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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을 찍는 미국의 대테러 대응 전략

성탄절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의 배후가 아라비아 반도 알케에다(AQAP)로 드러나자 미국이 예멘에서 대테러 전선을 넓히면서 ‘새로운 전쟁’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접한 예멘 북쪽 국경지대 사다 주(州)는 사실상 전시상태다. 사다 주 일대는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처럼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무법지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 정보기관들과 예멘 정부는 아프간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주장하지만 알카에다가 어디에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 예멘의 살레 친미정부는 물밑에서 알카에다 조직과 얽혀 있다. 미국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예멘의 정정불안으로 역내 안정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 살레 정부를 밀어주고 있다. 이에 살레 정부는 미국에 등 떠밀려 대테러전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AQAP를 배신하게 되었다.
예멘의 ‘배신’과 미국의 공세에 몰린 AQAP는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이다. 이들의 목표는 사우디 친미왕조를 몰아내고 아라비아 반도를 미국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및 이해관계가 대테러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멘 민중들이 떠안는다. 예멘 국경지대에서 민간인 살상, 학대, 가혹행위, 폭격, 난민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라크, 아프간에 이어 세 번째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예멘과 관련해 ‘테러와의 전쟁’ 정책 폐기의 상징적 조처로 추진해왔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도 유동적이라는 소식이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수용자 5명 중 1명이 테러전에 복귀했다는 확인 불가능한 미 국방부의 비밀정보를 근거로 폐쇄 조처를 당분간 유보시켰다.
미국은 예멘에 육군 특수부대와 정보요원들을 파견했으며 대테러전 무기·자금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또한 앞으로 18개월간 7000만 달러를 들여 예멘 대테러 병력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예멘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제 발등을 찍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르는 전쟁의 총비용이 3조에서 6조 달러 사이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예멘에서의 전쟁은 오바마로 하여금 그 어떠한 정책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또한 경제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오바마는 확실히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미국 대통령이다. 게다가 네오콘을 비롯한 보수세력 뿐만 아니라 행정부 내의 일부 관리들이 오바마를 견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역시 미국 대통령답다.
오바마는 평화상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민중의 행복은 군대의 폭격과 무력진압으로 민중을 굴복시켜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아프가니스탄과 예멘은 테러리즘의 진원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테러리즘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바로 미국의 군사 행동이며 파키스탄, 이라크 등에서의 군사작전을 확대한 뒤부터 더욱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는 우리가 두른 세계의 폐해를 진단하면서 신인류의 탄생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게 신인류의 탄생을 촉구하는 것이 그렇게 무모한 것인가.
 

배성인(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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