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리님의 [동명이 가출....] 에 관련된 글.

어제밤 9시에 동명이를 만나서,

돼지 갈비를 사 먹이고,

11시가 넘어서 집으로 같이 들어왔다.

 

4박5일간의 동명이의 1차 가출은 막을 내렸다.


 



가출이라기 보다는 '외박투쟁' 정도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산오리는 생각한다.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동명이와 아내 가운데,

아내가 완패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지만,

엄마들은 더 심하게 더 빨리 무너진다.

 

산오리는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버틸 거라 생각하고,

그 이후에 좀 설득을 해 보다 안되면 그냥 방치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지가 돈떨어지면 들어오겠지 어딜 가겠느냐구..

 

그런데, 외박투쟁이라고 한게,

이 놈은 집을 나간 다음날부터 비어 있는 집에 들어와서는

라면도 끓여 먹고, 엄마가 탁자 위에 둔 돈도 챙겨가고 했으니까

사실 잠자러 집에 안들어 온 것이지, 가출이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동희마저도, '그게 무슨 가출이야?' 했으니까..

 

아내는 당초부터 휴대폰을 끊는다거나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주위에서 아빠가 동명이를 좀 만나 보라는 충고도 있고 해서.

수요일쯤에는 얼굴한번 보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 문자는 씹혔다.

(어제 만나서 왜 씹었냐고 했더니 '어디서?'라는 답장을 보냈단다.)

 

목요일 점심때쯤 아내가 집 근처의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동명이가 집에 들리면 뭐라도 챙겨 먹을 거라도 준비해 놓겠다고

집으로 갔는데, 이자식이 집에서 잠자고 있었단다.

그걸 보는 순간 측은심은 사라지고, 애를 깨워서 왜 학교 안가고

집나간 놈이 집에 들어와서 잠자고 있냐? 아예 나가서 들어오지 마라!고

난리를 쳤고, 동명이도 그에 지지 않고 대들다가 알았다고 집을 나갔단다.

 

그리고는 아내는 산오리한테 전화를 해서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그랬는데,

동명이 오늘 만나서 집으로 데려 오라고 사정을 했다.

엄마의 본래 의도가 그건 아니었다고 설명하라면서...

 

동명이는 문자를 보내서,

사실 집에 들어갈 맘이 있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화내는 바람에 열받아서

이제는 정말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저녁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계속 문자를 보냈고,

수십번의 문자 교신 끝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엄마에 대한, 형에 대한 원망이 상당이 깊게 맺혔고,

또 공부하기 싫은데 학교가기도 함께 섞여 있는 듯했다.

 

아내 한테도 동희한테도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좀 있으라고 했는데,

동희는 '옷은 찾아 왔어?'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내가 동희를 향해 화를 벌컥냈다.

"너는 동명이가 옷을 가져간 것을 보지도 못하고,

  확실한 증거도 없이 그렇게 동생을 몰아 부쳐도 되는 거냐?'

 

그렇게 서로의 불만은 잠시 접어 둔채로 사건을 접게 되었다.

 

동명이가 두어시간 동안 얘기한 내용은...

 

- 친구집에 돌아 다니면서 잠잤는데, 친구엄마들이 다 잘해줬다.

   쓰레빠 신고서 학교 갈수 없다면서 신발도 빌려(?)줬다.

- 연3일 학교를 빠지면 징계라고 해서 하루는 학교를 갔다.

- 선생님은 아빠나 엄마가 찾으러 오면 선생님이 숨겨줄테니까 학교로 와라

  (으...이건  또 뭐냐?  그래도 어디서 열받은 거라도 학교 선생님도 이해해주려 하신거라...)

- 엄마와 형, 그리고 공부에 대한 불만....

 

애들이 그런 것도 싫어하거니와, 나도 하기 싫어서 잘 얘기안하는데,

막상 얘기하다 보니까,

- 옛날에는 이랬다

- 어른들이 하는 얘기는 들어봐야 한다

- 공부할 때가 있는 거다

- 사회에 나가봐라 지금 생각하는 거보다 백만배는 어렵고 힘들다.

- 그정도는 좀 참아라

 

하튼 부모님들과 어른들한테 들었던 야그를 그대로 재생하고 있다는 데

내 스스로 놀랐다.

좀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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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5 17:08 2006/09/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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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치봉 2006/09/15 19: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행이네요. 그 나이때는 언제나 가슴 속에 불과 휘발유통을 넣어놓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죠. 조그마한 것이라도 억누름에 대한 반발이 크니까요. 그리고 그게 정상이죠. 아버지라는 역할이 참 어려워보이네요.-_-;;

  2. 김수경 2006/09/16 15: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악... 우리 남편이랑 너무 똑 같네요. 그런말 듣고 있으면 저도 짜증나거든요.3학년짜리한테도 그렇게 잔소리를 하니 이 애가 좀 더 크면 어떨까 걱정됩니다.슬기롭게 넘기시고 나시면 방법 좀 전수해주세요. 근데 산오리님도 별 다른 재주가 없어보이시네요. 쩝...

  3. 슈아 2006/09/16 21: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도 전 돌맹이와 산오리를 보면 서로 애정이 있고 신뢰도 있는 거 같아 보기 좋아요. 갈등이 없으면 더 재미 없잖아요. 그 갈등을 얼마나 재미나게 푸나 그게 중요하죠~~ ㅎㅎ 제가 넘 교과서 같은 얘기를 했나요?? 그래도 애정과 신뢰가 있다는 건 좋잖아요~~ 아직 문제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여튼 한숨 돌리고 다 같이 소풍이나 가심이 어떠신지...등산이라도~~

  4. 연하 2006/09/18 22: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옛날에 들었던 야그 그대로라고???
    진리는 시대가 변해도 진리인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감합니다.
    아비가 모범을 보이면 자식들도
    그대로 배울거요.

  5. 행인 2006/09/21 15: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동명이는 산오리님을 멋있는 아버지로 기억할 거에요. 장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