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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부실한 순환용 임대주택 정책

 

같은 하늘아래 내 쉴 곳은 어디요
 
서울시 대책은 낙타가 꼭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대책
자신이 살던 곳이 재개발에 들어가면 그 지역의 세입자들은 이사 갈 곳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본래 세입자들에게 재산이라고 해야 보증금 정도밖에 없는데, 그 금액이 너무 적고 보상 또한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입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지난 2월 1일 ‘순환용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르면 4월부터 공급한단다. 
그런데 서울시의 계획은 시작부터 허점투성이다. 임대주택을 새로 짓지 않고 공급하겠다는 것은 기존 임대주택을 이들에게 잠시 배정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새로 주택을 짓지 않다 보니 곧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올해 500가구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총 3,000~5,000가구의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는데, 이는 대규모 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물량으로는 올해 왕십리, 가재울, 아현 등에서 주소를 옮겨야 할 수천 명에 이르는 세입자들의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다. 이들이 순환용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힘들어 보인다. 왕십리 1구역의 경우 세입자 900가구 중 성북구 종암동에 마련한 임대주택에 살게 된 세입자는 16가구에 불과했다. 
이렇게 얼마 안 되는 물량을 갖고 재개발 세입자들에게 우선 배정한다면 서울시의 임대주택을 기다렸던 다른 세입자들의 기회는 오히려 박탈될 수도 있다. 즉 세입자 임대주택 마련이 다른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쪽짜리에 불과한 전시행정용 정책
또 서울시 대책에는 순환주택에 상응하는 상가세입자들을 위한 ‘임시상가’ 정책이 빠져있다. 특히 용산 4구역과 같은 상가비율이 높은 도심지 개발 사업에서는 반쪽짜리 순환개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울시가 근본적으로 세입자 대책을 만들려고 한다면 공공 주택 물량을 대폭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상가세입자 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임대아파트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주택을 새로 짓거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순환용 임대주택 정책은 일면으로는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다른 면으로는 개발주의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마냥 칭찬할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재개발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선차적이다.  
그런데 앞의 이야기는 사실 서설에 불과하다. 본질적으로 이 대책이 ‘용산참사의 후속조치’라는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355일 동안의 질기고 질긴 투쟁 속에서 철거민을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벌거벗은 생명이자 잉여인간으로 취급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참사 해결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으스대더니 자신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 정책을 내민 것이다. 그러니 알맹이가 없는 서울시장 재선을 위한 홍보용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서울시장, 나도 해볼까? 
배성인 (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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