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증시하락과 MB 지지도

[감옥에서 온 경제이야기] 이 글은 쌍용차 투쟁으로 수감 중인 금속노조 김혁 동지가 지인에게 보낸 글입니다. 감옥에서도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들을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양해를 구해 글을 싣습니다. 

 

1700선을 달리던 코스피지수가 중국 금리인상, 미국 은행규제 발표로 급락, 이어 유럽 떼도산 공포로 1600선마저 무너졌다.

증시가 민심?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철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만 모든 것을 해석하려 한다. 이들은 증시가 한국경제 회복 속도에 비하여 과열되었다고 파악하고 있으며 따라서 조기에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않으면 내년에 한국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급격히 폭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곧 정치문제인 이명박정권은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아직도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고용창출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런 상반된 반응을 보일까? 이유는 바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 상승과 증시는 직접적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주식이란 화폐자본으로 투자된 자본이 배당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자율과는 긴밀한 연관될 수밖에 없다. 
주식가격은 배당금을 이자율로 나눈 것과 같기 때문에 이자율이 올라가면 주식가격은 떨어지고 이자율이 내려가면 주식가격은 오른다. 따라서 출구전략이 시행돼 이자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주식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본질적 배경인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 이명박정권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올해 6월의 지자체 선거다. 지자체 선거가 중간평가의 의미뿐만 아니라 차기 권력 재창출을 위한 시금석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민심과 직결되어 있는 곳이 바로 증시라고 보는 것이다.
증시, 투기자본만의 문제 아니다 
촛불정국 속에서 이명박의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9년 이후 급격히 상승해 현재는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4대강 삽질,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이명박정권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데도 지지율이 50%대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 이명박정권의 지지율 상승에 결정적 요인은 일반 민중의 입장에서 보다 피부로 와 닿는 증시회복이다. 
2009년 GDP가 0.2% 성장해 OECD 국가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수치일 뿐 일반 민중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아니다. 반면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 1000이하로까지 증시가 폭락했다가 2009년 말에 1700선 가까이 상승했다는 것은 민중들의 피부에 바로 와 닿는 수치다. 그만큼 대부분의 남한 노동자민중들이 증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노동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주식에 매달려 있고 주식 때문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다. 주식에 직접 투자했던 사람에서부터 증시와 간접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펀드투자에 이르기까지 이제 증시는 대다수 민중들의 경제적 삶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식시장을 단지 투기적 자본의 운동으로만 치부해버리거나 또는 노동자민중과는 머나먼 나라의 얘기로만 간주했던 관점은 교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명박정권 역시 지지율 상승이 증시의 상승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증시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명박정권 바람대로 6월까지 증시가 선전을 해줄 것인가. MB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출구전략은 세계경제와 시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려면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MB맘대로 안되는 경제 
문제는 중국에 있다.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어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도 문제지만 자산거품과 함께 부실기업이나 은행이 어떤 정도의 규모인지 중국 당국조차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하니 말이다. 경제 전문가들 일부는 부실기업이 폭발 직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조차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할 수도 있다. 출구전략의 전초전에 불과했음에도 코스피가 100 넘게 떨어졌는데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주가가 얼마나 하강할지 예측을 불허한다. 물론 비상시 관리를 위해 국민연금이나 정부유관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비축된 실탄이 있기는 하지만 1998년이나 2008년에 입증된 것처럼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들을 막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이명박정권이 누구보다 가슴을 졸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제발 지자체 선거까지는 악재가 없기만을 하늘에 고사지내고 있을 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하늘은 누구를 택할까?
김혁 (수원구치소 수감 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