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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9
    사기도박판에 기웃거려 남는 건 쪽박
    PP

사기도박판에 기웃거려 남는 건 쪽박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대박의 꿈을 갖고 도박판에 기웃거리다 타짜를 만나 쪽박을 차는 사람들이 많다. 도박판이 사기일 경우에는 열이면 열 모두가 쪽박을 차고 도박판 주변을 맴돌다 비렁뱅이가 된다. 사람들은 도박판이 사기인줄 알면서도 일확천금의 대박을 노리고 항상 기웃거린다. 매주 대박을 내는 진짜 타짜가 정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또 한 장을 사서 지갑 속에 고이 접어 확률의 꿈을 꾸게 하는 욕망의 도박판. 여기에서 쪽박을 차는 사람들은 그저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돈과 힘을 가진 자들은 도박판 자체를 조작하거나 아예 도박판을 외면한다. 도박판에서 공정한 게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합법적인 사기도박판에서는 돈과 힘이 춤을 춘다. 로또나 경마·경륜·경정도 그렇고 개미군단의 피를 빨아먹는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의 스릴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레포츠 도박도, 돈 놓고 돈 먹자고 하는 주식시장도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합법적인 사기도박판이다. 사회적 합의구조는 어떠한가?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본-정부 간의 합의야말로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면서 판을 벌린다. 합의라는 말과 제도는 사람들을 미혹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합의를 이루면서 살아가려고 하고 서로 주고받는 상생의 게임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러한 사기도박판을 벌려 노동을 유혹한다. 밖에서만 싸우려 하지 말고 제도화된 도박판에 들어와서 한 판 붙어보자는 게임을 제안하다. 도박판에 널브러져 있는 돈과 권력을 은근슬쩍 내줄듯이 말이다.
노동자들은 본래 돈과 힘이 없으니 협상과 합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판에 말려들어 쪽박을 찼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아픔이 아련하다. 1998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를 내주는 쪽박신세가 되었다. 한국노총은 과거는 고사하고 2001년 2월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5년 동안 유보키로 합의하였고 다시 2006년에 복수노조 시행을 3년 더 유예하자고 구걸하여 타짜들에게 빌붙어 있다가 2009년 11월에 쪽박신세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을 정부와 자본의 기생충으로 간주하면서 점거농성까지 했었는데, 이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다양한 협상창구를 인정하는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폐지라는 도박게임에서 함께 완패하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함께 쪽박신세가 되고 난 이후에야 피를 토하듯 외친다. ‘사회적 합의나 정책연대는 사기도박판이었다. 빼앗긴 돈과 권리를 되돌려 달라.’ 한국노총은 그러고도 기생충의 근성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단지 제도적인 돈과 힘으로 사기를 친 자본과 정부는 코웃음을 지으면서 그저 어눌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상대로 또 다시 어떻게 사기를 칠 것인가 고민할 뿐이다.
사기도박판에서 쪽박을 차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판을 뒤집어버리고 다시는 사기도박판을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다. 판을 깨고 난 다음에 다시 기웃거려 타짜들의 즐거운 먹거리로 전락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진짜 투쟁이라는 게임의 판을 함께 벌려 타짜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제도화된 타짜들을 농락하고 쥐락펴락할 수 있을 정도의 타짜가 되는 과정이다. 다음으로는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단체협약을 상위의 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더 힘을 발휘하는 수단을 가지고서 도박판을 유지한다. 그것은 각종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다. 노동자들도 이제 단체협약이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내용의 권리조항을 단체협약에서 규정하자. 제도화된 타짜들이 제발 단체협약을 바꿔달라고 머리 조아리는 판, 이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정부와 자본을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도박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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