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닥거리...

from 나홀로 가족 2005/02/28 12:46

늦게 들어온 동명이한테 저녁 먹었냐고 했더니 먹었단다.

그래도 치킨 시켜 달란다. 치킨 시키라고 만원 주고 잠시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본다.

치킨배달이 오고, 동명이가 나가서 그걸 받더니 자기 방으로 그냥 들어간다.

동명이를 불러서 '먹을게 있으면 같이 먹어야지, 혼자 먹으려고 하느냐?'면서 한소리 했더니, '알았다'면서 치킨도 내오고, 컵도 가져오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도 꺼내서 마루에 앉는다. 동희도  불러서 같이 앉았다.

 

 



같이 앉은김에 산오리가 한 마디 했다.

 

산오리 - 야, 아빠가 권고 겸 강요 하나 하는데,  욕실에서 치약쓰고 나면 제발 뚜껑 좀

             닫아라!

동희 - 나는 항상 닫아 놔.

동명 - 나도 닫는데...

산오리 - 그럼 아빠, 엄마가 열어 두냐?

동희 - 좆까지마, 개새끼야!

(순간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그래서 )

산오리- (동희한테) 야, 너 뭐라 했냐?

동희 - ...............

산오리 - 야 이새끼야! 뭐라고 했어?

동희 - 아빠도 들었잖아.

산오리 - 그거 누구한테 한건데?

동희 - 동명이한테 했지...

 

열이 확 올랐고, 탁자에 있던 뭔가를 들어서 동희를 향해 집어 던지려다 그건 내려 놓았다. 그리고 신발장에 가서는 먼지털이개를 찾아 왔다.

산오리-야, 이새끼야! 너는 아빠가 여기 앉아 있는데도 그런 욕이 나오냐?

           학교 가면 선생앞에서도 그렇게 욕할 거고, 길거리에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그렇게 욕하나?

동희 -.....

 (이 새끼를 팰건지 말건지 그 순간에도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이새끼가 한마디라도

  잘못했다라든지, 그건 실수였다라든지 뭔말이 있었다면 말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거다.)

 

산오리 - 야 씹새끼야! 좆같은 새끼야! 그래, 개새끼야, 고작 동생한테 하는 말이 그따위냐? 나이 먹고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나 되는 놈이 고작 아빠 앞에서 그따위냐? 도대체 너 얼마나 잘났는데, 아빠가 방에들어가도 아는체도 안하고, 말 붙여도 대꾸도 안하냐?

개새끼야, 씹새끼야! 아빠는 욕 못해서 안하는줄 아냐? 이 씨팔놈아!, 좆같은 놈아!

 

그러면서 닥치는 대로 줘 팼다. 등짝이고 배고, 다리고 닥치는대로 패고, 먼지털이개 자루가 휘어서 성이 차지 않아서 실내화 슬리퍼를 벗어서 얼굴이고 목이고 줘팼다.

 

동명이 한테도 '너도 새끼야 먹을거 혼자 처먹을 궁리나 하고, 그래서 인간이 되겠냐?'고 하면서 한대 때리고....

 

다행이도 아내는 옆집에 커피마시러 간다고 없었다. 있었으면 또 잔소리가 많았겠지.

 

그리고는 경고를 했다.

"1. 앞으로 치약 뚜껑 닫아 놓는다.

  2. 현관에 들어오면 신발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다.

  3. 옷 벗으면 제자리에 걸어 놓거나 빨래통에 넣는다.

 

이거 안지키는 놈은 무조건 조 팰거다. 엄마는 말로만 떠들고 대충 지나가지만, 아빠는 지독하게 찾아서 끝까지 괴롭힐수 있다. 엄마, 아빠가 너네 뒤꽁무니 쫒아 다니면서 시중이나 드는 노예인줄 아느냐? 이거 할수 있겠지?"

 

두 새끼는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한참이 지나서 '치킨은 먹자'고 했는데, 동희는 일어나서 들어가려 한다.

"야 이새끼야 어딜가? 이거 먹고 가.."

다시 앉아서 입에다 집어넣는 시늉을 한다.

"보기 싫어 들어가 이 새끼야!"

 

그리고 동명이와 산오리는 둘이서 치킨을 열심히 먹는다.

한참을 먹다가 물었다.

"야! 너 왜 이렇게 많이 먹고 있냐?"

"그만 먹고 싶은데, 그만 먹으면 아빠가 또 '왜 다 먹지도 않을 걸 시켰냐?'고 할 거잖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만 먹어라! 먹기 싫으면..."

 

사람들은 애들 버릇없어 진다고 가끔은 때려야 한다는 말을 한다.

산오리는 그것도 자기가 크면 알아서 할 일이지 때린다고 되랴? 생각하고 거의 손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식이라고 그저 애정이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이 자식이 꼴보기조차 싫어진다.  

 

언제쯤 푸닥거리 했나 했더니 그것도 한 4년 되었나 보다.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산오리-2&id=53&page=1&s2=subject&s_arg=푸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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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8 12:46 2005/02/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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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화해 해야 하나?

    Tracked from 2005/04/18 18:50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푸닥거리...] 에 관련된 글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시간이 보통 7시 50분을 약간 넘어서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지상에서 좀 기다리면 두 새끼가 어거정

  1. 자일리톨 2005/02/28 13: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허허허.. 정말로 푸닥거리 한판을 하셨군요.-_-a

  2. 삐딱 2005/02/28 14: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도 때리진 말지 그러셨어요....
    저도 어릴 때 가끔(몇 년에 한 번씩) 맞아 봤는데요. 맞으면 막 화만 나더라고요. 복수심(?)에 불타기도 하고...ㅋㅋ
    내가 잘못 해 놓고도 그러니 참.....아마 지금 애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3. dalgun 2005/03/01 04: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미. 무서워라..
    우리아빠는 참 좋은 아빠야 -_-;;

  4. sanori 2005/03/01 19: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일리톨/푸닥거리 하고 싶지 않아요.
    삐딱/가끔은 저 놈의 정신 연령이 초등학생에서 멈췄나 하는 의심이 들어요. 도대체 고등학생의 연령이 못되는 거 같아요. 근데, 어찌 열 안받겠어요? 때리고 나면 하루 이틀은 스스로도 후회되는데...
    달군/다행이네요.. 폭력아빠 아니라서...ㅎㅎ

  5. 전김 2005/03/01 23: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편으로는 가슴아프고, 한편으로는 이해될 것 같기도 하고, 양감정이네요. ^^;

  6. rivermi 2005/03/02 03: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대문이...겨울로...ㅍ_ㅍ
    4계절용으로 만들어 드렸어야 함인뎅...

  7. sanori 2005/03/02 13: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김/나중에 애 한번 키워 보시죠..ㅎㅎ
    리버미/계절에 상관없이 대문 냅두면 되는데, 배나온 아저씨 너무 많이 팔아서, 이제 팔 것도 없고 해서....젊은 청춘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배나온 아저씨를 대문에다 크게 걸어놔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거 같아서 죄송.....ㅋㅋ

  8. 머프 2005/03/02 15: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 넘 무서버요..난, 한번도 맞고 커본적이 없어서..
    맞는거만 봐도 싫드라...

  9. 정양 2005/03/02 21: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난 대학교때 아빠한테 골프채로 맞아본 경험이 있어서..
    왠만한 구타따위는 무섭지도 않아욧. 으하하 -_-;;
    근데 대개 맞았다고 행동을 고치지는 않죠. 다만, 그 앞에서 자제할뿐;;

  10. 바다소녀 2005/03/03 01: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 동네선 엄마들이 불 때다가 부지깽이(불쏘시개) 들고 쫒아가고 애들은 도망가고 그랬는데.. 골프채 텔레비젼에 나오기만 해도 겁나던데. 어떻게 버티셨어요? 불쌍해라. --;;;;

  11. rmlist 2005/03/03 11: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국민학교 때 파리채로 대학교 때 배드민턴 채로 등등 수없이많은 채로 엄마한테 맞았어요. ^^

  12. sanori 2005/03/03 13: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프/산오리 원래 좀 무서워요. 쉽게 미워하거나 때리지 않지만, 포기하면 아예 뒤돌아 보지 않고, 끈질기게 미워하기도 하죠..
    정양/그 앞에서라도 자제할 건 해야죠. 인생 사는게 아무데서나 자기 맘대로, 하고픈데로 하고 살지는 못하잖아요.
    바다소녀/맞아요, 시골에 살때 부지깽이가 훌륭한 회초리였죠..
    알엠/엄마들은 때리는 게 아니라 화풀이 성격이 많아요. 우리 엄마도 그랬죠...

  13. azrael 2005/03/05 14: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동희가 아부지 앞에서 그런 욕을 했다는게 일단 놀라웁네요~
    저도 아부지에게 고등학교 때 한 번 맞아본 기억이 있지요...지금 생각하면 맞기를 잘 한거 같어요..제가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안 맞고 그냥 넘어갔으면..아부지에게 정말 많이 미안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