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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갔다

목요일에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와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입 속에서 왠 덩어리(?)가 느껴져서 뱉어보니 이빨의 일부분이다. 어릴 적 윗쪽 사랑니를 때운 적이 있었는데 일년 전쯤인가 아말감이 떨어져 나간 걸 가만히 두었더니 썩어서 부숴져 버렸나보다.

 

모든 병원에 가는 게 다 두려운 일이지만 내겐 치과 가는 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어렸을 때 너무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어서 치과하면 고통, 아픔 이런 단어가 연상 되더라. 일전에 치과의사가 주인공을 효과적으로(?) 고문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치과의사는 환자를 아프게 하려면 엄청 아프게 할 수 있는 무서운 사람들인 것 같다. 올드보이에서도 장도리로 이빨 뽑는 거 보면 살벌하쟎어...?-_-;;

 

근데 사랑니가 부숴져 떨어져 나간 부분이 예리해져서 자꾸 혀하고 부딪쳐서 아프길래 오늘 오전에 큰 맘 먹고 치과에 갔다. 그냥 집앞의 지하철역으로 가니 왠 치과가 그리도 많은지... 눈 앞에 보이는 것만 4군데더라. 야~ 이 많은 치과들이 다 영업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규모나 업력이 중간쯤 되는 곳을 골라서 들어갔다. 중후한 분위기(?)의 대머리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신문을 보고 있다가 대뜸

 

-진료받을 거에요? 

=네

-여기 누워요.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사랑니가 부숴져서 떨어져 나갔고요, 충치도 있는 것 같아요.

-충치? 아.. 여기? 어차피 아래에 있는 사랑니는 잘 썩기도 하고 언젠가는 뽑아야 하니, 좀 더 두었다가 아프면 와요. 오늘은 위에 부숴진 것만 뽑으면 되겠네.

=아, 네~

 

마취주사를 놓고 한 10분 쯤 누워서 기다리다가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 이빨을 뽑는다. 끌같은 걸 입속에 넣더니 이빨과 이빨 사이에 넣고 누른다.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려와 흠칫 놀랐다. 내가 몸을 부르르 떠는 걸 느꼈는지 선생님이 묻는다.

 

-아파요?

=아니요.

-근데, 왜 떨어요? 난 또 마취가 제대로 안 된 줄 알았네.

 

끌로 이 사이를 벌리는 것 같더니 조그만 뻰찌를 넣더니 이빨을 쑥 뽑는다. 대단한 기술이다. 역시 나이든 치과 선생님이 훨씬 믿을만 하다니깐...-_-;;

 

진료비는 칠천원이다. 약값까지 합치면 8천4백원이네. 난 또 대형사고 터질 줄 알았더니만, 이만해서 다행이다. 근데, 이빨 뽑고 2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왼쪽 볼에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게 영 이상하다.

 

오늘은 방에서 누워서 좀 쉬어야지. 못 보던 책도 좀 보고 영화도 좀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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