 제3기(1928-1948): 맑스주의의 중국화 시기

사회성질 논쟁, 중국사회 역사 분기 논쟁, 현대화 논쟁, 유물변증법 논쟁, 본위문화논쟁 - 5.4 운동의 반성과 모택동 - 대표적 맑스주의 저작들: 애사기, [대중철학], 이달, [사회학 대강], 모택동, [모순론], [실천론] - 이대조와 민수주의(Narodnikism); 진독수와의 변별 - 모택동의 이대조 수용

 

“(225)중국의 경우 일본에 비해 여러 가지 사상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하였지만, 서양 철학 사상은 물(235)론 전통사상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아카데미 철학’의 형성이 일본에 비해 발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론이 동서양의 사상을 일본식으로 결합하고 재창조했다면, 중국 역시 독자적인 방식으로 전통사상과 서양 철학 사상에 대한 결합을 시도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맑스주의의 중국화이다.”

 

“(235)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또 다른 사회적 상황과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중국 쪽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는데, 194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화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일본을 많이 닮아 있다.”

 

진은영, [탈민족시대의 국가, 민족, 정체성에 대한 고찰-민족국가(Nationalstaat)에 대한 니체의 견해를 중심으로]

 

(269)니체는 유대주의를 혐오했지만 반유대주의는 더욱 혐오했다. 그가 실제로 문제 삼았던 것은 유대/반유대라는 대립 속에서 작동하는 민족주의의 이분법이다. 그는 이 관념적 이분법이 독일의 현실 정치와 문화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폭로하며 비판했다. 그는 민족주의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가 오늘날 유럽요새의 주인인 ‘훌륭한 유럽인’을 목격한다면 이들의 탈민족주의 역시 공격할 것이다. 민족주의와 (270)탈민족주의 모두에서 여전히 또는 새롭게 작동하고 있는 것은 자본의 논리와 그로 인한 삶의 마비이다.

 

세부목차

김재희(대진대), 베르그손에서 잠재성과 물질의 관계

1. 서론 - 2. 본론: 1)물체들의 집합으로 환원되지 않는 전체로서의 물질 - 2)물질의 발생과 창조 - 3)엔트로피와 역-역트로피 - 4)생명체의 발생 - 5)살아있는 자연으로서의 우주 - 3. 결론

 

이재유, 여성되기와 계급투쟁

1. 오늘날 맑스주의에서 왜 ‘여성되기’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문제인가 - 2. 유적존재로서의 계급주체아 소수자 되기로서의 ‘여성 되기’ - 3. 계급투쟁으로서의 여성 되기 또는 여성 되기로서의 계급투쟁 -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되기-노동해방의 기본핵심 전술

 

김범춘,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에 대한 비판적 접근]

1. 맑스주의의 구멍 메우기 - 2. 이데올로기적 냉소주의 - 3. 누빔점으로서의 이데올로기 - 4. 삭제의 정치경제학 - 5.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무르기

 

심혜련, [이미지로 사유하기 또는 이미지에 대해 사유하기]

1. 이미지에 대한 재평가 - 2. 이미지로 사유하기 : 1)변증법적 이미지와 이미지 문서 - 2)이미지의 텍스트화 - 3. 이미지에 대해 사유하기 : 1)이미지의 존재방식 - 2)이미지를 지각하기 - 3)이미지와 매체 - 4. 이미지의 힘

 

문성원, [반복의 시간과 용서의 시간]

I - II - III - IV

 

이병수, [문화적 민족주의의 맥락에서 본 안호상과 박종홍의 철학]

1. 안호상과 박종홍 철학의 문화 민족주의적 성격- 2. 안호상의 일민주의와 단군사상: 1)일민주의 - 2)고대사 연구와 단군사상 - 3. 박종홍의 동도서기적 민족주의와 천명사상 - 1)동도서기적 민족주의 - 2)천명사상 - 4. 비판적 고찰, ‘민족의 얼’과 ‘보편성’의 측면에서: 1) 민족의 얼에 대한 국가주의적 해석 - 2)보편성에 대한 편협한 이해 -

 

김동기, 김갑수, [동아시아의 서양 철학사상 및 윤리관 수용 양상 비교-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목차 발췌에]

진은영, [탈민족시대의 국가, 민족 정체성에 대한 고찰]

1. 들어가는 말 - 2. 국가에 대한 계보학적 이해 - 3. 민족국가와 근대적 개인의 탄생 - 4. ‘만들어진 것’으로서의 민족 - 5. 민족주의와 원한 감정 - 6. 탈민족주의와 ‘위대한 정치’ - 7. 탈민족주의의 한계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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