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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 '05.5.21(토)~22(일)

어디를 나댕기기 싫어하는 내 성격과 다르게 지난 21(토)~22(일)에는 지리산엘 다녀왔어요. 요즘들어 부쩍 산에 나댕기는 걸 좋아하는 자칭 알피니스트(?)가 지리산 철쭉이 만발해있다며 꼬시길래 다녀왔답니다.

 

사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지리산에 다녀오긴 했었어요. 그때는 산장에서 자는 거는 생각도 못하고 친구 이모부의 철제텐트를 짊어지고 다녀온 2박3일의 강행군이라 올라가다가 거의 퍼질 뻔 한 것 밖에는 생각이 안 났는데, 이번에도 거의 퍼질  뻔 하기는 했습지요.

 

지리산 철쭉은 아직 완전히 피지는 않았더군요. 아마도 오늘 정도가 피크가 아닐까 생각이 들던데, 지금쯤 장관일 것 같아요. 저까지 3명이 초보이고, 나머지는 다들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초보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조금 무리해서 장터목산장까지 올라가서 고기 구워먹고 술 좀 마시고, 배탈난 제 친구 때문에 마음고생도 하다가, 산장의 어수선한 분위기(엄청난 데시벨의 코고는 소리 etc)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새벽 4시정도부터 천왕봉으로 야간산행을 떠났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을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올라가 천왕봉에 오르니 역시 제 조상들이 덕을 덜 쌓았는지 일출은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어렴풋이 보이는 산등성이들이 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답니다. 수동 카메라를 들이대며 연신 사진을 찍는 후배녀석 때문에 갖가지 포즈를 취하기는 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아직 구경도 못 하고 있답니다. 사진이라곤 제 핸폰 카메라로 찍은 아래의 사진 2장 뿐이어요.

 

"천왕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산등성이"

 

"천왕봉에서 사진을 찍어준 후배 H군"

 

장터목 산장으로 내려와서 아침밥으로 꿀꿀이죽을 끓여먹고 재빠르게 백운동으로 내려와 점심은 된장찌개백반으로 해결하고 버스에 올라 서울에 도착하니 4시 정도 되었더군요. 집에와서 씻고 라면하나 끓여먹고는 바로 잠이 들었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주욱 잤습니다. 일어나니 몸이 개운해서 기분이 좋긴 한데, 주말이 이렇듯 쉽게 흘러가서 아쉬웠달까요?

 

암튼 이번 지리산행은 여러모로 제게는 무리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등산이란 아주 좋은 취미이고 별 부담없이 도봉산이든, 북한산이든 서울에 있는 산부터 꾸준히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리산 때문에 없는 돈에 등산화도 하나 장만했는데 그냥 썩혀두기는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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